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나루 풍류한마당에서]
ㅡ가을을 품다ㅡ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을 맞으니 신명난다, 바람이 제법 서늘해진 초가을 길목이다. 제12회 광나루 '풍류한마당' 행사가있는 날이다. 나루아트센터 대공연장으로 발길을 돌린다. 광진문화원 전용한 원장과 광진 예총 안춘윤 회장도 함께 관람중이다.
상큼한 가을 햇살처럼, 무대 위로 조명이 비친다. 우리 가락과 춤사위가 무뎌진 감각을 살포시 깨워준다. 공연의 문을 연 대취타에 눈과 귀를 집중한다. 태평소의 음률이 가슴 속 묵은 감정을 쓸어내린다. 장엄하다. 춘앵전과 모란춤이 펼쳐진다. 노랑 옷자락이 마치 단풍잎처럼 고요히 무대를 물들인다. 정중동의 미학이다.
봄날의 버드나무 가지 위 꼬리가 노란 앵무새를 본따 만들었다는 춘앵전이다. 가을 무대 위에 세월의 깊이를 품은 서정시로 다가온다. 가야금 병창의 옥구슬 굴러가는 소리가 마음을 흔든다. 사랑가의 아련함이 가을 무대를 사로잡는다. 덧없는 세월 속에서도 삶을 긍정하게 만드는 국악이다.
경서도 민요와 선소리 산타령의 활기찬 장단은 마음을 풍요롭게 채워준다. 여성농악 만화방창과 무속의 서러움을 승화시킨 시나위 굿거리춤이 흥미롭다. 산천의 새 소리를 담아낸 남도민요에 박수가 이어진다. 소리꾼과 무용수들의 호흡 하나하나에는 민족의 오랜 한과 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리 소리는 단순한 유흥이 아니다. 계절이 바뀌듯 자연스럽게 흐르고 삭혀진다. 우리네 삶이 깊은 울림으로 다가오는 초상이다. 가을 길목에서 만난 풍류한마당은 인생의 봄으로 돌려놓는다. 가슴 한 구석에 따스한 온기와 울림을 채워준 뜻깊은 여정이다.
우렁찬 태평소가
하늘로 울려 퍼져
고운 춤 옷자락이
순풍을 가른 가을
가슴 속 묵은 한마저
단풍으로 물든다
가야금 흐른 음율
사랑가 아련하고
서도에 남도 소리
흥타령 정겨워라
풀벌레 울음소리는
무대 위를 채우네
신명 난 장구 소리
가슴에 여운 남아
공연장 나서는 길
저녁놀 곱기도 해
깊어진 가을 밤하늘
풍류 한 점 품고 가
2026.09.13.
첫댓글 직접 공연을 보고 들은 듯한 글이 가슴을 깨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