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학년도 독서진흥을 위한
제3차 방송대 교수 추천 ‘나를 바꾼 한 권의 책’
중앙도서관에서는 방송대의 책 읽는 분위기 확산을 위하여 방송대 교수가 추천하는 2018학년도 제3차「나를 바꾼 한 권의 책」을 다음과 같이 안내하오니 많은 이용 부탁드립니다.
※ 2018학년도 매월(‘18. 3월 ∼‘19. 2월 / 총12회)「나를 바꾼 한 권의 책」안내 예정
□ 제3차 북멘토
ㅇ 송찬섭 (방송대 문화교양학과 교수)
□ 추천도서
한티재 하늘, 1-2
- 저 자 : 권정생
- 출판사 : 지식산업사
- 출판년도 : 1999
□ 서 평
농민전쟁이 일어난 이듬해인 1895년에서 필자가 태어난 1937년까지, 작가의 가족을 포함하여 경북 안동 지역 농촌의 민초들이 살아간 이야기이다. 본래는 자신이 태어난 이후까지 다루고자 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소설의 형식을 빈 민초의 역사책이며, 성찰할 수 있는 책, 공감할 수 있는 책이다. 이덕무의 「耳目口心書」에 나오듯이 책 속에서 귀뚜라미 소리와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그림을 보듯 하고, 발자국 소리를 듣고 국화꽃 향기와 싸움터의 피비린내를 맡게 한다. 민초들의 삶을 통해 이러한 점을 서술하면서, 그 어려움 속에서 희망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는 책이다.
□ 추천사유
ㅇ 이 책을 접한 시점과 삶에 끼친 영향은?
권정생은 동화작가로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이 시대의 사상가로서도 평가된다. 이 책은 동화가 아닌 첫 번째 장편소설로서 1998년에 쓰였지만 이미 1980년대 동화아닌 동화 『몽실언니』 라든가 1990년대 산문집 『우리들의 하느님』과 같은 책을 읽고 우리 시대를 증언하는 이야기꾼이자 사상가로 관심을 가졌다. 그뒤 발간된 『한티재하늘』은 역사연구자로서 큰 충격을 받았다. 이만큼 역사와 문학, 모두 잘 갖춘 저작이 있을까. 그 뒤 그의 여러 글을 통해 삶과 사상을 모두 주목하였다. 2007년 권정생이 세상을 떠난 뒤 문화교양학과 과목인 『인물로 본 문화』(2010년판) 교재에 그를 실은 것은 우리 모두 함께 기억해야 할 인물이기 때문이다.
ㅇ 책 내용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은?
1894년 농민전쟁과 이후 의병전쟁, 활빈당, 일제 강점, 3․1운동 등 역사적 사건이 경상도 궁벽한 지역 한 촌부의 글로 잘 엮여 나온 점이 인상적이었다. 제대로 2부, 3부까지 나왔다면 근현대사의 중요한 사건들이 더 잘 펼쳐졌을 텐데…….
역사를 공부하는 입장에서 역사적 상황을 어떻게 설명하는지도 주의 깊게 살펴봤다. 한두 줄의 글로 간결하면서도 뚜렷하게 설명하였다. “..난리가 나도 세상에는 아기가 끊임없이 태어났다. 조선의 골짝골짝마다 이렇게 태어나는 아기 때문에 모질게 슬픈 일을 겪으면서도 조선은 망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아이들이 새야새야를 노래부르고 있다고 민초들의 역사를 잘 정리하고 있다. 이 시기 가장 첨예했던 지주소작 문제도 “고지기들이 도조를 바치러 가는 줄이 길게길게 이금실 강가까지 이어졌다.” 고 한 마디로 설명하고 있다. 일제의 침략도 “삼밭골에도 이젠 총칼을 든 왜군들뿐만 아니라 온갖 왜물건들이 퍼져 들어와 좀벌레처럼 사람들의 넋을 갉아먹고 있었다.”고 본질을 짚고 있다.
일상의 모습을 묘사하는 데도 특별히 잘 다가오는 글귀가 있었다. 조석은 부지런히 집안일을 돌보지만 밥이나 빨래를 하는 것까지는 엄두를 내지 못한다. 아내에게 고마워하면서도 ‘죽었다 깨어나도 여자들이 하는 일은 입내(흉내)도 못 낼 것 같았다’고 하여 당시 농촌 남성인 조석이 여성을 대하는 자세를 드러내기도 했다. 동학군에 참가하기 전에 「용담유사」의 안심가를 읽는 길수 부자의 모습에서 이들이 생각하는 ‘멋진 신세계’가 그려지기도 하였다. 정원이 마음에 흡족하지 못한 손녀사위를 받아들이면서도 “번듯한 사위란 또 뭔고? 세상에 사람 다른 게 뭣이 있는고?”라고 깨닫는 모습에서 평범하지만 진실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ㅇ 이 책을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한 방법은?
소설로 엮은 역사책이다. 어떤 시기 어떤 역사를 담고 있는지 틀을 짜보면 좋겠다. 가상의 이름으로 엮었지만 등장인물의 가계도나 서로의 관계도, 중요 인물의 간단한 연보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다. 이들이 살고 옮겨갔던 공간도 함께 표시하고 지도로 그려봐도 괜찮겠다.
이 책은 가족사를 담았다. 중심인물과 그 가족이 자주 등장하여 이야기 분량이 많지만 그들을 특별한 인간으로 묘사하고 있지는 않다. 도드라진 주인공이 따로 없는 민초의 역사다. 때로는 중심인물 가운데 하나씩 선택하여 그 사람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정리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농사일, 베짜는 일, 제사, 혼인 등 일상 생활을 비롯하여, 서민들의 살림살이, 풀, 꽃, 나무 등의 자연에 대한 서술도 뜯어보면 흥미롭고.. 방언을 비롯한 다양한 우리말에 대해서도 주목하면 좋겠다.
ㅇ 마지막으로 학우들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 책은 자신의 기억과 가족의 증언을 통해 개인사를 쓰려는 학우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권정생이 자신의 가족사를 담으려고 하였듯이 각자 ‘나의 한티재 하늘’을 엮어보면 좋겠다. 가끔 과제물이나 졸업논문으로 학생의 개인사를 정리한 글을 보면서 크게 감동을 받는 까닭은 글이 실제의 삶에 근거했기 때문이다. 개인사 전체를 엮기 힘들면 일단 짧은 시기, 짧은 사건을 다루어도 좋다(신영복 선생의 글제목을 본따 ‘나의 청구회추억’이라고 이름붙여도 좋겠다) 이렇게 하여 먼저 개인사를, 나아가 가족사를 기록하고 정리해 보면 어떨까? 이를 위해 소통하면서 가족관계도 더욱 풍부해질 수 있을 것이다. 과거 우리 사회가 노동, 놀이, 관혼상제 전반을 아우르는 생활공동체였다면 지금은 좁은 공간에 모여 살아도 기껏 이익공동체에 지나지 않는 듯하다. 『한티재 하늘』이 주는 울림이 일상의 공동체를 넓혀나가는 하나의 계기가 된다면 더욱 좋지 않을까. 크게 보면 나를 찾는 일과 우리를 이루는 일이 둘이 아니듯이...
중앙도서관장
첫댓글 방송대 도서관 사이트에 올려져 있다고 하니 여기에 옮겨놓습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8.05.20 01:00
문학을 공부하시고 있는지요? 저보다 권정생 선생님의 글을 더 많이 읽으신지도 모르겠군요. 한티재 주변을 다니셨으면 사진을 올려주셔도 좋을 듯합니다.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1,2권으로 되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