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魂)의 정원 장릉

[김원식]

본 논설은 영월문협 동강문학회 2017년도 문집 『동강에 뜨는 별 제16집』을 위해 새롭게 작성된 기고문입니다.

각주는 글쓰기의 특성상 표기되지 않았기에 올려진 한글파일을 참조하시면 됩니다.

역사인식과 오류, 탈자, 왜곡 등 불편한 표현이거나 부족하고 모자라는 부분을 가르쳐주시면 바로잡겠습니다. 

영월 그아름다움으로-혼의 정원 장릉.hwp

2017.10.24.13:09. 열네 번째에 [정령송(精靈松)입니다.]를 추가하다.

영월 그 아름다움으로, 혼(魂)의 정원 장릉
                                                         김원식(시, 수필)

역대 조선국왕의 신위(神位)에 위패(位牌)를 봉안한 종묘(宗廟)를 ‘신의 정원’이라 하듯, 장릉은 ‘혼의 정원’이라 합니다.

능역(陵域)에 들어서면서 만남을 준비하면, 살아있는 사람이 자신도 모르게 혼이 되어 임금님을 만날 수 있다 했습니다.

옛날 옛날에 후대인을 위하여 배려(配慮)된 곳, 대한민국에서 딱 한곳뿐인 ‘영월장릉’에서는 그리될 수 있습니다. 

‘영월장릉’은 국가사적지 이자 세계문화유산 조선왕릉 40기 중에 포함되어 있는 제6대 단종대왕의 능입니다.

이 왕릉에 대하여 선대어른들의 기본적인 생각(觀念)은

사람이 살고 있는 ‘생(生)의 세상’과 ‘몰(歿)의 세상’을 구분하는 담장을 둘러놓고,

큼직한 대문으로 들어서면 혼(魂)을 만날 수 있다 했습니다.

옛날 아주 먼 옛날에 이 땅에 계셨던 임금님을 만날 수 있다하니 얼마나 놀라운 일이겠어요!

그럼 혼의 정원에서 오늘의 내가 혼이 되는 여행, 시작하겠습니다.

왕릉에 들어서면 지켜야 할 예절은 이렇습니다.
‘우수재상(右手在上)’이라 해서 오른손이 앞으로 오게 하여 단전(丹田)에 가지런히 대고,

걸음은 ‘동입서출(東入西出)’ 이라 해서 오른발부터 걷기 시작하여 일자로 걷되 발자국 소리 들리지 않아야 하고 ,

눈에는 아니 보이지만 동행하는 혼(魂)이 듣지 못할 정도로 대화는 소곤소곤,

경건(敬虔)한 마음과 몸가짐 그대로 정문을 나갈 때까지 지켜주시면 됩니다.

정점인 정자각에서 부터는 왼발부터 시작되는 걸음이 되는데 이승의 세계로 되돌아가는 시작의 점(turning point)인 셈이지요.
능소(陵所) 안에는 배견정(拜鵑亭)부터 시작하여 임금님의 혼을 만날 수 있는 정자각(丁字閣)과 능침(陵寢)까지

모두 열여섯 개소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그 첫 번째 만남, 배견정(拜鵑亭)입니다.
이곳에는 그야말로 전설의 고향에서나 있을 법한 옛이야기가 담겨있는 곳이 됩니다.

청령포에 이어서 객사(관풍헌)에서 임금을 모시던 시녀와 종인(從人)들은

임금께서 이승을 떠나시게 되자 곧바로 금강 절벽위에 올라

 “이승에서 모셨던 임금님이 지금 저승에 가셨으니 빨리 따라가서 모시자”

하여 강물 속으로 뛰어내리게 되는데요,

물속에 풍덩 떨어지자마자 곧바로 솟아오르면서 시녀들은 두견새로, 종인들은 도깨비로 환생하게 됩니다.

이내 관풍헌을 빙빙 네 바퀴를 돌더니 임금님이 모셔진 동을지산 능침으로 날아와서는

 “신들이 모시러 왔나이다.”

고 알려드리는 듯이 크게 원을 그리면서 빙빙 돌다가 도깨비들은 능침을 둘러싸고 임금의 옥체를 지키기 시작했고,

두견새는 능침을 마주보는 아래쪽 바위에 자리 잡고는 이내 예를 갖춰 모시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임금님 모시기는 끝없이 이어져 어느덧 334년이 지나게 되었습니다.

즉 1791년 3월에 정조임금의 특별한 명을 받은 박기정(朴基正)이 영월부사로 부임하게 되었습니다.

선왕이 모셔져있기에 부임인사를 올린 후에 능소 밖으로 나서는데

험한 바위위에 도열한 두견새들이 능침을 향하여 배례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험한 바위에서 례를 다하고 있으니 얼마나 불편할까? 편히 인사를 올릴 수 있도록 해야 되겠구나”

하여 정자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 배견정(拜鵑亭)입니다.

수백여 년 동안 그 어느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았던 두견새의 봉심을 듣고 보았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부사 박기정은 1793년에 두견새들이 도열해 있던 바위에다 ‘배견암(拜鵑巖)’이다 는 글자를 선명하게 새겨놓았습니다.

두 번째 만남, 낙촌비각(駱村碑閣) 문경공밀양박공 충원기적비(文景公密陽朴公 忠元紀蹟碑)입니다.

이곳 또한 배견정(拜鵑亭)과 같이 전설의 고향과 영화 혹은 드라마에서나 봄직한 비밀스러운 내력이 담겨있는 곳입니다.

때는 1541년이 됩니다. 단종임금께서 승하신지 84년째 되는 해 1월이었습니다.

멀쩡하게 군정을 잘 살피던 박세호(朴世豪)군수가 1월22일 갑자기 사망하게 됩니다.

하여 조정에서 인선하여 5월4일에 부임한 군수가 권수중(權守中)인데요, 부임 4일만 인 5월8일에 갑자기 사망하게 됩니다.

하여 조정에서는 연현령(延玄㱓)을 군수로 임명하였기에

6월24일 부임하였으나 그날부터 비실비실하더니 21일째인 7월15일에 또다시 사망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괴이한 일이었습니다.

