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 2011년 10월30일
누구와 : 우리부부
어디로 : 오서산(790.7m)
어제 오은선 대장과 함께하는 한국명산 14좌 마지막 산인 한라산을 다녀와 다리통증이 가시지 않고 지난 주 무리하여 몸살로 며칠을 병치레(?)한 후 자꾸 몸에 대하여 약한 마음이 생긴다. 그냥 포기하고 집에서 쉴까도 생각해보지만 아침식사 중 와이프 지난번에 계획했던 오서산 억새 보러 몇 시에 출발하냐고 물으니 천천히 준비하여 출발하자 애기하고 베란다에 있는 배낭을 가지고 나온다. 오늘 산행은 느지막하게 출발 낙조와 억새 그리고 항구의 정취를 느끼고 고속도로의 정체가 좀 풀리면 상경할 계획으로 아침 10시에 출발이다.
오서산은 보령시와 홍성군 그리고 청양군 경계에 위치해 있으며 계룡산에 이어 충남에서 네 번째로 높은 산이며 금북정맥(안성 칠현산~태안 안흥진)에서 제일 높은 산이다. 까마귀가 많이 서식한다고 하여 까마귀 오(烏)자를 썼으며 정상에 오르면 서해바다가 막힘 없이 보여 일명 서해의 등대산으로 불리기도 한다. 특히 정상 주변 약 2㎞의 주 능선에 서식하는 억새군락지가 있어 늦가을의 정취를 마음껏 누릴 수 있고 산행 후 인근 포구에 들여 해물음식도 맛볼 수 있어 가족산행에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성산대교 아래 한강 산책로는 단풍과 더불어 햇살 따라 움직이는 은빛 물결은 가을의 중턱을 넘고 있음을 실감나게 한다. 서부간선도로는 언제나 막힘의 대명사라고 생각했지만 오늘은 파란하늘처럼 막힘 없이 달린다. 서해안고속도로를 달리면서 홍성이 고향인 부천 친구에게 괜찮은 식당 아는지 소개해달라고 메시지를 보내지만 감감 무소식이다. 내 고향 해미에 도착, 서산휴게소에 정차 오랜만에 주유소에 들려 차량에 연료를 공급 후 11시 40분 광천IC을 빠져 나와 남당항 방향으로 길을 잡고 달리니 추수가 끝난 들녘에는 갈대만 은빛으로 우리를 반긴다. 대하축제가 오늘 끝나는 날이라 그런지 아니면 아직 오전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사람이 별로 없다. 어시장을 잠시 구경하고 식당으로 들어서니 대하가 1Kg당 35,000원이란다. 그래도 이곳에 오면 먹어야 된단다.^^ 운전하기에 소주한잔 못 먹고 와이프 서운해서 어떡하냐고 하지만 그래도 싱싱하니 맛은 있다. 애들이 좋아하기 때문에 2Kg을 더 계산하여 포장해서 트렁크에 넣고 다시 광천시내로 들어와 오서산 입구 상담마을 주차장에 도착한다. 억새축제가 10월 중순 경 끝났음에도 1,2,3주차장에는 차량들이 만 차라 주차하기가 곤욕스럽다. 위쪽까지 올라가보자 다짐하고 마지막 주차장에 도착 눈치를 보고 있자니 한대가 빠져 나오는 것이 보여 재빠르게 주차를 한다.ㅋㅋㅋ 산행준비를 하고 있는 중 친구넘 『뭐니 뭐니 해도 홍성하면 한우 아니냐』고 메시지가 도착한다. 참 빨리도 보낸다. 점심 해결했다고 연락하고 다리를 건너 상담마을회관이 위치한 곳으로 이동한다. 동네 어귀에는 나물들을 팔기 위하여 아주머니들이 진을 치고 있으며 하산 객들은 너나없이 나물이며 푸성귀가 들어있는 비닐봉지를 들고 내려오고 있다. 이제 오후 2시인데도 오르는 이는 우리 둘 뿐이며 10분 정도 지나 마을을 빠져 나와 마지막 가게인듯하여 막걸리 1병을 구입 배낭에 넣고 가을빛 완연한 밭을 지나 산행을 시작한다. 10분 정도 더 진행하니 공터가 나오며 가판대에서 막걸리며 어묵을 팔고 있으며 위쪽으로 이정표가 나온다. 