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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문예문학상 수상작인 조선달 님의 <별을 따르는 아이>를 올립니다.
동화시 별을 따르는 아이
조선달
1 토토는 깊고 깊은 산골에 살았습니다.
다정한 엄마와 구름 같은 흰 머리를 가진 할머니 단 세 명이 가족이었습니다.
꽃이 피는 봄날에는 온 동네의 벌들이 집 뒤의 꿀벌 통으로 모여들었어요.
붕붕붕-
벌떼가 날아다니는 봄날은 무척 행복한 시절입니다.
2 어느 무더운 여름날이었어요.
“토토야, 잠이 오지 않는 구나.” 엄마는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답니다.
긴 봄날 동안 벌치는 일을 하느라 고단했던 탓일까요.
너무나 무더운 여름밤이었기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가 그리워서였을까요.
엄마가 잠을 이루지 못한 것은 벌써 며칠 째입니다.
3 “엄마, 그럼 양들을 헤아려 보세요.”
잠이 오지 않을 땐 양들을 세는 것이라고 할머니가 말해 주었거든요.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토토도 어릴 적에 이렇게 양을 헤아렸답니다.
“나도 양들을 헤아려 보려고 했단다. 그런데 통 양들이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는구나.” 엄마는 토토의 손을 꼭 잡아주었습니다.
토토는 엄마는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 아마도 양들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양들이 보이지 않아서 엄마가 저렇게 잠을 자지 못하는 것이겠지요.
4 “할머니 양들은 어디에 살아요?”
할머니는 바느질을 하다 말고 토토를 돌아보았습니다.
“낮에 보이는 양들은 푸른 풀밭에 살고 있지만, 밤에 보이는 양들은 저 하늘에 별이 되어 살고 있단다.”
“그럼, 언제 밤하늘의 양들을 볼 수 있나요?” 토토가 물었습니다.
“별들의 형님은 달님이란다.
달빛이 밝은 날에는 별들이 빛을 내지 않는단다.
그래서 별들은 보름달이 뜨면 보기가 어렵단다.”
5 토토는 다음 날 대나무 숲을 찾아갔어요.
언젠가 돌아가신 할아버지로부터 파랑 대나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예요.
대나무 밭 가운데는 가장 큰 대나무가 있는데 길이가 하늘에도 닿을 듯이 크다고 했어요.
그 대나무라면 마을의 제일 높은 산에 올라 서서 별도 건드릴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대나무 밭에는 새로 돋아난 대나무들이 벌써 키를 넘고 있었어요.
한낮인데도 대나무 밭은 벌써 어둑어둑했답니다. 토토는 살짝 무서워졌습니다.
그런데 저기서 동그란 눈알 두 개가 보입니다. 자세히 보니 부엉이였어요.
6 “너는 누구냐?” 대나무 밭에 있던 부엉이가 물었어요.
“나는 토토야, 제일 큰 대나무를 찾기 위해서 왔어.” 토토가 말했습니다.
“아, 파랑 대나무 말이군. 그렇다면 조금 더 올라가야 해. 여기에는 그 대나무가 없어.”
눈은 동그랗고 긴 눈썹을 가지고 있는 부엉이가 말했습니다.
토토는 부엉이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대나무 밭으로 올라갔습니다.
7 “너는 누구냐?” 한참 길을 가고 있는데 발밑에서 소리가 들렸어요. 자세히 보니 커다란 지네였어요.
“나는 토토야, 제일 큰 대나무를 찾기 위해서 왔어.” 토토가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조금 더 올라가야 해. 여기에는 제일 큰 대나무가 없어.”
몸이 길고 다리가 많은 지네가 말했습니다.
토토는 지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대나무 밭으로 올라갔습니다.
8 얼마나 걸었을까요. 마침내 토토는 파랑 대나무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대나무는 하늘에 닿을 듯이 자라 있었습니다. 토토는 가지고 간 톱으로 대나무를 쓱싹쓱싹 잘라 집 뒤의 밭에 숨겨 두었습니다.
붕붕붕- 꿀벌들도 처음 보는 대나무가 신기한지 모여들었습니다.
그리고는 밤이 되었습니다.
달빛도 없고 구름도 없는 깜깜한 밤이었습니다. 별들이 하늘에 초롱초롱했습니다.
토토는 길다란 대나무를 가지고 앞산에 올라갔습니다.
9 별들이 초롱초롱 반딧불처럼 매달린 하늘입니다. 별들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토토는 그 중 한 무리의 별들을 대나무로 두드려 보았습니다.
“너는 누구니?” 별들 중 하나가 물었습니다.
“토토예요. 혹시 양자리인가요?”
“아니다. 우리는 사냥개자리란다. 그런데 너는 왜 이 깊은 밤에 혼자 찾아온 거니?”
“엄마가 잠을 이루지 못하세요. 그래서 양들을 찾는 중이에요.”
