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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양산 백학장원 원문보기 글쓴이: hwd
100세 혁명
존 로빈스
-‘나이’에서 벗어나 오늘 당장 시작하라
노화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건강을 해치고 수명을 단축할 뿐 아니라 현재의 삶도 고통스럽게 만든다. 레비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노화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삶이 가치 없고 공허하고 희망이 없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큰 반면, 노화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삶이 충만하며 희망적이라고 바라볼 가능성이 더 많다고 한다.
지난 100년 동안 산업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평균수명은 거의 30년이 늘었지만 많은 사람의 노년은 결코 행복하게 잘 사는 시간이 아니었다. 100년 전만 해도 서구의 일반적인 성인은 생의 1%에 해당하는 시간을 앓으면서 보냈지만 현대의 성인은 생의 10%가 넘는 시간을 질병에 시달린다. 현대인의 수명은 과거보다 늘어났지만 그만큼 더 오랜 시간 육체적으로 쇠약해지고, 인지 능력도 손상되는 만성질환을 앓으며 죽어가고 있다.
2025년이 되면 미국에서 만성질환을 관리하는 데 드는 연간 비용이 1조 달러가 넘을 것이다. 이미 65세 이상이 되는 성인의 절반이 두 가지 혹은 그 이상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으며, 25%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병세가 너무 심각해서 일상적인 활동을 하는 데 지장을 받고 있다. 한편 만성질환을 앓는 사람들의 평균연령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산업사회에 사는 사람들의 수명은 점점 더 길어지고 있지만 병에 걸리는 연령도 그만큼 낮아진 관계로 만성질환에 시달리는 기간 역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건강하게 오래 사는 사람들
--은퇴를 모르는 압하지야의 노인들
건강하게 나이를 먹는 압하지야인의 비결 중 일부는 일상적인 생활 속에 깊이 자리 잡은 규칙적인 운동량이 아주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속적인 육체 활동 덕분에 심장과 폐 기능이 크게 발달돼서 더 많은 산소가 심장에 공급될 수 있었다고 한다. 연구자들은 평지보다 산소도 훨씬 더 적고 험준한 지형에서 걸어 다니면서 늘어난 육체 활동 덕분에 산간지방에 사는 사람들이 수명도 길고 심장병 발생률도 더 적은 것으로 봤다.
압하지야 주민들은 은퇴란 개념 자체를 모른다. 이들은 인생의 어떤 단계에서건 앉아서 일을 하거나 시간을 때우는 법이 없다. 대부분의 노인이 여전히 규칙적으로 일을 하는데 많은 사람이 과수원과 정원에서 과일이나 견과가 열리는 나무의 나뭇가지를 쳐내고, 죽은 나무를 베어내고, 묘목을 심어면서 일한다.
베넷 박사는 압하지야의 초고령 노인들의 건강 상태에 큰 감명을 받았다. 노인들 중에서도 가장 나이가 많은 노인들만이 얼굴에 주름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리고 가장 나이가 많은 노인들이나 흰머리가 난 정도였다. 대머리인 노인은 매우 드물었다. 90세가 넘는 노인의 1/3이 독서나 바늘에 실을 꿰는 것과 같은 일을 포함해 어떤 일을 할 때도 안경을 쓸 필요가 없었다. 대부분의 노인이 치아가 온전하게 남아 있었다. 그리고 초고령의 나이에도 허리가 굽지 않고 멋지게 쭉 곧은 자세로 걸어 다니는 노인들에게 감명을 받았다.
특히 강조한 요인은 압하지야 문화의 큰 특징인 노인에 대한 존경이었다. 이러한 노인에 대한 공경은 그 사람의 부나 직업에 구애되지 않는다. 노인들은 단지 노인이라는 점 하나로 존경받고 심지어 숭배를 받는다. 노인들이 이런 존경을 받기 위해 해야 할 일은 없다. 그들은 젊은 사람들과 경쟁해야 할 필요가 없다.
노인에 대한 압하지야인의 존경은 그들이 쓰는 말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그들의 언어에는 심지어 ‘노인’이라는 뜻의 말도 없다. 그 대신 100세가 넘은 사람들은 ‘오래 사는 사람’이라고 부른다.
