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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팟캐스트 <그것은 알기 싫다>의 2020년 4월 17일 방송의 오프닝(http://xsfm.co.kr/wp/?p=3299)을 받아 쓴 글입니다. 팟캐스트라는 매체의 특성상 구어체로 쓰여 있고, 녹음 시점의 상황과 최종적인 총선 결과가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해설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부분은 (* ) 표시로 각주를 달았습니다. 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이 부분을 텍스트로 정리해 주신 DANIEL90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대선을 제외하면 24년 만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뭔가 지키고 싶은 것을 지키러 투표장에 나왔습니다. 사업을 해도, 연애를 해도, 발표조 모임을 해도, 사람들은 자기가 지키고 싶은 가치의 실체를 솔직하게 얘기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게다가 그 가치는 하나가 아닙니다. 성소수자의 인권을 지키되, 집값 상승도 바라고, 동시에 내 고향 출신 후보가 뽑히기도 원하는. 한 사람의 한 표가 담는 메시지는 너무 많아서, 세상을 얕고 넓게 훑고 다니는 저 같은 미디어쟁이들은 감히 그 숲을 탐험할 엄두조차 낼 수 없습니다. 작은 것을 작다고 우습게 봤는데 들여다보니 들여다볼수록 넓고 깊어서 충격 받는 상황. <앤트맨과 와스프>의 세계관입니다.
그리하여 저는 그냥 하던 대로 좀 멀리서 숫자를 보기로 합니다. 그래도 같은 질문과 같은 추측이 나옵니다. 사람들은 정말로 지키고 싶은 가치가 있고, 그걸 지키고 싶은 열망이 대단했구나. 승패의 결과는 크게 한쪽에 쏠린 듯 보이지만, 3% 이내 접전 지역구는 엄청나게 늘어난 이 상황은, 예전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더 높은 온도의 열망을 가지고 지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투표장에 나왔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라는 추측 말입니다. 욕망이 실체를 솔직히 드러내지 않으려 하듯, 위기의식에 따른 대응 메시지도 중구난방이긴 마찬가집니다. 검찰 개혁을 부르짖는 후보에 대한 위기의식으로 지역 구도를 공고히 하는 표심. 실제로 그렇게 나오긴 나왔는데, 이걸 대체 어떻게 해석하라는 겁니까? 개혁, 연대, 성장, 평화의 가치가 모두 다 싫다하시는 건 아니겠지만, 어쨌든 그 반대의 표심은 지난 6년간 무너져 내리던 지역주의라는 성을 다시 쌓아 올렸고, 영남에서 되살아난 풍차를 향해 돌격하다 다시 쓰러진, 라만차의 후보가 꾼 꿈의 이야기는, 부산 유권자 평균 45%가 함께 꾸는 슬픈 꿈으로 2년 뒤를 기약하게 되었습니다.
그럴 리가 전혀 없어 다행입니다만, 우리 회사를 먹여 살리는 광고주들이 제게 방송내용을 기업 친화적으로 바꿔 달라고 으름장을 놓는다면, 저는 일부 수용할 것입니다. 생계 일부 혹은 전부가 걸려있는 노동자들을 고려하면 대표자가 욕을 먹는 대신 회사가 굴러간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없기 때문이죠. 저야 그럴 리가 전혀 없어 다행입니다만, 아파트 가진 사람들의 입장은 다릅니다. 기회가 닫혀가는 신자유주의 시대. 내 자식이 나락으로 미끄러지지 않게 해주는 마지막 철옹성으로서의 부동산을 지키고 싶지 않을 만큼 자유로운 사람이 있다는 게 말이 됩니까?