단일 지방의 수령이 7개월 동안 연달아 세 명씩이나 사망하였으니 조정에서는 후임자 인선에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었습니다.

 ‘그대가 영월군수로 가겠는가?’ 하면,

 “신은 부모님의 병환이 위중하여 언제 세상을 떠나실지 알 수 없어 효(孝)를 다하고자 하니 거두어주옵소서”

라면서 사양을 하게 됩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영월 땅에 가기만 하면 죽음에 이르는 자리이었으니 선뜻 나서는 관리가 없었습니다.

이러한 사정을 알게 된 기적비의 주인공 박충원(朴忠元)이 “신이 내려가겠나이다.”

하여 조정에서는 매우 반가워하면서

 “내려가거든 상왕을 받들어 모셨던 영월의 백성들을 잘 보살펴주기를 바라노라”고 당부하기에

9월7일에 부임한 박충원 영월군수 이었습니다.

 임지에 도착한 군수는 전임자들이 어찌하여 사망하게 되었는지 알 수 없어

첫날밤이 되자 관복을 갖춰 입고 관아의 대청마루 양쪽에 촛불을 켜 놓고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을 감고는 정진하고 있는데 임금의 혼령이 나타나는 것이었어요.

 임금을 만나게 되자 놀라지 않고 엎드려 인사 올리면서 맞이하였더니 임금께서 하시는 말씀이

 “전임 수령들은 나를 보자마자 혼절하여 사망에 이르렀는데 그대는 이렇게 예를 갖춰 맞이하여 주니 너무도 고맙구나.”

 하시면서 “내가 지금 큰 어려움에 처해 있으니 나를 좀 도와다오”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임금이 신하에게 도와달라는 말을 듣게 된 군수는 깜짝 놀라서 벌떡 일어섰는데, 꿈이었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앉아서 꿈을 꾸게 되었고 꿈속에서 임금님을 만났던 것이지요.

 “어떠한 어려움에 처해 계시기에 나에게까지 나타나셨을까?” 걱정을 하다 보니 어느덧 날은 밝아오기 시작하였고,

그 연유를 알고자하여 영월의 원로를 찾아보아야 되겠다는 마음으로 관아의 대문을 열고 나서는데,

문 밖에는 백성들이 구름떼처럼 몰려와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전임군수 세 명이 연달아 죽었기에 어제 도착한 신임군수도 틀림없이 죽었을 거야.

 그러면서도 죽었나? 살았나? 궁금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또다시 죽었다면 군수의 고향까지 시신을 운반해야 했으니 먼 길을 또 나서야 하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군수는 수많은 백성을 보고 놀라고, 백성들은 지난 밤사이 죽지 않고 살아서 대문을 열고 나오는 군수를 보고 놀라고,

서로가 서로의 얼굴만 바라보면서도 벌어진 입은 다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내 평정심을 되찾은 군수는

 “그렇지 않아도 지금 원로어른을 찾아뵈려고 길을 나서는 중인데 여기에 와 계시니 모두 관아 안으로 드십시오! 하는 것이었습니다.

백성들의 입장에서는 깜짝 놀랄 말이었습니다.

공경의 말을 듣게 된 백성들은 그 자리에 엎드려 큰 절을 하면서 “무엇을 말씀하시고자 하는지요?”

하니, 군수는 지난밤에 임금님 혼령을 만났던 이야기를 한 후에 “혹 아시는 바 있는지요?”

하니, 백성 중에 한 명이 일어서서 하는 말이

“하찮은 백성을 공경해주시는 사또는 처음 뵈옵니다. 이러한 분에게 사실대로 말하지 않고 그 어느 누구에게 말하겠습니까?”

하면서 “우리들이 알고 있으니 그리로 모시겠나이다.” 하면서 앞장을 서니 뒤를 따라가는 군수이었습니다.

능침에 도착하고 보니 온통 가시덤불 밑에 시든 풀만 가득하였기에

그 자리에서 벌초를 하고보았더니 봉분의 높이가 겨우 2자(60cm) 정도 이었습니다.

하여 군수는 이방에게 명을 내려 “저자에 가서 재물을 준비하여 오거라, 나는 그동안 제문을 짓겠노라”

하시더니 그 자리에서 붓을 들고 제문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재물을 정성으로 차려놓고 예를 올린 후에 축문을 고하게 되었는데,
【신 박충원(朴忠元)이 祭魯陵文(제노릉문)을 고하나이다.
王室之冑(왕실지주)  왕실의 후사로서
幼沖之辟(유충지벽)  어린나이에 임금이 되셨는데
適丁否運(적정부운)  때마침 비색(否塞)한 운수를 만나
遜于僻邑(손우벽읍)  궁벽한 고을(영월)로 손위하셨는데
一片靑山(일편청산)  한 조각 청산에 자리한
萬古孤魂(만고고혼)  만고의 외로운 혼이시여
庶幾降臨(서기강림)  바라오니 강림하시어
式歆苾芬(식흠필분)  정성스런 제사를 흠향하소서.】

이렇게 제향을 올린 후에 조정에 장계(보고서)를 올리게 되는데요,

‘영월관아에서 몇 보 거리에, 어떻게 생긴 산세에, 어느 좌향에 노산군의 묘가 있습니다.

그리고 차려진 제물은 무엇 무엇이었고 제문은 이렇게 지었나이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제문(祭文)은 향후 수십여 년 간 해(年)와 고하는 자의 이름만을 달리하는 공용제문(共用祭文)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이러한 옛날의 일에 대하여 알려지지 못하였는데 1973년에 밀양박씨 문중에서 옛 기록을 근거로

 “단종대왕과는 이러한 인연이 있었으니 그 내용을 기록한 비석을 능역 인근에 세울 수 있도록 터를 허락하여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하여 능침에서 한참 내려다보이는 외딴곳에 세우게 되었는데요,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능역은 지금의 ‘장판옥’과 ‘홍살문’ 앞이 정문이었지만

지난 2000년대에 ‘능역정비사업’을 통하여 넓어진 능역에 길고 긴 담장과 정문까지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능침을 오르는 길은 정자각 옆에 있었는데 지금은 정문을 들어서자마자 작은 능선을 따라 오르는 길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476년 전에 “나를 도와주면 너에게 복을 내리리라”는 임금님의 약속은 확실하게 지키셨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장릉을 찾아오시는 여행`탐방`손님 분들은 정문을 들어서자마자 마주보이는 곳,

임금님의 능침으로 향하는 길목의 오른쪽에 자리 잡은 ‘낙촌비각’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들리게 되는데

이름세자 박충원을 읽게 되고 비석에 새겨진 내력 또한 봄으로서 옛날의 일들을 기억하게 해 준다는 것이었습니다.

