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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숲] 07
1. 서부지검/형사 3부 - 낮
복도를 가득 채운 형사 3부 전 직원들. 그들을 둘러보며 곳곳이 선 창준.
전직원 : 축하드립니다 이 창준 검사장님!
시목 : (90도로 절하며 복창한다)
창준 : 고맙다. ...나는 오늘 이 시간 후로 많은 축하를 듣게 될 겁니다. 하지만 여러분 앞에,
내가 법조인으로서 처음 발을 디딘 형사3부내 동료들 앞에 선 지금 이 순간을, 나는 가장 오래 기억하겠습니다.
변할 건 없습니다. 나도 여러분도 한 가지만 기억하면 됩니다.
법불아귀, 법은 귀한 자에게 아첨하지 않고 승불요곡, 먹줄은 굽은 곳을 따라 휘지 않는다.
전직원 : 법불아귀 승불요곡! 기억하겠습니다!
창준,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하는데 그 모습을 따라서 지켜보는 시목.
시목 : (마음의 소리, 한 명씩 악수하는 손마다) 정의, 야망, 탐욕, 죄악.
드디어 시목의 차례. 창준, 손 내민다.
시목 : (그 손 본다. 마음의 소리) 이 손은 (손 올린다) 어떤 손일까.
(먼저 한 손으로, 찰나의 시간차를 두고 두 손으로 잡는) 이 손이 한 일을 (꽈악 잡는다) 볼 수 있다면.
그 힘을 느끼고 그 바람을 읽기라도 한 듯, 눈빛 강렬해지는 창준, 고요하지만 칠흑 같은 시목의 눈빛,
두 눈빛이 허공에서 격돌한다.
배경을 잊고 주위 사람을 잊고 두 사람만 존재하는 듯, 서로를 응시하는 두 사람.
윤과장 : (지나가다 보고 에둘러 다가오는) 축하드립니다, 검사장님.
창준 : (시선 여전히 시목에게 꽂힌 채) 그래. (손을 탁 놔버린다)
3부장 : (윤과장 등 밀어서 창준 앞에 세우고) 사건과 윤과장이라고, 접때 03학번 동문이라고 인사드렸죠?
창준 : (그제야 보는) 아.
3부장 : 그러고 보니 동문들도 뭉쳐야겠네요. 영프로 니가 동문회에 쫙 돌려.
은수 : 예.
3부장 : (시목에게) 넌 또 빠질 거냐?
시목 : 아닙니다.
동재 : (나란히 섰는데 혼자만 언급 못 된다. 애써 관심 없는 척)
창준 : 업무 복귀들 하지.
전직원 : (들어가는데)
창준 : 니들.
동재, 시목, 은수, 들어가려다 멈춘다.
창준, 셋을 차례대로 쏘아본다.
3부장 : 죄송합니다, 좋은 날 누가 되지 않게 제가 잘 이끌겠습니다.
시목/은수 : (동시에) 죄송합니다.
동재 : 사죄드립니다, 차,검사장님, 부장님. 둘이 업무에 미숙한 점이 있어서 제가 좀 흥분했습니다. 주의하겠습니다.
창준 : ... 작작들 해. (자리 뜨면)
3부장 : 시간이 남아돌아? 눈코 뜰 새 없게 해줘!
세 사람,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하면서 각자 방으로 얼른 흩어진다.
3부장, 눈 부라리며 가고 윤과장, 따라간다.
제 방으로 가던 은수, 시목과 동재 돌아본다. 동재에게 잡혀서 빨갛게 된 손목..
2. 동/3부장실 - 낮
3부장 : (윤과장에게 커피 주며) 동남북 장들 다 모이면 이쁨깨나 받겠네, 죄다 19기들인데 혼자만 24기니 얼마나 신선해.
윤과장 : (커피 홀짝) 부장님한텐 나쁜 게 아닐 수 있잖아요?
검사장님도 윗 기수가 바로 밑에 차장이 되는 거보단 하나라도 아래가 한결 낫죠.
3부장 : 차장 안 시켜줘도 되니까 본인 자리나 오래 지키라고 해.
윤과장 : ?
3부장 : 차,검사장 날리던 실력이야 사실 빽 때문에 피해본 케이스지.
재벌이랑 유착으로 보일까봐 대검이나 특수통에서 안 빼갔으니. 정권 따라 해바라기만 아니면 좋겠는데.
윤과장 : 검사장님이 설마요, 뭐 부족한 게 있다고.
3부장 : (확신할 수 없는..) 황시목인 어떻게 됐어?
윤과장 : 별 게, 없던데요. (시선 피하는)
3부장 : 없어?
윤과장 : 모친도 선생님이시고요. 다 평범한 게...(3부장 보지만 내리까는 눈)
3부장 : 흠...
3. 동/동재의 집무실 – 낮
동재, 뭔가에 쫓기듯 블라인드 틈새를 꼼꼼히 여미더니 에어컨 뒤로 손 뻗는다.
둘둘 말린 검은 천이 손끝에 걸려 나온다. 풀면 흰색 핸드폰 나온다.
검은 천 안에는 핸드폰과 분리시킨 형광색 핸드폰케이스도 보인다.
식은땀 흘리는 동재, 눈앞이 캄캄해서 멍하다가 돌연, 꺼놨던 핸드폰 전원을 켠다.
전화가 켜지자마자 다시 끄고는 전화를 내리치고 밟고 급기야 던져버린다.
액정이 산산조각 난 채 뒹구는 전화. 동재가 다시 켜보지만 완전히 죽었다.
동재, 핸드폰을 다시 검은 천에 싸 윗옷 깊숙이 넣는다.
4. 동/동재의 검사실 - 낮
동재 : (집무실에서 바삐 나오며) 골프장들 전화해서 장명한이란 사람이 이틀전에 라운딩 한 적 있는지 알아봐요.
남에 이름으로 예약한 것도 다.
실무관1 : 다요?
동재 : 다! (하며 나가려는데)
계장1 : 요새 같은 분위기에 명단 안 주려고 할 텐데 무슨 명분으로
동재 : 내가 알고 싶은 게 명분이지! (나간다)
계장1과 실무관1 서로 본다. 말은 못하고 둘 다 찡그린다.
5. 동/복도 – 낮
동재, 복도로 나오면 시목의 방문이 열려있다.
계장과 실무관이 지금 막 서류 가득 실은 카트를 끌고 들어가고, 책상에 파일을 높게 쌓는 시목 보인다.
그 모습 빨리 체크한 동재, 황황히 사라진다.
6. 동/시목의 검사실 – 낮
시목, 서류 놓고 핸드폰 집는다. 문자 보내는.
7. 동/지하주차장 - 낮
잠복 중인 여진, 진동 울린다. 얼른 문자 읽다가 몸을 확 낮춘다.
시목E : 나갔습니다.
여진, 몸 낮추고 기다리면 전면에 동재 나타난다. 여진의 차에서 대각선상에 세워둔 차로 오는 동재.
완전히 눕듯이 해 동재 시선 피한 채 답장 보내는 여진, 동재가 출발하기를 기다렸다가 몇 초의 간격 뒤에 달려 나간다.
8. 동/시목의 검사실 - 낮
시목, 답문 오자 짧게 보고 업무용 골무 낀다. 골무 낀 손으로 서류 넘기기 시작.
9. 서부지검 정문/마포대로 - 낮
서부지검에서 빠져나와 마포대로 차량의 홍수 속에 합류하는 동재와 여진의 차.
차들의 행렬에서 부감으로 빠지면서 차장실 안에서 바라보는 모습으로 바뀐다.
10. 동/차장실 - 낮
창가에 차장, 창밖에 꽉 막힌 마포대로를 바라보는데 비서, 노크하고 들어온다.
창준 : 음?
비서 : 괜찮으시면 짐 정리를 할까 하는데요. 옆방으로 가셔야죠.
창준 : 검사장 실이 그새 비었나?
비서 : 공실 된 지 이틀 됐습니다.
창준 : ... 가위 있나?
비서 : 네? 네. (나간다)
창준 : (책장으로 가 서랍 연다)
깊숙한 곳에서 꺼내는 상자. 열면 오래 돼서 길이 잘 들어 뵈는 지갑이다.
얼핏 봐도 상당한 명품인 악어가죽 지갑을 꺼내 손에 올려보는 창준.
창준N : 모든 시작은, 밥 한 끼다.
11. 매운탕 집 – 저녁 (창준의 회상. 오래 전)
창준 : (반 팔 입은, 밥 먹다 말고) 누가 와요?
선배검사 : 내 친군데 마침 근처 왔다고 인사하고 싶다네?
창준 : 금방 다시 들어갈 건데요?
선배검사 : 잠깐 인사만 한다고, 어 왔네, 여기!
도저히 선배검사 연배로는 안 뵈는 위풍당당한 백발 남자, 한걸음에 와 인사한다.
큰 의미 없이 인사 나누는 창준.
창준N : 그저 늘 있는, 아무 것도 아닌 한 번의 식사 자리.
cut to. 시간경과. 동장소.
화장실 쪽에서 손 닦으며 오는 창준, 백발 남자가 계산하는 걸 본다.
식당 유리문 너머로 보이는 선배검사는 밖에 나가 먼 산 바라기나 하고 있고.
창준, 멈칫하지만 뭐 큰돈도 아니고.. 그냥 넘긴다.
