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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정맥 5 구간 산행기
일자 : 2013. 5. 19 (일)
산행구간 : 5 구간 (아차지고개 - 무년산 – 양고개 – 한진교통 – 소실봉 - 응봉 – 버들치고개)
산행시간 : 10:20 – 17:00 (6시간 40분 : 점심시간 40분 포함)
산행거리 : 약 13 km
참가자 : 15조남직, 27송기훈, 27김호중, 27이수룡, 29오창환, (이상 5 명)
출발 및 귀경
1) 출발 : 기흥역(분당선) 집결 – 어정역(용인 에버라인 경전철) – 아차지 고개(도보)
2) 귀경 : 버들치 고개(수지) – 강남역 (1570 버스 )
장난감 기차를 타고 (기흥역-아차지고개)
오전 내내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에 우중산행을 각오하고 방수 쟈켓이며 갈아 입을 옷, 우산, 그리고 점심 때 사용할 요량으로 타프 세트까지 챙겨 넣으니 배낭의 무게가 제법 무겁다. 기흥역부터 어정역까지는 말썽 많았던 용인경전철을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에버라인이 지난 4월 26일 개통하였고 덕분에 애써 시간을 내지 않으면 시승하기 힘들었을 장난감같이 조그만 열차를 타볼 수 있는 덤을 얻은 것이다. 고가 열차에서 둘러보는 일대의 경치가 좋다.
어정역에서 들머리인 아차지까지는 그리 멀지 않은 거리, 버스를 기다리는 대신 걸어 가기로 했다. 새벽에는 제법 내리던 비가 어느새 흩날리는 안개비로 변하고 뚫린 하늘 구멍 사이로 파란색이 간간이 보이니 오늘 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적이 안심을 한다.
새로 개통한 용인경전철 에버라인의 앙증맞은 꼬마 열차
역시 손님은 없고
들머리인 아차지 고개에서 - 뒤의 간판 우측부터가 시작이다.
흙내음에 빠지다 (아차지고개- 무년산 쉼터)
오전 10시 20분, 아차지 고개에서 비알길을 잠시 올라서자마자 짙푸른 녹빛 숲길은 시작된다. 비는 그친 듯 작은 물방울만이 살포시 얼굴을 스치고 밤새 빗물에 흠뻑 젖은 흙에서 올라오는 구수한 흙내음이 후각을 강하게 자극하니 그 상쾌함에 절로 코를 벌름거릴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온몸을 감싸는 촉촉한 숲의 피톤치드까지 더해지니 모두가 탄성을 지른다.
불과 10분 만에 마루턱에 오르고 이어지는 길은 뚜렷이 나 있는 길. 그러나 임도가 가로지르는 길에서 잠시 길을 헷갈리고 만다. 창환은 의심쩍은 길을 앞서 가서 정찰을 하고는 아니라며 되돌아 왔다. 그렇게 많이 산 곳곳에 나부끼던 표시리본이 왜 여기에는 하나도 없을까?
짙푸른 숲길은 계속된다. 11시 조금 넘은 시각, 우리는 다시 갈림길에 닿았다. 어디로 가야지? 잠시 망설인 끝에 선답자의 산행기를 따라 원일사 방향으로 내려간다. 그러나 길은 마루금과는 멀어지는 듯하고 대단지 아파트촌이 나타난다. 아무리 생각해도 길을 잘못 든 것이 틀림이 없다. 다시 동네를 벗어나 마루금으로 올라 가기로 했다. 능선에서 만난 운동 나온 주민에게 물어 보니 우리는 전혀 엉뚱한 곳에 와있다. 주민이 일러준 대로 진행을 하니 아까 망설였던 바로 그 지점, 우리는 20여 분 동안 대형 알바를 하고 제자리에 돌아 온 것이다. 선답자의 산행기를 꼼꼼히 읽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갈림길에서 무년산 쉼터까지는 겨우 십 수미터의 거리, 각종 운동시설과 정자까지 세워진 제법 커다란 쉼터이다. 우리는 여기서 간식을 하며 잠시 휴식을 했다. 크게 알바를 했음에도 모두는 그저 즐겁기만 하다. 오늘 산행길이 그리 길지도 않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우거진 녹음과 비 온 후의 상큼한 공기가 몸과 마음을 맑게 해 주기 때문일 게다.