저처럼 아무렇게나 막 살았으면 모를까, 회사가 시키는 일을 묵묵히 열심히 하고 산 대가는 처절합니다. 감각도 굳고, 몸도 굳고, 늙었고, 가진 건 부동산. 이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사람들은 열심히 투표했고, 강남 벨트와 용산을 핑크색으로 지켜냈습니다. 그 과정에서, 50년 넘게 지속되어온 사회주의 혐오, 레드 콤플렉스는 그저 나의 천박함을 가리기 위해 쓴 짙은 선팅 자재 정도에 지나지 않는, 무가치한 외침이었단 사실을 본의 아니게 인정해야 하는 괴로움이 있었지만 서울 강남 갑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그깟 색깔론 신경 쓸 만한 정도로 만만한 싸움은 아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이 신화는 지지난 대선의 보수 여당이 빨간색 옷을 입으면서 끝나있었는지도 모르겠고요. 예전에 빨간 옷을 입었던 지금의 진달래색 야당이 탄핵의 강 위에서 노를 여러 방향으로 저으며 입으로만 강을 건넜다고 말하는 엉성함을 과시하는 동안 지역주의가 나서서 대신 그들을 지켜주었습니다. 무엇에 위기의식을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거의 모든 농어촌지역이 극한의 투표율을 보이며 여당이 내건 모든 가치에 대해 맞서 싸웠고, 새 전당대회에서 복당 후 당권을 노릴 수 있게 된 홍준표, 김태호와 달리 여당의 도당별 플래그십으로 볼 수 있는 이광재(*강원 원주시 갑에 출마한 이광재 후보는 개표 초반에 밀렸지만, 개표 중반에 역전에 성공하여 결국 당선되었다.), 김부겸, 김영춘은 지역주의 벽을 뚫지 못한 멍에를 지고 다음 시즌에 임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번 말씀드렸죠? 세상 사람은 내게 자리를 주느냐 주지 않느냐로 태도를 결정한다고요. 사회의 갈등을 풀어나가는 일련의 과정에서 논의의 중요성이 축소된 전통적 좌파의 지식인(*진중권 전 교수, 김경율 회계사 등.)들은 작년 여름(*‘조국 사태.’)부터 양비론을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저 거대 양당 중 어디를 택하나 어차피 똑같고 나아질 리 없다는 거죠. 그들의 눈에는 정규직 전환에 실패한 노동자만 보이고 정규직 전환에 성공한 노동자는 보이지 않으며, 실패한 방역은 보이고 성공한 방역은 보이지 않으며, 실패한 정책은 잘 기억나고 성공한 정책은 바로 잊혀지는 특성이 나타납니다. 여당은 대승을 해버렸으니 이제부터 그들의 더 강력한 저항에 맞부딪히게 될 것입니다. 중도 정권을 흔들 때는 좌와 우의 목소리가 같아지죠. 이번 선거에서는 좌우 모두 최악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게 됐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대여투쟁을 그만두거나 느슨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반대겠죠? 민주당의 앞날에 놓여진 위험요소들은 앞으로도 변한 것이 없습니다. 따라서 딱히 신나할 일도 없습니다.
기업 친화적인 액션이 전혀 없는 대쪽 같은 여당이 있다면 어떨까요? 조국 하나로 온 나라를 두 패로 만들 능력이 있는 언론이 임기나 다 채우게 두겠습니까? 탄핵 운운으로 집권기를 다 채우게 하고 힘을 못 쓰게 하면 차라리 다행이지요. 정권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합니다. 국민 개개인의 소득을 늘리는 정책이 기조지만, 기업의 성질을 덜 건드리면서 코털을 뽑아야 하는, 평화 시대를 열어야 하지만, 냉전이 좋은 사람들을 끌어안고 가야 하는, 인권을 더 보장해야 하지만 경쟁 사회가 가장 익숙한 사람들의 나라에서 그 과업을 이루어야 하는. 이런 문제들을 동시에 고민하면서 인선과 공천을 꾸리다 보면 집권당은 자연스럽게 여러 개의 다른 생각을 가진 머리가 여러 개 달린 용 같은 모양새를 하게 됩니다. 당 중진들이 인권 변호사 출신들인데 싫어도 김앤장 변호사도 들여야 하고 노동운동가가 그리 많은 당인데 성공한 기업 CEO도 들여야 하지요. 당이나 정부가 원치 않는 사람들도 국론통합이라는 대의 하에 공천을 줘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정부 최악의 노동 탄압의 주인공인 남원임실순창 이강래 후보(*전 한국도로공사 사장. 톨게이트 노동자의 직고용을 거부해 논란을 샀다.)의 호남 유일의 패배는, 여유 있는 승리 도중에 여당이 화장실에서 웃고 싶었던 반가운 소식일 수도 있습니다.
