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가뭄으로 기우제를 지낼만큼
대지가 바짝 메말라 갈때
그토록 기다리던 장맛비가 내렸다
동문 선후배들의 화합과 친목을 도모하고
'행복하고 즐거운 동문회'라는 슬로건 아래
산청에서 1박2일동안 하계수련회가 개최되었다
오락가락하는 궂은 날씨속에서도
산청 경호강에는 많은사람들이
래프팅을 즐기고 있었다
산봉우리엔 솜털같은 운무가 걸려있고
흐린날씨 또한 햇빛을 가릴수있어 좋았으며
간밤에 내린비로 래프팅하기엔
그야말로 최적의 조건이었다
물 공포증이 있는 나는 처음엔
발만 담글 요량으로 강가에 갔으나
이왕 발 담근거 죽기전에 꼭
한 번은 해봐야될것 같아
두려움반 설레임반으로
보트에 올라 탔다
강사의 구령에 맞춰
10명의 우리팀원들은
노를 힘껏 저어가며
안전하게 강을 건널무렵
주변에 보트끼리 상대방 팀들에게
물세례를 퍼붓는게 아닌가!
그렇게 한바탕 신나게
물폭탄을 맞고 어디즘 갔을까
소용돌이 치는 무서운 급류가
눈앞에 펼쳐진다
우리팀원들 모두 초긴장을 하고
거센급류를 헤치며 순식간에 통과할때
목청껏 지르는 내 고함소리에
더 놀라 스릴을 만끽하고
심장이 얼마나 졸깃쫄깃했는지
아마 래프팅을 해본 사람만이
그순간의 짜릿함을 알것이다
순간을 즐기는자만이 느낄수있는
또하나의 소중한 선물이었다
잠시 숨고르기를 하며 중간쯤 갔을무렵
벌떼 처럼 많은 래프팅 팀들이 또
모여들기 시작한다
그중에는 시원하게 다이빙을 하는사람,
보트가 뒤집혀 헬맷만 둥둥 떠있는 사람,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로
우린 4팀의 동문끼리
레이스 경주를 하기로 했다
막걸리 15병에 승부를 걸고
젖먹던 힘까지 사력을 다해 노를 저었다
공교롭게도 우리팀엔
해병대 출신 동문이 있어
승리를 자신하고 경기에 임했는데
나중에 보니 그 동문 입에
게거품(?)까지 물고 얼마나
열심히 노를 저었는지
단연 막걸리 15병은 우리것이 되었다
개인의 힘이 아닌 단체의 팀웍이
정말 중요했던 만큼
그 기쁨은 두배로 컸다
신나게 레이스 경주를 마치고
이제 여유롭게 뱃노래를 부르며
주변의 풍경도 즐기면서 목적지에 다다르자
아쉬움에 경호강을 한바퀴 더돌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여리고 풋풋했던 꽃청년 강사.
아들같은 그의 아름다운 미소에
래프팅을 즐겼던 3시간 내내 행복했고
내인생에서 가장 짜릿하고
스릴을 만끽할수 있었던
최고의 힐링이 아니었나 싶다
래프팅으로 힘들었을 동문들을 위해
참숯골랜드에서 찜질을 하며
이곳에서 여장을 풀었다
소모된 체력을 충전 하라고
산청 흑돼지로 몸보신을 하고
2차로 여흥의 시간을 가졌다
멀리 울산에서 오신 동문 선배님.