‘박충원 기적비’를 통하여 오늘의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은

“준비된 만남은 복으로 화답하고, 준비 안 된 만남은 절대로 수용해서는 아니 된다.”는 가르침이었습니다.

한걸음 더 깊이 있게 들어서면서, 어떻게 준비해야 임금님을 만날 수 있을까요?!

세 번째 만남, 재실(齋室)입니다.

사람이기에 바깥세상에서 보고 듣고 겪어낸 일들이 하도 많아 격한 감정그대로 임금님의 혼을 만날 수 는 없으니까

이곳에서 몸과 마음을 가다듬다보면 나도 모르게 세상사를 초월한 령,

영이 되면 혼을 만날 준비가 되었으니 대문 밖으로 나서서 임금님에게 예와 제를 올리는 제당으로 향하게 됩니다.

현존 임금으로부터 제향을 올리는 제관으로 지명을 받으면

7일전에서 보름 전에 도착하여 몸과 마음을 다하여 제향에 임하는 자세를 가다듬었었습니다.

그리고 재실 마당 옆에는 행랑채가 있는데 여러 칸마다 물고기 모양의 자물통으로 잠겨 있는데요,

수많은 형상 중에서 왜 하필이면 물고기를 선택했을까요?

옛 어른의 생각은 이러했습니다.

물고기의 태생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아니 죽어도 눈 한번 깜박이지 않으니까 잘 지켜달라는 뜻이 있었습니다.

또한 왼쪽에는 향대청(香大廳)이라는 건물이 한 채 있는데요,

현존 임금께서 직접 제향에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향과 축문을 내리게 되는데

이것을 봉안했다가 제향일에 정자각에서 집례하게 됩니다.

그리고 마당 중심에는 400년 된 향나무가 있는데요, 바로 혼을 위한 나무입니다.

즉 살아있는 사람을 위한 나무가 아니라는 뜻이지요.

그 이유는 나무를 중심으로 반경 5리 이내에 있는 모든 생명체의 결실을 맺지 못하게 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향나무가 있어야 할 곳은 딱 두 군데인데요 바로 사당과 묘에만 있어야 하는 나무이었습니다.

생의 세상인 집안에 심거나 키워서는 아니 되는 식물이 또 있었습니다.

촉수식물인데요,

식물의 습성을 보면 가느다란 실 같은 촉수를 올려 무엇인가 붙잡으려고 휘젓다가

하나가 붙잡히면 절대로 놓지 않고 용수철처럼 빙빙 꼬아서 자신이 쑤욱 크는데요.

이것을 그 집안에 사람이 매일 눈으로 본다는 것이 비비 꼬는 것만 보니까 마음이 꼬이고,

집안에서 비비꼬니까 집안이 꼬이고 하니 결국은 망한다 했습니다.

하여 나온 말이 울 넘어 툭하면 호박 떨어지는 소리인데 울타리 넘어 호박은 심었고,

흥부와 놀부에서 ‘박’은 지붕위에 있는 것처럼 사람의 눈높이 위에 넝쿨을 올렸습니다.

결국 사람은 눈으로 보는 그대로 생각하게 되고 생각은 곧 행동하게 되니

매일 아름답고 선하고 즐겁고 복된 일들만 보아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상징적인 식물입니다. 

 또 한 가지의 이야기는 일본인들이 보면 언짢게 생각하겠지만

조선국`대한제국을 강탈한 일본인들이 면사무소, 경찰서, 지소, 초등학교를 세우면서 정문의 양쪽에 이 향나무를 심었는데요,

오늘날까지 그 자리 그대로 매우 큰 나무가 되어 자라잡고 있지만

속내는 “조선인은 이미 죽은 영혼이다.” 라는 뜻으로 심었다는 논설도 있습니다.

네 번째의 만남, 엄흥도 정려문(旌閭門)입니다.
1457년에 상왕의 신분에서 왕손을 뜻하는 노산군으로 강봉되어 영월 청령포로 유배되었다가

강물이 불어나면 잠길 우려가 있어 관풍헌(觀風軒)으로 이어(移御)하시게 되었는데요,

‘삼촌(세조)과의 오해가 풀려 곧 환궁하겠지’라는 생각으로 유배생활을 이어갔던 노산상왕이셨습니다.

 3개월째인 음력 9월이 되었는데 영주 순흥에서는 크나큰 역모사건이 발생하게 됩니다.

순흥에는 금성대군이 유배되어 계셨는데요, 노산상왕이 영월에 유배되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조카의 왕위를 빼앗은 것도 모자라서 유배까지 보내다니 내 형님이지만 참으로 못됐다.”

 면서, “만 백성들이여 인륜을 거스른 세조를 몰아내고 노산을 다시 임금으로 모시자!” 는

격문(檄文)을 순흥부사 이보흠과 뜻을 같이하여 만들게 됩니다.

세상사 그러하듯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일을 그르치게 합니다.

금성대군에게는 몸종(妮) ‘금연’이 있었고, 순흥부사에게는 관노(官奴) ‘이동’이 있었습니다.

 대군과 부사는 방안에서 상왕복위 계획을 짜고 있고 금연과 이동은 마당에 시립(侍立)하고 있는데,

방안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를 듣고는

 “만약 이일이 발각이라도 된다면 안에 계시는 분들이 죽는 것은 둘째문제이고 우리 둘이 먼저 죽게 생겼다”

면서 이동이가 금연에게 하는 말이 “내가 지금 관가에 가서 고변을 한다한들 믿어주겠는가?”