압하지야 문화에 대해 알면 알수록 현대 산업사회의 대조적인 면에 더 많이 눈뜨게 되고 우리가 얼마나 젊음에 집착하고 있는지 알게 된다. 반면 서구에서 노인은 추하고 젊은이는 아름답다고 생각해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더 젊어 보이기 위해 주름을 펴는 성형수술을 받고자 기꺼이 많은 돈을 들이고 적잖은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이 단순히 허영심이 강해서 자연스러운 삶의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 두개골에 티타늄 나사를 박고, 속눈썹이 없는 눈꺼풀에 눈은 충혈되고, 회복 기간은 고통스러운 정도로 더디고, 유아식을 눈곱만큼씩 먹으면서 견대야 하는 일련의 과정이 수반되는 절차를 견뎌내는 것일까?
2004년 비누회사인 도브가 전 세계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여성 중 단지 2%만이 자신을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여성의 나이가 많을수록 더 낮은 수치가 나왔다. 예순이 넘은 여성 중에서는 자신을 ‘평균적인 외모’라고 생각하는 사람조차 거의 없었다.
이는 아주 잔인할 일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결코 얻을 수 없지만 언론에서 일방적으로 내세우는 아름다움에 대한 이미지와 여성에게 나이 먹어가는 것을 두렵게 만드는 화장품 업계에 시달리는 곳에서는 이것이 일반적인 풍토다.
압하지야를 찾아온 사람들은 거의 다 압하지야 주민들의 삶에서 노래와 음악과 춤이 차지하는 중요성에 대해 언급한다. 압하지야의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은 노래하길 좋아하고, 모든 상황에 맞춰 부르는 노래가 있다. 이를테면 자장가가 있고, 노동가가 있고, 상처를 치료하는 노래가 있다. 결혼식에 부르는 노래도 있고, 다른 의식에 쓰이는 노래도 있다. 정기적으로 하는 자잘한 일을 할 때 부르는 노래도 있다. 밭에서 일을 할 때면 사람들은 일제히 여러 그룹으로 나뉘어 합창을 한다.
압하지야 문화에서 음악은 약처럼 사용된다. ‘다친 사람을 위한 노래’라는 제목의 노래가 있는데 이 노래는 다친 사람의 회복을 빌기 위해 친구들과 친지들이 부르는 노래다.
다농 요구르트 광고 덕분에 미국과 다른 곳에 사는 사람들은 종종 압하지야와 코카서스 사람들이 장수하는 이유가 요구르트 섭취 때문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실제 압하지야인은 요구르트를 먹지 않는다. 이들은 염소, 소, 혹은 양젖으로 만든 ‘마즌’이라고 하는 발효시킨 음료를 하루에 한두 잔 마신다. 이렇게 다양하게 발효시킨 우유는 코카서스 지방에서 몇 세기 동안 만들어졌으며, 아마 여기가 원산지일 확률이 높다. 전통적인 압하지야 식단은 근본적으로 유제품은 먹는 채식주의로서 고기는 거의 먹지 않으며, 이들이 먹는 유제품은 주로 발효시킨 우유인 마즌이다.
베넷 박사에 따르면 압하지야인은 대개 정원에서 막 딴 신선한 채소로 만든 샐러드로 아침 식사를 한다. 봄에는 물냉이, 골파, 무와 같은 톡 쏘는 채소를 주로 먹는다. 여름과 가을에는 토마토와 오이를 많이 먹고, 겨울에 먹는 샐러드에는 소금물에 절인 오이와 토마토와 무와 양배추와 오이가 들어간다. 딜(미나릿과 식물)과 고수풀을 넣을 수도 있지만 드레싱은 사용하지 않는다. 압하지야에서 야생으로 자라는 많은 식물도 샐러드에 들어간다. 아침 식사에는 또한 종종 마즌 한 잔이 포함된다. 압하지야인은 삼시 세끼 모두에 그들이 ‘사랑하는 아비스타’라고 하는 옥수수가루로 만든 죽을 항상 새로 요리해서 따뜻하게 데워 먹는다.
