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게!
자넨 이 시골에 왜 들어왔는가?
도시에서 살다 오면 고생이 말이 아닐터인데...
칠십을 넘긴 노인의 걱정스러운 말 물음에 아이를 위해서라는 변명으로 겨우 답을 해두고 집수리에 몰두를 했다.
7월의 장마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지붕을 모두 해체해 놓고 다시 만들려고 하니 일거리가 말이 아니다.
처음 내려온날이 4월23일,
강원도의 날씨는 매섭기도 했다.
사용하지 않던 보일러는 고장이 나 있고, 자가수도는 누군가 빼가 물도 나오지 않고,,,
할수없이 첫날은 면소재지 모텔에서 잠을 자고 몇가지 필요한 장구를 사가지고 들어가 일단은 보일러를 돌리고 모타를 달아 물을 퍼 올리고...
그러고 나니 잠잘때 덮을 이불이 또 없다.
제천 시장으로 나가 이불을 사 가지고 들어와 저녁밥을 해먹고 누우니 사용하지 않던 방이라 냉기가 말이 아니다.
조건이야 어떻든 살아야 한다는 절박감은 추위도 아랑곳하지않고 눈을 감았다.
얼마가 지났을까?
분명 잠가놓았던 방문이 덜컹하고 열리며 찬바람이 밀어닥쳤다.
tv에서본 전설의 고향이 현실이 된다.
정신을 차린 상태에서 들리는 소리는 분명 귀곡성이다.
바람과 함께 들리는 함석의 부딪는 소리, 어데서 들리는지 모르는 앵~ 앵~ 하며 우는 소리, 집이 무너지는듯 삐끄덕하는 소리에 고양이 소리까지 가세를 한다.
모골이 송연해진다.
삶이라는자체를 무의미하게 생각한지 오래이지만 무언가 출몰할것 같은 생각에 긴장을 하고 다시 문을 닫고 잠을 청하는데 잠이 올리가 없다.
귀가 예민하게 작용을 한다.
귀곡성은 들리다 말다하고 함석의 덜컹거림도 바람과 관련이 있다.
다만 나무가 뒤틀리는 소리는 도시 종잡을수가 없다.
섬뜩한 고양이 울음은 뒤 방문을 오며가며 소리를 내는데 막을 방법이 없고...
옛집이 말집 두채가 있다.
길게 나란한 두채인데 방문이 네개다.
가운데로 통하는 바람이 강하다.
하여 바람때문에 문이 열리고 닫히고를 혼자 하는걸 다음날에서야 알았다.
귀곡성은 집위를 지나는 전선이 바람과 연주를 했던 것이고...
함석소리는 담장을 함석으로 막아 놓았는데 낡아 못이 삭아 바람만 불면 부채질을 햇던 것이다.
식당생활 20여년에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아이를 치료한다고 했더니 이젠 氣가 딸렸다.
하여 地氣의 도움을 받아 보고자 파주 문산 철원 화천 홍천 횡성을 거쳐 도착한 곳이 주천이다.
용인 지역에서 비슷한 곳을 발견은 하였으나 물이 없었다.
땅값을 깍아 주겟다고 하는걸 마다하고 구입을 하고 났지만 주변을 제대로 둘러볼 시간이 없었는데 하룻밤을 뜬눈으로 보내다 시피 하였으니 호기심이 발동하지 않을수 없었다.
약값은 깍는게 아니다.
비싸다 싶지 않았던 땅값이였는데 거기에 더 깍는다면 파는이의 원망이 들어가기에 약값으로 원망을 살 필요는 없다 생각했던 거다.
예상대로 강한 음기가 발동하는 곳이다.
陰氣를 누그러 뜨리지 않으면 나 자신이 살아있을 자신이 없을것 같아 새로 모양을 만들기로 하였다.
형상은 형상으로 막아라!
작은 돈을 들고 내려와 살겠다고 했지만 액은 막아야겠기에 투자를 하기로 했다.
지붕을 걷어내고 가운데를 탑을 올리듯 가벼운 목조로 원두막을 만들었다.
