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을 떼다.
젖을 떼다,
송아지 운다
젖 떼고 나흘째를 끈질기게 운다
어미라도 모른 척 하면 일찌감치 그쳤으련만
어미는 어미대로 터질 듯 불은 젖 감당을 못하고
새끼 쪽을 가늠하며 밤 깊도록 허파를 토하고 있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 말똥말똥한 침상에 둘러서서
혼령처럼 자진강강술래를 도는 저 느닷없는 젖들
문득, 그 젖 가운데 하나 하릴없이 불쑥 삐져나와
오래 덮여있던 어느 유년의 앞섶을 풀어헤친다
날 낳고 고깃국 맛보시더니 아들 하나 더 보겠다며
이태가 멀다하고 만든 자식이 나오는 족족 딸이었다
급기야 용하다는 데서 이름까지 사내로 지어준 것이
내처 휑한 사타구니라 종갓집 맏며느리 기가 찰 노릇
일남사녀 막내딸 젖 물리기가 도둑질보다 낭패스러웠다
할머니는 한술 더 떠 핏덩이 손녀 돌 지나기 무섭게
빨간약에 소태가루를 어머니 앞에 툭, 던져놓았고
오늘내일하던 외할머니 숨넘어갈 듯 찾는다기에
어머니 날 앞세우고 갓 젖 뗀 막내딸 대충 들쳐 업고
십리 길 종종걸음 놓았다 할머니 눈치에 늦어진 터라
조바심은 백 리, 눈물은 천 리, 저승보다 먼 길이었다
길 끝에 드러누운 외할머니는 또 무슨 화냥년 본 듯
맏딸 앉혀놓고 험한 눈 부라리며 있는 욕, 없는 타박,
들어본 적 없는 모진 쌍소리 밤늦도록 뱉고 뱉았다
솔가지 타닥대던 모깃불 스러질 때쯤 쌍욕도 멎고
외할머니는 그렇게 세상에 내민 젖을 거두어들였다
외종숙 초혼소리 삼간모옥 지붕을 흔드는 동안
가만히 방을 나서 부엌 구석에 쭈그려 앉던 어머니
바짝 말린 새 수세미에 찬물 적셔 불은 젖을 씻었다
살갗 벗겨져라 소태 섞인 빨간약 닦고 또 닦아내었다
곡소리에 놀란 누이 때마침 칭얼거리기 시작하였고
송아지 울고 어미 소 자지러지고
젖 떼어놓은 사람 밤새도록 뒤척거리고
옮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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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넘 심했어여 ..글고 어머님들 시대 고생 넘 많이 하시어서 마음 아파요
지금 시집실이 한다면 하루도 안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