배가 고프면 압하지야인은 대개 집의 과수원이나 정원에서 키우는 제철 과일을 먹는다.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채소는 생으로 먹거나 물을 아주 조금 넣고 익힌다. 압하지야인은 전통적으로 음식을 튀겨 먹지 않는다. 그리고 음식의 신선함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채소는 상에 차리거나 요히하기 직전에 따며, 남은 채소는 버린다. 신선함을 극히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상해서 병원성 미생물이 있을지 모르는 음식은 먹지 않는 것이다. 또한 식품의 영양가가 최고이면서 영양소의 손실이 최소일 때 먹게 되는 장점이 있다.
압하지야 요리에서 견과는 큰 역할을 하며 그들의 식단에서 주요 지방원이다. 아몬드, 피칸, 너도밤나무, 개암을 재배하며, 다릉 야생 견과 나무와 함께 밤나무가 지천에서 자란다. 사실상 매 끼니에 어떤 형태로든 견과가 들어간다.
압하지야인은 비교적 고기를 적게 먹으며, 고기를 먹을 때는 살았을 때는 건강했고 신선하게 도살된 짐승의 고기를 먹는다. 하지만 고기를 먹을 때도 고기나 가금의 지방은 결코 먹지 않는다. 고기를 식탁에 낼 때는 아주 작은 지방 덩어리라도 제거해버린다. 압하지야인은 기름진 요리를 전혀 좋아하지 않는다. 이들은 또한 설탕도 먹지 않고, 소금은 조금 먹으며, 버터도 거의 먹지 않는다.
압하지야 식단의 가장 뚜렷한 특징 중 하나는 미국인에 비교해서 이들이 아주 조금 먹는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압하지야인이 하루에 2,000칼로리 미만을 소비하는 반면 많은 미국인은 글자 그대로 그 두 배를 먹는다. 그리고 다른 대부분의 나라와 달리 압하지야인의 식단은 재산이 늘어나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부자건 가난하건 압하지야인은 여전히 단백질은 적당하게 섭취하고, 지방은 주로 견과류에서 얻으며, 탄수화물은 주로 채소와 과일과 옥수수가루 같은 전곡으로 만든 시리얼에서 섭취한다.
--영원한 젊음의 계속, 빌카밤바
빌카밤바는 에콰도르의 안데스 산맥 깊숙이 숨어 있는, 아주 외딴 마을이다. 4,500피트의 고지에 조용히 자리 잡고 있는 빌카밤바 계곡은 페루 국경에서 그리 멀지 않고 태평양에서 100마일쯤 떨어진 오지다. 우선은 기후가 극히 온화하다. 1년 내내 평균기온 섭씨 20도에 계절적인 변화가 거의 없는 빌카밤바는 다양한 곡물과 과일과 채소를 쉽게 재배할 수 있으며 다른 많은 채소가 야생에서 자라서 따 먹을 수 있고, 갖가지 식물이 무성하게 우거진 아열대 농업 지역이자 목가적인 땅이다.
압하지야와 빌카밤바 문화의 큰 장점 중 하나는 사람들이 아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함께 씨를 뿌리고, 수확하고, 음식을 먹을 뿐 아니라 이웃과 함께 출산과 사별을 겪고, 아이들이 결혼하고, 부모님이 돌아가시는 경험을 함께 나눈다. 이런 식으로 이 공동 사회는 삶에서 가장 기쁘거나 두려운 순간을 함께하는 것이다. 누구도 그런 일들을 혼자 겪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곳 사람들은 고통에 대비해 무장하지도 않고, 서로를 피해 껍질 속으로 움츠려들지도 않는다. 이들은 상처를 입으면 울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으면 슬퍼한다. 슬퍼하는 행동자체가 삶의 일부이자 배움과 사랑의 일부로 여긴다. 그리고 계속해서 단단하고 친밀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면서 그렇게 배우고 나누는 삶 속에서 인생에 대한 미소가 더 깊어진다.
‘빌카밤바인이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아주 많이 웃으면서 산다는 것이다.’
