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귀한 영혼들이시여, 그대들의 영혼, 정토의 세상 연꽃으로 피어 이 땅의 어둠을 밝히리니 부디 극락왕생 하옵소서."
불교단체연석회의, 화계사, 정토회 등 불교계에서 용산참사 200일을 하루 앞둔 8월 6일 오후 3시에 서울 한남동 순천향대학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용산참사 영가를 위한 천도위령법회'를 열었다.
조계종 전 교육위원장 청화 스님,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수경 스님, 실천승가회 대표 법안 스님, 박광서 참여불교재가연대 공동대표, 그리고 유가족 등 100여 명의 시민, 신도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천도위령법회에서,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수수방관하고 있는 정부와 검찰의 수사 기록 미공개 등을 규탄하며 마음을 모와줄 것을 요청했다.
청화 스님은 추도시를 낭독하면서 "용산참사는 누군가 이 땅에서 영원히 농성을 추방키 위해 획책한 생매장이었다"고 하면서 "진실로 그것이 아닌 날벼락 같은 사고였다면 어찌해 7개월이 넘도록 장례식장에 방치할 수 있겠는가" 물었다. 이어 "우리로 하여금 피 흘리게 하는 이런 독재와 핍박들이 어찌 고통으로만 끝나겠는가" 하며 "오히려 그것들은 우리를 더욱 눈 뜨게 하여 장벽을 뚫고 좋은 세상으로 건너가게 하는 무지개 다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스님은 "금생에 철거민이 되었던 恨, 또 산 몸으로 화장을 당한 恨을 다 눈처럼 녹이는 삶을 사소서"라고 추도하면서 희생자들을 위해 "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오늘 쇠로 지은 철불은 쇳소리로 우시고, 나무로 깍은 목불은 굵은 눈물 흘리십니다. 이 가운데 불에도 타지 않고 물에도 젖지 않는 옷이 있으니 모든 옷 다 벗으시고 이 옷을 입으소서. 그러면 한 바탕 꿈 개인 창 밖에 다섯 송이 붉은 연꽃을 볼 것입니다."라고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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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 스님 | 이날 법회에 앞서 화계사에서 온 벽안의 스님 등 두 분이 법고를 쳤으며, 청화 스님 등의 추도사가 이어졌고, 수경 스님은 '국민께 드리는 호소의 말씀'을 전했다.
수경 스님은 "만약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불길이 이들의 목숨을 삼키기 전 바로 그 순간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이슬을 맞고 자더라도 사는 날까지는 살아보자고 눈물로 애원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하면서 사건이 발생한 지 반년이 넘어가는데, 사회적 관심조차 희미해지고 있다며 "과연 우리 사회에 정치 있는지, 종교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탄식했다.
스님은 "단 한번만이라도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는 측은지심 정도는 내 주십사" 시민들에게 청하며 "진리, 정의, 사랑, 자비 따위에 대해서는 모른 척 하시더라도 대화조차 거부하는 서울시와 정부의 태도에 대해서, '저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지'하고 통탄이라도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참으로 눈물 나는 세상입니다. 사람의 죽음조차도 정치적 입장과 권력자의 뜻에 따라 요동치는 현실이 슬프고 이를 뛰어넘지 못하는 종교의 한계 또한 슬프다"고 말하며 "어떤 경우는 철저히 정치적인 것이 가장 종교적일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는 것이 현실에 발 딛고 선 종교의 숙명적 슬픔"이라며 "사랑 또는 자비의 가르침에 어긋남이 없도록 하자"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천도재가 진행되는 동안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고 양회성씨의 부인 김영덕씨는 "1월 20일 참사를 당했다. 오늘(6일)이 199일, 내일이면 200일이다.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다"며 답답함을 드러냈다. 이어 "어제 쌍용차에 특공대가 물대포를 쏘며 들이닥치는 것을 보면서 용산참사와 너무 똑같다는 생각을 했다"며 "이 나라 이 정부 대통령은 무엇을 생각하고 정부를 이끄는 건지...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용산 참사 200일을 맞는 8월 7일 저녁 7시에 용산참사 현장에서 시국미사를 봉헌하고, 이어 8시에는 용산참사범대위 주최로 '용산참사 200일 범국민 추모제'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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