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님 화엄경 강설 31】 13
<7> 팔상성도(八相成道)의 인과(因果)
十方世界一切佛의 所現自在神通力이
廣大難可得思議어늘 菩薩悉能分別知로다
시방세계 일체의 부처님들의
자재하고 신통한 힘 나타내는 일
넓고 커서 헤아릴 수가 없지만
보살들이 다 능히 분별해 알도다.
▶강설 ; 팔상성도의 인과란 세존의 일생을 근본으로 하여 도솔천에서 하강하시고, 가비라 궁에 탄생하시고, 사대문을 나가 세상을 돌아보시고, 출가하시어 수행하시고, 정각을 이루시고, 중생을 교화하신 등등의 내력을 회향의 차원으로 설하신 것이다.
실은 부처님은 도솔천을 떠나지 않으시고 이미 왕궁에 내려오셨으며, 모태에서 태어나시기 전에 이미 중생을 다 제도하셨다. 이 소식을 알아야 화엄경을 제대로 읽는다. 이것이 화엄경을 푸는 열쇠다.
一切世界兜率中에 自然覺悟人獅子의
功德廣大淨無等을 如其體相悉能見이로다
일체 세계 도솔타천 그 가운데서
자연히 깨달으신 사람인 사자(獅子)의
공덕이 광대하고 짝 없이 청정한
그 자체의 모양과 같이 모두 보느니라.
▶강설 ; 부처님이 도솔천에서 내려오시기 전에 이미 저절로 깨달으시었다. 선문(禪門)에서 도솔천을 떠나지 않으시고 이미 왕궁에 내려오셨다는 말과 그 뜻이 같은가 다른가? 또 세존이 그 자리에서 공덕이 광대하고 짝 없이 청정한 것을 실상과 같이 다 보아 안다. 한 먼지 속에 시방세계가 존재한다는 화엄의 이치를 알면 사람사람이 본래로 광대무변한 공덕을 다 갖추고 있음을 아는 이치이다.
或現降神處母胎와 無量自在大神變과
成佛說法示滅度하야 普徧世間無暫已로다
도솔천에서 내려와서 어머니의 태에도 들고
한량없이 자재한 신통과 변화가
성불하여 설법하고 열반하는 일
세간에 두루하여 잠깐도 쉬지 않도다.
▶강설 ; 2천 6백 년 전의 일이 아니라 지금도 쉬지 않고 그대로 행해지며, 인도의 가비라 성에서만 있는 일이 아니라 시방세계 전역에서 이뤄지고 있는 일이다. 일체가 금여시(今如是) 고여시(古如是)다.
人中獅子初生時에 一切勝智悉承奉하며
諸天帝釋梵王等이 靡不恭敬而瞻侍로다
사람 중의 사자가 처음 태어날 적에
온갖 지혜 있는 이가 모두 받들고
제석천왕, 범천왕, 하늘 사람들
우러러 공경하지 않는 이 없도다.
▶강설 ; 사람 중의 사자이신 세존께서 처음 탄생하실 때에 모든 천신들과 사람들이 기뻐하고 받들어 공경하는 내용들을 밝혔다.
十方一切無有餘한 無量無邊法界中에
無始無末無遐邇히 示現如來自在力이로다
시방의 모든 곳에 빈틈이 없는
한량없고 그지없는 법계 가운데
시작 없고 끝도 없고 원근(遠近)도 없이
여래의 자재한 힘 나타내도다.
▶강설 ; 우주법계와 시방세계가 아무리 넓고 넓어 끝이 없다 하여도 사람사람의 한 마음 여래는 그 끝에 다 가서 닿는다. 차별 없는 참사람 여래는 이르지 않는 데가 없다. 이것이 참마음의 자재한 힘이다.
人中尊導現生已에 遊行諸方各七步하고
欲以妙法悟群生일새 是故如來普觀察이로다
인간 중에 높으신 이 탄생하시자
사방으로 일곱 걸음 걸으시면서
묘한 법문 중생을 깨우치려고
여래께서 두루두루 관찰하도다.
▶강설 ; 세존께서 처음 탄생하시면서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걸으시면서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이라고 외치셔서 참사람의 위대함과 만 생명여래가 오직 한 생명여래임을 밝히셨다. 그것이 미묘한 법으로 중생을 깨우치고자한 이치이다. 오온(五蘊)에 이끌려 다니는 중생이라도 참마음 참사람의 경지에는 그대로가 변함없는 여래라는 이치이다.
見諸衆生沈欲海하야 盲暗愚癡之所覆하고
人中自在現微笑하사 念當救彼三有苦로다
중생들이 욕심바다 빠져 있으며
어리석은 어둠 속에 있음을 보고
사람 가운데 자재한 분이 미소 지어서
저들의 삼계(三界) 고통 구하려 하도다.
▶강설 ; 사람들은 본래로 청정법신을 가진 위대한 참사람이지만 자타를 나누고 차별하면서 욕망의 바다에 빠지고 어리석엄의 어둠에 가려있어서 법신여래의 참사람으로 살지 못하게 되었다. 그것을 회복시키고자 사람 가운데 자재한 분 부처님이 미소 지어서 그 미소 짓는 참사람의 소식을 보여주었다. 세존이 꽃을 드시니 가섭존자가 미소를 지었다는 염화미소와 유사한 이야기다. 세존의 미소나 가섭의 미소나 모두가 참사람을 보인 일이며, 진여법성을 보여준 일이며, 자성생명을 보여준 일이다.