12. 호텔/아케이드 샾 복도 – 밤 (창준의 회상. 오래 전)
백발 남자와 창준, 함께 얘기하며 온다. 계절도 바뀌어 두터운 코트 걸친 두 사람, 이제 많이 친해 보인다.
창준, 어쩌다 아케이드 쇼윈도우에 시선 닿는데 악어가죽 지갑 딱 하나만 전시돼 있다.
빛나는 조명 밑에 표기된 가격은 ₩3,880,000.(S#10 창준 지갑과 동일품)
무슨 지갑 하나가, 하는 표정으로 그냥 스치는 창준. 하지만 그 뒤로 지갑을 재빨리 보는 백발 남자.
창준N : 접대가 아닌 선의의 대접, 돌아가며 낼 수도 있는, 다만 그날따라 내가 안 냈을 뿐인 술값.
바로 그 밥 한 그릇이, 술 한 잔의 신세가, 다음 만남을 단칼에 거절하는 것을 거부한다.
13. 서부지검/부장검사실 – 낮 (창준의 회상. 몇 년 전)
창준N : 인사는 안면이 되고 인맥이 된다. 내가 낮을 때 인맥은 힘이지만, 어느 순간 약점이 되고 더 올라서면, 치부다.
책상에 형사3부장 이창준 명패.
창준, 서류에 기계적으로 싸인하다 갸웃한다. 다시 자세히 보는.
서류에 ‘음주운전 뺑소니’ ‘피해자 중태’ 항목에 동그라미 치는 창준. 그런데 서류 말미 결론은 ‘증거 불충분 – 혐의 없음’이다.
창준, 담당검사 이름 확인하면 서동재, 피의자 란엔 박무성이라고 돼있다.
싸인하려다 손 거두는 창준, 이 서류는 결재 끝난 쪽이 아닌 반대편에 빼놓는데,
그때 울리는 핸드폰. 액정에 ‘서동재’라고 찍혔다.
14. 동/차장실 – 낮 (현재)
창준, 날카로운 가위로 지갑을 단번에 자른다.
가위 놓고 지갑을 틀어쥐는 창준, 쫙 찢는다. 다시는 못 쓸 상태로 쓰레기통에 툭 떨궈지는 지갑.
쓰레기통엔 이외에도 수많은 명함이 버려져있다.
창준N : 첫 발에서 빼야한다. 첫 시작에서. 마지막에서 빼려면 대가를 치러야한다. 그렇다면, 그렇다 해도, 기꺼이.
창준 : (인터폰 누른다) 정리해요.
비서, 바로 들어온다. 가장 먼저 차장검사 이창준 명패부터 집어 올리는데,
15. 동/검사장실 – 낮
다시 책상에 내려지는 명패, 서부지방검찰청 검사장 이창준으로 바뀌었다.
검사장실에 들어서는 창준, 실내 둘러본다. 결의견고한 그 얼굴.
창준 : 부장급 이상 주식 보유 내역 가져와. 본인들이 윤리위원회에 신고한 거 말고 전수 조사해서.
특히 형사4부에 조세 금융 담당들은 평검사 포함 수사관들 거까지.
비서 : 네.
16. 여진의 차 안 – 낮
동재와의 사이에 다른 차 하나를 사이에 두고 쫓아가는 여진.
동재 차가 왼쪽 길로 빠지는 것 보인다. 여진, 표지판 보면 <후암로 57길>이다.
여진 : 왜 또 후암동이지?
17. 무성의 집 골목 + 여진의 차안 – 낮
골목 끝에 조용히 서는 여진의 차.
저 앞 무성의 집 앞에 동재 차가 섰다. 동재가 내리고, 현장을 지키던 박순경이 동재 알아보고 인사하는 것 보인다.
동재가 무성 집으로 들어가고, 박순경, 여전히 대문 앞 지키는데 여진이 나타난다.
박순경이 인사하기도 전에 조용히 하라고 입에 쉿! 손댄 여진. 여진, 발소리 죽여 집으로 들어간다.
박순경, 뭐지? 하지만 소리 내지 않는다.
18. 무성의 집/마당 - 낮
여진, 몸을 낮춰 안방 창문으로 간다. 조금만 열어 들여다보다 갸웃? 한다.
19. 서부지검/시목의 검사실 – 낮
업무에만 집중한 것처럼 보이는 시목. 허나 핸드폰 위로 문자 내용이 차례로 뜨는데,
문자1. 여진 – 여기저기 훑는 중.
문자2. 여진 – 이젠 안방. 뭘 찾는 듯?
문자3. 여진 – 엄청 대충 봄. 부피 큰 걸 찾나?
시목 : (세 번째 문자가 뜨자 핸드폰 쳐다본다) 부피 큰 거?...
20. 여진의 차안 – 낮
유리창 너머 무성 집이 보이는데, 여진이 쏜살같이 나와 다급히 차로 뛰어든다.
상황 눈치 챈 박순경이 신발 끈 고치는 척하며 대문 가로막고, 대문에서 나오는 동재, 박순경 흘기며 자기 차로 간다.
그 사이 차에 무사히 몸을 숨긴 여진, 동재 손 본다.
여진 : 빈손이네? 못 찾았나?
동재 출발하고, 시간차를 두고 출발하는 여진도 동재 차를 따라 모퉁이를 꺾는 순간 끽! 차를 세운다.
저 앞길에 김경사가 동재 차에 허리 숙이고 얘기하던 중, 여진 쪽을 보고 있다.
여진, 얼른 차를 뒤로 뺀다. 이런 젠장!
21. 모퉁이 너머 골목 – 낮
인쇄물 손에 쥔 김경사, 운전석의 동재 알아보고 허리 숙인 자세 그대로 모퉁이 본다.
급히 사라지는 여진의 차. 얼핏 보일 듯 말 듯 운전석의 여진.
김경사 : 아닌가?
동재 : (돌아보는) 뭐가요? 누구 봤어요?!
김경사 : (반응 격한 게 이상해서 보는) 현장서 오세요?
동재 : .. (고개 돌리다 김경사 손에 들린 인쇄물을 알아본다)
김가영 발견 당시 무성 집을 나서다 찍힌 시목 얼굴만 크게 뽑은 인쇄물이다.
인터넷 뉴스 사진에서 일부러 캡쳐해 확대 인쇄한 게 분명하다.
동재 시선이 사진에 닿자 인쇄된 면을 뒤집어 가리는 김경사.
동재, 다시 뒤를 체크한다.
22. 무성집 앞/길 - 낮
후진해서 세운 여진 차, 꼼짝 안 한다.
뭐 하나 싶어 고개 빼고 보는 박순경.
조금 후 여진 차가 출발한다. 모퉁이를 돌아 사라지는 여진 차.
23. 동재 차 안 - 낮
불안한 눈으로 운전하는 동재, 리어뷰미러로 뒤를 살피면,
김경사가 주민에게 사진 보여주며 탐문하는 것만 보일 뿐, 쫓아오는 차는 없다.
동재, 부서진 핸드폰이 든 안주머니를 확인하듯 누른다.
24. 대로 - 낮
이면도로에서 나와 큰길로 들어서는 동재 차와, 뒤따르는 여진 차를 위에서 본 모습.
25. 동재의 차 안 + 잠수교 – 낮
다리 위를 달리며 넘실대는 강물을 자꾸 쳐다보는 동재, 결국 갓길이 나오자마자 차를 세우고 난간으로 달려간다.
품에서 검은 천을 꺼내 던지려는 순간,
여진 : (차에서 내려 달려오는) 움직이지 마!
동재 : (돌아보지만 손은 멈추지 않는)
여진 : 움직이지 말라고요! (재킷을 조금 걷는다. 안에 총이 보인다)
동재 : (비웃는 톤으로) 어쭈 쏘겠다고?
여진 : 손에 든 거 내려놔! 내려놔! (천천히 손을 총으로 가져가고...)
동재 : (그 손 본다. 던지려 쳐들었던 손이 천천히 내려진다)
여진 : 바닥에 놓고 물러서요.
동재 : ....
여진 : 셋까지 셉니다. 하나, 둘, 셋. (총 집는데)
동재 : (바닥에 던지듯 놓고 잽싸게 물러난다)
여진, 눈을 동재에게서 떼지 않은 채 얼른 천을 펼치는데, 담배와 라이터다.
여진 : !!
동재 : 내가, 담배 좀 끊겠다는데, (다가와 툭툭 친다) 너 나 미행했니?
(점점 세게 치는) 누가 시켰어? 왜? 난 총이 없어서 같잖아? 대답해!
여진 : (입 꽉 다물고 버틸 수밖에 없는)
지나가는 차 한 대가 속도 늦추며 빵빵 댄다.
운전자 : 무슨 일 있어요?
동재 : 선생님은 왜 쓸데없이 껴들고 그래요? (검사 뱃지 들이대며) 가던 길 가세요, 선생님!!
운전자 : (뱃지 보더니 어쩌라고, 하는 척은 하지만 얼른 가버린다)
동재 : 저 씨! (다시 여진에게 와) 누가 시켰어?
여진 : 시킨 사람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동재 : 너도 황시목이랑 붙어먹더니 눈깔에 뵈는 게 없지!
여진 : (눈 치뜨는데)
동재 : 뭘 봐, 보면 어쩌려고? 경찰이 검사를 총으로 위협해?