 “무엇인가 증거가 있을 것이니 그것을 내게 같다 주면 우리는 살 수 있으니 그리하여 주게”

하기에 ‘금연’은 문갑(文匣)에 숨겨두었던 격문(檄文)을 훔쳐 이동에게 주게 됩니다.

이것을 받아든 ‘이동’은 한양으로 향하는데 죽령재에서 기천현감에게 붙잡혀 격문을 빼앗기게 됩니다.

 하지만 이동은 “찢어버리더라도 한번 읽어나 보십시오.”

하니 읽어보았는데 ‘이동’이 하는 말이 “그것을 들고 빨리 한양으로 가십시오!

틀림없이 큰 상을 받으실 것이니 그 때는 저의 공도 잊지 말아주십시오” 하는 것이었습니다.

기천현감은 그 길로 말을 달려 한양 조정으로 가게 되고, 조정에서는 현감이 가지고 왔기에

 ‘순흥 고을의 백성들이 관아의 군졸들과 함께 역모에 가담하고 있으니 단 한명도 살려두어서는 아니 된다.’

하여 700여 호에 살던 수많은 백성들은 아무것도 모른 체 단 하루에 죽임을 당하게 됩니다.

그 와중에도 ‘핏덩이에서 세 살까지는 세상사를 모르니까 살려두라’

하여 순흥 다리 밑에 모아두었다가 자손이 없는 집에 양녀 양자로 보내지게 되고

그 영아들이 한 열 살쯤 되었을 때 사람으로서 가장 궁금한 것을 양부모님께 여쭙게 됩니다.

“어머님 저는 이 세상에 어떻게 태어나게 되었는지요?!”

하였더니 양어머님의 대답은 “너는 당연히 다리 밑에서 주워왔지!”이었습니다. 

다리 밑에서 주워왔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 말의 어원인데요,

 이 사건으로 인하여 아무것도 모르고 유배생활을 이어가던 상왕노산에게는 죽음을 재촉하는 결정적인 사건이 되었습니다.

조정의 중신들은 세조에게 주청하기를

 “사육신 사건 때 사사시켜야 한다고 했는데 왜 유배를 보내셨습니까?

노산이 살아있기 때문에 또 역모사건이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까? 이제는 정말로 죽이셔야합니다.”

하면서 신하들이 “사사” “사사” “사사” 하니

세조는 그 때마다 “안돼” “안돼” “아니 된다”

했는데 세조실록에서는 갑자기 ‘자결하였다.’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하여 노산상왕과 당대를 함께 살으셨던 함안 조씨 ‘어계 조려’ 선생의 기록에 의하면,

【사약을 받들고 내려온 금부도사는 객사 앞마당에 엎드려 눈물만 흘리고 있으니

노산군을 시종하는 한 종(從人)이 곁에 있다가 자청하여 달려들어 한 가닥의 활줄로 목을 졸라 절명케 하였으니

이때 나이 열일곱 살이었으며 때는 10월24일 유시였다.】

이때에 수령과 이방 형방 모두가 놀라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는데

【진무가 와서 노산군의 시체를 읍(邑) 밖에 내다 버렸다.

고을을 다스리는 자와 종인들은 감히 시체를 수렴하지 못하였으나

고을의 우두머리 아전인 엄흥도가 거리를 다니면서 소리 내어 슬피 울며 곡을 하다가

관을 갖추어 장사를 하려고 하니 엄흥도의 친족들이 화가 미칠까 염려하여 만류하였다.

이에 엄흥도가 말하기를

 “착한 일을 하다가 화를 당하는 것은, 내가 마음에 즐겨하는 바이다”

하고는 즉시 영월군 북쪽 5리 동을지 동향에 장사하였다.】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 때로부터 269년이 지난 후인 1726년에

 영조임금은 엄흥도에게 정려문(旌閭門)을 내려 오늘날까지 옛날의 역사를 말하고 있습니다.
 

「영월호장 엄흥도 정려문」에서도 전설의 고향과 같은 기록이 있었습니다.

처음에 정문(旌門)이 내려진 곳은 청주이었습니다.

엄흥도의 후손인 엄종한(嚴從漢)이 상소문을 올려 정문이 내려졌는데

엄흥도가 청주에 살았다는 근거가 없어 합당치 않다는 논란이 확산되었고,

당대에 조선국 그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을 한곳이 영월이었고,

또한 영월인 이었기에 청주에 있던 정문(旌門)을 1759년에 영월로 옮겨오게 됩니다.

하지만 그 옛날에 엄공(嚴公)이 살았던 집의 터가 어디쯤인지 알 수 없어 읍내에 합당한 장소에 터를 만들고 있었는데

갑자기 무지개가 솟구치더니 공(嚴公)이 살던 곳을 알려주기 위해 사람을 인도하는듯하여

무지개가 드리워진 곳에 정려문(旌閭門)을 세웠는데

그 장소가 영월의료원 건너편 약간 아래쪽인 영월읍 영흥리 1069번지이었습니다.

1969년에는 확장되는 도시환경의 영향으로 장릉 경내로 옮기게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다섯 번째는 장판옥(藏板屋)입니다.
단종임금을 보필하다가 세조와 조정세력의 힘에 죽임을 당한 268분의 충신위패를 모셔놓은 사당이 됩니다.

특히 오른쪽에는 여인위 여섯 분이 모셔져 있습니다.

매년 제사를 올려드리고 있는데요.

제사는 절을 하는 것이고 절을 하는 이유는 “선대 어른을 존경합니다. 공경합니다!”를 말하지 않고 몸으로 말하는 예절이었습니다.

모셔진 분들은 1453년의 계유정난, 1456년의 사육신 사건, 1457년의 금성대군 격문사건에서 모두 명을 달리하신 분들입니다.