카페에 올린 나의글을 보고
글쓴이가 누군지 궁금했다는데
나를 보고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이렇게 나를 알아봐주는 동문이 있어
정말 반갑고 행복했다
찬란한 불빛아래 밤늦도록
뜨거웠던 우리들의 열정은
숯가마보다도 더 뜨거워 식을줄을 몰랐다
산골짜기 시골에서만 느낄수있는
풀냄새,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모두 행복한 잠을 청했다
이튿날, 몇몇 동문끼리
이슬 머금은 풀잎을 보면서
아침 산책을 하고
남명 조식 기념관으로 향했다
후텁지근한 날씨는 한발짝 걸을때마다
땀이 온몸을 휘감는다
경내에 들어서자 아름드리 느티나무와
은행나무,매화나무가 앞마당에
푸르름을 더하고 있었다
영남학파의 거두인 남명 조식은
퇴계 이황과 쌍벽을 이뤘고
실천과 정신유학자인 그는
한 번도 벼슬에 나가지 않았다고 한다
동상 옆에는 선생의 신도비와
단성현감을 시작하며 명종께 올린 상소문,
선조대왕께 올린 무진봉사가
그의 변치않는 불변의 원칙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평소에도 마음을 수양하기 위해
차고 다녔던 칼(경의겸)과
띠에 차고 다니며 그 소리를 듣고
정신을 깨우쳐 자신을 성찰했다는 성성자(방울)는
그의 정신과 실천을 지향하는
가르침이 아니었을까?
부패가 만연하는 요즘 시대에
그의 가르침은 현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큰 경종을 울리고 있다
한국불교의 대선승 성철스님의 생가 겁외사로 가는길.
푸른 융단을 깔은듯 들녘은 푸르고
초목에 맺힌 이슬은 금방이라도
푸른물이 뚝뚝 떨어질것만 같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법어가 말해주듯
오직 중생을 위해 수도에만 전념했던
현시대의 대표적인 선승이다
절집 앞마당엔 성철스님의 사리탑과
잘 다듬어진 소나무가
마치 스님을 대하듯 경건한 마음이
절로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절마당을 나오려고 하는데
염주나무가 나를 붙잡는다
언젠가 큰염주나무에 열매가
주렁주렁 열린걸 처음 봤는데
이곳 염주나무는 나처럼 작은키에
아직 여물지 않은 작은열매를 매달고
아무도 봐주지 않는
자신을 보고 인사를 하자
내 손목을 잡고 말을 건넨다
한여름 뜨거운 뙤약볕에 잘 여물어서
튼실한 염주알이 되어
중생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염주로
내 여린팔에도 염주팔찌를 끼워 주겠노라고...
아쉬움에 눈도장을 한번 더 찍고
남사예담촌으로 발길을 옮겼다
백일동안 핀다는 백일홍이
이제 막 피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마을
남사예담촌에서 약초비빔밥을 먹고
마을을 한 바퀴 둘러 보았다
돌담을 타고 푸른 담쟁이가 예쁘게 수를 놓고
담너머로 능소화도 환하게 웃고 있었다
옛스런 돌담과 함께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회화나무를 따라
마을을 휘감고 있는 사수천이
마치 안동 하회마을과도 흡사했다
오늘의 마지막 코스인 동의보감촌으로 가는길.
지리산과 경호강이 접하는 산청은
배산임수의 명당으로
많은 인물을 배출한곳이기도 하다
그중 허준은 류의태에게 의술을 배워
동의보감이 탄생되었고
2013년엔 '산청세계전통의약엑스포'가
열린곳이기도 하다
지리산의 풍부한 약초와
넓고 푸른 휴양지가 치유의 명소로
인간의 건강과 수명연장이 이어지는
항노화 체험 현장이었다
동의폭포에서 내뿜는
시원한 물줄기를 바라보며
족욕체험을 하고 있는
동문들을 바라보면서
1박2일동안 설레임반,
두려움반으로 시작했던 래프팅으로
짜릿한 스릴을 만끽 할수있었고
지금 현재를 즐기고 있는 이 순간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온몸으로
느끼게 했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인생에서 가장 잘사는 방법은
쉼표와 마침표를 가장 잘 찍는거라고 하는데
동문들과 함께 가장 젊고 행복한 시절에
쉼표를 찍었으니 이제
마침표는 내 몫으로 남아 있다.
래프팅 사진 출처:http://cafe.daum.net/Oriegg/5Tet/552
출처: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부산지역 국어국문학과 동문회 원문보기 글쓴이: 01염정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