빌카밤바에서는 압하지야와 마찬가지로 아주 나이가 많은 사람들도 매우 활동적이다. 집에서나 들에서는 항상 몸을 써서 해야 할 일이 있고 남녀 모두 아주 어려서부터 죽는 날까지 그런 일들을 해낸다. 그들에게는 운동 기구가 필요 없다. 그저 매일 가파른 지대를 왔다 갔다 하면서 일상적으로 해야 할 일만 해도 근육이 생길 뿐 아니라 심장혈관도 아주 건강하게 유지되기 때문이다.
엄청나게 많이 걷고 일을 한 결과 빌카밤바의 초고령 노인들까지도 뼈가 아주 튼튼하다. 산업사회의 노인들과 달리 이들은 넘어져서 팔이나 다리나 엉덩이가 부러지는 일이 거의 없다. 심지어는 그렇게 노령인데도 다리를 절거나 장애가 생기는 일도 드물다.
발키밤바인의 식단은 어떤 종류의 음식으로 구성되어 있을지 궁금할 것이다. 채소는 영양가가 완전한 상태에서 텃밭에서 막 딴 것을 먹는다. 과일은 종종 바로 딴 자리에서 먹는다. 빌카밤바의 식단은 거의 채소로 구성돼 있고 주로 전곡, 채소, 과일, 씨앗, 콩, 견과를 먹는다. 가끔 우유나 달걀을 먹기도 하지만 그런 음식은 드물다. 노인들은 고기도 거의 먹지 않고, 버터는 전혀 먹지 않는다. 이들의 전반적인 식단은 칼로리가 아주 낮다. 빌카밤바에는 과체중인 사람이 없다.
이들은 채소와 전곡과 다양한 콩에서 단백질을 얻는다. 탄수화물은 항상 정제되지 않은 곡물로 섭취하는데 주로 옥수수, 퀴노아, 밀, 보리 같은 전곡과 감자, 유카, 고구마를 포함한 덩이줄기 작물을 먹는다. 지방은 주로 아보카도, 씨앗과 견과로 섭취한다.
빌카밤바의 식단은 압하지야의 식단과 놀랄 정도로 비슷하다. 빌카밤바의 식단은 전통적인 압하지야 식단처럼 단백질과 지방이 거의 전적으로 채소에서 나온다. 이 두 지역의 식단은 칼로리가 낮다. 그리고 두 문화 모두 가공식품과 대량으로 생산된 식품보다는 자연적인 식품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현대 세계에서 우리가 디저트로 알고 있는 음식은 빌카밤바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빌카밤바의 노인들은 단 음식을 먹고 싶으면 무화과, 파일애플, 수박, 오렌지, 바나나, 나란질라, 파파야, 망고 같은 신선한 과일을 먹는다. 이곳에서는 모든 종류의 과일이 1년 내내 풍성하게 열린다.
노화에 대한 건전한 사고방식을 형성하고 싶다면 압하지야와 빌카밤바 같은 문화가 생활주기에서 우리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이해하는 방법에 대해 가르쳐주는 바가 많다. 이 문화권의 노인들은 존중받고, 그들이 지닌 지혜를 제대로 평가받는다. 이들은 자신이 사회적으로 유익하고 필요한 존재라고 느끼며 심지어는 아주 나이가 많은 노인들도 일반적으로 정신적인 기능과 육체적 능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반면 현대 산업사회에서 노인들은 종종 자신이 쓸모 없으며 사회와 단절되어 있다고 느낀다. 나이 들어갈수록 우리는 허허벌판으로 끌려 나와 오직 우리의 소소한 질환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타인의 복지와 행복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는 점점 줄어들게 된다. 오랫동안 살아오면서 우리는 중요한 것을 몇 가지 배웠을 수 있지만 주도적인 사회 환경은 우리가 지역사회를 위해 그렇게 배운 바를 표현할 수 있는 길을 점점 더 줄여갈 따름이다. 빌카밤바와 압하지야의 경우에서 추리는 좀 더 충만하고 즐겁게 노화를 경험하고, 좀 더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훈자, 아흔의 나이에 춤을 추는 사람들
훈자는 러시아와 중국과 접한 파키스탄의 북쪽 끝에 있다. 이곳은 무려 여섯 개나 되는 산맥이 한데 모이는 장엄한 곳으로 외경심을 불러일으키는 곳이다. 이 산맥들 정상의 평균 높이는 2만 피트이며 라카포 산맥 같은 경우는 2만 5000피트에 이른다.