미래통합당의 슬픔은 이명박근혜, 되찾아온 9년의 대가입니다. YS와 상도동계의 정치 엘리트들이 군인과 부역자 위주의 하수인들을 어엿한 수권정당으로 만들고, 체계를 구축해왔던 것이 이명박의 커미션 만능 정치, 박근혜·최순실의 신정 일치로 모두 헤집어졌습니다. 욕망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스스로 걷어내 버리자 욕망만 남았고, 진보가 싫어죽겠는 젊은 꿈나무들이 갈 곳을 잃었습니다. 바른정당계 정당들은 청장년층 남성과 도시 중산층이 가지고 있었던 중도 보수의 의지를 철저히 무시하고 자기 배지를 구하러 통합당으로 돌아갔습니다. 만약 새보수당이 정의당처럼 ‘장렬히 완주!’를 외치고 독자 선거를 치렀다면 당선권에 많은 현역들이 쓰러져나갔겠지만, 상당수 시민들이 두 자릿수 득표로 그들을 안아주었을 겁니다. 다만 실제 당선까지 몇 십 년을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는, 의원님이 자기 자리를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그런 일은 생기지 않았죠? 2000년 중반부터 시작되었던 진보-보수, 도시-농촌의 1:1 구도가 완성된 총선이었습니다. 후자의 승자가 된 통합당은 이제부터 도시를 어떻게 되찾느냐 하는 반성 대신 대권가도를 향한 격렬한 내부 갈등의 장으로 돌입할 것입니다. 그 와중에 희망이 안 보인다며 등 돌리고 있는 보수언론과 재벌들은 덤입니다.
우물쭈물하던 중진들로 말할 거 같으면 이를 표현해주는 좋은 한 단어가 있습니다. 민생당. 시작부터 끝까지 호남 자민련의 유닛 특성을 벗어나지 못했던 이 정당의 짧은 역사는, 새정치라는 실체 없는 단어로 출발한 안철수의 정치 커리어와 흐름이 거의 겹쳤습니다. 다만 안철수의 역사는 다음을 보장받았죠. 정주영, 이인제, 정몽준. 보여준 것 없이 돌풍을 일으켰던 대선 후보는 늘 있었습니다. 기성 정치가 무엇을 했는지 자세히 설명하지 않는 언론이 기성 정치에 대한 환멸이라는 단어는 잘만 갖다 쓰지요. 언론이 필요 이상으로 띄어주지 않는다고 해도 검증 안 된 신제품은 언제나 궁금한 법입니다. 안철수 대표는 검증이 안 된 최고의 신제품이었던지 10년이 되었지만 이번에도 말없이 뛰면서 검증을 피하는 같은 전략을 썼고, 이번에도 일정 부분 먹혔습니다. 국민의 실제 삶의 측면에서 볼 때, 안철수가 실제 정치를 할 수 있는 정치인인지에 대한 답은 10년째 나오지 않았습니다만, 정치인들의 도움과 지역의 지지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원내 진입에 성공한 이번 총선은, 안철수에게 있어 살아남는 능력으로서의 정치인의 재능은 다소나마 보여준 사례가 되겠습니다.
