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사 - 용부가(庸婦歌) - 작자미상 민근홍 언어마을 [1]흉보기도 싫다마는 저 부인의 거동 보소. 시집간 지 석 달 만에 시집살이 심하다고 / 친정에 편지하여 시집 흉을 잡아내네. ①게엄할사 시아버니 암상할사 시어머니 / 고자질에 시누이와 엄숙하기 맏동서라. 요악(妖惡)한 아우동서 여우같은 시앗년에 / 드세도다 남녀 노복(奴僕) 들며 나며 ②흠구덕에 ③남편이나 믿었더니 십벌지목(十伐之木) 되었에라.
[2]여기 저기 사설이요 구석 구석 모함이라, 시집살이 못하겠네. ④간숫병을 기울이며 치마 쓰고 내닫기와 / 보찜 싸고 도망질에 오락가락 못 견디어 승(僧)들이나 다라갈까 긴 장죽(長竹)이 벗이 되고 들구경 하여 볼까 ⑤문복(問卜)하기 소일(消日)이라. 겉으로는 시름이요, 속으로는 딴 생각에 / ⑥반분대(半粉黛)로 일을 삼고, 털 뽑기가 세월이라. 시부모가 경계하면 말 한마디 지지 않고 / 남편이 걱정하면 뒤 받아 ⑦맞넉수요 ⑧들고 나니 초롱군에 팔자나 고쳐 볼까 / 양반자랑 모도 하며, 색주가(色酒家)나 하여 볼까. 남문 밖 뺑덕어미 천성이 저러한가 / 배워서 그러한가 본 데 없이 자라나서 여기 저기 ⑨무릎맞침 싸홈질로 세월이며 / ⑩남의 말 말전주와 들면은 음식 공론, ⑪조상은 부지(不知)하고 불공(佛供)하기 위업(爲業)할 제, 무당 소경 푸닥거리 의복(衣服) 가지 다 내 주고, ⑫남편 모양 볼작시면 삽살개 뒷다리요, / 자식 거동 볼작시면 털 벗은 솔개미라. 엿장사야 떡장사야 아이 핑계 다 부르고 / 물레 앞에 선하품과 씨아 앞에 기지개라. 이집 저집 이간질과 ⑬음담패설(淫談悖說) 일삼는다. ⑭모함(謀陷) 잡고 똥 먹이기 / 세간은 줄어가고 걱정은 늘어간다. ⑮치마는 절러 가고 허리통이 길어 간다. / 총 없는 헌 짚신에 어린 자식 들쳐업고 혼인 장사(葬思) 집집마다 ㉠음식 추심(推尋) 일을 삼고 ㉡아이 싸움 어른 쌈에 남의 죄에 매 맞히기 / ㉢까닭없이 성을 내고 의뿐 자식 두다리며 며느리를 쫓았으니 아들은 홀아비라. / 딸자식을 다려오니 남의 집은 결딴이라. 두 손뼉을 두다리며 방성대곡(放聲大哭) 괴이하다. / 무슨 꼴에 생트집에 머리 싸고 드러눕기 간부(姦夫) 달고 달아나기 ㉣관비정속(官婢定屬) 몇 번인가. 무식한 ㉤창생(蒼生)들아, 저 거동을 자세 보고 / 그릇 일을 알았거든 고칠 개(改)자 힘을 쓰소. 옳은 말을 들었거든 ㉥행하기를 위업하소.
[낱말 및 구절 풀이]
① 마음이 컴컴하고 욕심이 많은 시아버지, 시샘이 많고 경망스러운 시어머니 ② 남의 허물을 험상궂게 말함 ③ 남편은 그렇지 않겠지 하고 믿었더니, 주위의 등쌀에 그들 편이 되고 말았구나. (믿었던 남편도 주위에서 여러 번 말을 하여 시집 식구 편으로 넘어갔음을 의미함) ④ 자살하기 위해 간수를 마시려고 간수병을 기울이며, 자살하기 위해 치마를 뒤집어 쓰고 높은 곳에서 아래로 뛰어내림. ⑤ 점치는 일로 하루를 다 보냄.(문복 : 점쟁이에게 길흉을 물음) ⑥ 엷은 화장 ⑦ 마주 대꾸하기, 맞적수, 두 편이 서로 엇비슷함 ⑧ 집으로 왔다 갔다 하는 초롱군(=초립군=젊은 남자)에게 개가하여 팔자나 고쳐볼까 ⑨ 무릎마춤, 대질(對質) ⑩ 바깥에서는 남의 말을 여기 저기 옮기고 집에 와서는 음식 맛이 있느니 없느니 따지고 ⑪ 조상 섬기는 일은 알지 못하고 삼가야 할 불공으로 일을 삼으니 (불교와 미신을 경시하는 유교적 가치관의 반영) ⑫ 남편의 차림새를 보면, 삽살개 뒷다리처럼 옷차림이 엉망이고, 자식 거동을 보면 털 벗은 솔개처럼 헐벗었구나. (남편과 자식의 헐벗은 차림새 묘사) *물레 앞에 선하품과 씨아 앞에 기지개라 → 열심히 일하지 않는 모습 (씨아 : 목화씨 빼는 기루) ⑬ 음란한 이야기와 도리에 어긋난 이야기 ⑭ 남을 모함하여 똥 먹이는 것처럼 낭패를 보게 하고 ⑮ 멋부리느라 치마는 짧아가고, 저고리가 짧아서 허리가 드러나 보인다. ㉠ 음식을 찾아서 가져옴 ㉡ 아이 싸움 어른 싸움에 끼여 무고한 사람이 공연히 매를 맞게 하고 ㉢ 까닭없이 화를 내어 예쁜 자식을 때리며 ㉣ 죄인을 관청의 종으로 편입하는 일 ㉤ 백성 ㉥ 행하기를 일삼으소.