1년여에걸친 공사다.
혼자 망치와 못을 들고 지은 원두막 건물, 우물과 대치된 위치에서 남성을 상징한 물건이 되었다.
나 자신도 다시 그 일을 하라고 한다면 두렵다.
오로지 한가지 생각으로 일을 하다보니 딴 생각이 나지 않았다.
마을의 중심이면서 아무도 관심을 가져 주는이도 없었고 대화를 할 상대도 없는 그런 상황이였다.
마을에는 혼자된 아주머니들이 많다.
뒷집에 나란히 세집이 그렇고, 마을 전체에는 열네분인가 된다.
37호가 사는 마을에 이정도면 적은 상황이 아니다.
집이 마무리 되어갈 무렵 말을 걸어온 사람들이 있었다.
세 사람 다 이제는 고인이 된 사람들이다.
목수일을 하던분, 농사일로 생을 마감한분...
그중 한 분의 일이다.
일터로 갈때는 늘 집옆을 통과하시고 옆터를 관리 하던 그분은 잔뼈를 농사일로 굵었다.
내가 산 집에서도 한때 살앗다고 하면서 얘기를 가끔 해 주셨다.
집터가 부자터 라는 얘기로부터 자신이 살고 나간후 젊은사람이 살았는데 제천의 다방 여인과 눈이 맞아 도망 나갔다가 죽엇다는 얘기하며...
자기가 죽고 나면 집옆터는 나에게 농사를 지으라면서 배려까지 해주던 그양반의 과거는 오로지 일이다.
장날이면 장에 나가 즐기는 커피한 봉하고 생선, 그리고 농사용 재료들을 사가지고 한잔 거나하게 취해 들어오는게 유일한 낙이였다.
그날도 전과 같이 아침 버스를 타고 장에 나가셨다.
장을 보고 버스를 타고 들어와 짐보따리를 마을 회관에 두고 집에 들어가 누워 잠을 청했다.
아주머니가 짐을 찾으니 마을 회관에 있다하고 누워 있기만 했다.
장에서 점심을 안 드시고 약주만 했던건지 거기에 마을 회관에 도착 했을때 다른분들이 술판이 벌어져 잇어 한잔더 거들었다는 얘기도 있다.
여하튼 술기운이 돌아 일어나기가 싫어서 누워 잇는데 아주머니가 닦고 자라고 하니 손을 내 저으며 " 잠좀 자게 내 버려둬!"
이 세상의 마지막 말이다.
고단햇던 지난일도 다 지났다.
한 세상을 살아오면서 가장 소중한 소원이 잠이였다.
그는 소원을 이루었다.
첫댓글 편안한 안식을 맞이 하신 분이군요,, 물꼬님의 원두막은 지기를 다스리기위한 비보이군요.. 꼭 한번 가봐야겠어요.. 지기를 느껴 보고 싶어....
양의기가 지나쳐 생긴 병이라면 좋은 명당이지요.
어떻게 보면 참 편히 가셨다는 생각이 드네요. 고통 없이 죽는 걸 복이라고들 하는데.... 이야기가 아주 재미 있습니다.
생의 마지막 소원들 아닐까요? 이걸 보고 원인분석을 해보니 보통 사람들도 충분히 가능한 일인것 같더라구요. 해서 고물상에 쌓여있는 고물중에서 뜻이 있는 사람들을 모으고 있는중이랍니다.
잠 좀 자게 내버려 둬 정말 그렇게 되었네요. 신선이 잠을 자는데 ^^
산속에서 세속과 큰 인연없이 살았으니 신선이라고 해도 될겁니다.
마지막이 참 마음에 드는군요. 결과는 비극적이라 할 수 있으나 개인에게는 굉장히 행복한 결말로 마무리 지으셨군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픽션이 아니라 사실입니다.
이런... 소설적 요소가 강해서 착각했습니다ㅠ...탐나는 결말이었다는 것은 저 또한 사실이랍니다 호호홋~
드라마에는 삼각관계가 정상이 되 버리고 농촌에는 현실이 소설화 되어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