(콕콕 찌르며) 모가지가 근질근질 해? 니네 서장한테 말해서 짤라줘?
여진 : ..제가 잘못했습니다, 사과드립니다.
동재 : (잡아먹을 듯 노려보는)
여진 : 다신 안 그러겠습니다. 노여움 푸십쇼, 부부장님.
동재 : (바닥에 천을 집어 여진에게 확 뿌린다) 이거 어디 경찰 무서워서 담배나 끊겠나, 씨...
여진 : (담배, 라이터에 맞지만 피하지 않는다)
여전히 씩씩대는 동재, 차로 간다. 성질부리며 차 출발시키면.
여진, 고개 떨구고 묵묵히 선... 흩어진 담배를 하나하나 줍는다. (저 뒤로 흐릿하게 회색 차 한 대가 섰다)
26. 동재 차 안 - 낮
동재, 리어뷰미러로 여진 살핀다. 열 받은 건 그대로지만 불안함이 배가된 표정.
속도 올린다. 잠수교를 빠져나와 올림픽대로로 들어선 동재, 갑자기 핸들 꺾어 차선 변경.
27. 대로 – 낮
한강 둔치로 내려가는 동재의 차.
28. 한강둔치/주차장+물가 – 낮
주차장에 차 세운 동재, 허겁지겁 내려 물가로 간다. 품에 손 넣는데 사람이 너무 많다.
산책하는 사람, 자전거 등등.
동재, 주변 눈치 보며 물로 가면서 흰색 핸드폰 꺼낸다. 물가 따라 걷는 척 하면서 옆으로 재빨리 핸드폰을 버리는 동재.
그때 어디선가 “어어!” 하는 남자 목소리 들린다.
놀란 동재, 주변 보지만 산책하는 사람들뿐. 물에 빠지는 핸드폰. 파문만 남기고 금방 가라앉는다.
동재 가버리면, 핸드폰이 던져진 자리는 이제 파문도 사라지고, 어두운 물빛만이 남는데.
cut to. 시간경과. 동장소.
시목, 물가로 오면, 장형사와 여진이 물가 맨 끝에 서서 잠자리채로 강바닥 훑는다.
사람들 몇몇 뭐하는 건가 구경한다.
장형사 : (재채기!) 아이고 강바람은 불어 쌌고 춘래불사춘이 따로 읎네,
시목 : 각주구검이겠죠.
여진/장형사 : (그제야 뒤에 시목 온 것 보는)
시목 : (탁한 물과 두 사람 행태를 보는)
여진 : 각주구검 아녜요, 여기 어디 분명 있어요, 안 떠내려가고.
시목 : 분명히 인멸을 시도하는 그 순간에 현장에서 잡아달라 했는데요.
핸드폰만 확보하려 했다면 장형사님까지 이중으로 추적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장형사 : 당연히 그러려고 했는데! ..제가 놓쳤지 경위님 잘못 아녜요. 그 개새,
여진 : (하지 말라고 눈짓)
장형사 : 아오씨 잠복이고 뭐고 내가 기냥 맞장을 떴어야 했는데! (저 앞에 잠수교를 원수라도 되는 양 노려본다)
29. 잠수교+장형사의 차 안 – 낮 (장형사의 회상)
갓길에 비상등 켜고 회색차를 세운 장형사. 앞을 살피면 동재가 승질부리며 여진을 치고 있다.
장형사 : 저 후레자식을! (확 내릴까, 몇 번이나 참는데)
30. 올림픽대로 – 낮 (장형사의 회상)
장형사, 동재 차 쫓는데 동재 차가 갑자기 차선 변경하고 둔치로 내려간다.
장형사, 뒤늦게 차선 바꾸는 사이 이미 둔치 길로 사라진 동재의 차.
31. 둔치/주차장+물가 – 낮 (장형사의 회상)
급히 차에서 내린 장형사, 물가의 동재 포착한다.
장형사 뛰어가는데, 옆으로 재빨리 핸드폰을 버리는 동재.
장형사 : 어어어어!
동재 : (소리 듣고 두리번)
장형사, 차들 사이로 몸 숨기며 물가로 가고, 그 사이 동재는 차에 올라 가버린다.
장형사 : (핸드폰이 빠진 곳에서 발 구르는) 이런 씨! 아놔 씨!
32. 둔치/물가 – 낮 (현재)
장형사 : 아주 찌르고 치고 벌건 대낮에 사람들 보는 데서 잡도릴 해대는데 검사님도 봤으면 피가 거꾸로 솟았을 거예요.
여진 : 내 피는 오죽했겠어요. 기죽은 척 하느라고 진짜 겨우 참았네.
시목 : (여진 본다. 어딜 맞았는지 묻고 보려는데)
여진 : 말해 뭐해요, 이분 그런 거 신경도 안 써요.
시목 : ... .. (장형사에게) 그거(잠자리채) 어디서 팝니까.
여진 : 물 냄새 엄청 나요, 검사님은 저리 가요. (다시 물 헤지며) 아참, 김가영 핸드폰 낮에 잠깐 켜졌어요.
시목 : 어디서요?
여진 : 너무 짧아서 추적은 안 됐고 통신사에 신호 잡힌 게 1시 반 경.
시목 : 1시 반. 방 뒤진 걸 서검사가 알아차린 직후네요.
여진 : 뒤진 걸 알고서도 굳이 핸드폰을 켰다는 건 어!
여진, 잠자리채에 걸린 것 들어 올리는데, 비슷한 크기, 무게의 쓰레기다.
여진 : 에잇! (물 밖에 던진다) 김가영 핸드폰에 꼭 삭제할 게 있단 뜻이죠. 서검사에게 불리한 뭔가.
장형사 : 푸는 패턴을 몰라서 끼고 있다 우리가 쫓으니까 급해져서 버린 거고.
시목 : ...
여진 : 뭘 삭제하려고 했을까? 물에 너무 오래 있음 포렌식도 소용없는데, 에이 또!! (잠자리채 휙 드는데) 어!
뻘투성이지만 핸드폰이다.
깜짝 놀란 장형사, 핸드폰을 가져다 얼른 물에 씻는다.
핸드폰, 흰색 형체 드러내는데, 물은 뚝뚝 떨어지고 액정은 완전 박살났다.
장형사 : 익사하시기 전에 이미 운명하셨을 거 같은데요?
그 동작에 여진도 장형사도 혹시나 해서 흰색 핸드폰 쳐다보지만 역시나 먹통.
여진 : (비닐 꺼내 액정 하나라도 떨어질까 조심스레 핸드폰 넣고) 아으 추워. 뜨끈한 거 먹으러 갑시다!
장형사 : 오케이! (가는데)
시목 : (장형사 잠자리채 가져간다)
여진 : 뭐하게요?
시목 : 그냥 쓰레기 건진 걸 수 있어요. 다른 사람이 버린 거.
서로 쳐다보는 여진과 장형사.
장형사, 발목 잡히기 전에 어서 가자, 여진 끌고 간다.
여진, 가다가 돌아보면 시목, 아예 앉아서 신발 벗는다.
여진 : 왜 저런데? 물 아직 차요!
시목 : 네.
여진 : 아 진짜.. (하지만 시목에게 가는)
장형사 : (잡는) 가요, 그냥.
여진 : (핸드폰 주고) 아주 급한 거라고 해주세요. (가는)
장형사 : 정말 둘 다 정말... (안타까이 보다가) 이따 껍데기집이요!
여진 : (오케이! 표시)
시목, 바짓단 걷는데 옆에 털썩 앉는 여진, 시목 째려보면서도 운동화 툭툭 벗는다.
시목, 손 멈추고 잠시 여진 쳐다본다. 그러다 다시 바짓단 걷느라 웅크리는데,
여진 : (웅크린 시목의 등 퍽 때리며) 허리 좀 펴요. 생긴 건 번듯해갖고?
시목 : (아프다.. 옆으로 째리듯 쳐다보는데)
여진 : 어? 화났다, 화낸 거 맞죠 지금?
시목 : 아닙니다.
여진 : 화났는데? 났는데? 이랬는데? (메모용 수첩 꺼내 뚝딱뚝딱 그린다)
시목 : 화 안 났습니다. (먼저 일어나 물로 간다)
여진 : (일어나면서 그리는. 다 그렸다! 물로 가며) 이랬다고요! 선물!
33. 골프장 – 낮
동재 : (전화 받으며 가는) 네, 경사님.
김경사F : 방금 통신사서 연락 왔는데 김가영이 핸드폰이 잠깐 켜졌대요!
동재 : 어디서요?!
김경사F : 그게 좀 한 10초밖에 안 돼나서, 암튼 범인이 켰을 테니까 어디 숨어서 장난질인지 한 번만 더 키면 진짜 안 놓칩니다!
동재 : 알았어요. 수고해요! (전화 끊는데... 미소)
자신만만한 표정이 된 동재, 앞을 보면 골프장 클럽하우스가 펼쳐졌다.
34. 시목의 아파트/단지 앞마당 – 밤
시목, 차에서 내린다. 바지는 무릎까지 젖었고 걸음마다 구두에선 철컥철컥 물소리.
35. 동/현관 앞 – 밤
승강기 올라온다. 15층에서 멈추고 열리는데 은수가 내린다.