훈자는 별까지 닿은 정도로 높게 뻗어 있는 험준한 성벽들 사이에 아늑하게 자리 잡은 매우 비옥한 계곡이다. 이 계곡에서는 2,000년 동안 1만 명에서 1만 3,000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외부 세계와 거의 완벽하게 고립된 채 살아왔다. 최근까지는 외부인들의 접근이 거의 불가능했고, 거의 1년 내내 유일한 출입구는 훈자 계곡을 둘러싼 채 높이 솟아 있는 산들 사이로 구불구불하게 이어지는 위험한 산길 밖에 없었다.
리프 박사가 훈자에 도착해서 처음 주목한 점 중 하나는 그가 연구하러 온 노인들이 놀랄 정도로 명량하고 활력이 넘친다는 점이었다. 가는 곳마다 그는 경이로울 정도로 활기차고 놀랄 정돌 쉽고 민첩하게 가파른 산비탈을 오르락내리락하는 노인들을 만나게 됐다.
훈자에는 계단식으로 일군 논밭 수천 개가 계곡 전체에 펼쳐져 아름답기 그지없는 장관이 만들어졌다. 그 논밭을 채운 흙은 수천 피트 밑에 있는 강에서 바구니로 채워서 가파른 산비탈까지 날라 온 것이다. 밭들은 모두 제방을 쌓아서 가장자리가 당보다 몇 인치 높다. 이렇게 해서 계단식 경작지는 지난 몇 세기 동안 힘들게 절벽 속으로 깎고 파 들어간 60마일이 넘는 수로들과 도관들을 통해 주변의 산에서 흘러내린 미네랄이 풍부한 물에 잠길 수 있었다. 침니가 아주 많은 그 물에는 훈자의 풍경을 내려다보고 있는 빙하에서 부서진 미세한 돌가루가 들어 있다. 따라서 그 물은 훈자의 작물을 비옥하게 할 뿐 아니라 이미 비옥한 흙에 귀중한 광물들로 얇은 막을 씌운 셈이었다.
훈자인은 음식을 조리할 때 불을 피우고 생긴 재를 모아서 해충들이 좋아할 만한 식물 주위의 흙 위에 올려두었다. 그러자 고알칼리성 재거름이 벌레들을 쫓아내는 역할을 했다. 그리고 그 재거름이 흙속으로 스며들면서 그 속에 있던 광물 함유량이 높아져 흙을 더욱더 비옥하게 만들었다. 이런 식으로 훈자인은 흙에 아무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작물을 보호했고, 그 과정에서 토양을 더 비옥하게 했다.
전반적인 농업 활동의 모든 단계에서 훈자인은 신비로울 정도로 현명한 결정을 내렸다. 문명 세계가 물과 하수의 위생에 대한 단순한 사실을 배우는 데 그렇게 오랜 세월이 걸린 반면 훈자인이 원시적이고 궁벽한 산촌에서 이미 1,000년 전에 그 사실을 효과적으로 이용한 것을 보면 아무래도 생각에 잠기지 않을 수 없다. 훈자인은 흙을 구슬려 식량을 재배해내는 방법에 있어 그야말로 초자연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다. 훈자인은 손가락으로 땅의 맥박을 짚어낸다. 훈자인은 총명하고 토양 유실이 위험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토양 침식을 최소화한다. 훈자인은 토양을 보존하는 방법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가 있다.
훈자인은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기 위해 가능한 한 모든 것을 다 넣었고, 아무것도 낭비하지 않았다. 여름에 그들이 키우는 염소와 양이 높은 산 중턱을 올라갈 때는 아이들이 동물들의 똥을 찾기 위해 산을 올라가는 놀이를 했고, 그렇게 주워 온 똥을 퇴비 더미에 보탰다. 과수와 채소를 키우는 데 쓸 수 있는 모든 것을 부지런히 모았는데 거기에는 죽은 나뭇잎, 썩어가는 나무, 그리고 찾을 수 있는 동물의 똥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 모든 것을 신중하게 고안해서 땅을 깊이 파 만든 퇴비 구덩이에 모았다가 수천 개의 계단식 논밭 곳곳에 조심스럽게 뿌렸다.
