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3월 21일이 ‘세계다운증후군의날’이라는 사실을 알고 책을 한권 주문했다. 제목은 <다운증후군 아이가 찾아왔다> 지은이 울림은, 예상하겠지만 다운증후군 아이의 엄마다. 나도 거기까지만 알았다. 2019년도 초여름 즈음이다. <다가오는 말들> 강연에서 한 여성이 사인을 받으며 말했다. “다운증후군 아이를 낳아서 기르고 있다”고. 그런데 힘들어서 글을 쓰고 있다고. 나는 좀 놀랐고, 잘 써보시라며 어설픈 격려를 해드렸다. 집에 가서도 그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떠나질 않았다. 그러면서도 그가 강한 사람이라는 묘한 안도가 들었다.
그리고 이년 후,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임신 중에 태아가 다운증후군이라는 걸 알았고 그럼에도 (가족의 만류를 뿌리치고) 출산을 했다는 것이다. 온전한 자신의 선택으로 말이다. 그는 코로나 시국에 줌으로 진행된 글쓰기 수업에 참여해서 이런 사연을 글로 써냈다. 그간 육아 중인 엄마들이 아이가 장애가 있음을 쓰기도 했지만, 울림과 꿈별이 같은 사례는 처음이었다.
“다운증후군을 가진 아이면 어떠냐고, 기다리던 둘째인데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포기할 수는 없다고 큰소리치며 아이를 낳았지만, 낳자마자 수술실에 들여보내고 집중치료실에 아이를 둔 채 홀로 퇴원해 한겨울에 병원 면회를 다니는 건 생각보다 서럽고 고된 일이었다. 툭 치면 눈물이 떨어질 만큼, 내 안에 슬픔이 가득 차서 넘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아이를 낳은 후에 장애를 알게 되는 경우 가족이 함께 그 충격과 슬픔을 소화할 수도 있겠지만, 장애가 있는 배 속의 아이에 대해 저마다 의견이 달랐던 우리 가족은 서로에게 힘이 되어줄 수 없었다.” (8쪽)
세상에 똑같은 슬픔은 없어서 우리는 저마다 글을 쓴다. 또 한번 느끼고 배웠다.
예전에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희아’로 알려진 이희아 씨 엄마 우갑선 씨도 태아가 장애가 아주 심하다는 사실을 알고도 의사와 가족의 경고(!)를 피해 거의 도망가서 아이를 낳았다. 우리가 무엇이 되려고 태어나지 않았듯, 피아니스여도 좋고 아니어도 좋은 존재들이다. “큰소리치며” 아이 낳고 울고 웃으며 키우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 큰 이야기가 끊이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다운증후군아이가찾아왔다 #울림 #꿈별이 #민들레
첫댓글 세상에 똑같은 슬픔은 없어서 우리는 저마다 글을 쓴다는 문장에 밑줄을 그어 봅니다. 슬픔을 퍼내기 위해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 슬픔이 모여 또 다른 나를 만들고 쓰는 나를 키워가는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도 세상의 슬픔 중에서 신이 하나만 지워준다면 저는 아이와 관련된 아픔을, 고통을, 슬픔을 지워달라 빌겠어요.)
우주진주의 지난번 글에 답글을 달아야겠어요 ^^ 이제 마음의 준비가 되었답니다 ^^
메타 포라의 글에서 배우고 느낀답니다.
저는 늘 준비 부족하지만
그게 나 임을 인정하며
댓글 참여 . 슉 =3 슉=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