몇 번이나 망설이다 시목의 집 벨 누르는데 무반응. 다시 눌러도 조용..
은수, 허탈한데 승강기 열리더니 시목 내린다.
은수 : 선배님! (밀려오는 물 냄새에 코 막는) 뭐하다 오신 거예요?
시목 : (왜 왔냐, 쳐다보는)
은수 : 모르는 게 있어서요. (서류 들어 보이는)
시목 : 내일. (문 열고 들어가는데)
은수 : (문잡는) 꼭 오늘 밤으로 해야 돼서.
시목 : (그냥 문 닫으려는데)
은수 : (이제 와 물러날 수 없다. 문 잡아당긴다) 가르쳐 주세요, 네?
시목 : ... (문 놓고 들어간다)
은수 : (얼른 따라 들어간다)
36. 동/거실+주방 – 밤
소파에 혼자 걸터앉은 은수, 어색함에 무릎이나 비비다 실내 돌아본다.
안방 쪽에서 들리는 희미한 물소리. 세간은 단촐하다 못해 휑하고, 특히 주방은 그릇조차 안 보인다.
여전히 이어지는 물소리.
은수, 일어나 주방으로 간다. 아무것도 없는 주방 돌아보다 냉장고 여는데, 생수 한 통 뿐.
너무 볼 것 없는 은수, 이번엔 안쪽에 작은방으로 고개 기울인다.
37. 동/작은방 – 밤
은수, 고개만 디밀고 불 켜면, 그저 삶의 부산물로 나온 물건을 툭툭 쌓아놓은 방.
은수, 도로 나가려는데 뭘 봤는지 멈춘다. 방으로 들어와 상자들 사이에서 집어 드는 것, 유리 우윳병이다.
이젠 나오지도 않는 옛날 우윳병에 바닷가에 집어왔을 작은 조가비, 색깔 있는 돌,
파도에 닳아 보석처럼 된 초록 유리알이 몇 개 안 남은 모래 알갱이와 함께 담겼다.
뚜껑은 어디 가고 비닐을 둘러 노란 고무줄로 막아놨는데, 세월만큼 고무줄도 낡았다.
먼지를 후우! 분 은수, 우윳병 흔들어보면 전등 빛에 반짝이는 돌들.
주변에 쌓인 것들을 돌아보면, 낡은 책, 법학 협회 잡지 정도.
그런데 어느새 멈춘 물소리.
은수 화들짝 일어나 불 끄고 급히 나간다. 그 바람에 딸가닥, 쓰러지는 우윳병.
38. 동/거실 - 밤
은수, 소파로 뛰어와 앉는 것과 거의 동시에, 안방에서 나오는 시목, 젖은 바지만 갈아입었다.
은수 : (아무 것도 안 본 척..)
시목 : 뭔데.
은수 : ..오늘 고마웠습니다.
시목 : 오늘 꼭 처리해야 되는 거.
은수 : 왜 그러셨어요? 낮에 서검사한테서 저, 왜 막아주셨어요?
시목 : ... (안방으로 가는) 내일 보자.
은수 : (시목 앞을 막아선다) 내가 걱정돼서?
시목 : 아니.
은수 : 신경 쓰이고 애가 타서?
시목 : 아니. (지나쳐 가려다 뚝 멈춘다. 아래 보면)
은수 : (시목 손목을 잡았다)
시목 : (손목 바로 푼다)
은수 : 봐요, 닿는 것도 싫잖아요? 근데 왜 끼어들었어요? 일부러였죠? 방 뒤진 거, 선배 의도란 걸 알리려고 일부러 끼어들었죠?
시목 : 음.
은수 : (너무 간단한 대답에 오히려 말이 막히는) ..누구 핸드폰이에요?
시목 : ..
은수 : 서검사가 물에 버렸죠, 핸드폰, 그거 줍다 젖은 거죠? 누구 건데요?
시목 : 그 답도 알고 왔잖아.
은수 : 여자 건가요? 김가영?
시목 : (그냥 보는)
은수 : (실망의 기색..) 선배가 한 말, 서검사한테도 해당되는 거였군요.
시목 : 말?
은수 : 경고라고 했잖아요. 여자 매달아놓은 거, 검사장한테 벌 내린 거라고.
선배 말 듣고서 검사장을 벌줄 수 있는 사람이 누굴까 생각했는데..
시목 : 옳다구나 떠오른 사람이 있었겠지. 네 구미에 딱 맞는 사람.
은수 : 딱 이윤범인데.. (이젠 실망을 감추지 않는다. 소파에 털썩 앉는) 다들 서검사가 검사장 사람이라고 했지만
난 그렇게 안 보였어요. 그래서 둘 사이엔 경고하고 말 것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시목 : 네가 그 둘을 처음 봤을 땐 이미 거리를 두기 시작한 후였어.
은수 : 놀 땐 같이 놀고 이제 와서 배척한다면 당하기만 할 캐릭터는 아니죠, 서검사가.
시목 : 너도 포기를 모르는 캐릭터지.
은수 : 아직도 날 의심해요? 피해자 유류품을 숨긴 사람을 두고?
시목 : 범인이 납치 도중에 핸드폰을 흘렸고 그걸 서검사가 주웠다면?
내가 범인이라면 서검사가 뭘 목격했는지 불안해서 미칠 거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알아내려고 할 거고.
이 시간에 남자 혼자 사는 집에 찾아오는 것쯤 아무 것도 아니지.
은수 : (기가 막히다는 헛웃음. 시목 쳐다보다가) 왜 이래요, 선배잖아요?
시목 : ?
은수 : 다른 남자한텐 자존심 상할 일도, 앞으로 얼굴 볼 게 걱정인 일도 선배한텐 괜찮잖아요,
내가 여기서 무슨 짓을 해도 관심 없으면서.
시목 : ... (무거운 가방에서 일감 꺼낸다) 질문 끝났으면 가.
은수 : (시목 반응에 다소 확신 없어진) 그쵸?
시목 : (아주 옅은 한숨) 왜 내가 아무 것도 모를 거라 생각해?
은수 : 네?
시목 : (은수 쳐다보는데 담담히) 지금 나가.
은수 : ...
시목 : (고개 돌려버린다)
은수 : ... (나간다. 하지만 현관 앞에서 멈추는..) 선배가, 아무 것도 모르는 거 아니라서
저 조금 기쁘다고 하면 너무 이기적인 건가요?
시목 : (돌아보지 않지만 얘기 듣는)
은수 : (말해놓고 나니까 부끄러운) 너무 늦게까지 일하지 마세요. (나간다)
은수 나가면 시목, 거실 불 끈다. 현관 센서등 마저 꺼지면 어둠이 감싸는 집안.
담담한 표정의 시목, 집 한 번 돌아보면 완전 적막공산...
시목, 파일 안고 안방으로 들어간다.
39. 동/안방 – 밤
시목, 침대에 파일 놓고 침대에 걸쳐놓은 재킷 집다가 주머니에 손 넣는다.
수첩 찢어서 접은 종이가 나온다. 펴면, 여진이 그린 화난 시목 그림인데, 못 그렸다.
시목, 화난 그림을 지난번 뇌 그림 위에 놓고 고개 드는데, 붙박이장에 붙은 거울.
시목, 물끄러미 거울 보다 그림대로 눈썹을 치켜떠본다.. 그러다 이번엔 입꼬리를 손으로 올려본다.
지그시 바라보다 평소 표정으로 돌아오는 시목, 침대에 기대앉는다. 파일 읽는.
40. 한남동 집/2층 거실 - 밤
거실 소파에 앉은 창준과 용산서장, 술 한 잔 기울이며 담소 중이다. 그 옆에 다리 꼬고 앉아 캐쥬얼하게 얘기 듣는 창준妻.
서장 : 깡촌은 창준이 니네가 깡촌이지, 내 고향 김천은 시야, 김천시!
창준 : 김천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야 그때 니네 집에서 김천 가려면 곧장 가는 차도 없었어.
서장 : 왜 없었어? 우리 아부지 차 타고 곧장 잘만 다녔는데.
창준 : (전화 온다. 발신자 ‘서동재’. 받는) 무슨 일이야 이 시간에.
창준妻 : (표정 변화 없지만 창준 통화 신경 쓰고 있는)
창준 : 지금? (창준妻 쳐다본다)
창준妻 : (별로 내키지 않아 뜸들이다) 올라오라고 해요.
창준 : 올라와. (일어나 인터폰 누르는) 우리가 서재로 갈까?
창준妻 : (잡지 읽기 시작하는)
서장 : (일어선다. 창준 흘끗 본다)
41. 동/서재 - 밤
동재 : 서장님도 계셨네요, 마침 잘 됐습니다.
창준 : 대체 투 스타 얘기가 왜 나오는 거야?
동재 : 말씀드렸잖습니까, 검사장님 아무 걱정 없으시게 해드리겠다고. 제가 확실한 용의자를 특정했습니다. 박사장 아들이요.
서장 : 뭔 소리야, 박사장 아들은 사건 시간에 부대에 있던 거 조사했잖아.
동재 : (득의만면) 아뇨. 박경완은 그날 외출에 외박까지 했고
무엇보다 밤 10시에서 새벽 1시 사이 알리바이를 증명해줄 사람이 없습니다.
창준 : 사병 하나를 위해서 군부대에서 기록 조작이라도 해줬다는 건가?