정조께서는 “장릉 경내에 배식단(配食壇)을 설치하고 충신들을 모셔서 매년 향사가 끓어지지 않도록 하거라”

명을 내렸더니 옆에 있던 신하가 “어찌 감히 단종대왕 곁에 있게 하나이까? 전례가 없으니 명을 거두어주옵소서”

하였더니 정조께서는 빙그레 웃으면서 하시는 말씀이 “나는 그대를 존경하는데 그대는 내가 몹시도 불편했던가 보오!”이었습니다.

이 말씀에 납작 엎드려 “전하의 깊은 뜻을 받들어 시행하겠나이다.” 하여 세워지게 된 충신사당입니다.

정조임금의 속마음은 이러했습니다.

 “내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한 너희들인데 그 모든 것을 내가 다 수용할 터이니 이제부터라도 충성을 다해야 할 것이 아니더냐.”

라는 뜻으로 “군신일체(君臣一體)이느니라” 즉 ‘임금과 신하는 한 마음 한 몸이다’ 는 말씀을 하셨던 것입니다.

그리고 지혜롭고 슬기로운 여성을 ‘여우’라고 친구들 사이에 칭하고 있는데요,

그 말의 어원은 여기에 있었습니다.

즉 여성은 살아도 오른쪽, 죽어도 오른쪽, 묘에 합장을 해도 오른쪽에 자리 잡게 됩니다.

재미있는 옛이야기로는,

 ‘얼치기 선비가 부인의 제삿날이어서 제물을 차려놓고 지방을 붙이게 되었는데

아들이 지방을 들고는 멈칫멈칫하는 것을 본 선비 왈 “니 어미는 여우이니라.”

라고 말하자 “네” 하고는 오른쪽에 신위를 모시게 되었는데요,

낮부터 제사준비를 했던 하인들은 방안에서 들려오는 나리의 말씀에 박장대소를 하게 됩니다.

~“크하하 호호 하하~ 마님이 여우였데!~^.^~~”

 육신은 이승을 떠났지만

혼은 위패로 환생하여

임금님의 혼을 보필하고 있는 충신 분들로부터

큰 가르침을 받게 됩니다.

 “멀리 있는 사람 사랑하지 말고

옆에 있는 이가 가장 소중하니 평안하게 잘 모신다면

그 공덕은 복으로 화답한다.”

는 것을 알게 해주는 장판옥(藏板屋)이었습니다.

여섯 번째, 수복실(守僕室)인데요.
즉 능을 지키면서 관리하는 사람이 기거하는 집입니다.

일곱 번째, 홍살문(紅箭門)입니다.
붉은 화살 문’이라는 뜻으로 홍전문(紅箭門), 홍문(紅門)이라고도 하는데요,

문 안은 성지(聖地)이기에 몸과 마음을 다시한번 가다듬고 들어설 것을 바라는 뜻으로 세워진 문입니다.

만약 준비없이 들어서면 그 순간에 위에 있던 화살 12개가 순식간에 내려온다는 뜻입니다.

즉 급살 맞아 죽었다는 말의 어원이 여기 홍살문에 있었습니다.

여덟 번째, 판위(版位)ㆍ배위(拜位)입니다.
홍살문을 들어서면 오른쪽에는 네모난 대(臺)를 말합니다. 

판위라는 대(臺)는 왕이 제례를 올리기 위해 도착한 후 잠시 멈추어 예를 갖추는 자리입니다.

이후에 어로(御路)에 들어서서 정자각으로 향하게 됩니다.

배위(拜位)라는 뜻은 이곳에서 예를 갖추어 ‘신이 왔나이다.’ 면서 큰 절을 올리는 자리라는 뜻입니다.

아홉 번째, 신로(神路)ㆍ향로(香路)와 어로(御路)입니다.
왼쪽에 약간 높은 단의 길을 신로(神路) 또는 신로(神路)와 향로(香路)가 합쳐진 길을 신향로(神香路)라 합니다.

즉, 신(神)이 다니는 길인데 현 임금이 내려준 향과 축문을 봉안한 제관이 걷는 길이기도 합니다.

어로(御路)는 임금이 제향 올리기 위해 정자각까지 걷는 길입니다.

열 번째, 백성의 눈물이 샘물 되어 솟아오르는 영천(靈泉)입니다.
정조 임금은 1791년에 영천(靈泉)이라는 이름을 내려주셨기에 영월부사 박기정은 우물을 만들게 되었는데요,

영천비(靈泉碑) 뒷면의 기문에 의하면,

【상왕이 영월에 오신지 수백 년이 지났지만

백성들은 울음을 삼키며 눈물을 머금지 않는 자가 없었는데

응어리진 울분이 오랜 세월동안 풀리지 않다가,

스르르 녹아 샘물이 되어 솟아오르게 되었다.】이었습니다.

 
열한 번째, 수라간(水剌間)입니다.
수라(水剌)라는 용어는 임금에게 올리는 밥을 높여 부르는 말인데요,

조포사(造泡寺)인 보덕사에서 준비한 재물을 정자각에 진설(陳設)하기 전에 임시로 보관하는 집입니다. 

혼례잔치, 회갑잔치 등을 여는 집에서는 손님에게 대접하기 위하여 음식을 미리 만들어 광에 보관하였다가

잔치 날에 술과 안주와 음식을 골고루 한상씩 차려내는 곳과 같습니다.

열두 번째,  능비입니다.
단종대왕의 능임을 알려주는 표석입니다.

1698년 11월에 숙종임금은 어려운 과정을 거쳐 노산대군에서 단종대왕으로 복위를 시켜주셨지만

어느 임금의 능이다 는 표지는 없었습니다.

