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우면서도 재미있고 심쿵한 연극. 오늘 대학로 알과 핵 소극장에서 극작가 노경식, 연출가 김도훈 선생과 함께 관람한 <가벼운 스님들>은 배우들의 빛나는 연기로 대사연극의 매력에 빠져들어 부담없이 즐긴 모처럼의 창작 신작이었다. 아직 이만희 작가의 감각은 녹슬지 않았다. 최근 가벼운 터치의 풍자극으로 돌아선 그의 작품은 그 안에 세상사의 이치와 인생의 애환을 재기발랄 경쾌한 템포로 녹여내 웃으면서 가슴을 싸하게 하는 감동과 힐링을 주고 있다. 비구니들의 절 생활이 엄숙하고 무거울법한데 이 작품은 우리네 세속 범인들과 다름없는 애증과 기괴한 상황들로 폭소를 자아내고 있다. 평면적인데도 무대미술이 산사처럼 시원했고 조명도 친근감을 주었지만 무엇보다 연출의 동선이 심플하면서도 배우들이 마음껏 기량을 펼치도록 배려하고 있어 관객이 편했다. 이 판에서 그 어떤 배우들도 기를 펼수 있겠지만 팀웍이 이뤄내는 앙상블은 이번 출연진을 능가하긴 어려울 것이다. 같은 작기의 대표작 <그것은 목탁 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로 친숙한 중진 연운경이 무대의 중심을 편안하게 잡아 주었다. 여기에 연기파 강애심이 오랜만에 펄펄 뛰는 앙증스런 연기로 재미를 살렸다. 박현숙 이선주가 자기 몫을 잘 해내며 상대를 받쳐주어 어느 한순간도 빈틈을 만들지 않았다. 이런 팀웍 속을 결코 파고들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청일점 최광일은 능청스러우면서 진정이 깃든 코믹연기를 멋지게 해냈다. 과거의 사찰 소재 연극은 딱딱한 엄숙주의로 재미도 메시지도 놓쳤는데 <가벼운...>이란 제목을 붙인 이 초연작은 불교의 넉넉한 가르침을 웃음 속에 명쾌하게 녹여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