훈자인은 세계의 위대한 불가사의 중 하나라고 불리는 비옥한 계단식 논밭에 어떤 종류의 식량을 재배할까? 그들은 살구, 복숭아, 배, 사과, 자두, 포도, 체리, 오디, 무화과 그리고 여러 종류의 멜론을 포함한 다양한 과일을 재배한다. 이들은 여기다 여러 종류의 야생 베리류를 즐기는데 신선하게도 먹고 말려서도 먹는다. 훈자의 사과는 거대해서 사과 하나가 1파운드가 넘는다. 하지만 모든 과일 중에서도 그들이 가장 많이 먹는 과일은 그들이 좋아하는 살구다. 훈자인은 스무 가지가 넘는 살구를 개발했는데 그 맛과 영양가가 현재 지구에서 흔히 나오는 살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탁월하다.
과일은 여름에는 갓 따서 신선하게 먹고 겨우내 그리고 봄에는 말린 과일을 먹고 요리와 빵에도 넣어 먹는다. 훈자의 겨울에 전형적으로 먹는 아침 식사는 말린 살구와 수수로 만든 죽으로 막 빻은 아마씨를 뿌린다.
훈자에는 목초지가 아주 적어서 동물을 키운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고기는 아주 조금 먹는다. 극히 드물지만 축제날에는 염소나 양고기를 먹고, 또 다른 날에는 염소젖이나 양젖으로 만든 발효시킨 우유를 마신다. 하지만 리프 박사의 말에 따르면 고기와 유제품은 합쳐서 전체 식단의 1%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훈자인의 식단이 빌카밤바인, 압하지야인의 전통적인 식단과 거의 흡사하다는 것은 사실 아주 흥미로운 일이다. 이들은 각각 다른 지역에 살지만 모두 경이로울 정도로 건강한 이 세 곳의 전통적인 식단은 현대 기준으로 봤을 때 칼로리가 낮다. 세 곳 모두 단백질과 지방을 거의 전적으로 식물에서 섭취하고 있다. 그리고 세 곳 모두 가공식품과 대량생산된 식품이 아닌 자연적인 식품만 먹는다.
이 세 문화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상당히 많은 양의 전곡을 먹는다. 훈자에서 주로 먹는 곡물은 밀, 보리, 수수, 메밀, 염주라고 하는 단단하고 진주같이 생긴 씨가 달린 풀이다.
채소 역시 훈자인의 식단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특히 푸른색 채소를 잘 먹으며 여기에는 겨자 잎, 시금치와 상추 그리고 당근, 순무, 감자, 무와 같은 근채류와 콩과 병아리콩, 렌즈콩 같은 다양한 콩과 다른 많은 종류의 호박이 들어간다. 이들은 요리에도 넣고 약으로도 쓰기 위해 박하와 백리향을 비롯한 여러 종류의 허브를 재배한다. 그리고 아마씨를 재배하며 어떤 형태로든 음식에 갓 빻은 아마씨 가루를 넣는다.
훈자 사람들은 음식의 대부분을 날로 먹는다. 여름에는 많게는 음식을 80%를 자연 그대로 먹는다. 제철 채소는 먹기 직전에 따서 거의 생으로 먹는다. 예를 들어 알갱이가 속대에 그대로 붙어 있는 옥수수는 절대 익혀 먹지 않는다. 겨울에는 렌즈콩과 콩과 완두콩을 며칠 동안 물에 불려뒀다가 젖은 수건 위에 올린 후 햇볕에 말린다. 그리고 거기에서 싹이 날 때 먹는다.
채소를 익힐 때는 대개 물을 아주 조금 넣고 살짝 찐다. 그리고 채소를 익힐 때 넣는 물은 채소를 먹으면서 같이 마셔서 그 안에 농축된 영양분까지 모두 섭취한다.