동재 : 사병이 아니라 사단장이 시킨 거죠. 기억나세요 검사장님? 박사장이 입버릇처럼 떠들어댄 게 있었죠,
내 자식은 공부 안 해도 된다, 돈 발라서 골프 시켜놨으니까 명문대 골라갈 수 있다.
박경완 골프특기자였습니다. 장성들이 가만 뒀겠습니까?
서장 : 가만 있어봐, 보고서엔 트럭 운전병이었지?
동재 : 운전대 잡은 지 2년도 안 된 애한테 누가 수송트럭을 맡기겠어요,
골프병이었어요, 박경완. 사병 하날 개인 골프강사로 부려먹은 거죠.
서장 : 운전병으로 뽑은 건 라운딩마다 연습장마다 끌고 다니려고?
동재 : 후암동 집을 확인했는데 클럽이 없었어요, 골프전공자가. 부대에 가져갔다는 겁니다.
서장 : 군대에서 골프채 사줘가며 시켰을 린 없으니까...
동재 : 결정적으로 이틀 전 밤 10시에서 새벽 1시 사이에 박경완은 영외에 혼자 있었습니다.
창준 : 사건 발생 시간에?
서장 : 혼자? 그런데 왜 기록엔 영내인데?
동재 : 그날 낮에 사단장 장명한이 라운딩을 했습니다. 낮 4시 반에요.
서장 : 아아 근무시간이었구만, 그래서..
동재, 가져온 파일 열어서 사진 한 장씩 보여준다.
동재 : (골프장 사진) 제가 골프장에 확인했는데요, 4시 반에 티오프해서 (복요릿집 사진) 9시쯤 복 요릿집으로 옮겼고
거기서 새벽 1시 넘어까지 술판을 벌였어요. 박경완은 저녁만 먹고 사단장 차에서 귀가시간까지 대기했고요.
창준 : 차 안에서 대기한 건 누가 봤고?
동재 : 그 집 주차장이요. (사진 내민다) 이거 다 제가 직접 찍은 겁니다.
주차장이라고 하지만 시골길 옆 음식점이라 그냥 아무 데나 세우면 되는 구조인데,
낮에 찍어 환한 사진이 실사가 되면서 밤으로 바뀐다.
42. 복집/주차장 – 밤 (과거)
낮과는 달리 차가 제법 있다. 사복 차림 경완, 믹스커피 종이컵 들고 나와 차에 오른다.
손님 배웅하던 복집주인, 사단장 차 안에 경완이 운전석 제치고 눕는 걸 얼핏 본다.
경완이 완전히 눕자 밖에선 누운 건지 없는 건지 안 보이게 된다.
동재E : 10시 좀 전으로 기억하더라구요. 술판이 끝났을 땐 즉시 와서 태워갔다지만
그때까지 약 3시간 반 동안 아무도 박경완을 못 봤어요.
43. 동/서재 - 밤 (현재)
서장 : 여기가 어딘데?!
동재 : 곤지암입니다.
서장 : 곤지암이면 후암동까지.. 사단장 차로 움직였나? 블랙박스는?
창준 : 그것부터 지웠겠지. 박경완처럼 생계유지곤란 케이스면 벌써 조기제대했어야 했어. 사단장이 지 골프 때문에 안 내보내다
사건 또 터지니까 막판에 내보낸 거야. 그런 인간이 경찰에서 알리바이 보자는데 마냥 있었겠어? 블랙박스부터 지웠어.
(분노가 엿보이는) 사단장이란 새끼가...
서장 : (갑작스런 분노에 흘끗)
창준 : 전부 정황증거뿐이잖아? 사건 전날에 납치됐다면서 그때 알리바인?
동재 : 그때는, 그때도 영내에 있던 걸로 돼 있지만 이제 누가 믿겠습니까? 저도 매일 내무반에 있던 걸로 돼 있었지만
매일 밤 사택에 불려가서 애들 과외를 했는데요, 공범 여부도 따져봐야 하고요.
창준 : 가능성만 갖고 투 스타를 건드리는 건 안 돼. 무리야.
서장 : 아냐.. 스토리 나오겠어. 여자가 반반하잖아(급히)하다며.
박경완이 좋아했을 수 있지, 그런데 애비가 걜 화류계에 데려간 거지.
동재 : 언론에서 홀딱 반할 스토리죠. 화살이 다 걸로 쏠릴 겁니다. 그러려면 군 장성을 소환해야 합니다. 재가해주세요.
창준 : 군과의 전면전이 될 수 있어. 강력한 창 없인 안 돼.
동재 : 어떠한 방패도 뚫을 수 있는 창, 말씀이시죠? (핸드폰 들어 보인다. 자신만만) 있습니다.
창준, 서장, 서로 본다. 다시 동재의 핸드폰 보는.
44. 용산서/강력반 – 밤
샤워실에서 막 씻고 나온 여진, 수건으로 머리 탈탈 털며 자리에 앉는다.
고단함에 절로 나오는 앓는 소리.. 의자 등받이에 기대 잠시 눈 붙이는데,
45. 동/강력반 – 밤 (여진 꿈) (앞 씬과 바로 이어지는)
사무실이 일제 소등된다. 여진, 뭐지? 눈 뜨고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점등하러 가는데.. 느낌 쎄하다.
천천히 돌아보는데.. 환자복 차림의 가영이 핏기하나 없이 서 있다.
겁에 질린 여진, 움직이려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데, 갑자기 쑥 다가오는 가영!
46. 동/강력반 – 밤
44씬 상태에서 벌떡 깨는 여진. 놀란 마음 진정시키다가
정수기로 가 냉수 한 잔부터 들이키는데 아무래도 불안... 핸드폰 꺼낸다.
47. 병원/중환자실 – 밤
조용한 중환자실. 데스크에는 졸지 않으려 애쓰지만 자꾸 눈이 감기는 간호사.
안 되겠는지 수건 들고 일어난다. 쭉들 누워있는 중환자실 돌아보고 나가는데,
잠시 후, 문 열리는 소리... 이어 또각또각 여자 하이힐 소리 울리다 멈추는데,
소리E> (조용한 공간에 갑자기 울리는 데스크 전화벨!)
그런데. 조용히 수화기 드는 장갑 낀 누군가의 손, 수화기 들어 뒤집어놓는다.
cut to. 침상 커튼 안 가영, 여전히 혼수상태로 누워있다.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는 심박 그래프.
침상 커튼 스치는 소리에 이어 가영 얼굴 위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운다.
그 얼굴 위로 장갑 낀 손이 다가오는데.. 막상 호흡기 잡고서는 망설이다가..
조심스레 호흡기 떼면 벤틸레이터에서 경고음 울린다.
얼른 전원 버튼을 꺼버리고 살핀 뒤, 가영 베개를 빼서 그대로 가영 얼굴을 덮는다.
베개를 누르는 손 위로 들려오는 호흡 거칠어지는..
호흡기 벗겨진 채 놓인 가영, 점점 떨어지는 심장박동, 결국 기계음이 삐! 울리는데,
cut to. 간호사 뛰어 들어온다. 소리 나는 침상 찾아서 커튼 젖히고 들어가는.
가영에게 서둘러 호흡기 씌워준다.
간호사 : 오늘은 발작이 심하네.. (떨어진 베개 줍는데)
뒤에서 들리는 또각또각 구두 소리.
간호사 뭐지 싶어서 침상 커튼 사이로 돌아본다. 누군가 발견한 듯,
간호사 : 보호자 분?..
멈춘 구두, 카메라 그 위를 쭉 따라서 올라가면, 반쯤 고개를 돌린 창준妻다...
48. 용산서/강력반 – 밤
여진 : (통화 중인) 무슨 중환자실이 계속 통화 중이야.
여진 문자 알림음에 전화 끊고 확인하다 놀란다. 이게 뭐야??
49. 길 – 밤
팀장과 서형사를 태운 차가 밤길을 달린다.
50. 여진의 집/대문 앞 - 밤
경완, 터덜터덜 오는데, 집 앞에 이르자 대기하던 팀장과 서형사가 다가온다.
주춤하는 경완, 놀라서 형사들을 보다가... 순식간에 몸 돌려 달아난다.
51. 여진의 옥탑방 - 밤
보글보글 찌개 끓이는 무성母, 맛보고 좋아한다. 밖을 본다.
52. 동/옥상 - 밤
옥상으로 나와 보는 무성母, 난간에 기대 이제나 저제나 손자 기다리는데,
저 아래, 그녀에겐 안 보이는 길에선 경완이 지금 막 달려온 경찰차에 치일 뻔.
새로 온 경찰차에서 뛰어내린 김경사가 달려들어 경완을 짓누른다. 그 위를 덮치는 형사들.
경완의 비명이 희미하게 울리지만 무성母는 듣지 못한다.
53. 용산서/입구 – 밤
경찰차 2대가 빛을 번쩍이며 들어서고, 손 뒤로 묶인 경완이 끌려 들어온다.
입구에 이미 나와 있던 여진, 경완을 본다. 경완의 애원하는 눈길.
입을 꾹 다물고 응시만 하는 여진. 원망보다는 체념의 빛이 스치는 경완, 고개 떨구고 끌려간다.
여진, 그대로 길게 본다.