비 오는데 뭐가 그리 좋은지 - 27김호중
짙은 녹빛 사이로 흙내음은 강하게 코를 자극하고 - 흙내음 맡는 29오창환 뒤로는 27이수룡
능선 위 갈림길에서 27기들 -
효자 수룡이 묘터의 풍수를 살핀다.
대형 알바 끝에 저 가파른 계단길을 올라 다시 마루금으로...
다시 보는 알바길 (녹색선이 정맥길 적색선은 알바길..^^)
아파트 사이를 헤저으며 (무년산 – 양고개 – 경부고속도로)
11시 30분, 다시 길을 진행해 본다. 길은 수원 CC의 경계철책을 끼고 휘휘 돌아 나간다. 동네 뒷산길이라 산행재미가 별로일 것이라 지레 짐작을 했건만 생각 외로 길은 아기자기하고 재미있게 이어진다. 예전 넘실대는 파도처럼 이리저리 뻗었을 야산들을 개발하여 수 많은 아파트들이 들어 섰으니 자연경관이 엄청 파괴되어 꽤나 흉측할 줄 알았는데 이곳의 아파트 단지들은 자연미를 잘 살려 깔끔하고도 아름답게 잘 정돈이 되어 있다. 설계자의 그러한 배려가 참 고맙고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12시가 갓 넘어 아파트 노인정 앞에 있는 멋진 목재식탁이 놓여진 정자에서 점심을 든다. 산행길에서 이렇게 멋진 식탁에서 오찬을 즐길 줄 어찌 알았으랴 모두는 마냥 즐겁기만 하다. 그렇게 40여분 오찬을 즐기고 다시 길을 떠난다. 길은 아파트 사이사이로 푸른 숲길로 이어져 있다. 선답자들의 산행기를 보면 아파트 단지를 통과하는 방법이 상세하게 그러나 매우 복잡하게 설명이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그리 복잡하지 않았다. 그저 이어지는 숲길만 따라가면 그게 바로 정맥길. 잠시 아파드 단지의 찻길을 건너면 다시 정맥길이 이어지고 영동고속도로와 마주치는 지점에서 고속도로를 우측에 두고 능선길은 계속 뻗어 나간다. 왼쪽으로는 새천년 그린빌 아파트 단지들이 길게 일렬로 늘어 서있는데 아파트 10층 높이로 솟은 능선길은 겨우 1-2 미터 폭으로 길게 뻗어 나가고 양쪽은 깎아지른 듯한 절개지이다. 개발하면서 왜 이 능선길을 밀어 버리지 않고 놓아 두었을까라는 궁금증이 든다. 자동 방음장치? 아니면 정맥길 보존? 아무튼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 길의 끝이 바로 양고개. 죽전과 수원을 잇는 23번 국도와 영동고속도로가 교차하는 지점이다. 고속도로 밑의 지하통로를 통해 영동고속도로를 건넜다. 차도를 건너면 다시 수원국토관리사무소 뒤편의 작은 동산이 나오고 우거진 잡목 사이를 헤집고 나서니 경부고속도로를 밑으로 횡단하는 토끼굴이 나온다. 오늘 1부 수업의 종점이다. 이때 시각은 오후 1시 30분.
무년산 쉼터를 내려 오며 - 오늘따라 무지 즐거운 27김호중
뭐가 그리도 좋을까? - 아파트와 수원 CC 사잇길
아, 배고프다. 밥상 차리자~
수룡 : " 아파트 단지 내에서 밥먹기가 거시기 하다...."
창환 : " 걱정 마십쇼, 제가 책임지겠슴다~!" (관리소장인가? ㅎ)
점심도 맛나게 먹고 다시 떠난다.
수룡 : "아 ~ 배불러~! " 정말 배불러 보인다. ㅋㅋ
숲길은 끝나고 차도로..