대부분의 음식을 날로 먹고, 나머지 음식은 아주 살짝 익혀 먹는 훈자인의 요리법에는 두 가지 장점이 있다. 요리를 하는데 필요한 연료를 최소한으로 유지할 수 있는데, 연료원이 풍부하지 않은 훈자에서 생태학적으로 아주 중요한 일이다. 동시에 채소의 영양소를 그대로 보존할 수 있다.
사무엘 울만의 청춘이란
청춘은 인생의 어느 한 시기가 아니라 마음가짐이다. 청춘은 장밋빛 볼, 붉은 입술, 유연한 무릎이 아니라 강인한 의지와 풍부한 상상력과 왕성한 감수성이다. 청춘은 신선하고 깊은 생명의 숲이다.
청춘은 수줍음을 이기고 용기를 내는 것이고, 쉬운 것에 대한 사랑보다 모험을 갈망하는 것이다. 청춘은 종종 스무 살짜리 애송이보다 60세 노인의 마음속에 깃들어 있다. 단순히 살아온 나날의 수만으로 늙는 사람은 없다. 이상을 버릴 때 그때 늙는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 피부에 주름이 지겠지만 열의를 잃어버리면 영혼에 주름이 진다. 걱정, 두려움, 자신에 대한 회의는 심장을 굽히고 영혼을 먼지로 돌아가게 한다. 60세건 열여섯 살이건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는 경이로운 것에 매혹되고, 다음엔 어떤 일이 생길지 아이처럼 궁금해하는 호기심이 숨어 있다.
당신과 내 마음의 한가운데에는 무선 전신국이 있다. 사람들과 무한한 존재에게서 아름다움, 희망, 유쾌함, 용기, 힘의 메시지를 받는 한 언제까지나 청춘으로 남아 있게 될 것이다.
--간소함의 미덕, 오키나와
일본의 최남단 현인 오키나와는 140만 명의 인구가 거주하는 161개의 아름다운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오키나와는 날씨가 상쾌하고, 7월 평균 기온이 27.7도이며 1월 평균 기온이 16.1도로 쾌적해 ‘일본의 하와이’라고 불린다.
오키나와는 기록을 입증된, 세계에서 가장 건강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자 사람들의 수명이 가장 긴 곳이며, 100세를 넘은 노인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이다. 많은 연구에서 100세 혹은 그 이상까지 사는 사람들은 종종 살아오면서 내내 아주 건강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의학 용어로 말하면 이들은 대개 인생의 말기에 이르러서야 급격히 체력이 쇠퇴하며, 삶이 끝날 때쯤 노화 현상이 집중적으로 일어나게 된다. 이는, 즉 이들이 평생 건강한 삶을 누리다가 죽을 때가 돼서야 건강 문제를 경험하는 경향이 있다는 뜻이다. 100세 연구에 따르면 100세까지 사는 노인의 95%가 90세까지 큰 병을 앓지 않고 살았다고 한다.
오키나와 노인들은 죽기 한두 해 전까지는 경이로울 정도로 건강하고 정력적으로 살아가지만 현대 서구 사회에서는 훨씬 전부터 이전에 누리던 삶을 누리지 못하게 된다. 현재 미국과 비슷한 나라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은 육체적으로 20대와 30대에 절정에 이르렀다가 그 후로 서서히 쇠퇴하게 된다. 70세에 이르면 대부분의 사람이 최대 호흡 능력의 60%, 신장과 간 기능의 40%, 골부피의 15~30%, 그리고 힘의 30%를 잃게 된다.
오키나와는 이와 매우 달라서 많은 노인이 아주 건강하고, 완전히 독립적으로 생활하며, 100세 혹은 그 이상이 돼도 농사 같은 아주 활동적이고 육체적인 일을 계속한다.
오키나와 노인들은 대체 어떻게 그렇게 건강한 걸까?