좌측 길은 쉰질바위이며 우리는 정암사 쪽으로 직진하여 포장도로를 지나 정암사 일주문 역할을 하는 종루를 지나 고즈넉하게 자리잡고 있는 대웅전 앞에 도착한다. 언제적 사찰인지는 모르지만 중건기에 나오는 기록으로는 1849년(현종)경에 보수하였다 한다. 법당 마당에서 내려다 보이는 광천시내와 추수가 끝난 들녘의 평온한 풍경은 이 시간에 산행하기를 잘했다 생각한다. 종루 앞 약수터에서 목을 축이고 헉헉거리는 산행을 시작한다. 새로 설치한 계단은 끝도 없이 이어진다. 내려가는 산객들이 조금씩 줄어들며 좌측으로 계단공사 때 사용한 곤돌라 시설이 줄곧 계단과 나란히 오르다 끝나는 곳에 공사자재가 쌓여 있으며 예전부터 있던 다정한 등산로가 잠시 진행되다 3시12분 갈림길이 나온다. 우측으로는 마차산이며 좌측으로 안전휀스가 설치되어 있는 오서정 방향으로 진행 언덕에 오른다. 이곳도 다음에 오면 더크계단으로 포장되어 있겠지 이곳이라도 자연 그대로 놔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뒤로 능선으로 올라서며 꼬마들을 찾는 엄마의 간절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30대 엄마 둘이 서 있는 곳에 도착하여 사연을 들어보니 어린 두 애가 먼저 올라갔다면서 우리보고 혹시 만나면 그 자리에 있게 하라는 당부를 한다. 바위길이 몇 곳이 도사리고 있는 구간이라 나도 걱정이 앞선다. 연신 이름 부르는 소리를 뒤로 바위 길로 접어들며 선선하게 바람이 불어주니 이보다 더 고마운 것이 어디이겠냐. 119구급함을 지나 정상 1.8Km이정표를 만나서 잠시 휴식하며 갈증을 해소한 후 맞은편 내려오는 학생들의 입에 아이스크림이 물려있는 것을 보며 앞에 공터가 있음을 직감하고 약간의 오르막을 오르니 아니나 다를까 아이스박스 두 개를 세워 놓은 가판대가 나온다. 그 옆을 지나 전망대가 우측으로 설치되어 있어 아래를 내려다 본다. 추수가 끝난 오후 들녘은 적막감이 감돌며 성연저수지와 서해가 은빛으로 다가 온다. 가을의 중턱을 지나며 등산객들에게 자연이 주는 최고의 선물인 듯 하늘빛 푸르고 들녘의 고즈넉한 모습과 그리고 야트막하면서도 계속 이어지는 산세는 모두가 하나 같이 마음을 풍요롭게 만든다. 전망대를 떠나 또 다시 바위구간을 지나며 마주 오는 등산객이 어린이 둘에게 먹을 것을 내주는 모습이 다가오며 혹시 엄마하고 같이 왔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한다. 핸드폰을 주어 엄마와 통화를 시킨 후 그 자리에 있으라고 하며 우리는 너덜지대를 지나 오서정이 있었던 곳으로 진행 마지막 계단을 올라 억새가 기다리는 능선에 올라선다. 오서산은 2002년도 11월에 산악회에서 다녀온 이 후 처음이지만 억새의 멋진 모습이 눈에 아른거려 그렇게 오래 전에 다녀온 느낌이 안 든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이기에 능선주변의 억새군락지였던 곳에는 잡목들이 많이 침투하여 예전 같지 않지만 그래도 석양 속에 하늘거리는 멋진 모습은 변함이 없어 보인다. 오서정은 지난해 태풍으로 훼손되어 더크전망대로 대체 조성되어 있다. 