복위 35년 후인 1733년에 경기감사(전임 영월부사) 윤양래(尹陽來)가 영조임금을 만나 뵙는 자리에서

주청(奏請)을 드렸기에 세우게 된 능비인데요,
 

비석의 앞면에는 朝鮮國 端宗大王 莊陵(조선국 단종대왕 장릉)
뒷면(陰記)에는
端宗大王 諱 文宗大王 嫡嗣(단종대왕 휘 문종대왕 적사) 단종대왕의 휘(는 ‘홍위 弘暐’)로

                                    문종대왕의 적사(본처가 낳은, 집안의 대를 이을 맏아들)다.
母妃 顯德王后 權氏 以 正統 辛酉 七月二十三日 誕生(모비 현덕왕후 권씨 이 정통 신유 7월 23일 탄생)

                                                                       모비인 현덕왕후 권씨는 정통(명나라 영종 때의 연호 1436~1449)

                                                                       신유년(1441년, 세종23년) 7월23일에 왕을 낳으셨다.
王 戊辰 封 王世孫(왕 무진 봉 왕세손)

                         무진년(1448년, 세종30년) 왕세손에 봉해지고,
景泰 庚午 冊封 王世子(경태 경오 책봉 왕세자)

                               경태(명나라 대종 때의 연호 1450~1456) 경오년(1450년, 문종 즉위) 왕세자에 책봉되었다.
壬申 五月 文宗 昇遐 王嗣 登(임신5월 문종 승하 왕사 등)

                                       임신년(1452년, 문종2년) 5월 문종께서 승하하시자, 왕세자로서 왕위에 오르셨다.
大位 乙玄 尊爲 上王 上號 恭懿溫文(대위 을현 존위 상왕 상호 공의온문)

                                                을해년(1455년, 세조 즉위) 왕을 높여 상왕으로 삼으며, 공의온문 이라는 존호를 올렸다.
天順 丁丑 王在 江原道 之 寧越郡(천순 정축 왕재 강원도 지 영월군)

                                        천순(명나라 영종 때의 연호 1457~1464) 정축년(1457년, 세조3년) 왕께서 강원도 영월군에 계셨는데,
是年 十月二十四日 薨 春秋 十七(시년 10월24일 훙 춘추17)

                                             그해 10월24일에 훙서(薨逝)하셨다. 춘추(나이)는 열일곱이셨다.
葬 郡 北 辛坐乙向 原(장 군 북 신좌을향 원)

                             영월군 북쪽 '신좌을향'의 언덕에 장사지냈다.
肅宗大王 二十四年 戊寅(숙종대왕 이십사년 무인)

                                 숙종대왕 24년 무인(1698년)에
追諡 王 恭懿溫文純定安莊景順敦孝大王(추시 왕 공의온문순정안장경순돈효대왕)

                                                     ‘공의온문순정안장경순돈효대왕’ 이라는 시호를 추상하고
廟號 端宗(묘호 단종) 묘호는 ‘단종’으로 정했으며
陵 曰莊(릉 왈장) 능호는 ‘장’이라 하고
附 永寧殿(부 영녕전)  영녕전에 합사하였다.
上之九年 癸丑 命 竪石于 陵以識之(상지 9년 계축 명 수석우 릉이식지)

                                               금상(영조) 9년 계축(1733년) 능침에 비석을 세워 기록하도록 명하셨다.

 영조 9년(1733년) 6월 19일자 영조실록에 의하면,

【윤양래가 말하기를,

"신이 영월에 재임할 때 장릉(莊陵)을 봉심(奉審)하였는데

당초의 상설(象設)이 단지 망주(望柱)와 무석인(武石人)만 있고 비석이 없었습니다.

능소(陵所)가 대단히 먼데 만일 비기(碑記)가 없으면 오랜 세월이 지난 뒤에 무엇으로 능침(陵寢)이 있는 곳을 알겠습니까?

신이 일찍이 북도(北道)를 안무(按撫)하면서 모든 능(陵)을 두루 봉심하였는데

역시 다 비석이 있었는데 그 길이는 두어 자를 넘지 않았습니다.

지금 장릉에도 역시 여기에 의하여 비석을 세워 아무 대왕(大王) 아무 능이라 쓴다면 마땅한 듯합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능침이 있는 데가 대단히 멀고 또 성고(聖考 숙종)께서 추복(追復)한 것이 뜻이 있으니

선대(先代)의 뜻과 서업을 계승하는 도리에 있어서 문적(文跡)이 없을 수 없다.

듣건대, 북도의 모든 능의 비석도 역시 다 검약하다 하니 여기라 해서 또한 어찌 반드시 풍대(豐大)하게 하겠는가?

아직 앞으로 봐서 본도(本道 강원도)에서 거행하게 하는 것이 옳겠다."
하자, 윤양래가 말하기를,
"영월에는 원래 비석에 마땅한 돌이 없습니다.

신이 재임할 때에 호장(戶長) 엄흥도(嚴興道)의 비석을 세웠는데 돌의 품질이 대단히 좋지 못하였으니,

경사(京司)에서 돌을 다듬고 글자를 새겨서 수로(水路)를 따라 능소로 운반하면 편리해 좋을 듯합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영월 수령이 오히려 엄호장의 비석을 세웠는데, 나라에서 능침에 아직도 비석을 세우지 못한 것은 참으로 부끄럽다."
하고, 해조(該曹)에 분부하여 묘당(廟堂)에 물어 거행하게 하였다.

엄흥도는 단종(端宗)이 승하(昇遐)했을 때 충성을 다하여 노고를 바친 사람이다.】

실록의 기록에서 알 수 있는 것은

한양에서 돌을 다듬고 글을 새겨 마포나루에서 출발한 큼직한 나룻배는

한강을 통하여 남한강을 거쳐 동강까지, 물길을 역으로 끌고 와 세우게 된 비석입니다.

윤양래가 말한

【영월에는 원래 비석에 마땅한 돌이 없습니다.

신이 재임할 때에 호장(戶長) 엄흥도(嚴興道)의 비석을 세웠는데 돌의 품질이 대단히 좋지 못하였으니,~】

라는 것은 영월 땅이 고생대지질이어서 단단한 화강암이 없다는 뜻입니다.

윤양래 영월부사가 이렇게 말하게 된 근거는

선왕의 유지인 청령포가 버려져 있어 이를 보호 관리하고자 1726년에 자신의 녹봉을 털어 세워 놓은

청령포금표(淸冷浦禁標)의 석질이 석회암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지질의 특성으로 지난 2016년 12월에 고생대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받은 영월입니다.

열세 번째, 정자각입니다.
임금에게 제향을 올리는 제당이 됩니다.