장형사 : (어느새 뒤에 와, 조심스레) 내가 가요?
여진 : 아뇨. 내가 가요.
말과는 달리 주차장으로 나가는 여진 발걸음이 무겁다.
54. 여진의 옥탑방 - 밤
계단 올라온 여진, 곤란하기 이를 데 없다. 심호흡하고 방으로 들어간다.
문 열면, 손자 기다리던 무성母가 얼른 내다보는 것 보인다. 여진 뒤로 무겁게 닫히는 문.
바람 부는 옥상. 스산한 밤은 더 깊어가고..
55. 서부지검/복도 - 아침
당당히 오는 동재, 맞은편에서 오던 시목과 마주선다.
동재 : (기분 업 된) 아이고 이게 누구야? 닭 쫓던 개 되신 우리 황프로니임.
시목 : ...
동재 : 아무나 의심하고 그러는 거, 거 병이야. 얼른 고쳐야지? 거 고치는 노하우가 또 나한테 있긴 한데. (스윽 어깨 밀고 가는)
시목 : (돌아보는 표정에서)
56. 서부지검/브리핑룸 – 아침
카메라 플래시 세례 받으며 들어서는 동재, 가득 찬 기자석을 뿌듯하게 둘러본다.
눈이 멀지라도 이 눈부심을, 관심을, 즐기고 있다.
57. 사단장 관사 - 아침
장교 정복을 입고 관사 나서는 사단장. 집 앞에 기자들이 몰렸다.
기자1 : 검찰 출두하는 소감 좀 말씀해주시죠!
사단장 : 진실에 근거해서 잘 받겠습니다.
기자2 : 근무시간 무단이탈 인정하세요?
기자3 : 용의자 알리바이 조작하셨어요?
사단장 : 진실에 근거해서 잘 받겠습니다.
기자1 : 뭐가 진실입니까?!
58. 서부지검/시목의 집무실 – 아침
시목, 동재가 나오는 tv 뉴스속보 본다. 서부지검 live 표시 밑에는 <검찰, 군장성 근무시간 골프 적발> 자막.
동재 : 이것이 진실입니다! (핸드폰을 마이크에 가까이 댄다. 녹음파일 재생)
사단장F : (녹음파일 소리) 3시쯤 골프장에, 박경완 이병이 운전하고,
시목 : (화면 속 핸드폰을 뚫어져라 보는)
59. 동/브리핑룸 – 아침
사단장F : (핸드폰에서 나오는) 나만 간 것도 아니고, 나도 약속이 돼 있어서 간 거지, 그게.
식사 자리에서 박이병은 솔직히 못 봤어.
동재 : (핸드폰 끈다) 방금 들으신 건, 대한민국 군대의 민낯입니다.
어떤 이들은 말하겠죠, 테니스병, 골프병도 엄연한 보직이라고. 하지만 생각해보세요,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작탭니다.
조국을 위해 한창 꽃다운 나이에 무려 2년을 나라에 바친 젊은이들을 누가 무슨 권리로
사병화하고 심부름꾼으로 부릴 수 있단 말입니까? 나라에서 군인 뽑은 게 장교들 테니스 잘 치게 해주려고에요?
장군 부인들 골프백 들어줄 사람 없어서에요?
60. 용산서/서장실 - 아침
서장, tv 본다. 옆에는 팀장이 불편하게 앉았다.
동재 : (tv) 대한민국 청년은 군대를 간 겁니까, 장교 집 종살일 간 겁니까!
화면 바뀐다. 사단장이 검찰청 직원들 호위 받으며 서부지검으로 들어간다.
자막도 <사단장이 직접 용의자 알리바이 조작 명령>으로 바뀐다.
서장 : (tv 꺼버린다) 박무성 진범 따로 있단 것도 우리가 밝혔는데 쟤네만 스타 되고,
박경완이랑 여자애랑 아는 사인 것도 우리가 먼저 찾고서 또, 이거 뭐 등에 빨대 꽂히고 쪽쪽 빨리는 게 취미야?
팀장 : 죄송합니다.
서장 : 내가 어제 알리바이 조작됐단 소릴 들으면서 속으로 어땠는지 알아? 검사장 앞이라 티는 못 내고?
내가 왜 그 소릴 검찰한테 들어야 돼? 뚫린 입으로 말을 해봐, 니들은 왜 몰랐니?
팀장 : 죄송합니다..
서장 : 저 새끼 왜 사단장 물고 늘어지는지 알아? 쥔 게 없어서야. 물증이 없어서 물타기 하는 거라고. 어떡해야겠어?
팀장 : 자백 받아내야죠. 그게 직빵이니까요.
서장 : 어떻게?
팀장 : 어떡해든 받아내겠습니다. 수사종결은 당연히 저희 경찰 몫이죠.
서장 : 그럼 제발 가서 종결시켜.
팀장 : 예. (일어나 목례하고 얼른 나간다)
서장 : .... (갑자기) 망할 놈에 기집애!! (미치겠다, 골 아프다..)
61. 용산서/강력반 복도 – 아침
장형사 : 내가 현장체포만 했어도 저러고 설치는 꼴 안 볼 텐데. 지금이라도 까요? 핸드폰 숨긴 인간이다, 한 방이면 되는데?
여진 : (누구보다 까고 싶지만) 상대가 상대니만큼 이럴수록 확실히 해야죠. 깠을 때 완전 찍! 소리도 못 하게.
사이버팀에서 뭐래요?
장형사 : 그게, 너무 물에 오래 있어서 여기선 어렵다고, 국과수 가야겠다고요.
여진 : .. 아직 안 보냈죠? (벌써 가는)
장형사 : 직접 들고 가게요? ..파이팅!
팀장 : (오며) 뭐가 혼자 신났어?
장형사 : 예? (돌아보는) 신나긴 누가 신나요, 죽겠는데. (가는)
팀장 : (잔뜩 찡그린. 전화한다) 어디냐? 나 좀 보자.
62. 서부지검/시목의 검사실 – 아침
시목 : 전에 실종자 핸드폰 잠금 풀려고 한 적 있죠? 어떻게 하셨죠?
계장 : 그거가.. 서비스센터에다 원격조정 부탁했었는데요,
시목 : 그거면 됩니까?
계장 : 맨 첨엔 안 된댔다가 검찰청이라니까 나중에 뭐랬더라, 아무튼 예, 되긴 되더라고요. 하시게요?
시목 : 그렇게 간단한데...
계장 : (쳐다보지만 말 안 시킨다)
여진E : 김가영 핸드폰 낮에 잠깐 켜졌어요. 꼭 삭제할 게 있단 뜻이죠. 서검사에게 불리한 뭔가.
시목 : 삭제가 의미 없단 걸 모를 리도 없고.. (하다)
Flashback> -7회 S#58. 시목의 집무실 - 아침 tv 뉴스 속 동재, 핸드폰을 마이크에 가까이 대는 장면.
시목 : (나간다)
계장 : 우리 검사님은 참 알다가도 모르겠어..
실무관 : 그게 매력인데요? 알 듯 말 듯 보일 듯 말 듯.
계장 : (뭬에?) 실무관님 보고서야말로 매력이 넘치죠, 알 듯 말 듯!
63. 서부지검/조사실 – 낮
앙면경이 있는 방. 녹화용 컴퓨터 2대가 켜져 있다.
계장1이 지키고 있고 경완이 혼자 초조히 앉았는데, 동재 들어선다.
계장1 : (작게) 저기 사단장.
동재 : (O.L) 먼저 가 있어. 아무것도 주지 말고 말도 섞지 마.
계장1 : (죽을 맛) 그래도.. 예. (나가면)
동재 : (문 잠그더니 서류 쾅, 내려놓는다. 녹화용 컴퓨터를 보란 듯 끄는)
경완 : (불안!...)
64. 동/검사장실 – 낮
창준, 창가에 기대 전화 쳐다본다. 전화 기다리는 형상인데, 인터폰 호출.
비서F : 검사장님 국방부 장관이십니다.
창준 :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 응. (버튼 누르고) 서부지검 이창준입니다.
65. 동/회의실 – 낮
커다란 회의실 큰 테이블에 덩그러니 혼자 앉은 사단장, 머리끝까지 열 받았다.
사단장 : 사람 불러다놓고 뭐하는 짓이야! 검사장 오라고 해!
검찰청직원 : (사단장이 아무리 난리쳐도 시선 피한 채 문만 지킨다)
사단장 : (더 못 참고 박차고 일어나는) 검사장 어딨어!
창준E : 여깄습니다.
창준, 들어선다. 사단장, 소리는 쳤지만 막상 좀 놀란다.
창준, 잠시 사단장 쳐다보지만 목례.
66. 동/모니터실 - 낮
동재가 있는 조사실이 양면경 너머 보이는데, 양면경 앞에 선 시목.
모니터가 꺼져있어 조사실 안에 풍경이 무언극처럼 보인다.
시목, 어디론가 전화하는데 상대, 1초 만에 끊는다. 다시 걸지만 아예 받지 않는.
시목 : (다시 전화한다) 한경위님, 부탁 하나 할 수 있을까요?
건너편 조사실의 동재, 경완에게 뭐라 말하고 있다.
67. 동/조사실 – 낮
동재 : 박경완씨, 김가영이 좋아했어요? 짝사랑했어?
경완 : 아녜요, 난 걔랑 말도 해본 적 없어요.
