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니]의 흥행, 김기덕의 귀환
2011년 상반기 영화계 결산
1. [써니]의 흥행
딱히 기대작이 없었던 올해 상반기 한국영화였지만, 6개월 동안의 흥행 성적표를 살펴보면 작년 상반기와 비교할 때 큰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전국 100만 명 이상 동원한 영화는 11편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한 편 더 늘어났고, [
아바타](2009)의 독주가 두드러졌던 2010년 상반기에 비해 올해 상반기엔 좀 더 조밀하게 흥행작이 분포되어 있다.
2011년 1~6월 한국 극장가 최고의 히트 상품을 꼽는다면 단연 [
써니]일 것이다. [
과속스캔들](2008)로 820만 관객과 만났던 강형철 감독의 두 번째 영화인 [써니]는, 굵직한 스타도 블록버스터급 스케일도 뚜렷한 장르 컨셉트도 없이 600만 관객을 눈 앞에 두고 있다. 딱히 어떤 '현상'을 만들어내지 못했던 최근 한국영화계에서 [써니]의 복고주의는 조용한 신드롬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30~40대 여성 관객들에게 어필하며 놀라운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이 영화가 극장가에서 보여주고 있는 뚝심은 대단한데, 개봉 1, 2주차에 1위를 기록했던 영화는 3주차에 2위, 그리고 4~6주차에 3위를 기록하더니, 7주차에 다시 2위로 올라섰고, 8주차에 1위 자리를 탈환했다. 8주차에 1위 자리에 다시 오른 건 [
써니]가 최초. 여전히 30퍼센트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좌석 점유율도 인상적이다. 5월 4일에 개봉된 영화가 8주까지 오는 동안 [
캐리비안의 해적 4 - 낯선 조류](5월 19일), [
쿵푸 팬더 2](5월 26일), [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6월 2일) 등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대결을 펼쳤다는 걸 감안하면, 더욱 놀라운 성적이다.
복고 컨셉트의 승리, 배우들의 열연, 감독의 연출력, 여성 관객층의 호응 등 이미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이 영화가 과연 관객의 어떤 부분을 자극했고 어떤 감성에 호소했는지, 좀 더 꼼꼼하고 설득력 있는 분석이 필요한 상태. [
써니]는 최고 흥행작임과 동시에 2011년 한국영화계의 '연구 대상'이다.
2. 김기덕 감독의 귀환
김기덕 감독(좌)과 [풍산개]의 윤계상(우).
김기덕 감독이 돌아왔다. 일부 언론을 통해 "폐인 됐다"는 기사가 흘러나오기도 했고, 장훈 감독과의 불편한 관계가 언급되어 김기덕 감독이 직접 편지로 해명하기도 했던 것이 작년 말. 그때만 해도 김기덕 감독이 제작하고 전재홍 감독이 연출하는 [
풍산개]에 대한 언급만 있었을 뿐 그의 16번째 연출작 [
아리랑]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그리고 올해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아리랑]은 이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해, 작년 홍상수 감독의 [
하하하](2010)에 이어 2년 연속 한국영화가 같은 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게 되었다.
아직 한국 개봉 계획은 불투명하지만 [
아리랑]은 감독 자신이 "자화상 같은 영화"라고 말할 만큼, 김기덕 감독이 지난 세월 동안 한국영화계에서 겪었던 일들과 최근의 상황들에 대한 직접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영화. 김기덕 감독은 "이번 상으로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는 수상 소감을 남겨, 이후 그의 작품 활동이 계속될 것임을 암시했다.
한편 그가 제작한 [
풍산개]는 371개의 개봉관을 확보하는, '김기덕 필름'의 영화로는 이례적인 배급망을 타며 개봉 첫 주에 28만 명 이상의 관객과 30퍼센트에 달하는 좌석 점유율을 기록했다. 배우와 스태프가 투자자가 되어 노 개런티로 참여한 이 영화는 첫 주 흥행 성적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겨 개런티를 받을 수 있게 되었고, 김기덕 감독은 편지를 통해 관객과 관계자들에 대한 감사의 말을 남겼다.
3. 최고은 작가의 죽음
고 최고은 작가(좌). 2006년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에서 '단편의 얼굴상'을 수상한 [격정 소나타](우).