건물의 형태는 한자인 고무래 정 ‘丁’ 글자와 같이 생겼다 하여 정자각(丁字閣)이라 합니다.

구조는 앞면에 출입문이 세 개인데 가운데 문은 신과 혼이 드나드는 문이고,

살아있는 사람은 오른쪽 문으로 들어서서 제단에 술을 올린다음 왼쪽 문으로 나오게 됩니다.

이는 ‘동입서출(東入西出)’의 예법을 따른 문(門)인데요, 들어설 때는 동쪽=오른쪽으로, 나갈 때는 서쪽=왼쪽으로 라는 뜻이 됩니다.

사찰의 법당 삼문(三門)도 이에 해당되는데요,

오늘날 고택탐방이나 사찰답사, 사당참배 등에서 동입서출(東入西出)을 지킨다면

 “어느 집 자손인지는 알 수 없으나 밥상머리 가정교육은 제대로 된 자손이구나.”

귀한 손님 오셨다면서 공경의 예를 다하는 대접을 받게 된다는 점! 잊지는 말아주시겠죠^^

대제학 서종태(大提學 徐宗泰)가 지은 『장릉 정자각 상량문(莊陵丁字閣上梁文)』에 의하면,

【拋梁上。(포량상) 어여차! 대들보를 위로 드니,
陟降在天昭可仰。(척항재천소가앙) 하늘에 오르내리는 영령을 밝게 우러러볼 수 있네.
肸蠁猶徵二百年。(힐향유징이백년) 널리 퍼진 성한 덕 오히려 이백년을 징험할 만하니
於戲聲澤不能忘。(오희성택불능망) 아아 그 명성과 은택을 잊을 수 없도다.】라는 글이 있어

단종임금이 겪어냈던 아픔을 기억하는 숙종임금이 어려운 과정을 거쳐 복위시켜드리게 된 기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열네 번째, 정령송(精靈松)입니다.
단종능침을 향하여 오르면 오른쪽에는 두 손을 펴고 마주잡으면 손바닥 안으로 안겨드는 소나무 한그루가 있습니다.

1999년에 정순왕후 사릉에서 모셔온 소나무인데 정령송이다 했습니다.

1457년 음력 6월22일에 영월로 떠나는 임금님이셨는데 영도교에서 작별의 인사를 올리던 왕비 송씨이셨습니다.

연일 동망봉(東望峰)에 올라 옥체만강과 환궁(還宮)을 기원했었지만 ‘영영이별 영이별’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를 안타까이 여긴 영월문화원과 남양주문화원에서는 양릉(兩陵)에 소나무 한그루씩을 모셔가고 모셔 와서,

살아계실 때 뵙지 못하였으니 소나무 뿌리로라도 두 분의 손이 되어

임금님은 왕후를, 왕후는 임금님의 손이라도 잡으시라고 모셔오게 된 소나무이었기에

임금과 왕후의 혼이 깃들어 있다하여 정령송(精靈松)이라 했습니다.

정령송(精靈松)의 근원은 이러했습니다.

중종연대에 형조판서와 우참찬을 역임했던 ‘한산 이자(韓山李耔)’의 『陰崖日記(음애일기)』에 의하면
○中宗八年(중종 8년) 1513년(계유) 五月初六日。 5월 6일에
顯德王后復祔太廟。(현덕왕후복부태묘) 현덕왕후를 다시 태묘(太廟)에 모시었다.
附謁升祔。(부알승부) 모실 때에 알현하는 것과 올려 모시는[升祔] 예를
一依初制。(일의초제) 한결같이 처음 제도에 의하니,
陪享在庭者。(배향재정자) 모시고 제사지내느라고 뜰에 있던 자들이
無不感歎。(무불감탄) 감탄하지 않은 이가 없었다.

新陵在舊顯陵之左。(신릉재구현릉지좌) 새 능(陵)은 옛 현릉의 좌편에 있어
相去不遠。(상거불원) 서로 떨어져 있는 것이 멀지 않고
只隔松杉。(지격송삼) 다만 소나무와 삼나무(杉)를 사이에 두고 있었다.
下玄宮後兩宮松木一條。(하현궁후양궁송목일조) 관을 광중(壙中)에 내린 뒤에 두 궁의 소나무 한 그루가
不四五日無端立枯。(불사오일무단립고) 4,5일이 못되어 무단히 말라버렸다.

視役提調張順孫等命工人斫斷。(시역제조장순손등명공인작단) 시역제조 장순손 등이 공인에게 명해서 베게 하니,
正開其蔽。(정개기폐) 바로 그 가린 것이 열려져서
兩陵更無遮隔。(양릉경무차격) 두 능 사이에 다시 가린 것이 없어지므로
人皆以爲精爽所感。(인개이위정상소감) 사람들이 모두 정령(精靈)의 감동한 바라 하였다.

又於開陵日。(우어개릉일) 또 능을 파던 날
環舊陵白日大雨。(환구릉백일대우) 옛 능을 둘러싸고 청명하던 날에 큰 비가 내리다가
俄頃而止。(아경이지) 얼마 후에 그쳤으니,
殊可怪也。(수가괴야) 참으로 괴상스러운 일이었다.[한국고전번역원]

중종실록에도 기록이 있었습니다. 중종 8년(1513년) 5월 6일자에【 옛 소릉(昭陵)을 옮겨 현릉(顯陵)의 좌측에 모신 다음, 소릉의 옛 칭호를 버리고 현릉과 합하여 명칭 하였다.】했습니다.
 

열다섯 번째, 능침입니다.
1698년 숙종24년 11월에 노산 묘(魯山墓)에서 단종대왕 왕릉으로 개축을 시작하여 이듬해인 1699년 3월1일에 완공하였습니다.
능침을 중심으로 봉분 뒤쪽에는 양의 형상을 한 석상 두 마리가 있는데 땅 속으로 침입하는 잡귀들을 막아내고 있고,

앞쪽에는 호랑이 상 두 마리가 땅 위에 잡귀가 침입하는 것을 막아주고 있습니다.