동재 : 말도 못 붙이게 했어? 고거 싸가지네. 돈으로 어떻게 해보죠? 아 쫄딱 망했지. 더 찬밥신세였겠네?
경완 : !... 변호사 불러주세요..
동재 : 니가 불러, 니 변호살 왜 나더러 불러라 마라야, 상황 파악이 안 돼?
너 살인범으로 심문받는 거예요, 박경완씨! 니가 살인범이에요!
경완 : 무슨 말씀이세요, 내가 무슨 살인을 해요!
동재 : 니 애비는 니가 한창 사춘기 때 바람나서 널 엄마한테서 떼놨어, 있는 건 돈뿐이었는데 것도 아주 제대로 말아먹는 바람에
군대도 떠밀려 가야했고, 하필 전공이 돈 먹는 하마라 졸업장 따기도 글렀어,
니 애비가 살아있었다면 니 미래까지 차압당했겠지. 무슨 일을 하든 버는 족족 뺏길 테니 평생 죽 쒀서 개줘야 돼.
경완 : 그럼
동재 : 집 앞에 블랙박스가 죽치고 있던 것도, 옆집 CCTV가 먹통인 것도 니 집이니까 훤했던 거야.
흉기도 물론 제일 손에 닿는 익숙한 걸로.
경완 : 내가, 아빠까지 내가 죽였다고
동재 : 분노와 복수심에 마구 찔렀지, 한두 번도 아니고, (손가락 3개 편다) 속 시원했니?
아니지, 아직 할 게 더 남았지, 배신에 대한 벌.
경완 : 말도 안 돼요, 다 거짓말이야! 난 그때 부대에 있었어요, 자대 배치 받은 지도 며칠 안 됐을 땐데
동재 : 니네 투스타도 소환됐어, 인제 니 말 지나가던 개도 안 믿어!
경완 : !!
68. 동/회의실 - 낮
창준 : 저희 지검의 쟁점은 오로지 이겁니다. 문제의 4시간 동안 박이병이 소장님 지근 거리에 있었던 게 한 번이라도 확인됐는가.
사단장 : 그건..
창준 : 소장님 말씀에 따라 스물한 살 청년의 운명이 바뀝니다. 서검사는 존속살해까지 들먹이고 있는 상황이라서요.
사단장 : 존속살해요? 듣자듣자 하니까 정말 너무하시잖아요 이거!
69. 동/조사실 - 낮
경완 : 이건 아니잖아요! 옛날도 아니고 지금인데, 지금 시대에 협박해서 잡아넣고 그럴 순 없잖아요!
동재 : 너 바보냐? 사진은 왜 지웠어? 지우면 모를 줄 알았어?
경완 : ! 그건 그냥
동재 : 그냥이 어딨어! 입만 열면 그짓말이야!
70. 동/회의실 - 낮
창준 : 부하 사랑입니까? 본인을 위한 변명입니까?
사단장 : 내가 왜 변명을 합니까? 어차피 다 인정한 마당에!
창준 : 인정한 마당에 블랙박스는 왜 통째로 버리셨나요?
사단장 : !.. ...
71. 동/조사실 – 낮
동재 : (경완 귀 가까이 대고 속삭이듯) 앞으로 네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지? 김가영이 룸살롱에 데려간 게 니 애비야.
경완 : (정신 혼미한)
동재 : 넌 걔한테 빠져서 완전 똥오줌 못 가리다 애비가 니 첫사랑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알게 됐어.
원한이 이만저만 아니었지? 니들이 죽든가 내가 미치든가, 응? 넌 전자를 택했어. 둘 다 해치워버렸어.
경완 : 아냐!
동재 : 부자간 치정싸움! 여자앤 미성년자, 희대의 막장에다! 범행동기, 수법, 뭐 하나 빠지는 게 없어.
(은밀하게) 지금 시대가 뭐? 시대 너무 믿지 마. 방법은 많아.
경완 : !
동재 : 할머니 생각도 해야지.
경완 : (지금까지 중에 가장 경악하는) ..할머니 왜..
동재 : ... ..
경완 : (동재 치떠보는 눈에 공포가 밀려온다)
사단장E : 조작은 나만 했습니까? 여기도 전문가 있습디다!
72. 동/회의실 – 낮
사단장 : 내가 잘한 건 아니지만 나도 당했다 이 말이에요!
창준 : 서검사가 협박했습니까?
사단장 : 협박이 아니라! (분해서 말을 못 잇는..)
73. 인근 CAFE – 밤 (어젯밤. 회상)
사단장, 들어와 둘러보면, 기다리던 동재 일어선다.
동재 : 장명한 소장님? 전화 드린 서동재 검삽니다.
사단장 : (이미 불쾌한) 뭡니까?
cut to. 마주 앉은 두 사람. 테이블 가운데 올려진 핸드폰.
(사단장 목소리를 녹음해 브리핑에서 쓴 것이 아닌, 걸그룹 노래 벨소리 핸드폰이다)
핸드폰에서 흘러나오는 말소리를 듣는 사단장. 그런 사단장을 보는 동재.
캐디F : ..일행 중에 젊은 사람을 박이병이라고 부르는 걸 들은 거 같아요.
동재 : (끄고 다음 녹음 파일 켜며) 라운딩이 끝날 무렵 일행 중 한 분이 송일회관으로 오라고 누군가와 전화했다는
캐디들 증언도 있습니다. 이건 그 송일회관에서 녹취한 증언이구요.
사단장 : (당황과 분노로 얼굴 근육이 씰룩인다)
복집주인F : 젊은 사람은 밥만 먹고 나갔고, 높으신 분들은 우리가 한 시까지 영업이라 그때까지 술들 자셨는데요?
동재 : (끄는) 어떠세요?
사단장 : 어떻긴 뭐가!
동재 : 이틀 전 낮 4시부터 그 다음날 약 새벽 2시까지 박경완 이병은 부대에 없었죠.
그런데도 수사본부에서 박이병 근무기록을 요청했을땐 사건 당일 영내를 떠난 적 없단 답변이 돌아왔어요. 뭘까요?
사단장 : (답 못하는)
동재 : 계획적이고도 조직적인 기망행윕니다. 개인의 복무 규칙 위반과 기강 해이를 은폐하고자 복무일지 날조를 명하셨고,
결과적으론 피해자가 속출한 살인사건 수사를 방해하신 게 됐어요?
사단장 : 수사를 방해하다니, 지금 박이병이 범인이란 거요?
동재 : 소장님께서 그 빌미를 제공하시고 덮으셨죠.
사단장 : 말이 되는 소릴 해!
동재 : 저라고 문제를 키우고 싶겠습니까? 안타까워서 그러죠. 처음부터 저한테 귀띔해주셨으면 제가 덮어드릴 수 있었잖아요?
어차피 범행 자체는 근무 시간도 아니었는데?
사단장 : ... 그럼, 지금이라도 골프장 얘긴 빼고
동재 : 늦었습니다. 부대에서 수사본부로 보낸 답신이 문서로 남아있는데요.
사단장 : (미치겠네..)
동재 : 이렇게 하죠, 저한테만 말씀해주세요. 제가 출천 안 밝히고 박경완이 동선을 증명하는 데만 내부적으로 쓸게요.
사단장 : (믿지 않는)
동재 : 정말로 살인범이면 소장님 최소 공범이세요. 절 믿어주시고, 네? (테이블에 핸드폰 전원을 보는 앞에서 꺼버린다)
제가 그냥 제 귀로만 듣고 사실만 기억할게요, (양손을 테이블 아래 거두며) 누가 말했는진 싹 빼고, 에?
이틀 전에 외출 데리고 나가셨죠, 박경완이?
사단장 : ... .. 미리 약속 돼 있던 거라, 3시쯤 골프장에, 하던 대로 박경완 이병이 운전하고, 골프병이니까..
나만 간 것도 아니고, 나도 약속이 돼 있어서 할 수 없이 간 거지, 그게.
동재 : (고개 끄덕이며 잠깐 테이블 아래 보지만 곧 시선 드는)
사단장 : 9시 좀 넘어 옮긴 거 맞고 식사 자리에서 박이병은 솔직히.. 못 봤어.
74. 동/회의실 – 낮(현재)
사단장 : 처음부터 핸드폰을 따로 또 숨긴 겁니다. 작정하고 날 속였어요. 내가 잘했다는 게 아니라
검사장께서도 조심하는 게 좋을 거요. 언제 등에다 칼 꽂을지 모를 사람이야. 하날 보면 열을 알거든.
창준 : ... 일어나시죠. (일어서는) 장관님께서 걱정을 많이 하시더군요. 군 장성의 무단이탈은 어차피 국방부 소관이구요.
사단장 : .. 이만하면 망신 주긴 끝나신 건가? (일어나는)
창준 : 뒷문으로 가시죠, 대기시켜 놨습니다.
75. 동/회의실 밖 복도 – 낮
창준과 사단장 나오면, 대기하던 창준의 비서, 사단장에게 목례하고 안내한다.
창준, 고개만 까닥 목례하고 돌아서려는데,
사단장 : 내 일신의 안위를 위해서가 아니라,
창준 : (보는)
사단장 : 나는 일생 수천수만의 젊은이를 봤습니다. 박이병은 전형적인 요즘 애지만 절대 그런 짓을 할 인물이 아녜요.
