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벨 방정식을 푸는 세 가지 방법
이광성
1.
티베트 사람들은 말한다
숨을 마친 생명은 다시 태어나기 전까지
중간 상태에서 49일을 머물고
바람의 말이 알려주는 데로
먼 길을 떠난단다
풀리지 않는 방정식처럼
영혼은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른다
2.
아침 출근길,
중앙분리선 너머 고라니 한 마리가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 누워 있다
비린내 나는 비명이
일상의 무심함을 깨운다
굳게 다문 선을 넘지 못한 채
하늘은 묵묵히 그 위를 지나간다
식어버린 어미의 발자국은
마지막 순간까지 숲속 새끼들을 맴돌았으리
한순간, 오색 깃발이
눈부신 빛으로 두 눈을 찌르고
어미는 바람의 말을 타고
숲 너머 어디론가 떠난다
청소차가 와서
고라니의 흔적을 쓸어간다
고라니는 울고
청소차는 웃는다
누군가의 끝, 누군가의 시작
해답 없는 문제처럼
삶과 죽음은 스쳐 지나간다
3.
어젯밤에 아버지 다녀가셨다는
어머니 말씀을 떠올리는 아침,
잘 모셔라, 죽었는데 살아있단다
삶과 죽음의 경계는
아벨 방정식의 해처럼
쉽게 풀리지 않는다
하루하루를
비루하게 꼬리를 흔드는 사람들도
바람의 말을 타고
불가능의 세계를 증명하러 간다
오면서 가는 이 길 위에
한 생명이 날아오른다
그리고 다시,
풀리지 않는 방정식이 남는다
밥 한번 먹자
밥은 왜 한 번만 먹을까
이항정리처럼, 두 번의 조합도 있지 않을까
준비 운동도 없이
밥 한번 먹자는 말은
일차방정식만큼이나 단순하고
자동 세차기를 통과하는 것보다 미분값이 낮다
아무 때나 함수처럼 전화를 걸고
배달 식품을 주문한다
밀키트는 상수항처럼 물만 더해지면 된다
세차하는 날은 집합에 속하지 않는다
허공의 벡터를 어깨에 매단 사람들이
뒷마당에서 변수 없는 말을 팽창시키고
거품처럼 무한급수로 커진다
언제 밥 한번 먹자는 말은
세상의 모든 언어에 중립 기어를 넣고
자동 세차기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호스를 타고 내려오는 하얀 이빨들을
인수분해하듯 다 뽑아야지
미세먼지 막는다고
마스크를 쓰고 담배를 피우며
하는 말, 언제 밥 한번 먹자는 것이다
목이 없는 자동 세차기가 나를 통과한다
발 빠른 알바는 규칙적인 손동작으로
한 번씩 닦고는 신호등의 녹색불처럼 출발 신호를 준다
그렇게 밥 한 번 먹었다
맨발에 구두를 신고
갈아입을 옷을 트렁크라는 집합에 원소로 넣는다
자동 세차하듯
적분의 끝점에서
언제 밥 한번 먹자는 거다
이광성
-부산 출생
-부산대 수학과 졸업, 동 대학원 졸업(이학박사)
-동서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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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2.03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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