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많이 내려 강물이 잔뜩 불어난 지난 주말에 보았던 광경들이 문득 오래전에 쓴 칼럼이 떠오르더군요.
'여러분의 자율신경계는 괜찮으신가요?'라는 칼럼인데 링크를 해두었으니 이 글을 읽기 전에 먼저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그동안 참 다양한 성격, 연령에 있는 분들에게 카약을 가르치고 함께 타다보니 그들의 감정상태를 관찰하는 것이 몸에 배었다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은 레벨 코치 과정이나 리더십 과정에서도 아주 중요하게 다루는 과제이기도 한데요.
카약커들의 다양한 감정상태 중에서 특히 주의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는 것들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부정적인 것들에 대해서 특히 더 주의를 기울일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 겁(scare): 실제로 하기도 전에 무섭고 두려워서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 불안, 염려가 너무 과한 상태.
- 공포(fear): 눈에 보이고 바로 앞에 직면한 위협에 대해 크게 두려움을 느끼는 자연스러운(인간적인?) 반응.
- 공황(panic): 갑자기 닥친 사태에 놀라 두려움에 어찌할 바를 모르는 상태. 직후에 일어나는, Burnout 상태.
- 정신적 피로(mental fatigue): 과도한 생각, 스트레스, 수면부족 등으로 인해 운동수행능력이 떨어진 상태. 전반적인 움직임 저하.
- 흥분(excitement): 외부로부터의 자극이나 감정에 의해 마음이 들뜨고 격양된 상태.
위에 나열한 카약커가 보일 수 있는 다섯 가지 부정적인 감정상태는 저마다 독특한 특징들을 보이는데, 이 중에서 오늘은 흥분(excitement)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인간이나 동물이나 다 흥분하긴 마찬가지니까 흥분하는 것이나 흥분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본능이 아니냐고 볼 수 있겠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어지간해서는 흥분하지 않는 사람도 많습니다.
자동차 사고가 났을 때, 아주 침착하게 반응하고 대처하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누구는 사고치고는 대파되어 다리를 가로막고 선 차를 천연덕스럽게 기념사진을 찍기도 하거든요. ^^
어찌 보면 대책이 없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혼자 흥분해 봐야 좋을 게 없다는 점에서는 그게 낫다고 볼 수 있죠.
흥분(興奮)
요즘 'X흥분'이라고 많이들 쓰는데 정말 심하게 흥분했다는 뜻일겁니다.
사람이 흥분하면 심장이 심하게 뛰고, 호흡이 가빠지며, 혈압도 올라가는데, 카약커에게 부정적일 수 있는 문제는 너무 들떠서 주의 집중이 안되고 감정 기복이 심해진다는 것입니다.
카약커가 기쁨 또는 성취감이 북받쳐 오르거나 걱정되거나 공포를 느낄 때, 도전적인 상황에 직면하거나 자신의 기술이나 능력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을 때 주로 흥분하게 되는데요.
흥분이 마냥 나쁜 것은 아니며 긍정적인 측면도 많습니다.
긍정적인 측면들
- 아름답거나 멋진 경치와 모험의 가능성이 결합되어 카약을 타는 신체적 노력은 엔도르핀 방출을 촉발시켜 기쁨과 흥분을 느끼게 해 준다.
- 경로를 잘 탐색해서 장애물을 극복하고 새로운 기술을 구사하는 것을 성공적으로 해냈을 때 자존감이 올라가고 성취감을 느끼게 해 준다.
- 자연 속에서 신체 활동을 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를 줄이고 기분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 카약킹은 현재 순간과 주변 환경에 집중하여 자신의 생각, 감각, 감정 등을 주의 깊게 인식하고 알아차리는 상태를 촉진할 수 있는 명상적인 경험이 될 수 있다.
이건 제 생각이 아니라 오랜 카약킹 경험을 가진 (외국의) 대선배들이 주장한 것들인데, 사뭇 철학적이지 않나라는 느낌까지 들게 하는데요.
이렇게 긍정적인 흥분이 일어났을 때 카약커들에게서 볼 수 있는 증상들은 이렇습니다.
- 한껏 들떠서 대화의 목소리 톤이 올라간다. 고막이 괴로워.
- 평소에는 들을 수 없었던 괴성을 지른다. 미친?
- 눈이 커지고 입가에 미소가 가득하다. 싱글벙글!