지난 몇 달 동안 가장 가까이서 본 사람의 말입니다.
말 마친 사단장, 간다. 잠시 지켜보다 자리 뜨는 창준.
76. 사단장 관사/대문 앞 - 저녁
여진 : (대문 인터폰에 가까이 서서) 사모님! 계속 입 다무시면 더 불리해지세요, 골프 파동 전날 어디 계셨어요?
사단장님 함구하시는 거 사모님하고 관련 있어서죠? 네?
소리E : .... (딸깍, 인터폰 끊는 소리)
여진 : (또 누르는데 아예 안 받자, 차에서 경찰 마이크 빼서 외친다) 전날 밤에 누구랑 계셨습니까 사모님!..
저 밤새 합니다아!.. 사모님! .......
대문, 지잉 열린다.
77. 서부지검/시목의 검사실 – 밤
시목 : (유선 전화로 통화하며 핸드폰으론 문자 보내고 있다) 어떻게 했어요? 내 전환 받지도 않고 얼굴도 안 보여주던데.
여진F : 서검사 보고 놀란 가슴 딴 검사만 봐도 경기나나 보죠.
78. 사단장 관사 앞 길/여진의 차 안 - 밤
여진 : (전화) 김가영이 납치된 밤에 경완이랑 사단장 사모랑 연습장 갔대요,
9시 넘어 끝났다니까 그 시간에 갈월동 넘어갈 순 없죠. (사이) 이 와중에 와이프까지 사병 끌고 다닌 거 들통 나면
진짜 욕 바가지로 먹고 강제예편 당할까봐 부부가 입 다물기로 했나 봐요.
79. 서부지검/시목의 검사실 – 밤
여진F : 경완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시목 : 박경완, 어제 낮에 용산서에서 참고인 조사 끝난 시간이 언제였죠?
여진F : 어제.. 한 시쯤? 왜요?
시목 : 부탁 한 가지만 더요. (노크소리에) 잠시 만요. (전화 끊는)
은수 : (들어온다. 목례)
80. 차 안 – 밤
여진 : 뭐야? 부탁한다면서. 들어주나 봐라!
81. 서부지검/시목의 검사실 – 밤
은수 : (오늘따라 어색. 코끝을 만졌다가 모은 손을 조물댔다가) 문자 왜..
시목 : 조금 있다가 (은수가 어색해하는 행동 자체를 쳐다보는) 왜 그래?
은수 : 네? 뭐가요? (시선 마주치는데 왠지 똑바로 못 보겠다, 눈 내리깐다)
시목 : 뭐 또 잘못했니?
은수 : 또요? (살짝 원망스런. 고개 쳐든다) 왜 오라고 하셨어요?
82. 동/검사장실 - 밤
창준 : 국방부장관이 직접 전화했어, 사단장. 너도 일단 사단장은 놔.
동재 : 하지만 박경완이 범인인 걸 증명하려면 사단장을 언급 안 할 수가 없는데요?
창준 : 박무성 때는?
동재 : 예?
창준 : 연쇄로 묶을 심산이잖아. 박무성 때도 영내이탈 한 건가, 박경완이?
동재 : 심산이 아니라 밝혀낼 겁니다. 믿어주십쇼.
창준 : (쳐다보며, 마음의 소리) 구멍이 너무 많아. 무리수야.
동재 : (창준이 빤히 쳐다보자 자꾸 설명을 붙이는) 제가 말씀드렸던가요?
여자애가 납치된 날도 사단장이 자꾸 이랬다저랬다 횡설수설해요.
창준 : (마음의 소리) 범인 만들려면 만들 순 있어. 하지만 왜,
동재 : 그날까지 오리무중이면 이건 뭐 더 볼 것도 없죠.
창준 : (마음의 소리) 왜 해결이 아닌 종결을 택했을까, 왜 이토록 안달일까?
동재 : (계속 쳐다보는 것 느끼고 입 다무는) ...
창준 : 알았어. (시선 책상에) 나가봐.
동재 : 예! (인사하고 나간다)
창준 : ...
83. 동/승강기 안 – 밤
어깨에 힘 잔뜩 들어간 동재, 6층에서부터 내려오는데 4층에서 선다.
문 열리면 아무 생각 없이 타려던 은수, 동재 보더니 흠칫 물러난다.
동재 : (잘됐다! 확 잡아당겨서 태우는, 닫힘 버튼 누르고) 또 황시목 뒤로 숨으려고? 차장님이 구해주길 기다리게?
은수 : 검사장님이에요.
동재 : 확 씨!.. 너 내가 용서해준 줄 알아? 둘이 뭔 작당을 하고
승강기 1층에 선다. 문 열리면 기다리던 사람들 타고,
동재가 사람들 의식해서 손을 놓자 은수가 빠르게 내려버린다. 따라 내리는 동재, 은수를 막는다.
동재 : 말로 할 때 따라와. (하는데)
지나가던 사람이 인사하자 동재도 같이 인사한다. 표정 관리하는데,
은수 : (듣는 사람 있든 말든) 저한테 말고 황검사한테 직접 물어보세요.
왜 방을 뒤졌는지, 뭣 땜에 냄새나는 물까지 쫓아 들어갔는지.
동재 : 물엘 들어가? 걔가? 무슨 물엘?!
은수 : (당황) 선배님, 알고 계셨던 거 아녜요?..
동재 : (생각하는.. .. 그러다 스르르... 간다)
생각에 잠겨 가는 동재 뒤로, 당황함은 지워진 은수, 핸드폰 꺼내 문자 보낸다.
84. 서부지검 주차장/동재의 차안 - 밤
동재 : (통화 중) 어제 낮에 잠깐 켜졌단 김가영 핸드폰, 그게 몇 시였죠?
김경사F : 한시 반이요.
동재 : 박경완이 용산서에서 참고인 조사 끝난 시간은요?
85. 용산서/지하 복도 - 밤
김경사 : (어두운 복도에 나와서 전화 받는) 그게 어제.. 엇! (뒤로 굳게 닫힌 철제문을 반사적으로 쳐다본다) 한 시쯤 끝났는데
조사받고 나가자마자 핸드폰을 킨 건가요? 근데 저놈 짐 저희가 다 가져왔는데 김가영이 핸드폰은 없었는데요?
86. 동/동재의 차안 – 밤
동재 : 쉽게 보이는데 뒀겠어요? 다른 데 숨겼겠죠, 자기 집이라든가.
김경사F : 후암동이요?!
동재 : 현장 검증도 끝났겠다,
김경사F : 다시 뒤질 일도 없고요!
동재 : 지금 당장 가보죠, 나도 지금 그리 갈 테니까.
김경사F : 지금요? 근데 지금.. 예, 지금 가요!
동재 : (끊는다. 조용히 번지는 미소. 매우 만족스런!...)
87. 용산서/지하 복도 – 밤
핸드폰 끊는 김경사, 철제문 열고 들어간다.
열린 문 사이로 바닥에 엎드린 경완 보인다. 풀어진 셔츠 단추, 공포에 질린 눈.
경완을 내려다 보고 있는 팀장.
문 닫힌다. 철컥, 안에서 문 잠기는 소리 나더니, 1초, 2초... 희미한 비명소리 새어나온다.
88. 무성의 집/골목 – 밤
2중 3중으로 폴리스라인이 쳐진 대문. 바로 앞에 대놓은 경찰차 안에서 경찰 한 명이 졸고 있다.
동재가 온다. 조는 순경을 쓱 보더니 집으로 성큼 들어간다.
89. 동/작은방 - 밤
어두컴컴한 작은방. 동재가 들어와 잠시 둘러보다 침대로 간다.
침대 옆에 앉아 품에서 꺼내는 것, 손수건에 싼 흰색 핸드폰과 형광색 케이스다.
동재, 액정이 완전히 부서진 흰색 핸드폰을 손수건으로 세심히 닦고, 케이스도 잘 닦은 다음
지문이 안 묻게 손수건으로 감싸 케이스에 끼운다.
침대 매트리스를 들춰 핸드폰을 넣으려는데, 끼이익, 열리는 붙박이장.
놀라 동작 멈추는 동재, 천천히 돌아보면, 붙박이장 안에 우뚝 서서 내려다보는 사람의 형상.
동재가 소릴 지를 틈도 없이 방문 열리고 불 켜지고, 동시에 옷장에서 튀어나온 여진이 정신없는 동재 손에서 핸드폰 빼앗는다.
놀라 주저앉은 동재, 문가엔 시목.
여진 : 서동재씨,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
시목 : (다가가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고
동재 : 아냐,
시목 : 도망할 우려가 있으므로 긴급체포합니다.
여진 :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수갑 채우는데)
동재 : 아냐! 내가 아냐! 차장이야! 차장이 죽였어!
90. 서부지검/검사장실 – 밤
창준, 컴퓨터에 usb를 꼽는다.
빼곡히 뜨는 폴더를 모두 삭제하는 창준, 그 얼굴에 모니터 빛이 반사된다.
91. 무성의 집/작은 방 – 밤
동재 : 전부 다 차장 짓이야, 난 알아!..
하얗게 질린 동재와, 그를 앞에 둔 시목과 여진. 그리고, 창준, 모니터 끈다.
어둠에 잠기는 얼굴. 네 사람에서 엔딩.
<7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