지난 1월 30일, 최고은 작가가 3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처음엔 일부 저널의 선정적 보도를 통해 생활고로 인한 굶주림 끝에 죽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직접적인 사인은 오래 앓아 왔던 지병(갑상선 기능항진증)과 그 합병증이었다.
SNS를 통해 영화인들의 추모가 줄을 이었고, 최고은 작가의 죽음은 한국영화 산업의 구조적 모순과 썩은 관행에 대한 반성의 계기가 되었다.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것이 당연시되는 착취 구조에 대한 준엄한 비판도 있었고, 신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제도적 정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하지만 최근 '예술인 복지법'은 유보되었다). 제작사와 투자사들에 대한 강한 분노도 있었다. 최근엔 소외당하는 예술인들의 권익을 위한다는 '한국자유예술인협회'가 발족되었다.
과연 변할 수 있을까? "외부인들은 고은이의 죽음에 대해서 발언하는데 영화인들은 왜 침묵하느냐고? 답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실천의 동력이 없기에 침묵하는 거다. 발언만 한다고 달라지지 않을 걸 아니까..." 이현승 감독이 트위터에 남겼던 말이다.
4. 세 편의 독립영화
2009년 [
워낭소리]와 [
똥파리]의 약진으로 독립영화의 새로운 지평이 열리는 듯했지만, 2010년 한국 독립영화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1만 명 이상의 관객과 만난 독립영화는 김종관 감독의 [
조금만 더 가까이] 정도였고, 몇몇 종교 다큐멘터리가 호응을 얻는 정도였다. 하지만 2011년 상반기, 세 편의 주목할 만한 독립영화는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며 작지만 소중한 성과를 거두었다.
시작은 민용근 감독의 [
혜화, 동]이었다. 2010년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혜화, 동]은 잔잔하면서도 빛나는 감수성으로 1만 명 이상의 관객과 만났고, 유다인과 유연석 두 배우의 뛰어난 연기로 호평 받았다. 윤성현 감독의 [
파수꾼]은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뉴커런츠 부분에서 수상한 작품. 2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이 영화는, 젊은 시절에 대한 진지하면서도 날카로운 시선과 탄탄한 드라마투르기로 호평 받았다.
박정범 감독의 [
무산일기]는 가슴 먹먹해지는 드라마. 작년 부산국제영화제를 시작으로 올해 로테르담영화제, 도빌영화제, 샌프란시스코영화제 등에서 수상한 이 영화는 1만 명 이상의 관객과 만났다. 이 외에도 옴니버스 영화 [
미안해, 고마워]와 다큐멘터리 [
트루맛쇼] 등이 6월30일 현재 1만 명에 육박하는 관객과 만났다.
[
혜화, 동], [
파수꾼], [
무산일기]의 성과가 더욱 값진 건, 한국 상업영화가 이른바 '작품성'이라는 측면에서 점점 고갈 상태로 치닫고 있기 때문. 한두 편에 편중되지 않은, 독립영화의 이러한 고른 성과와 미학적 성취가 하반기에도 이어지길 바란다.
5. 스마트폰 + 영화
박찬욱 & 박찬경 감독의 [파란만장](좌). 스마트폰 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민병우 감독의 [도둑고양이들] 촬영 현장(우).
2000년을 전후로 디지털 영화의 바람이 불면서, 그리고 최근 HD 카메라가 보편화되면서, 그리고 극장에서도 디지털 상영이 확산되면서 '필름 영화'의 영토는 21세기 들어 점점 잠식 당하고 있는 상황. 그리고 최근 스마트폰의 등장은 영화 매체에 다시 한 번 새로운 흐름을 몰고 왔다.
작년에 임필성, 정윤철, 홍경표, 조용규 등 기성 영화인 12인이 참여한 '아이폰4필름페스티벌'이 있긴 해지만, 스마트폰이 이처럼 빨리 영화와 결합해 우리 일상 속으로 들어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올해 2월에 열린 'olleh•롯데 스마트폰 영화제'에 500편 가까운 작품이 출품된 것. 이제 스마트폰만 있으면 영화감독이 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셈이다.
박찬욱 & 박찬경 감독이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단편 [
파란만장]이 베를린영화제 단편 부문 황금곰상을 수상한 것도 상징적인 일. 물론 촬영 규모는 여느 장편영화 현장 못지 않았고, 캐논 렌즈를 장착하는 방식으로 촬영되었지만, 스마트폰이라는 도구를 통해 찍은 영화가 국제영화제에서 성과를 이뤘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하다. 제작은 물론 영화 마케팅에서도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닌 스마트폰이 이후 영화 문화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6. 김의석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김의석 영진위 위원장(좌). 김 위원장과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우). (사진: 문화체육관광부 홈페이지).