봉분 앞쪽 양쪽에는 망주석(望柱石) 두 점이 있고,

가운데는 혼이 노니는 공간인 혼유석(魂遊石)이 있습니다.

받침돌 4개는 작은 북처럼 생겼다하여 고석(鼓石)이라 하는데

그 중심에는 구멍이 뚫려있어 임금의 혼이 그 구멍을 통하여 혼유석에 이르도록 합니다.

무인석은 없고, 문인석 두 점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임금님이 행차하실 때 필요한 말 두 마리가 마주보면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혼유석에 대한 혼동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요,

조상의 묘 봉분 앞에 설치하는 넓적한 돌을 상석((床石)이라 하고, 용도는 제물을 차려 놓기 위한 상(床)이라 합니다.

위에서는 혼이 세상구경을 하는 마당이라 하였는데 일반적으로는 제물을 차려 놓는 상으로 쓰이고 있다하니까요.

이렇게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상석 앞에 자리를 펴고 제물을 차려놓고 조상을 맞이한다면

혼령이 상석에 자리 잡고 편안하게 앉아서 후손들을 만나면서 정성으로 준비한 음식을 드실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시면 되겠습니다.

관련하여 주천강 쌍섶다리 근원의 내력에 대하여도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왕릉조성공사가 완료되었다는 보고를 받은 숙종임금은 강원도관찰사에게 명을 내리게 되는데요,

임금을 대신하여 첫 제향을 올리도록 명을 받은 관찰사는

원주감영을 출발하여 주천에 이르러 수행인원이 많아 주천강을 어떻게 건너야 하나 걱정하고 있었는데,

배터거리에 도착하였더니 강에는 섶다리 두 틀이 놓여 있고, 백성들은 관찰사 일행을 맞이하려 도열하고 있었습니다. 

관찰사를 만난 현감과 백성들은 엎드려 인사 올리면서“가마를 타신 그대로 이강을 건너시면 됩니다.”

하여 그대로 강을 건너고는 장릉에 도착하여 제향을 올리게 됩니다.

주천 백성들의 마음은

상왕의 유배와 승하에 대하여 깊은 아픔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있었는데

대왕으로 복위되어 관찰사가 제향 올리려 간다는 소식을 듣고는,

주천 신일리 백성들이 섶다리 한 틀을 놓으면서 건너오고,

주천리 백성들은 강 건너 신일리 쪽으로 섶다리 한 틀을 놓아 두 틀을 설치해 놓고는 관찰사 일행을 기다렸던 것이죠.

장릉제향을 마친 관찰사는 감영으로 돌아가는 길에

주천의 백성들에게 술과 안주를 대접하면서 제향 길을 도와준 공로에 크나큰 고마움을 표하게 됩니다.

때는 1699년 음력 3월2일 이었습니다.

그 이후부터 주천 전례전통 복원행사로 ‘주천강 쌍섶다리’를 설치하고 있는데요,

추수를 마친 늦은 가을에 두 틀의 섶다리를 놓아 이듬해 봄장마가 데려갈 때까지,

시들지 않는 사람의 정을 건너가고 오라 합니다.

마지막으로 열여섯 번째 만남, 단종역사관입니다.
1층과 지하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층의 왼쪽으로부터 한바퀴 돌게 되면 자연스럽게 단종대왕은 어떠한 인물이었던가?,

그 삶은 어떠했는가를 알게 해주는 내력들이 준비되어 있고,

지하층으로 내려가면

한양에서 영월까지 유배길을 따라가는 안내도와 만화영화로 만들어진 단종임금의 일생이 그려져 있고,

왕세자의 일상과 의복, 왕릉조성 방법 등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마무리 말씀은 370년 된 느릅나무 아래에서 올리겠습니다.
생(生)의 세상에서 몰(沒)의 세상인 ‘혼의 정원’으로 들어서면서부터

여러 단계의 과정을 거치면서 보고 듣고 겪어보니 자연스럽게 몸과 마음을 가다듬게 되었습니다.

혼이 되어 계시는 임금을 뵙기 위한 준비를 다 하였으니,

정점에 다다른 우리들에게 언덕위에 계시는 임금님은

 “내 그대를 만나기 위해 여기 이 자리에서 560년을 기다렸노라” 고,

“세상살이 고난과 아픔은 내가 다 겪어보았는데 지내놓고 보니까 아무것도 아니었으니 걱정하지 말라” 고,

 “살아있는 사람  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니, 복되고 신나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달라”는

당부의 말씀이었습니다. 

아름다운 세상은 오로지 아름다운 사람만이 만들 수 있기에,

아름다운 사람이란 누구를 말하는 것일까요?

오늘날 우리나라에는 찾아가기만 하면 공주`공자 대접받을 수 있고,

마음껏 먹고 마시고 즐길 수 있는 명소가 많이 있습니다만

그 모든 곳을 다 싫다하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말하는 영월장릉을 찾아오신 여러분이 가장 아름다운 분이었다고!

김원식, 감히 말씀 올렸습니다. 고맙습니다.

[관련 참고문헌]
『조선왕조실록 숙종실록, 영조실록, 정조실록』,『장릉지 제1권 구지1, 74쪽. 원문 구지 20쪽』,

『장릉사보 권8 별편2 제신찬술 437쪽』,『역주 장릉지속편 부 장릉지보유』,

『영월지역의 누정과 충효각 조사. 영월문화원』,『密城世牒(밀성세첩) 서울대 규장각 古 3422-28』,

『莊陵事實一段 丁未  장릉사실일단 정미』,『晩靜堂集第十 應製錄(만정당집제십 응제록)』,

『屛溪先生集卷之三十四 雜著(병계선생집권지삼십사 잡저)』,『竹石館遺集册三 記(죽석관유집 책3 기)』,

『駱村集(낙촌집) 규장각 장서각 도서, 연세대학교 도서관』,『한국역대인물종합정보시스템』

[신승엽]

장릉에 대한 상세한 소개 잘 읽었습니다.

[김원식]

고맙습니다. 그간 평안 햐셨는지요. 영월에 오시면 꼭 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