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율교실] 24. 싱갈라에게 가르친 경
재가불자 삶의 지침 담은 대표적 경전
바른 인간관계 위한 지혜 오롯이 담겨
행복한 삶이란 무엇일까? 어떻게 사는 것이 진정 올바른 삶일까? 재가불자로서, 아니 그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일까? 이런 의문에 구체적인 가르침을 주는 경전이 있으니, 바로「싱갈라에게 가르친 경」(SiGgAlovA da-suttanta)이다.
『디가니까야』제31경에 해당하는 이 경전에 대해, 5세기경 남방불교의 대학자인 붓다고사는 “이 경전에서는 가장(家長)이 반드시 실천해야 할 모든 행위를 설하고 있다. 이 경전을 가장의 율이라 하니, 만약 이 경전을 듣고 그 가르침대로 실행한다면, 번영만이 있으며 쇠퇴는 없다”라고, 그 중요성을 강조한다.
지금도 남방불교국가에서는 세속인을 위한 삶의 지침을 담은 대표적인 경전으로서 매우 중시되고 있다. 내용은 약간 다르지만, 『장아함경』권11의「선생경(善生經)」,『중아함경』권33의「선생경」,『선생자경(善生子經)』,『시가라월육방예경(尸迦羅越六方禮經)』등의 한역으로도 다수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이 경전은 중국에서도 중시되었음을 엿볼 수 있다.
이 경전의 주된 내용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인간관계에 관한 가르침이며, 또 하나는 스스로 올바른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에 관한 가르침이다. 스스로 올바른 길을 걷고, 이를 바탕으로 주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 이것이야말로 행복한 삶인 것이다.
아버지의 유언을 받들어 뜻도 모른 채 매일 목욕재계하고 육방(六方)으로 예배하는 일을 반복하는 싱갈라라는 자산가의 아들이 있었다. 어느 날, 그의 모습을 보신 부처님께서는 진정한 육방에 대한 예배란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설하신다.
정성들여 종교의례를 행하듯 자신을 둘러싼 모든 사람들을 섬기고, 그 결과 좋은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 이보다 더 큰 행복과 기쁨이 어디 있겠는가. 부모와 자식, 스승과 제자, 부부, 친구, 고용인과 피고용인, 종교인과 일반인 등등… 이들이 서로 상대방에게 예의를 지키며 조화롭게 살아가는 것은 곧 자신의 행복이자, 자신이 속한 이 사회 전체가 번영하는 길이다.
그런데 올바른 인간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심신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으니, 그 구체적인 내용이 바로 14가지 악행으로부터의 이탈이다. 이것이 제대로 실천되었을 때 비로소 올바른 인간관계의 실현이 가능해진다고 한다. 스스로를 잘 다스려 행복과 평안으로 이끌지 못하는 사람은 결국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다는 의미이리라.
버려야 할 14가지 악행이란, 네 가지 행위의 더러움, 네 가지 악한 행위, 재산을 잃어버리는 여섯 가지 문으로 구성된다.
먼저 네 가지 행위의 더러움이란, 살아있는 것을 죽이는 행위의 더러움, 주어지지 않은 것을 취하는 행위의 더러움, 애욕에 관한 잘못된 행동이라는 행위의 더러움, 거짓말을 한다고 하는 행위의 더러움이다.
네 가지 악한 행위란, 탐욕·분노·무지·두려움에 의해 잘못된 길을 가는 자가 각각 저지르게 되는 나쁜 행동을 일컫는다.
재산을 잃어버리는 여섯 가지 문이란, 술 등 게으름의 원인이 되는 것이나, 때가 아닌 때에 거리를 방황하며 노는 것, 춤이나 무용 등의 볼거리, 도박 등 게으름의 원인이 되는 것, 나쁜 친구, 게으름 이라고 하는 이 여섯 가지 악한 요소에 빠져 탐닉하는 것이다.
오계 등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계의 내용과 유사하면서도,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악행을 좀 더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또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에 이 경전의 특징이 있다. 혹시 아직 접해본 적이 없다면, 부디 꼭 한번 음미해 볼 것을 권한다.
자기 자신,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이 모두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日 도쿄대 연구원
[출처 : 법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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