3년 가까이 표류하던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비로소 조금은 안정된 모습을 찾았다. 2008년 5월에 취임한 강한섭 전 영진위 위원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건 2009년 7월. 92개 공공기관장 평가에서 최하위를 기록한 강 전 위원장은 임기를 채우지 못했는데, 독단적 스타일이 문제로 지적되긴 했지만 외부의 압력에 의해 한국영화의 제반 지원과 정책을 담당하는 부서의 수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건 안타까운 일이었다.
뒤를 이은 조희문 전 영진위 위원장은 2010년 9월에 취임해 2011년 11월까지 자리에 있었는데, 영상미디어센터, 독립영화전용관, 시나리오 심사 등 각 분야의 사업에서 공정성에 대한 시비가 있었고 결국은 영화인들의 사퇴 요구에 직면했다. 조 전 위원장이 물러난 후 4개월 가까이 공석이었던 위원장 자리는 김의석 위원장이 잇게 되었다.
1992년 [
결혼 이야기]로 데뷔하며 당시 트렌드 무비의 대표적 감독으로 자리매김되었던 김의석 위원장은, 영화아카데미 교수를 지냈고 위원장이 되기 전 부위원장으로서 직무 대행으로 영진위를 이끌었다. 올해로 12년째 되는 영진위 위원장 자리에 영화감독 출신이 부임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인 관계가 원만하다는 중론을 얻고 있는 김의석 위원장은 부임 이후 시나리오 심사를 위한 '심사위원 풀' 제도를 도입하고, '표준근로계약서'를 만드는 등 영화계 내부의 갈등을 완화시키기 위해 노력 중. 2014년 3월까지 앞으로 남은 3년의 임기 기간 동안, 지난 3년 동안 갈등에 휩싸였던 영진위를 정상화시키길 진심으로 바란다.
7. 한일 애니메이션
[소중한 날의 꿈](좌)과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초시공! 태풍을 부르는 나의 신부](우).
디즈니와 픽사 그리고 지브리가 장악하고 있었던 애니메이션 시장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개봉된 일본 애니메이션은 총 7편. 어린이날 개봉된 [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초시공! 태풍을 부르는 나의 신부]가 만난 관객은 35만2,000명. [
극장판 포켓 몬스터 DP - 환영의 패왕 조로아크]는 14만1,000명, [
썬더일레븐 극장판: 최강군단 오우거의 습격]은 12만3,000명, [
아따맘마 – 극장판]은 8만2,000명, [
꿀벌 하치의 대모험]은 8만 명, [
극장판 메탈 베이블레이드 VS 태양 작열의 침략자 솔블레이즈]는 7만 명, [
극장판 유희왕: 시공을 초월한 우정]은 6만 명의 관객과 만났다. 소리 없이 강한 흥행이었던 셈이다.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도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
지구대표 롤링 스타즈]가 3만6,000명의 관객과 만났고, 단편인 [
엄마까투리]가 1만6,000명의 관객을 동원했으며, 6월 29일엔 [
소중한 날의 꿈]이 개봉되었다. 하반기엔 [
마당을 나온 암탉], [
돼지의 왕], [
홍길동 2084], [아웃백 3D] 그리고 2012년엔 [
다이노 맘] 등의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이 개봉될 예정. 한국 시장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두길 바란다.
8.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잔잔한 흥행
영화 속 장면(좌)과 네 배우의 프로모션 컷(우).
올해 상반기 한국영화 박스오피스의 특징은 의외의 흥행작들이 많다는 것. 흥행 1위를 차지한 [
써니]를 비롯, 48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
조선 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이나 260만 관객과 만난 [
위험한 상견례] 등도 모두 예상을 뛰어넘는 흥행을 기록했다. 그런 면에서 [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써니]와 함께 올해 상반기 최고의 히트 상품일 듯. 강풀의 원작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폭넓은 관객들의 지지를 받으며 164만7,000명의 관객과 만나면서, 상반기 한국영화 흥행 9위를 기록했다.