의회 정치는 의석수의 싸움이고, 지겠다고 나오는 선거란, 지려고 출마하는 후보란 없습니다. 무슨 욕을 얼마나 먹었든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각자에 자리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했고, 정의당은 연대와 단일화 없이 단독으로 완주한 첫 총선에서 비례 전용 정당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유권자의 선택지에 존재감이 상존하는 제3정당이 되었습니다. 새보수당도 용기만 냈다면 정의당처럼 당명이 안 바뀌고 작은 자리나마 지지자들과 함께 하는 당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들에게 없었던 건 용기입니다. 정당 정치에 대한 효용감이 늘어나고 유권자의 선택 기준이 바뀌는 세상이 찾아올 때까지, 피투성이 정의당은 버틸 수도 그러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진보 정당도 그냥 찍으면 당선된다,’는 흔치 않은 경험이 정의당에도 유권자에게도 남은 이번 총선의 유산입니다.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 도합 국회선진화법 돌파’는 맞는 말이되, 실제 상황의 변수를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약속된 대로라면 5번 용혜인(*기본소득당 출신), 6번 조정훈(*시대전환 출신) 당선자가 각자의 정당으로 돌아갈 것이고 나머지 1에서 10번까지의 후보들도 자신이 갈 정당을 선택하여, 최소 2개의 원내진보야당이 더 들어온 상황인 것입니다. 좌우 가리지 않고 환빠(*위서 <환단고기>의 추종자를 비하하며 일컫는 말. 여기에서 언급하는 인물은 가자!평화인권당의 이정희 공동대표.) 데리고 왔다, 범죄자(*성추행 논란이 있었던 가자환경당의 권기재 대표.) 데리고 왔다며 놀리기 바쁠 때, 더불어시민당은 빠르게 진영을 새로 갖추었고, 공천장 기다리는 인생을 살거나 정치권을 기웃거리지 않던 해당 업계 최고의 전문가들로 조용히 앞 번호를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우리가 얻게 된 것은 소상공인 시민단체의 실무자(*이동주 당선자), 애니메이션 제작업체 경영자(*유정주 당선자) 등의 당사자와 한국 여성 운동사의 선구자(*권인숙 당선자), 수요집회의 가장 오래된 지킴이(*윤미향 당선자) 등입니다. 민주당 몫 배분에 11에서 17번 후보들이 열린민주당과 각을 세우며 으르렁댔던 것은, 자신들을 후순위로 배치한 민주당 공관위에 화를 낼 수 없어 고개를 튼 것입니다. 정치하는 정치인이 아닌 시민 곁에 조용한 활동가들을 정치인으로 만들기 위해 민주당은 자기 당 후보들까지 속이는 정치력을 발휘한 것으로 보입니다. 예정대로라면 원대 복귀 이후 더불어민주당의 의석수는 178석이 됩니다. 어떤 변화가 있을지는 지켜 봐야겠고요.
무수한 기성 언론인들이 무시하는 또 하나의 당연한 사실은, 한국 언론 시장에는 김어준(*현 <딴지일보> 총수, 전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진행자.) 유니버스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겁니다. 김어준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없던 관심이 정치에 생긴 국민은 극히 많고 그와 그의 주변에서 탄생한 스타들도 엄청나게 많습니다. 김어준은 새로운 시장(*팟캐스트 시장)을 만들어냈고 저도 그 수혜자입니다. 그 어떤 이유로 비난을 산다고 해도 그의 업적과 그가 만들어낸 새로운 질서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고 싶지 않습니다. 대안 언론 시장이 열리자 정치인 포함 상당수의 사람들이 이곳으로 진입했고 특히 김어준 혹은 4인방(*<나는 꼼수다>의 진행자였던 김용민, 정봉주, 주진우, 팟캐스트 <이박사와 이작가의 이이제이>의 진행자였던 이동형.)에게 중용된 바 있는 인재들이 방송가로 역수입되었죠. 정치 주변에 있는 사람은 인기를 얻으면 출마를 하고 싶어집니다. 표와 인기라는 게 대충 비슷해 보이거든요. 에고가 부풀어 오르면 자신을 정당보다 중요한 존재로 여기게 되기도 합니다. 김어준 유니버스의 한복판에 있는 혹은 발을 걸치고 있는 대안 언론 및 소셜 스타들이 비례 위성 정당을 만들었고, 본 행성인 민주당은 그들을 선택하지 않았지만 튕겨져 나간 위성 정당은 부풀어 오른 에고를 짊어지고 민주당 의석 감소를 감수해가며 열린민주당으로 선거를 완주합니다.