사방을 돌아 본 멋진 모습은 영영 머릿속에서 잊지 않기를 염원하며 2007년도에 광천JC에서 세운 정상석(?)을 보며 오서산의 정상이 보이는 곳으로 걸음을 재촉한다. 바로 앞 헬기장에 도착 하산하면 운전을 해야겠기에 벤치가 설치되어 있는 곳에 배낭을 내려 놓는다. 서해바다와 서서히 가까워지는 태양을 바라보며 마시는 한잔의 막걸리는 푸른 하늘이 안주가 되어 목으로 잘도 넘어 간다. 와이프도 마시지 못하는 술이지만 이 자연에 취하여 한잔 받아 마신다.^^ 빈 잔이 된지 오랜 시간 이제는 또 다시 출발을 해야 한다. 정상이 바라보이는 능선 길은 포근하다 아까보다 석양이 좀 더 기울어 억새가 역광으로 한 결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고요하게 우리를 반긴다. 몇몇의 등산객들이 다정한 오후를 보내며 벤치에서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는 모습도 정감있게 다가오고 젊은 연인들이 장난 삼아 억새를 흔들어 하얀 억새 꽃이 눈꽃 되어 오르는 모습도 아름답게 다가 온다. 오후 4시21분 오서산(790.7m) 정상석이 위치한 곳에 도착, 주변을 돌아 보고 좀 더 있다 하산하고 푼 마음이지만 아직도 일몰시간은 한 시간 넘게 기다려야 되겠고 불어오는 바람과 또 다른 여정이 있기에 낙조의 볼거리를 포기하고 하산준비를 한다. 다시 왔던 길을 돌아 헬기장에서 우측 쉰질바위 방향으로 조성된 임도를 따라 내려간다. 오늘은 정상까지는 산행이고 이곳부터는 와이프와 데이트하는 코스로 생각한다. 좌 우측으로 야생화의 아름다움과 멀리 고즈넉한 시골풍경을 내려다 보며 우리부부는 이 오솔길을 걸어 본다. 간간이 솔 향과 낙엽 향을 느끼며 아름다운 단풍이 소나무 틈으로 숨어있어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하산 길을 즐겁게 만든다. 길섶에 이산의 수호신인 듯 세워 놓은 솟대 여럿이 우리의 하산 길 안내까지 해주어 힘든 줄 모르고 쉰질바위 앞에 도착 임도에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다. 우측으로 내원사 길이 안내되어있고 우리는 계속 이어지는 좌측 정암사 길을 이용 내려간다. 차량 한대가 지나쳐 내려가고 다시 한대가 지나가다 멈추며 같이 타고 가잖다. 천안에서 왔다는 부부는 이곳에 대하여 자세히 갈 켜준다. 다음에는 그렇게 해야지 다짐. 한참을 타고 내려와 주차장에 도착, 속으로 임도따라 하산했으면 고생 쾌나 했겠다 생각……
※후기
오랜만에 오붓하게 다녀온 산행이다. 지나가는 계절은 흔적조차 없기에 그 흔적을 만들려고 발버둥치다 이번 주가 아니면 11월에는 결혼식이다 산행이다 어머님 모시러 가는 날이다 해서 시간이 없을 것 같아 힘들어도 출발했던 산행이지만 다녀오길 잘했다는 느낌이 든다. 특히 아침에 서두르지 않고 여유롭게 출발하여 더 여유로웠던 여행(?)이였다. 하산 중간에 태워다 준 천안에 사시는 인심 좋게 보이던 중년의 부부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계획보다 빠른 출발에 고속도로 서산인근에서 정체 당진으로 빠져 나와 당진 신평에서 유명한 우렁쌈밥으로 저녁을 포식하고 집에 도착, 운전하냐고 대하와 소주 한잔 못했다며 싱싱한 대하와 소주한잔하고 주무시란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