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남부 늪지대에서 벌어지는 숨 막히는 추격극…
‘법과학 스릴러’의 대가 제프리 디버가 선보이는 3번째 작품
국내의 수많은 팬들이 기다려온 제프리 디버의 3번째 소설《곤충 소년》(원제: The Empty Chair)이 출간됐다. 영화 <본 컬렉터>의 원작자이자 세계 최고의 서스펜스 스릴러 작가인 제프리 디버의《곤충 소년》은 ‘사지마비 법과학자’ 링컨 라임과 그의 파트너 경찰 아멜리아 색스의 활약을 그려낸 ‘링컨 라임 시리즈’의 3번째 작품이다.
전작《본 컬렉터》와《코핀 댄서-암살자의 문신》가 뉴욕을 배경으로 한 화려한 속도감 넘치는 화려한 스릴러였다면, 이번 작품은 다르다. 미국 남부 늪지대를 배경으로 한 외딴 마을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과 납치극, 그리고 추격전이 펼쳐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인물들이 플롯에 끼어들면서 수사의 방향을 때론 교란시키며 독자들의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흥밋거리는 ‘곤충 소년 insect boy'이라 불리는 개릿 핸런이다. 곤충의 습성을 완벽하게 숙지하고 있는 이 십대소년은 아멜리아 색스를 속이고, 천재 법과학자 링컨 라임을 따돌릴 정도로 영리하다. 소설의 원제인《빈 의자 The Emptuy Chair》대신 《곤충 소년》을 택한 것은 그 캐릭터의 강렬함에 힘입은 바 크다고 하겠다. 원제는 심리학 용어에서 따온 것으로, 환자가 자신 앞의 빈 의자에 대화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고, 마음속에 숨겨둔 하고 싶은 말들을 마음껏 토해내 심리적인 안정을 얻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잘 하면 상태가 약간 호전되고, 잘못되면 영영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수술에 몸을 맡기기 위해 본거지인 뉴욕을 떠나 미국 남부 노스캐롤라이나 파케노크카운티까지 온 링컨 라임. 그 앞에 지역 보안관 짐 벨이 찾아오면서 이 소설은 시작된다. 한 건의 살인 사건과 유괴사건을 저지른 채 도주 중인 개릿 햇런의 체포를 도와달라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사건을 맡기로 한 링컨 라임. 처음에는 간단히 해결될 줄로만 알았다. 이번에 그가 상대해야할 적은 뉴욕을 공포에 떨게 한 뼈를 숭배하는 연쇄살인마(《본 컬렉터》)도 아니고 전설적인 솜씨를 자랑하는 암살자(《코핀 댄서-암살자의 문신》)도 아니었다. 그저 곤충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무장했기에 ‘곤충 소년 insect boy'라 불리 우는 십대 소년일 뿐이었으니까. 그러나 그건 완벽한 오판이었다.
말벌, 말똥구리, 소금쟁이…온갖 곤충의 생태지식과 남부의 지형지물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무장한 ‘곤충 소년’은 자신의 은닉처를 교묘하게 은폐한 채 수사를 교란시킨다. 게다가 이곳은 링컨이 모래 한 알, 진흙 한 알도 세세하게 알고 있는 뉴욕이 아니다. 뉴욕과는 천양지차인 음습한 늪지대와 강, 그리고 사막으로 이뤄진 미국 남부의 낯선 분위기는 링컨 라임의 수사가 진척되는 것을 막는 가장 큰 ‘적’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링컨은 특유의 미량증거물에 대한 법과학적 지식과 천재적 지능을 바탕으로 사건을 해결, ‘곤충 소년’을 생포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진짜 사건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몸이 불편한 링컨을 대신해 손과 발이 되어 현장 감식을 하던 아멜리아가 ‘살인을 저지른 건 갈색 옷을 입은 사나이이며, 자신은 그저 여자들이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숨긴 뿐’이라고 주장하는 개릿의 말을 믿고 구치소에서 그를 탈출시켜 같이 도주해버린 것이다. 어제의 동지는 적이 되었고, 링컨의 사고방식을 누구보다 잘 아는 아멜리아가 ‘곤충 소년’에 가세하면서,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쫓고 쫓기는 추격극이 시작된다.
과연 ‘곤충 소년’은 피해자인가? 아니면 범인인가? 몇 번이나 꼬였다 풀리고 다시 뒤틀린 채 이어지는 복잡한 플롯과 불꽃놀이 폭죽처럼 후반부에 연속해서 터지는 반전의 회오리바람은 ‘제프리 디버’의 추리를 따라가겠노라고 감히 마음먹은 독자들을 응징이라도 하듯 엄청난 후폭풍(?)을 안겨준다. 그리고 밝혀지는 마을의 어두운 진실….