호중 : " 여그서 버스 탈거냥?"
영동고속도로 밑으로 통과
다시 나타난 짧은 숲길 - 수원도로관리사무소 뒷동산이다.
경부고속도로를 넘어가는 토끼굴 - 1부 수업 끝~!
숨은 그림을 찾다 (한진교통- 소실봉 - 상현동)
토끼굴을 지나 도로를 따라 잠시 걸으면 한진교통 건물이 나오고 그 앞에는 수지의 풍덕사거리와 신갈을 잇는 지방도로의 고가교차로가 지난다. 그 고가도로 밑의 옹벽을 올라 길을 이어 간다. 곧 만나는 울창한 숲길. 우리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울창한 밀림지대가 우리 앞에 버티고 서있다니! 사람의 흔적을 찾기 힘들 만큼 울창한 숲이 마치 태고의 모습처럼 자연 그대로 펼쳐져 있는 것이었다. 빼곡히 들어선 아름드리 나무며 허리가 부러진 체 쓰러져 있는 나무도 있고 우거진 잡목 사이로 반짝이는 이름 모를 꽃들 또 꽃들, 그리고 카펫처럼 밟히는 오래된 낙엽길. 이만하면 강원 오지의 산길과 다름이 없다. 모두는 탄성을 아끼지 않는다.
“외국에 뭣 하러 가? 이런 멋진 곳을 놔두고..ㅎㅎ”
수룡이 농 아닌 진심 어린 혼잣말을 내 뱉는다. 그렇다, 참 멋진 숲이다. 이번 정맥길은 온통 도시를 헤맬 줄 알았는데 이런 멋진 녀석들이 마치 숨어 있다 튀어나오듯 불쑥 나타나니 얼마나 기쁘지 아니한가? 기대하지 않은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그렇게 30여분 황홀한 녹원지대를 걷다 구성과 광교지구를 잇는 신설 도로 위를 지나는 에코브릿지를 만나고 다시 짙푸른 숲길은 이어진다. 이어지는 숲길은 그저 감탄의 연속이다.
오후 3시, 우리는 소실봉에 닿았다.
“주변에 사는 여자들은 다 소실이여?ㅋㅋ”
수룡의 개그가 주춤할 리는 없지. 겨우 188 미터 높이의 낮은 소실봉 (紹室峰)은 산북쪽의 작은 문소골, 큰 문소골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실(室)은 골, 말, 동, 리 등과 같이 동네를 나타내는 옛지명이다. 산책로며 운동시설이 잘 구비되어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아파트 단지의 주민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휴식공간임에 틀림이 없다. 소실봉에서 수지방향으로 내려오니 수지 상현동의 거대한 콘크리트 숲으로 그만 길이 끊겨 버렸다.
수룡이 뒤에 오는 이유? 답) 민물장어집 구경하고 오느라
한진교통 앞 고가도로 밑을 통과
갑자기 나타난 밀림
고개를 숙여 통과해야 하는 등 너무나 울창한 숲길이다. 너무 멋진 숲이다.
그 밀림의 끝은 에코브릿지로 이어지고
숨은그림찾기 - 적색선 안이 밀림지대이다.
사방이 고속도로와 고속화도로로 막혀 있어 작은 섬처럼 보인다.
녹색선 : 정맥길 청색선 : 점프선
에코브릿지 건너 이어지는 정맥길
창환 : " 저게 DMZ 철책 맞죠? ㅎㅎ"
수자원 공사의 철책을 따라 정맥길은 이어진다.
그리 길지 않은 구간임에도 숲이 무성하다. 그래서 즐겁다.
드디어 소실봉에
점프를 하여 버들잎을 따다 (상현동 – 심곡동 - 응봉 – 버들치)
여기서 다음으로 이어지는 산길의 들머리인 심곡마을까지는 도시의 빌딩 사이를 헤집고 걸어야 하는 길. 굳이 걸어서 가야 할 필요가 있을까? 정맥길을 이어서 가는 것이 원칙이기는 하나 우리는 이미 골프장이며 신설도로 등으로 막힌 길을 여러 번이나 우회하여 지나온 터이라 굳이 이미 산길이 아닌 도시의 차도를 고집하여 걸어야 할 필요성은 느끼지 않는다. 정맥길을 종주하는 큰 의미를 잃지만 않는다면 그만이다.
