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년, 4代를 이어온 서민들의 입맛을 잡은 전통, 울산 함양집 울산광역시 남구 신정3동 579-4 / 052-275-6947
놋그릇에 담긴 서민의 맛이 있다. 없는이들의 배고픔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것이 비빔밥이다. 각종 신선한 나물과 양념, 그리고 고기가 어우러진 비빔밥, 여기 울산에는 그 맛에 더하여 전통을 이어가는 또하나의 맛이 추가 된다. 울산 함양집 전통비빔밥, 울산의 맛집이다.
전통 비빔밥
가업(家業),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베이지 않은 풍토가 된다. 뭐 저 대기업을 움직이는 정신 넋빠진 귀하신분들 아니고서는 어머니의 일,아버지의 일을 그대로 계승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여기 울산에는 비빔밥 하나로 딸에게. 며느리에게 다시 그 딸에게 4대째 이어오는 집이 있다.
함양집, 1924년 함양에 살던 강분남 여사가 당시 울산우체국 앞에 '함양관' 으로 처음 문을 열게 된다. 당시 여사님의 딸이었던 안숙희님께 가업의 의미 보다는 동업의 의미가 더 컸으리라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들에게 음식을 나눠 주어 늘 함양관의 앞은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한다. 그러다 1998년 강분남 여사가 104세를 일기로 별세 하시게 된다. 함양관의 3대 주인은 안숙희님의 며느리이신 황화선님이다. 울산우체국 앞에서 당시 군청의 앞이었덩 지금의 자리로 본점을 이전하고, 2001년에는 울산 달동에 함양집 분점을 오픈하기도 한다. 4대째 가업을 이을 따님 윤정아님이 있었으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가업을 잇지 못하고, 지금은 교사로 근무하던 윤희씨가 직장을 던지고 어머니와 함께 함양집을 이끌어 가고 있다.
자, 이제 85년의 맥은 집었으니 그 맛을 보자. 자리에 앉으면 먼저 묻는 것이 있다. 육회로 아니면 익힌것으로?.. 비빔밥에 얹어질 고명을 말하는 것이다. 길손이야 당연 육회다. 먼저, 찬이 깔린 상을 보자. 깍두기 2종이 눈에 들고 김치와 물김치, 그리고 가지나물이다. 4가지는 그대로일것이고, 나물은 계절에 시간에 따라 바뀌는 듯하다. 찬 하나하나 밋밋하지 않다. 모두 제맛을 갖추고 있다. 울산의 반찬은 싱거울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 비빔밥을 기다리는 동안 묵사발이 나온다. 요게 참 제맛이다. 달콤한듯 하면서도 톡톡 끊기는 맛이 있다. 육수또한 감친것이 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다. 김치와 함께 말아 입에 넣으면 저절로 맛있다라는 소리가 나올지경이다. 추가로 주문한 파전이 나온다. 이건 진짜 파전이다. 밀가루와 계란이 두텁게 옷을 입고 속에 파는 제대로 들었다. 고소하면서 아삭한 식감도 좋고, 부드러운 속살의 맛도 그만이다. 살짝 데친듯한 파의 맛은 따로 말할 필요가 없다. 이거 하나 다먹으면 그것으로 배가 부를 지경의 푸짐한 양이다. 이제 비빔밥이 나온다. 놋그릇에 담긴 비빔밥은 눈으로만도 입맛이 돈다. 놋그릇은 따듯하다. 뜨거운 물에 살짝 담궈 소독을 한 모양이다. 그 속을 들여다 본다. 질 좋은 쌀을 두고 고사리, 무나물과 콩나물을 얹고, 데친 미역과 김가루를 뿌리고 나면 시금치와 미나리를 얹었다. 그 위에 양념장을 얹고, 집에서 담근 고추장을 놓은 다음 깨소금을 뿌린다. 육수를 붓고 그 위에 언양한우인 육회를 얹어 준다. 참기름을 솔솔 뿌려 놓고 마지막으로 그 위에 전복과 계란 지단을 얹으면 함양집 전통 비빔밥이 완성된다. 젖가락으로 휘휘저어 주고 입으로 들어가면 살살 녹는다는 표현은 이럴때 쓰이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약간의 싱거운듯한 맛이 도는데 이 또한 궁합을 맞추어 주는 것이 있으니 같이 나온 탕국이다. 최소한 세 네시간 이상은 끓였을 구수한 소고기 국물에 푹 익은 무가 시원한 맛을 더하고 마지막으로 두부를 넣어 느끼함을 없앴다. 이로서 함양집의 전통비빔밥을 제대로 들기게 된다. 게눈 감추듯 먹고 나면 약간의 모자른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럴때는 미리 곱배기로 주문하면 된다. 1000원 추가다.
85년, 세월은 변하여 가지만 사람의 입맛은 그대로다. 다만, 귀함과 흔함의 차이로 인한 맛이 있고 없고를 따지게 되는것이 우리네의 단순함이다. 비싼 값을 치루고서 맛보는 전주비빔밥이 제일이라 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길손의 입맛에는 7.000원짜리 울산 함양집의 전통비빔밥에 손을 들어 준다. 격식있는 자리의 밥이 아니다. 함양집의 비빔밥은 서민의 맛에 가깝다. 서민의 분위기에 가깝다. 점심때면 시끌벅쩍한 돗대기 시장같다. 그러나 그 시끄러운 맛이 있는 곳이 함양집이다. 바닥까지 숟가락으로 긁어대도 맛에 묻혀버리는 집이 함양집인것이다.
울산을 ?은 나그네라면 꼭 한번 들려 보라 감히 말하고 싶은 함양집이다.
묵사발 (3.000원) 감치는 맛이 제대로다. 곱배기 주문시 1000원 추가다.
함양집 기본찬
파전 (10.000원) 이름 그대로 서운하지 않을정도로 파가 제대로 들었다. 겉은 바삭, 속은 부드럽다. 씹히는 식감은 최고다.
전통비빔밥 (7.000원, 곱배기 주문시 추가 1.000원) 4대가 이어오는 그 옛맛 그대로일지는 모르나, 1대 주인장이 하듯 늘 신선한 재료를 쓴다. 그 맛이 변함은 비빔밥이 아니고 사람일것이다.
다 먹고 뒤짚어본 놋그릇 15년전 3대집, 황화선님이 맞춘 놋그릇인듯 싶다.
함양집의 3대 황화선님(좌)과 4대 윤희님
가는길 :
by 박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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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길손의 旅行自由 원문보기 글쓴이: 길손旅客
첫댓글 정성 가득한 후기입니다..잘봤어요.
스틴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