압하지야와 빌카밤바와 훈자에서처럼 오키나와 문화는 노인을 무척 공경하며, 오키나와인은 항상 이웃과 나누면서 서로 보살펴주는 태도가 몸에 배어 있다. 그리고 오키나와인은 일상생활에서 육체 활동을 아주 많이 한다. 하지만 한 가지 차이점은 산소가 희박한 고지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산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운동을 많이 하는 대신 대부분의 오키나와인은 바닷가나 바다 가까운 곳에 산다는 점이다.
오키나와 노인들에게 그렇게 건강하게 오래 장수하는 비결을 물어보면 그들은 대개 그들이 먹는 소박하고 영양가가 많으며 몸에 좋은 음식을 이유로 든다.
오키나와인은 음식을 완전히 다르게 생각한다. 음식에 대한 전통적인 오키나와 속담들은 대부분 서구의 건강 식품점 벽에서 볼 수 있는 글귀 같다. 한 속담을 보면 “음식은 삶에 양분을 공급한다. 음식이 보약이다” 이런 속담도 있다. “좋은 음식을 먹으면 힘이 세지고 건강해질 것이다.”
오키나와 100세 노인 연구를 실시했던 연구자들에 따르면 식단이 정말로 그들의 놀라운 건강에 근본적인 역할을 했다고 한다.
*모두 전체적인 칼로리가 낮다
*풍부한 전곡, 채소와 과일을 포함한 좋은 탄수화물의 비율이 아주 높다.
*모두 ‘자연식품’으로 가공하거나 정제한 음식, 설탕, 옥수수 시럽, 방부제, 인공 조미료나 다른 화학물질이 들어간 음식은 먹지 않는다.
*모두 신선한 음식을 먹으며 통조림 식품이나 장거리로 운송된 식품보다는 그 지역에서 재배한 제철 음식을 먹는다.
*모두 저지방 음식이며, 그 지방은 씨, 견과류와 같은 식물성 지방이고 가끔은 생선에서 지방을 섭취하지만 병에 든 오일이나 마가린이나 동물성 포화지방은 먹지 않는다.
*단백질은 콩, 완두콩, 전곡, 씨, 견과류를 포함한 식물에서 주로 섭취한다.
장수 문화권에 사는 사람들의 시각에서 볼 때 이들은 ‘저칼로리 음식’을 먹는 게 아니다. 이들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먹는 음식이 칼로리가 높은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의 섭취량이 적은 ㄱ서이 아니라 우리가 지나치게 많이 먹는다고 보는 그들의 생각에는 일리가 있다. 우리가 기름기 많은 버거, 설탕, 하얀 밀가루, 그리고 칼로리는 높은데 영양가는 별로 없는 음식을 먹느라 바쁜 반면, 이 전통적인 사회의 구성원들은 평균적인 미국의 음식보다 필수 영양소는 훨씬 더 많으면서 칼로리는 훨씬 낮은 식단에 의지해서 아주 건강하고 오래 살아왔다.
오키나와인은 끼니때마다 배를 든든히 채우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절대 과식하지 않는다. 이들은 배가 부른 느낌을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 몸의 생물학적 원리를 고려해보면 이치에 맞는 일이다. 가끔 아직도 뭔가를 먹고 있을 때보다는 먹고 난 후 20분이 지났을 때 배가 더 부르다는 것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위에 있는 신장 수용기가 음식을 섭취한 지 20분이 지난 후 뇌에게 실제로 당신이 얼마나 배가 부른지 말해주기 때문이다. 만일 완전히 배가 꽉 찰 때까지 먹는다면 실제로는 끼니마다 20%씩 초과해서 먹는 셈이다. 그리고 그렇게 규칙적으로 먹으면 위가 그 많은 음식을 받아들이기 위해 조금씩 늘어나게 된다. 그러면 다음번에는 그만큼 포만감을 느끼기 위해 더 많은 음식을 먹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천천히 음식을 먹어야 좀 더 만족스럽고 몸에 좋은 이유 중 하나다.
만약 건강하고 오래 살고 싶다면 가공된 음식과 영양가 없이 칼로리만 높은 음식을 피하는 대신 영양가는 높으면서 칼로리는 낮은 식단을 먹는 것이 관건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하면 암, 심장병, 뇌졸중, 당뇨, 자가 면역 질환과 다른 많은 질병에 걸릴 확률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