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장 30항. 다리를 놓는 일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조레지나]

제39장 30항. 다리를 놓는 일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레지오 사도직은 세상의 악과 싸우는 일에 있어서 뚜렷한 목표를 두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활동은 우선적으로 레지오의 기본 조직은 쁘레시디움 안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레지오 쁘레시디움 안에서조차 일치를 이루지 못하면서 세상의 대립 위에 다리를 놓겠다고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세상에서 서로 멀리하던 사람들의 관계를 이어주는 것, 그리고 그 관계를 모아서 쁘레시디움의 동료 단원으로 연결시킬 수 있었다면 참으로 위대한 일을 한 것입니다. 화해와 일치에서 점점 멀어져 버려, 무관심과 이기적인 판단만이 남겨져 있는 관계가 얼마나 많습니까? 심지어 우리 각자의 쁘레시디움 안에서도 그러한 분열과 불신의 감정이 나를 통해서 시작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봐야 하겠습니다. 사랑의 마음으로 다가서지 못함은 결국 서로에게 불편함을 느끼게 되고, 사랑의 연결 고리를 상실하게 됩니다. 그렇게 끊어진 사랑의 다리를 놓은 일을 우리를 목표로 삼고 성모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화해와 일치를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하느님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성모님의 인내와 배려가 필요합니다. 어느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이야기는 화해와 용서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어느 할아버지 할머니가 부부싸움을 했습니다. 싸움을 한 다음 할머니가 말을 안했습니다. 때가 되면 밥상을 차려서는 할아버지 앞에 내려 놓으시고 한쪽에 앉아 말없이 바느질을 합니다. 그러다가 할아버지가 식사를 마칠때 쯤이면 또 말없이 숭늉을 떠다 놓기만 합니다. 

  할아버지는 밥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할머니가 한마디도 안하니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할머니의 말문을 열어야 겠는데 자존심 때문에 먼저 말을 꺼낼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어떻게 해야 말을 하게 할까 할아버지는 한참동안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빨리 할머니의 침묵을 깨고 예전처럼 다정하게 지내고 싶을 뿐입니다. 잠시 뒤 할머니가 다 마른빨래를 걷어서 방안으로 가져와 빨래를 개켜서 옷장 안에 차곡차곡 넣었습니다. 말없이 할머니를 바라보던 할아버지는 옷장을 열고 무언가 열심히 찾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저기 뒤지고 부산을 떱니다. 처음에 할머니는 못 본척 했습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점점 더 옷장 속에 있던 옷들을 하나 둘씩 꺼내놓기 시작했습니다. 할머니가 가만히 바라보니 걱정입니다. 저렇게 해놓으면 나중에 치우는 것은 할머니 몫이니까요.

  부아가 난 할머니가 볼멘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뭘 찾으시우?"

  그러자 할아버지가 빙그레 웃으며 대답하셨습니다.

  "이제야 임자 목소리를 찾았구먼"

  ‘이제야 임자 목소리를 찾았구먼’이라는 할아버지의 고백을 있게 한 것은 할머니의 ‘뭘 찾으시우’라는 말씀입니다. 얄팍한 자존심 싸움에서 져 주는 것, 그 마음을 통해 우리는 화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각박한 세상 안에서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운 마음 때문에 등을 돌리고, 상처를 주고 받아, 무관심으로 다가서는 우리들의 모습 속에서 레지오 사도직은 끊어진 사랑의 다리를 놓는 일을 목표로 삼고 이루어져야 하겠습니다.

  얼어버린 마음을 녹이는 성모님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 우리의 자존심을 내려 놓고 먼저 안아주고자 노력하는 한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의 다리를 놓는 화해와 일치가 이루어질 때, 그 사랑으로부터 거룩한 힘이 온 누리에 퍼져 나가, 세상의 어둠을 없애 놓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 김동우(바오로)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