버스를 타고 다음 들머리까지 점프를 하고는 새로 신축한 매봉초교 옆으로 뚫린 길로 응봉을 오른다. 시계를 보니 오후 4시, 이제 목표지까지 한 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응봉을 오르는 길이 제법 가파르다. 우리는 마지막으로 땀을 흘려 본다. 응봉 가는 길은 잘 가꾸어진 길, 용인 3대 너울길 중의 하나인 산너울 1길을 따라 가면 된다. 20분 후 응봉 쉼터에 도착하여 느긋한 휴식을 취한다. 널찍한 산책길을 따라 20여분 경쾌한 발걸음을 옮기니 매봉샘. 이제 거의 다 왔다. 시원한 약수 한잔 마시고 종점을 향해 걷는다. 매봉샘부터 이어지는 길은 살짝 오르막길. 아파트 단지가 가까워서인지 운동 나온 주민들이 꽤나 보인다. 그렇게 10여분을 걸으니 갑자기 길이 밑으로 뚝 떨어지며 시야가 확 트인다. 버들치다. 옛날 버드나무가 많아 소쿠리며 키를 만드는 사람들이 버드나무 가지를 채취했다는 곳, 이제는 차량 통행이 없지만 큰 도로가 뚫리기 전에는 수지와 광교를 잇는 중요한 차도였다는 버들고개. 시간은 오후 5시 정각. 우리는 마루에 세워져 있는 안내도를 보며 벌써 다음 산행에 대한 그림을 그려본다. 그렇게 오늘의 산행이 끝났다. 기대하지 않았던 숨은 그림도 감상할 수 있었던 즐거운 산행이.
점프 후에 들어선 응봉 들머리. 옆의 담장은 매봉초교 옹벽 - 매봉초교를 들어 갔다 다시 나오는 알바를 또 했다.. ㅠ.ㅠ
응봉 올라가는 오르막길
응봉 쉼터에서 - 썰 푸는 수룡과 모범학생 창환..^^
거의 다 끝났다는 생각에 느긋하게 쉬어 간다.
수업 안 듣고 딴짓하는 호중은 어디에 문자를? 혹시 뻐꾸기 날리는거 아녀?
다 끝났다 싶지만 길은 내려 갔다 다시 올라 오기를 반복하고....
용인 3대 너울길(올레길과 같은 의미란다.)의 하나인 산너울1길을 따라 걷는다.
남직 형님 옆사람은 수룡이 사촌?
그렇게 걷다 보니 어느덧 매봉샘에
곧 이어 뚝 떨어지는 정맥길 - 버들치다~!
버들치 마루에서 다음 산행길을 살피는 대원들. 벌써 마음은 다음 구간에?
즐거운 종주길을 마치고 증명사진 한장~!
미리 보는 다음 구간
(짬뽕 + 공짜 만두 + 탕수육 + 쏘주 한 잔) x (시원한 봄바람 + 멋진 경치) = 기분 짱~!
후기
버들치에서 잠시 걸어 내려오면 깔끔하고도 조용한 수지 아너스빌 아파트 타운을 만난다.
근처에 마땅한 식당은 보이지 않는데 마침 ‘전설의 짬뽕나라’라는 중식당이 있다. 넉살 좋고 인심 후한 주인장이 내놓은
짬뽕 맛이 일품이다. 야외 데크에 상 펴고 공짜 만두 안주로 소주 한 잔 하니 기분이 날아갈 듯 하다.
두어 걸음 떼면 강남역으로 가는 직행버스를 탈 수 있어 더욱 좋았다.
첫댓글 형님 산행기 책 한권 출간 하시지요. 어쩜 그렇게 아직도 숲속에 있는듯....... 수고하셨읍니다.
아차지, 소실봉, 버들치~
이름들이 참 예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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