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 서삼면 모암리 山 98번지 일대(모암마을), 북일면 문암리 山 233번지 일대(금곡영화마을), 서삼면 대덕리 山 113번지 일대(대곡마을), 서삼면 추암리 山 24-7번지 일대(괴정마을)
축령산(621.6m)은 노령의 지맥에 위치한 산맥으로 전남북의 경계를 이룬다. 축령산 남서쪽 산록은 마치 유럽풍의 잘 조림된 침엽수림지대를 연상케 한다. 참빛처럼 가지런히 자란 빽빽한 침엽수림이 비온 뒤 맑게 갠 하늘의 청량감을 준다. 삼나무·편백·낙엽송·테다·리기다소나무 등 수령 4∼50년 생의 숲이 779ha 가량 널찍하게 바다를 이룬다. 주변엔 천연림인 상수리·졸참나무·떡갈나무 등이 둘러싸고 있어 더욱 툭 뛰어난다. 그 인공수림 사이로 산의 7부 능선을 비스듬히 가로지르는 임도로 들어서면 울창한 숲이 하늘을 가리고 있다. 요즘 각광받고 있는 산림욕을 즐기기에 최적의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축령산 산행의 깃점은 광주에서 갈 경우 서삼면 추암리 괴정마을, 서삼면 대덕리 대곡마을, 서삼면 모암리 모암마을 혹은 북일면 금곡마을등 네방면으로 접근한다. 어느쪽을 택할 것인가 미리 정해 장성버스터미널에서 군내버스를 골라 타야 한다. 방향이 전혀 틀리기 때문이다. 만약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장성톨게이트에서부터 길이 갈라지므로 미리 유념해야 한다. 괴정마을 코스는 필암서원과 추암계곡의 철철폭포 등을 구경할 수 있음에 반해 교통이 불편하다. 반면 대곡·모암마을은 군내버스 운행횟수가 많아 교통편이 좋은 대신 등산코스가 밋밋하지만 나름대로 정취가 있다. 금곡쪽은 진입로가 먼 대신 산행의 시작부터 조림지가 펼쳐진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등산로가 완만한 추암리 괴정마을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금곡마을 쪽으로 하산하거나 반대로 금곡마을에서 출발하여 괴정마을 쪽으로 내려오는 것이 무난하다.
축령산의 아름다운 편백나무 숲을 비롯한 산림자원을 보호하고 탐방객들이 맑은공기와 쾌적한 산림욕을 즐기실 수 있도록 축령산 내 도로는 차량통행을 금지하고 있다. 주차를 하실 경우에는 모암 산촌생태마을 인근에 설치된 모앜리 임시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다.
|
|
|
|
|
|
괴정마을 → 삼거리주차장(춘원 임종국선생기념비) → 헬기장 → 능선갈림길 → 정상 → 임도 → 삼거리주차장 → 금곡마을(총8.8㎞, 3시간 25분 소요)
|
|
금곡마을 → 춘원 임종국선생기념비 → 능선갈림길 → 정상 → 해인사 → 괴정마을(총6.5㎞, 2시간 30분 소요)
|
|
괴정마을 → 삼거리주차장(춘원 임종국 선생기념비) → 헬기장 → 우물터 → 모암갈림길 → 통나무집 → 산림욕장 → 우물터 → 삼거리 주차장(기념비) → 괴정마을(총 5.5㎞, 2시간 소요)
|
90만평 인공림 편백·삼나무등 '키자랑'
숲 속의 아침은 늦다. 해가 뜬지 한참 되었는데도 여전히 어둡다. 그리고 조용하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이걸 두고 ‘고요’라고 하는가 보다. 햇살이 나뭇잎을 들추고 숲 안쪽을 비추면 고요가 깨진다. “딱딱딱딱….” 요란스럽게 나무를 두드리는 소리. 딱따구리다. 이 소리를 신호로 숲의 아침이 일제히 시작됐다. 새들이 울고, 청솔모인지 다람쥐인지 무엇인가 숲 속에서 바스락거리며 분주히 돌아다닌다. 눈을 감고 귀에 신경을 집중한다. ‘숲의 아침은 참 건강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전남 장성군에 있는 축령산은 야트막한 산이다. 웬만한 지도에는 표시되지 않을 정도이다. 이 작은 산이 세상에 알려진 이유는 산을 두르고 있는 건강한 숲 때문이다. 삼나무와 편백, 그리고 낙엽송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숲을 배경으로 영화 ‘태백산맥’ ‘내마음의 풍금’, 드라마 ‘왕초’가 촬영됐다.