“아하, 그랬구나. 그렇다면 조금 더 옆으로 가서 찾아야 할 거야.
만일 네가 무서운 동물을 만날 때 나를 부르면 내가 쫓아줄 수 있지.”
10 토토는 다시 별자리를 두드렸어요.
“너는 누구니?” 별들 중 하나가 물었습니다.
“토토예요. 혹시 양자리인가요?”
“아니다. 우리는 목동이란다. 양떼를 치는 사람이지. 그런데 너는 왜 이 깊은 밤에 혼자 찾아온 거니?”
“엄마가 잠을 이루지 못하세요. 그래서 양들을 찾는 중이에요.”
“아하, 그랬구나. 그렇다면 양을 찾을 것이 아니라 물병자리를 찾아야 할 거야.”
11 “제가 찾는 것은 양이에요.” 토토가 말했습니다.
“물론 그렇겠지. 그렇지만 양들은 푸른 풀이 있어야 기운이 펄펄 나거든.
그렇지만 말이지. 비가 오지 않아 가뭄이 계속된다면 풀이 잘 자라지 않아.
풀이 없다면 양들은 기운이 없어서 뛰어놀지를 못해.
사실 요즘은 가뭄이 계속되어서 양들이 풀을 잘 먹지 못하고 있단다.
그런 일이라면 물병자리별에게 부탁하는 것이 나을 거야.”
12 그래서 토토는 물병자리를 찾아보기로 했어요. 긴 대나무로 이리 저리 별자리를 흔들어 보았어요.
그러다가 전갈자리를 건드려 혼이 나기도 했어요.
그러다가 큰곰을 건드려 깜짝 놀라기도 했어요.
그러다가 게자리를 건드려 물릴 뻔도 했어요.
그리고는 마침내 가장 큰 곳에 있는 한 무리의 별을 두드렸어요.
13 “너는 누구니?” 별들 중 하나가 물었습니다.
“토토예요. 혹시 물병자리별인가요?”
“그렇단다. 네가 목이 마를 때 나를 부르면 맑은 물을 가득 뿌려줄 수가 있어.”
“야호-.” 드디어 물병자리별을 찾았어요.
토토는 신이 났습니다. 눈빛이 별빛처럼 초롱초롱해졌습니다.
14 “그럼 부탁이 있어요. 양들이 목이 말라 기운이 없어요. 그러니 물을 좀 뿌려줄 수 있으신가요?”
“아차차, 미안! 그러고 보니 내가 요즘 물을 뿌린 지가 오래 되었네. 그런데 왜 양들에게 물을 주려고 하지?”
토토는 엄마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러자 물병자리별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참 착한 꼬마로구나. 물을 주기 전에 네가 해야 할 일이 있단다.”
물병자리별이 말했습니다.
15 “나는 오랫동안 물병을 들고 있었단다. 내가 물을 뿌리지 않는 것은 떠나온 고향을 생각하고 있어서 그렇단다.
그러니 네가 큰 소리로 물을 뿌려 달라고 내게 말해 주겠니.
그렇게 되면 양들도 너의 어머니도 그리고 너도 행복해질 거야.”
“어떻게 하면 되는데요?” 토토가 물었습니다.
“내가 고향 생각을 잠시 잊고 물을 뿌려 줄 수 있게 간절하게 말해 주면 된단다.”
“네, 그럼요.” 토토는 잠시 숨을 들이켰습니다.
16 토토의 마음속에는 잠을 이루지 못하는 엄마가 떠올랐습니다.
흰구름처럼 하얀 머리의 할머니가 떠올랐습니다.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가 떠올랐습니다.
토토는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물을 뿌려 주세요~.”
그리고는 다시 한 번 더 두 손을 입에 모으고 하늘을 향해 외쳤습니다.
“물을 뿌려 주세요~.”
17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물병자리별이 잠시 기울어지나 싶더니 반짝이는 물을 밤하늘에 쏟아내기 시작했어요.
온 하늘이 마법에 걸린 듯 반짝였어요. 온 하늘에 푸른 물줄기가 번져가는 듯했답니다.
그 순간 저 하늘의 어디선가 양떼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습니다.
18 랄랄라라- 토토는 산을 내려왔습니다.
밤하늘의 별들이 새로 얼굴을 씻은 듯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양떼들이 하늘의 풀밭에서 마음껏 뛰어놀 것 같습니다.
이제는 엄마의 깊은 잠 속에서도 양들이 뛰어다닐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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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조선달 선생님, 아동문예로 아동작품활동을 시작하심과 등단을 축하드립니다.
남전 선생님, 소식 감사합니다.
저도 아동문예를 읽은 후 조선달 선생님께 축하 전화를 드리고 통화를 하였습니다.
다음 모임에는 오시겠다는 말씀도 해 주셨습니다.
조선달 선생님, 반갑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