- 뭔가 막 사서 나눠주고, 한턱내고 싶어 한다. 골든벨!
- 서로 딱 붙어서는 승리의 기쁨을 끝없이 자랑해도 모자람. 집에 늦게 가게 됨.
- 세상을 다 가진 듯!
어느 것 하나 나쁠 것 없습니다.
그동안 시간 내서 돈 들여가며 땀 흘려 갈고닦은 보상에 비하면 이 정도는 뭐.
부정적인 측면들
- 일부 카약커, 특히 초보자나 도전적인 물에 도전하는 카약커들은 잠재적인 위험, 급류 또는 자신의 기술 수준과 관련된 불안이나 두려움을 경험할 수 있다.
- 이러한 상황에서 자신의 능력이나 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은 불안감과 우려를 유발할 수 있다.
- 어떤 카약커들에게는 특히 예측이 안 되는 상황에서 카약을 타면서 겪는 정신적 어려움이 과도한 생각을 초래하고 결과적으로 스트레스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은 아직은 기술적으로 체력적으로 부족함을 스스로도 잘 알기에 어렵게 느껴지는, 경험해보지 않은 지형의 급류, 매 순간마다 예측할 수 없는 물의 움직임이라는 것들을 상대로 도전하려는 순간 또는 그것을 앞둔 상태에서 카약커는 흥분하게 됩니다.
이런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은 저라고 예외는 아닙니다.
그러면 부정적인 흥분이 일어났을 때 카약커들에게서 볼 수 있는 증상들도 궁금하시죠?
- 여기저기 막 왔다 갔다 한다. 그렇다고 딱히 뭔가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헤매고 있는 듯한.
- 갑자기 말 수가 없어지고 혼자 골똘히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천사와 악마가 격하게 싸우는 중인 듯.
- 자존감은 다 사라지고 오로지 능력자 카약커들에게 의존하고 심지어 복종하는 자세까지 보인다. 님이 하자는 대로! 데리고 가든 자르든 무조건 따르겠습니다!
- 동료나 리더의 말을 제대로 듣지도, 잘 알아듣지 못하고, 엉뚱한 또는 정반대로 행동을 하기도 한다. 혼자 생각이 너무 많음.
- 예외적이긴 하지만,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고 심한 말이나 고성을 지르기도 한다. 거북이처럼!
다음은 진정(鎭靜)할 차례
진정(calm down): 마음이나 감정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하는 것.
긍정적인 흥분을 맛본 카약커들은 이제 무대의 막은 내리고 극장의 불도 꺼졌으니 쉽진 않겠지만 평온을 되찾아야 할 시간입니다.
지난 무대에서 박수를 받을 만큼의 퍼포먼스를 보였는지 냉정히 되돌아봐야 할 시간입니다.
처음 긍정적인 흥분을 맛본 카약커들 중 일부는 정상 궤도를 벗어나기도 합니다.
더 큰 흥분을 맛보고 싶어 지는 게 인간이라서, 마치 제 발로 목숨을 건 도박판에 들어가기도 합니다.
그러지 않으려면 자신의 보였던 진짜 순간들과 부족함들에 대한 그 어떤 MSG도 치지 않은 진정한 자평을 쓸 시간입니다.
작은 메모지에 하나 둘 써보면 다음 무대를 위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있습니다.
부정적인 흥분을 맛본 카약커들은 이제 살아서 무사히 집에 돌아왔으니 안정을 취해야 할 시간입니다.
그런 다음 지난 무대에서 야유와 걱정을 받을 만큼의 형편없는 퍼포먼스를 보인 것에 대해 냉정히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난생처음 부정적인 흥분을 맛본 카약커들 중 일부는 아예 카약을 그만두거나 점차 멀리하기도 합니다.
아마 자괴감이 가장 커서 그런 것일 텐데, 누구나 다 그런 부정적인 흥분을 적어도 한 번씩은 다 경험했으니 자신만 그런 것이 아님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 마음을 가라앉히고 자신이 부족한 점들을 하나씩 메모지에 써보시기 바랍니다.
강력히 조언드리는데, 머릿속으로만 생각하지 마시고 꼭 메모해서 책상 앞에 붙여두실 것을 권합니다.
그러면 다음 카약킹부터는 확실히 변화가 일어나게 되리라 확신합니다.
카페 게시글
이거 어때요?
흥분 이야기
거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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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7.22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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