大獅子吼出妙音호대 我爲世間第一尊이니
應然明淨智慧燈하야 滅彼生死愚癡暗이로다
크고 묘한 사자후(獅子吼) 소리를 내어
세간에서 내가 제일 높은 자이니
마땅히 지혜의 밝은 등불 높이 들어서
생사의 어리석음을 소멸해버리도다.
▶강설 ; 세존께서 태어나자마자 아름다운 음성으로 사자후하시어 “천상과 천하에 내가 가장 존귀하다.”라고 하셨다. 그리고 마땅히 지혜의 밝은 등불 높이 들어서 저 중생들의 생사의 어리석음을 소멸하였다. 천상과 천하에 가장 존귀한 모든 사람들의 불성진여는 본래 생사가 없는 경지이다. 즉 생사 없는 이치를 깨우치려고 출현하신 것이다.
人獅子王出世時에 普放無量大光明하사
令諸惡道皆休息하야 永滅世間衆苦難이로다
인간의 사자왕이 세상에 날 때
한량없는 큰 광명 널리 놓아서
나쁜 갈래들을 모두 다 쉬게 하면서
세간의 모든 고통 영원히 소멸하도다.
▶강설 ; 부처님이 이 세상에 출현하심은 중생들의 생사문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무수한 지혜의 가르침 광명[敎光]을 놓아서 모든 악도를 다 쉬게 하고 세간의 일체 고통을 영원히 소멸하게 한 것이다. 즉 일체중생으로 하여금 이고득락(離苦得樂)하게 한 것이다.
或時示現處王宮하며 或現捨家修學道하시니
爲欲饒益衆生故로 示其如是自在力이로다
어느 때는 왕궁에 계시다가도
홀연히 출가하여 도(道)를 닦으니
중생을 요익하게 하기 위하여
이와 같이 자재한 힘을 보이시도다.
▶강설 ; 세존이 왕궁에서 출생하시고 성장한 뒤에는 사대문으로 나가 세상을 두루 살피시었다. 인생의 늙고 병들고 죽어가는 모습을 본 뒤 그것에서 해탈하고자 수행을 위해 출가하였다. 세속의 온갖 부귀영화를 헌 신짝 버리듯이 버리시고 중생을 요익하게 하려고 자유자재한 능력을 보인 것이다.
如來始坐道場時에 一切大地皆動搖하야
十方世界悉蒙光하며 六趣衆生咸離苦로다
여래께서 도량에 처음 앉으니
일체의 땅덩어리 모두 다 진동하며
시방의 모든 세계 광명을 입어
여섯 갈래 중생들 모두 고통 떠나도다.
▶강설 ; 도량이란 부처님이 정각을 이루신 장소다. 그곳을 보리도량이라 한다. 굳이 지역을 들자면 인도의 부다가야다. 그러나 부처님의 깨달음이 어찌 그 장소 때문이겠는가. 아무튼 부처님이 깨달음의 도량에 앉으시니 온 대지는 진동하고 큰 광명이 두루 비쳤다. 그 광명이란 깨달음에 의한 진리의 가르침이다. 진리의 가르침은 2천 6백여 년을 지나면서 지구 곳곳에 널리 퍼져 어리석은 사람들의 눈을 열어주고 있다. 그 가르침을 듣고는 육도중생들이 모두 다 고통에서 멀리 떠나게 된 것이다.
震動一切魔宮殿하며 開悟十方衆生心하니
昔曾受化及修行하야 皆使了知眞實義로다
모든 마군의 궁전들을 진동하여서
시방의 중생들의 마음을 깨우치시니
일찍이 교화 받고 수행하여
모두 다 진실한 뜻 알게 하도다.
▶강설 ; 八相成道에 수하항마(樹下降魔)가 있다. 즉 부처님의 깨달음을 마군을 항복 받았다는 뜻으로 표현하였다. 모든 마군의 궁전을 진동하였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와 같이 정각을 이루고 나서 시방의 중생들을 깨닫게 하였으니, 부처님은 일찍이 난행과 고행을 하여 중생들로 하여금 존재의 실상과 인생의 진실한 뜻을 알게 하였다.
十方所有諸國土를 悉入毛孔無有餘하고
一切毛孔刹無邊에 於彼普現神通力이로다
시방에 널리 있는 모든 국토가
남김없이 모공(毛孔)에 다 들어가고
일체 모공의 끝없는 세계에
그 곳마다 신통력을 두루 나타내도다.
▶강설 ; 시방의 모든 국토가 고정된 자성이 없으므로 한 모공에 다 들어간다. 일체 모공과 무변한 세계가 모두 고정된 자성이 없으므로 역시 다 들어간다. 이것은 일체 존재가 본래 갖춘 신통력을 널리 나타낸 것이다. 하나 가운데 일체가 있고 일체 가운데 하나가 있다. 예컨대 무수한 등불이 한 장소에서 다 같이 빛을 발해도 서로 장애가 없는 것과 같다. 또한 대나무 그림자가 뜰을 쓸고 지나가도 먼지 하나 일어나지 않고, 달빛이 못의 밑바닥까지 뚫어도 물에는 흔적 하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