싱그러운 공기…삼림욕 한나절에 가뿐
축령산의 숲은 자연이 만든 숲이 아니다. 사람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일제시대를 겪으면서 완전히 헐벗었던 산을 지금의 모습으로 만든 이는 독립운동가인 춘원 임종국씨. 1956년부터 시작된 육림의지는 그가 세상을 떠난 1987년까지 계속됐다. 그러다보니 어느덧 90만평의 숲이 조성됐다. 마을 사람들은 “이렇게 울창한 숲이 될 줄은 정말 몰랐다”고 회고한다.
축령산의 나무는 모두 허우대가 좋다. 일부러 하늘을 향해 쭉쭉 뻗는 나무를 골라 심었다. 편백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삼나무이다. 둘이 비슷하게 생겨 구분이 쉽지 않다. 나뭇잎이 부챗살처럼 생긴 것이 편백, 뭉친 것이 삼나무이다. 간혹 낙엽송이 눈에 띈다. 거의 노란색에 가까운 새 잎을 달고 있다. 햇살을 받으면 금조각처럼 반짝거린다. 고급가구를 만들거나 통나무집을 짓는데 쓰일 만큼 좋은 목재여서 인기가 높다.
숲 속에 길이 나 있다. 나무를 심어나르기 위한 임도이다. 북일면 문암리와 서삼면 모암마을을 연결한다. 총 연장 6㎞. 완만한 경사의 비포장길이다. 차가 다닐 수 있지만 걷는 것이 좋다.
2시간30분이면 주파할 수 있다. 걷는 이유는 삼림욕을 하기 위해서다. 축령산의 나무들은 특히 피톤치드(긴장을 완화하고 항균력이 뛰어난 방향성 물질)를 많이 발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 번 걷고 나면 웬만한 기침감기는 뚝이다.
길의 중간 지점에 만들어진 휴식공간에는 시골학교 운동장만한 평지와 지붕을 씌워놓은 우물이 있다. 검은 고무통으로 만든 두레박이 정겹다. 이 곳까지 와 잠시 쉬다가 차가 있는 곳으로 되돌아가는 방법도 있다.
고찰 백양사·수상천국 장성湖도 손짓
장성의 유명한 관광지는 두 곳. 천년 고찰 백양사와 맑은 물빛의 장성호이다. 백양사는 백제 무왕 33년(632년)에 세워졌다. 대한 조계종 18교구의 본사이기도 한 큰 절이다. 백양사의 으뜸 명물은 단풍이다. ‘애기 단풍’이라 불리는, 잎이 작은 종류이다. 투명할 정도로 맑은 빛을 자랑한다. 그래서 단풍철이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이 몰린다. 단풍나무의 잎은 가을 뿐 아니라 봄에도 아름답다. 고사리 손처럼 앙증맞다. 입구에서 절에 이르는 2㎞의 길 양쪽으로 단풍나무가 새 잎을 피우고 있다.
장성호는 1976년에 완성된 호수. 황룡강의 상류를 막아서 만들었다. 4개 시ㆍ군의 농토를 적시는 큰 인공호인데 최근들어 수상 레포츠의 천국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수상스키, 카누 등이 맑은 물 위에서 펼쳐진다. 무엇보다 인기있는 레저는 낚시. 물 반, 고기 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류 수초대를 중심으로 봄 물낚시가 시작됐다.
호수는 모내기철을 기다리며 만수 상태이다. 물가의 버드나무가 반쯤 물에 잠겼다. 물 속에 뿌리를 내린 나무가 파랗게 봄을 빨아들이고 있다.
[길에서 띄우는 편지] 장성 축령산
잊지 못할 아름다운 여행의 추억이 있습니다. 평양을 거쳐 백두산으로, 다시 백두산에서 묘향산으로 갔던 여행입니다. 꿈 속에서 가봤냐고요? 실화입니다. 2000년 가을 남북 교차관광이 시도됐습니다. 선발대로 남쪽에서 100명이 먼저 백두산을 방문하고, 이후 북쪽에서 100명이 한라산을 여행할 계획이었습니다. 남쪽의 백두산 방문은 이루어졌는데, 이후 일이 꼬이면서 북측의 한라산 여행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운 좋게도 남측 관광단에 끼어 백두산에 갈 수 있었습니다. 백두산의 최고봉인 장군봉에서 개마고원 위로 떠오르는 일출을 보았습니다.