[이해와 감상]
시집간 지 석 달 만에 시집의 흉을 잡아낸다는 서두와 점치기와 치장으로 소일하고 불공과 무당 소경 푸닥거리로 위업을 한다는 것은 실감나는 표현이며, 끝에 가서 저 거동이 그른 것은 알면 고치려고 힘쓰라는 것은 이 작품이 경세(經世)와 훈민(訓民)을 염두에 둔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해 준다. 조선 후기의 가사문학은 서민들의 수중으로 넘어오면서 풍자성을 띄게 되었는데, 이 작품은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그 당시 여성들의 비행을 열거하고 있어 서민층의 비판 의식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작품 속에는 이 시대 여인들의 생활과 감정을 과장하여 현실적 비난을 피하려는 의도도 숨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전체적으로 과장되어 있다는 느낌을 주지만, 그러면서도 생생한 실감을 만들어내는 사실적 묘사가 두드러진다. 그같은 사실적 산문 정신이 가사의 산문화를 이끈 기본 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다른 한편 이 작품을 지배하는 미의식은 희극미(골계미)라 할 수 있는데, 그 이전 가사(주로 양반 가사)의 미의식과는 전혀 다른 서민적 미의식의 창출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대단히 크다.
[정 리]
▶ 작자와 연대 : 조선후기 작자 미상의 작품 ▶ 갈래 : 서민가사, 계녀가사 ※ 계녀가사(誡女歌辭) → 여자들의 행실을 경계(警誡)하는 내용의 가사. <계녀가>, <부인요람>, <괴똥어미전> 등이 대표적인데, 유가적 이념을 좇아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주제이다. ▶ 작중화자의 태도 : 훈계적, 풍자적, 비판적 ▶ 표현상 특징 : 과장되고 속된 표현 사실적이고 구체적인 묘사 대구법, 열거법, 과장법, 풍자
▶ 주제 : 여성들의 비행 비판 여자가 지녀야 할 바람직한 태도에 대한 깨우침
▶ 시상 전개 [1] : 용부의 시집 식구 흉보기 → 시부모, 시누이, 맏동서, 아우동서, 남편의 첩, 남녀 노복, 남편
[2] : 용부의 거동 → 간숫병 기울이기(자살 기도), 내닫기와 도망질(가출), 공상(바람피기, 들구경, 색주가 차리기), 흡연, 점보기, 화장하기, 털뽑기, 말대답하기, 수다떨기, 싸움질하기, 이간질하기, 불공으로 일삼기, 굿하기 ….
▶ 출전 : [경세설(警世說)]
[참 고]
1. <용부가>의 사회학적 해석
<용부가>는 내방 가사라고 할 수는 없다.내방 가사는 규방의 여인들이 쓰거나 읽는 가사이지만,단지 여성에 관한 이야기만으로는 내방 가사라 할 수 없는 것이다.
< 용부가>는 맨 마지막에 '그른 일 알았거든 고칠 개라 힘을 쓰소,옳은 말 들었거든 행하기를 위업하소'라는 내용으로 보아 교훈적인 내용임에 명백하다.다른 한편 이 작품은 등장하는 인물을 희화화하여 개인의 갈등과 사회적 모순을 다시 한번 돌이켜 보게 함으로써,시대의 변화를 촉구하는 기능을 지닌다고도 볼 수 있다.
< 용부가>의 서술자 및 등장 인물은 '남녀 노복'을 거느리고 '양반 자랑'을 하는 것을 보면, 여성 양반인 듯하다. 그러나 이 노래에서 표현되는 시집살이는 양반 여성이 시집살이하는 것과는 크게 어긋나 있다. 이 점에 있어서 그는 풍자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봉건적인 속박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양반 여성과는 달리 '용부가'의 부인은 봉건 사회의 모순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한다.특히 '시집살이 못 하겠네 간숫병을 기우리며','색주가나 하여 볼가 남문 밖 뺑덕어미'등에서 사회의 윤리 관념을 과감히 혁파하고 있다.이러한 점에서 '용부가'는 현실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 준다고 하겠다.
2. 조선 후기 가사의 성격
자아 각성에 의한 서민 의식과 산문 정신의 영향으로 종래의 관념적, 서정적 내용이 서사적, 구체적인 것으로 바뀌었다. 음풍농월(吟風弄月)이나 연군(戀君)에서 벗어나, 널리 인간의 생활상을 그렸다. 특히, 인간의 성정을 있는 그대로 표출함으로써 산문화가 이루어졌는데, ‘용부가’는 이러한 경향을 잘 보여 주는 작품이다.
이런 조선 후기 가사는 ①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관심의 확대, ② 여성 및 평민 작자층의 성장, ③ 주제와 표현 양식의 다변화 등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①에 해당하는 작품으로는 기행 가사와 유배 가사 등을 들 수 있고, ②는 주로 사대부층 부녀자들에 의해서 창작 · 향유된 규방 가사와 평민층의 가사를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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