한 줌의 흙으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법과학적 디테일,
입체적인 캐릭터, 예측 불가의 반전이 빚어내는 놀라운 결말
《곤충 소년》의 무대는 전작《본 컬렉터》《코핀 댄서-암살자의 문신》와 달리 뉴욕이 아니다. 험준한 산맥과 길고 어둑한 늪지대의 오지를 품고 있는 파케노크카운티는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인디언 신화와 유령의 땅이 맞붙어 있는 곳이다. 아멜리아 색스 눈에 비친 이곳은 더위와 끈끈하게 달라붙는 공기, 아이라고는 보이지 않은 무기력한 시내 중심가, 총을 소지한 채 경찰 일에 참견하는 동네 패거리들과 외지인들에게 유독 텃세를 부르는 사람들로 가득한 폐쇄적인 공간이다.
이곳에서 그와 링컨 라임은 ‘물을 벗어난 물고기’일 뿐이다.
자신의 홈그라운드를 떠나온 데다가, 또한 아멜리아마저 등을 돌린 가운데, 링컨은 이제까지 자신을 도와주던 든든한 데이터베이스나 첨단기계, 유능한 조수도 없이 평소 그토록 신뢰하지 않았던 ‘인간’의 증언과 정보에 기대어 추리를 해나간다. 전작과 차별화된 이런 지점이《곤충 소년》의 소설적 재미를 높여주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또한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곤충 소년》역시 본격 ‘법과학 스릴러’를 보여준다. 첨단 실험장비와 과학적 상식을 이용해 범인의 바짓단에 남은 흙 한줌, 액체 한 방울 같은 미량증거물을 바탕으로 범죄 현장이 어디인지, 이동 경로가 어디인지, 범인의 은닉처는 어떤 모습인지 재구성해내는 모습은 독자들에겐 지적 만족과 색다른 즐거움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제프리 디버는 드라마 때문에 대중들에게도 친숙해져 있는 과학 수사의 디테일을 이번 소설에도 적극 끌어들였다. 1차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것들, 2차 현장에게 발견된 것을 차트화해서 추리를 전개해나가는 건 물론, 아마추어인 지역 생물학자 벤 커에게 법과학에 대한 강의를 해나가며 수사를 진두지휘해나간다.
이런 법과학적 디테일 외에도 입체적인 주인공 캐릭터는 디버의 소설에 빼놓을 수 없는 재미를 안겨주는 요소다.
이 시리즈의 주인공은 사고로 인해 전신이 마비된 뉴욕의 전직 과학수사 국장인 링컨 라임과 그의 손발이 되어 현장을 감식하는 감식 요원 아멜리아 색스다. 링컨은 뉴욕포스트지가 지적한 대로 ‘범죄추리 소설 역사상 가장 탁월하면서도 나약한 주인공’이다. 기계에 의지하지 않고는 약지 손가락으로 책장 한 장 넘길 수 없으면서도, 링컨은 천재적 지능과 기억력, 그리고 흙, 폭발물 잔해, 나뭇잎, 분필가루 등 온갖 물적 증거에 대한 탁월한 법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난해한 사건을 해결해낸다. 링컨 라임이 오로지 피투성이 현장에서 폭력이라는 ‘사실’과 남겨진 ‘증거’만을 믿는 ‘실증주의자’라면, 아멜리아 색스는 범죄 현장에 남겨진 흔적에 피해자의 고통과 가해자의 분노에 먼저 가슴을 여는 ‘인본주의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상이한 두 사람이 2인 3각 경기를 하듯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것이 이 시리즈의 묘미다. 두 사람의 로맨스는 이 걸출한 스릴러 소설의 빛나는 양념이다.
무엇보다 디버 소설의 특징으로는 예측 불가의 ‘반전’을 빼놓을 수 없다. 이미 전작《코핀 댄서》에서 독자들을 보기 좋게 속여 넘겼듯이 디버는 이번에도 우리의 기대를 배반하지 않는다. 이를 두고 북리스트는 “…디버의 소설이 다른 작가들보다 뛰어난 점은 플롯을 비틀고 또 비틀어서 독자들로 하여금 미로에서 벗어나려고 열심히 책장을 넘기지 않을 수 없도록 하는 능력이다. 하지만 이는 헛된 노력이다. 반전의 대가인 디버를 앞서 나가려다가는 독자들이 먼저 돌아버릴 것이다. 그냥 즐기시라.”고 말할 정도다.
그 외에도 사람 좋아 보이는 보안관 짐 벨, 유독 ‘곤충 소년’에게 적대감을 보이는 부보안관 메이슨, 아멜리아의 배신에 누구보다 큰 분노를 터뜨리는 유일한 여자 보안관 루시, 아멜리아를 짝사랑만 하다 비명에 가는 젊은 보안관 제시, 마을 깡패 3인조와 부상당한 라임의 조수 톰을 대신해 조수 역할을 해내는 물고기 심리학자 벤 커, 그리고 전신마비 링컨을 보고도 눈 하나 깜짝 않는 ‘철의 사업가’ 헨리 대빗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해 소설을 한결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첫댓글 서점에서 이 책 살짝 봤는데 재밌을것 같던데 ㅎㅎㅎ 법의학자 이신가 봐요 이야기꾼님은 ㅎㅎㅎ
헛....'법'과도 거리가 멀고 '의학'과도 거리가 멉니다..ㅎㅎ...놈 '자'자는 맞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