인기 출마자에 대한 결과란 인기 테스트인데 양상이 좀 독특했습니다. 김어준의 세상이 만들어놓은 인기와 스타를 김어준이 막아선 것이지요. 저처럼 인기 없는 구석탱이는 이해하지 못할, 김어준이 김어준이라 겪는 곤란함은 다음과 같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자기 앞에 장사진을 치고 줄을 서서 인기를 내어놓으라고 부탁하는 광경이 대표적입니다. 그리하여 써주면, 그들은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잘났다며 공천을 얻으러 떠나죠. 기성 언론인들이 점잔 빼고 앉아있느라 하지 못한 대중에게 친숙한 화법, 감추지 않고 드러내는 정치적 경향성, 이 두 가지를 기반으로 김어준의 은하계는 놀라운 변화들을 많이 만들어냈지만, 동시에 쉽게 말할 줄 아는 자는 훌륭한 자 아니면 단순한 **, 라는 원칙에 발이 걸려 함량 미달의 스타들도 더러 만들어냈습니다. 급한 성질은 정치인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입니다. 당의 공천에 불복하는 사람들이 모여 정당을 만들어 원내 진입을 시도하고, 당선 후 복당도 아닌 자체 운영을 약속하며 당의 운영권이라는 권력을 유지하겠다고 공언하는 정치인들이라면, 앞으로의 스케줄을 보았을 때 행보가 불을 보듯 뻔합니다. 여당 대선 경선의 2위권 후보와 합심하여 재창당 및 대선후보 출마-정권교체 디딤돌이 된 1997년의 이인제와 국민신당 파트 2입니다. 김어준은 이것을 미리 감지한 것이고 돌려서 다른 언어로 대중을 설득했지요.
남은 이슈가 있다면 그알싫 청취자 같은 정치 고관여층이 고개를 갸우뚱하는 문제입니다. 원내 5당을 제외한 좌측과 우측의 기성 정당들이 모두 최악의 성적을 냈다는 거지요. 언론인들이 말하듯 ‘이게 양당 욕심이 빚어낸 참사다’라고 말하고 말 거면, 너무 게으른 자세입니다. 그렇다면 달리는 것밖에 안 한 안철수에게는 왜 졌는지, 정의당 지역구 득표율이 개선된 것은 또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당내 잡음 대처에 얼마나 미온적이었는지 같은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더 치열하게 던졌으면 좋겠습니다.
숫자의 주변을 모두 둘러보면, 이번 선거 결과는 행정력,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으로서의 정치 의제가 만들어낸 것이지, 결코 진보적·보수적 의제의 승리가 아니었습니다. 정치적 보수와 진보의 가치가 유권자에게 그토록 중요했다면 박근혜 만능주의 정당 세 개(*우리공화당, 친박신당, 기독자유통일당.)가 원외가 되지도, 노동당, 녹색당이 신생 극우 정당에 득표에서 밀리지도 않았을 겁니다. 효용감 위주의 투표가 이루어지는 가장 좋은 사례는 국내에서는 교육감 선거일 겁니다. 신문 정치면에 대한 견해가 어떻든 아이들을 다 같이 잘 키워줄 거 같은 캠프가 더 많은 표를 가져가지요. 정치는 일상의 삶이고, 일상의 삶은 정치로 환원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세월호가 우리에게 남긴 유산이지요.
<그것은 알기 싫다>입니다.
UMC/UW(*팟캐스트 <그것은 알기 싫다>, <요즘은 팟캐스트 시대>, 라디오 <주말엔 CBS>의 진행자. 전 래퍼. 본명은 유승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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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평론으로 선정한 이유
1. 팟캐스트라는 매체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한 평론이었다. 음성 매체에서의 평론은 지면상의 평론과는 달리 말투나 끊어 읽기 등을 신경 써야 하는데, 이 부분을 잘 고려하며 이루어진 평론이었다.
2. 21대 총선 전체를 조망하면서도 세세한 부분들을 놓치지 않았다. 각 정당들의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고, 동시에 이번 총선이 이념이 아닌 민생의 승리였다는 주제의식을 끌어내는 점이 좋았다.
3. 진영논리에 갇혀 있지 않고 상황을 한 발 떨어져서 관찰했다. 정치 관련 평론은 자칫하면 특정 정당의 입장을 앵무새처럼 따라할 수도 있는데, 이 평론은 그렇지 않았다.
4. 진행자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을 예시로 들어 공감을 샀다. 무주택자, 팟캐스트 진행자라는 진행자의 상황에서 논의를 시작해 부동산 문제와 열린민주당에 대한 평론을 이어나가는 점이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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