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한의사, 누구 말이 옳은가?
현대의료기기 사용놓고 날선 공방 잇따라
의사 “의학적 원리 무시하는 것” … 한의사 “충분한 교육 받았다”
지난해 정부가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규제기요틴` 조치를 발표한 이후, 기기 사용의 안정성을 두고 의료계와 한의학계가 치열한 설전을 벌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료인 단체들은 `한의사가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무자격자들이 의료행위를 하는 것`이라는 논리를,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은 `이미 충분한 만큼의 교육을 받고 있다`며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양 측의 입장을 정리해봤다.
의사들 "의학·한의학 출발부터 달라" … "2종 면허자에 버스 운전시키는 것"
의료계는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은 의학과 한의학의 학문적 원리와 배경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국민 건강을 위해서는 현대 의료기기를 전문적으로 배운 의사들이 기기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추무진 의협 회장은 지난달 31일 의협회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현대 의료기기의 대다수는 의학적 원리에 기초를 두고 있다"며 "의학과 한의학은 기본과 발판이 다르다. 한의사들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추 회장은 또 "최근 대법원 판례에서 한의사들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불법으로 간주하는 판례가 여럿 있는 만큼 각자의 전문분야를 가지고 치료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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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필건 한의협 회장이 14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병분류 규정집을 들고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요건이 충분함에도 한의사만 기기 사용을 못하게 하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대한평의사회도 의협의 입장과 동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평의사회는 지난 12일 발표한 성명에서 "한의학과 의학은 질병 개념과 병을 진단하는 방법, 치료 원리가 다르다"며 "한의사에게 현대의학에서 사용하는 현대 의료기기의 사용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규제가 아니라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연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도 5일 성명을 통해 "당신이 버스 운송업을 하는 고용주라면 운전을 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2종 면허 소지자에게 시내버스를 운전할 수 있게 해주겠느냐"며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도 이같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대전협은 "정부는 의료법에 의거해 의사면허와 한의사 면허를 달리 발급한다"며 "의료법 조항을 언급하지 않아도 의료를 이용하는 국민들도 이 차이를 상식에 근거해 인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검사 영상의 판독은 의사들 중에서도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영상의학 전문의의 능력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기기의 품질 및 정도 관리·검사 판정관리도 안됐을 가능성이 높은 한의대의 학부교육을 가지고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허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한의사협회 "한의사도 판독 배워 … 제도 못 따라오는 것뿐"
한의협은 안전성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의대 본과 6년간 이미 판독이 가능한 수준의 교육이 이뤄졌다는 이유에서다.
한의협은 1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의협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김필건 한의협 회장은 이 자리에서 의료계가 주장하는 `의료기기 사용 관련 교육 미비와 오진 가능성`에 "넌센스"라고 답했다. 의사들이 한의대생들의 교육 과정도 모르면서 무조건 `반대`만을 외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필건 회장은 "진단용 의료기기는 현대 과학의 산물일 뿐"이라며 "한의학 역시 영상의학 등 환자 진단과 관련한 학문을 배운다. 오히려 양의사들에게 묻고 싶다. 한 번이라도 한의과대학의 수업 과정을 본적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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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무진 의협 회장 등 의료계 인사들이 14일 복지부에 도착, 항의서한을 들어보이고 있다.
김필건 한의협 회장이 14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병분류 규정집을 들고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요건이 충분함에도 한의사만 기기 사용을 못하게 하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김태호 한의협 홍보이사는 "판독을 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우리는 교육을 했음에도 제도가 못 따라가는 것"이라며 "한의대와 의대의 본과 6년 과정을 비교하면 놀랄 것이다. 진단방사선, 진단의학의 경우 오히려 한의대가 의대보다 더 체계적으로 배우는 곳도 있다. 누가 봐도 동등한 수준의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태호 이사는 "의협 연구소에서 이를 비교한 논문이 있다. (논문을 보니) 한의학과 의학은 75% 이상 교육과정이 겹쳐 있더라. 왜 같은 수준 이상을 교육 받았는데 의사는 되고 한의사는 왜 안되느냐. 왜 양의사들이 (현대 의료기기를) 써서는 안된다 하는지 납득이 안간다"고 성토했다.
한의협은 아울러 이미 교육 수준과 기기 운영의 안전성은 일정 수준 담보가 됐으나, 정부의 정책이 교육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호 이사는 `의사들이 해당 기기를 도입했을 때 시행착오가 있었다. 이를 되풀이하겠다는 거냐`는 질문에 "양의학은 교육과 기기가 함께 갔기 때문에 생긴 문제"라며 "양의학의 과정은 초기의 문제다. 한의사들은 이미 관련 교육을 도입했다. 제도가 (한의사들의 교육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제도가 있다는 우리(한의사)는 현대 의료기기를 쓰는데 지장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의협은 다만 `그렇다면 판독 능력 등 기기 사용의 안전성을 의사들에게 입증하는 것이 옳지 않느냐`는 물음에는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한의사 역시 의료를 배우는 전문가 집단이라는 것이다.
김필건 회장은 "진단 후 판독 능력을 보자는데, 매우 불쾌하다"며 "전문가 집단끼리 `쇼`를 하자는 것이냐. 이 문제의 핵심을 어떻게 보고 접근하느냐. 양의학의 수준이 이정도냐. 참담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