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북극 항로<중에서>
김용필
그곳에 가면 그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조종 키를 잡았다. 북극을 항해한다는 것은 꿈 같은 아야기다. 수많은 탐험가들이 목숨을 걸고 미지의 빙국을 탐험하다가 실패한 그 항로를 찾아가는 것이다. 열화 같은 환영과 축하를 받으며 북극 항로 개척선이 출발 준비를 완료했다. 기적이 울리면서 탐사선은 3만 톤의 철광을 싣고 뉴아로온 쇄방선을 앞세우고 Y항을 더났다. 러시아 북극의 무르만스키까지 20여 일 간의 항로가 예정이었다.
이번 항해는 나에겐 두 가지 목적이 있었다. 북극 항로 개척이란 대명제와 행방불명된 약혼자를 찾는 일이었다.
마침내 우렁찬 기적을 울리며 탐사선은 출발하였다. 뉴아라온 쇄방선과 돌고래 화물선이 한 조가 되어 떠나는 항로였다. 난 항해사로 쇄방선에 앉아 갈라지는 물결의 힘찬 요동을 만끽하며 조정 키를 잡고 있었다. 동해를 빠져나온 배는 훗가이도를 지나 섬들이 징검다리처럼 수놓인 캄차카반도를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다. 베링해는 아시아와 아메리카를 갈라 놓은 해역인데 북극의 해류가 거칠게 북태평양으로 흘러드는 좁은 길목이다. 러시아의 데주뇨프와 아메리카의 프린스 오부웨일즈 사이의 85킬러미터에 불과한 해협을 지난다. 원래 이 해협은 고지도에서 보면 두 대륙이 연결되어 있었는데 북해의 차고 세찬 해류가 알레스카 쪽 사토를 부수어 밀면서 바다가 뚫린 것이다. 그 사이로 세찬 해류가 내려와서 베링해를 만들었다.
고대 한민족인 흉노는 이 해협을 통하여 아메리카로 내려가서 인카 문명과 마야 문명을 일으켰다. 금나라 때 많은 아시아인들이 아메리카로 건너갔다. 북극의 한류가 베링해를 뚫고 내려 북태평양으로 세차게 흐르고 있었다 그녀는 항로를 따라가는 배의 흐름을 지켜보고 있었다. 한 줄기 물새 떼가 날고 있었다. 남쪽으로 가는 철새였다. 조종 키를 고정해 놓고 불새를 바라보았다. 해류가 완만해서 조정 키를 놓아도 흔들림이 없었다.
김용필 소설가
1987년 열린 문학 등단
제1회 한국 바다 문학상. 여수 해양문학상. 등대 해양문학상. 월드컵 문학상.
공무원 대한민국 공무원 문학상. 공무원 연금문학상. 스토리 공모 소설상.
제1회 직지 소설문학상. 2018년 마포문학상 수상. 2019년 제9회 한국소설작가상 수상.
소설집 : 『창살무』『달빛 소나타』장편 : 『잃어버린 백제』『연암, 박지원』
『전쟁과 여인』『학살의 대지』대하장편소설 : 『연해주 1,2,3,4,5』권이 있음.
칼럼 : 130여 편(인터넷뉴스) 에세이집『화엄경』등 다수.
현 마포문협 회장
월간 문학
2019.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