1년에 20일 정도 밖에 볼 수 없다고 합니다. 정말 행운이었습니다. 천지에도 내려갔습니다. 거울 같이 맑은 물가에 자리를 펴고 두만강에서 잡았다는 산천어로 죽을 끓여 먹었습니다. 들쭉술이 한 순배 돌아가니 정말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습니다. 취재에 참가했던 모든 기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했습니다. “이제 평생 여행을 못한다고 해도 여한이 없다”고요.
가장 강렬한 기억은 백두산의 숲입니다. 백두산의 나무는 거의 낙엽송입니다. 현지에서는 이깔나무라고 부릅니다. 가을이면 ‘잎을 간다’는 ‘입갈’의 발음이 변했습니다. 이깔나무의 잎은 노랗게 물들어 낙엽이 됩니다. 때는 10월. 백두산 둔덕은 온통 황금빛 세상이었습니다. 완전히 원시의 숲입니다. 길 바깥으로는 걸음을 옮길 수 없을 정도입니다. ‘역시 백두산이야!’ 모두 감탄했습니다.
더욱 놀란 것은 자연림이 아니라 인공림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였습니다. 일제의 남벌로 백두산의 숲은 완전히 망가졌다고 합니다. 새 나무를 심고 철저하게 관리한 결과, 백두산 원시의 숲은 살아났습니다.
장성 축령산에서 백두산의 냄새를 맡았습니다. 규모는 비교할 수 없지만 남쪽에도 이런 인공림이 있다는 게 뿌듯했습니다. 공터에서 끓여 먹으려고 라면과 취사도구를 챙겼습니다. 그러나 건강한 숲의 모습에 ‘아서라, 불 낼라’라는 마음이 앞서 배낭을 열지도 않았습니다. 쫄쫄 굶었지만 행복했습니다.
행복감에 취해 넋을 잃고 앉았는데 환영이 보였습니다. 백두산이었습니다. 이깔나무숲이 황금바늘 같은 낙엽을 털어내고 있었습니다. /권오현기자
축령산 여정
가는 길
호남고속도로 백양사IC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편하다. 톨게이트에서 우회전, 굴다리 밑으로 직진해 장성 방향 모현리 4거리까지 간다.
약 6㎞. 고창쪽으로 우회전, 898번 지방도로를 타고 개천교를 지나 금곡마을 입구까지 4.4㎞. 금곡영화마을이란 이정표를 보고 좌회전, 2㎞ 정도 올라가면 마을 입구다. 마을 뒷산이 축령산이다. 서울에서 장성까지 하루 3편 고속버스가 다닌다. 장성읍에서 금곡마을까지는 하루 4차례 군내버스가 왕복한다. 장성터미널 (061)393-2660.
반대편 모암리 쪽의 길은 복잡하다. 장성읍에서 황룡강을 넘으면 오른쪽으로 추암마을로 향하는 길이 나 있다. 소로이지만 점점 넓어진다. 도중에 길이 많이 갈라지지만 ‘추암관광농원’이라는 이정표를 계속 따라가면 축령산에 닿는다. 장성군청 (061)393-1989.
쉴 곳
축령산 근처에는 정식 숙박시설이 없다. 농원과 찻집 등에서 민박을 친다. 모암리의 추암관광농원(061-394-4600)과 백련동(393-7077) 등이 숲에서 가장 가까운 숙소. 장성읍내엔 여관이 많다. 한양모텔(392-7001), 조선비치(392-4714), 파레스(393-2615), 그린모텔(393-3211), 진흥각(393-3703) 등이 비교적 시설이 좋은 장급 여관이다. 백양사 앞에도 여관이 많다. 백양관광호텔(392-0651)이 가장 크다. 금강여관(392-7766), 백운각(392-7531), 백양산장(392-7500) 등도 제법 규모가 있는 여관이다.
먹을 것
장성의 대표적인 먹거리는 메기 요리. 특히 찜이 맛있다. 자연산 메기에 23가지의 양념을 넣고 찐다. 향긋한 흙내음이 매력적이다. 1994년 남도음식 대축제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명하식당(061-393-3618), 연전식당(392-4502), 신광식당(393-3615), 초야식당(393-0734) 등이 유명하다.
백양사 먹거리촌의 산채를 빼놓을 수 없다. 백운각식당(392-7531), 정읍식당(392-7427), 산장식당(392-7500), 남원식당(392-7557), 나주식당(392-7608) 등 10여 개의 산채식당이 늘어서 있다. 상다리가 휘어지게 반찬이 나온다. 남도의 후한 인심에 구경만 해도 배가 부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