노년의 사랑을 그린 이 영화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베테랑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와, 중장년층 관객들의 단체 관람, 그리고 잔잔한 감동의 스토리. 반면 이 영화의 성공 후 개봉된 비슷한 컨셉트의 작품들인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나 [
마마] 등은 그다지 큰 사랑을 받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9. [죽엄의 상자] 발견
[죽엄의 상자]의 타이틀(좌)과 영화 속 장면(우).
한국영화계 최고의 스타일리스트였던 고 김기영 감독의 데뷔작인 [
죽엄의 상자](1955)가 발견되었다. 유실된 것으로 알려졌던 이 영화의 필름이 미국 메릴랜드주 국립문서기록관리소에 있었던 것. 하버드-옌칭연구소의 방문 연구원으로 있는 한국영상자료원의 김한상 씨가 찾아낸 것으로, 필름 상태는 대체적으로 양호한 편. 안타까운 건 사운드가 없다는 점이다.
반공 영화로 기획되었지만 빨치산을 미화한다는 논란에 휩싸였던 당대의 문제작 [
죽엄의 상자]는 지난 6월19일 상영회를 열었고, 이 자리엔 김기영 감독의 장남인 김동원 씨도 참석했다. [죽엄의 상자] 외에도 김기영 감독의 만든 단편 [수병의 일기], [사랑의 병실], [나는 트럭이다] 등도 이날 빛을 봤다. 이번 일이, 아직 필름을 찾지 못한 1950~60년대 한국영화의 걸작들이 관객들과 만나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10. [트루맛쇼] 공방
올해 상반기 최고의 이슈 메이커였던 [트루맛쇼](좌)의 김재환 감독(우).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 [
트루맛쇼]는 TV 맛집 프로그램의 실체를 폭로하는 다큐멘터리. MBC 방송사의 PD 출신인 김재환 감독은 직접 음식점을 운영하며, 맛집 프로그램의 이면에서 오가는 거래의 현장을 포착했다.
이에 MBC는 이 영화가 사실이 아니며 명예 훼손의 여지가 있다며 상영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지만 기각되었고, 김재환 감독은 이런 상황 자체가 블랙 코미디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 사회에서 절대 권력으로 군림하고 있는 지상파 방송에 대한 독립 다큐멘터리의 공격이라는 점에서 특기할 만한 [
트루맛쇼]. 성역에 도전하는 김재환 감독의 시도가 계속될지 궁금하다.
* 2011년에 우리가 잃은 영화인들
3월 23일에 세상을 떠난 엘리자베스 테일러(1932~2011)의 죽음은 전 세계의 올드 팬들에게 전해진 슬픈 뉴스였다. 클래식 세대의 마지막 생존자였던 그녀는 가십과 스캔들만으로 평가될 수 없었던, 뛰어난 재능과 미모를 지닌 한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형사 콜롬보'로 유명한 피터 포크(1927~2011)도 6월 23일에 알츠하이머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최근까지도 80세가 넘은 나이로 영화에 출연하며 노익장을 붙 태웠던 배우는 영원히 팬들의 기억 속에 잠들게 되었다.
4월 9일엔 시드니 루멧(1924~2011) 감독이 세상을 떠났다. 현란한 스타일을 구사하거나 재기 발랄한 이야기를 선호하진 않았지만, 그의 영화는 탄탄한 기본기 위에 지은 집과 같았고, 배우들에게서 항상 최고의 연기를 뽑아내곤 했다. 50년 동안 43편의 장편 극영화를 남겼다.
[
도전자 허리케인](1970), [
보물섬](1978), [
베르사이유의 장미](1979) 등 한국 관객들에게도 익숙한 TV 애니메이션들을 연출했던 일본의 애니메이션 감독 데자키 오사무(1943~2011)가 폐암으로 4월 17일 세상을 떠났다.
서민 연기의 1인자인 배우 김인문(1939~2011)이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1967년에 데뷔해 영화와 TV를 오가며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던 고인은, 화려하진 않지만 현실적이며 감칠맛 나는 연기로 관객들에게 편안한 느낌을 주는 연기자였다. 2005년 뇌경색으로 쓰러진 후에도 꾸준히 연기 활동을 했으며 자선 활동에도 열심이었다. 유작인 영화 [
독짓는 늙은이]의 개봉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것이 못내 아쉽다.
안방극장의 친숙한 배우였던 박주아(1942~2011)도 세상을 떠났다. KBS 공채 1기 탤런트였던 고인은 1962년부터 연기 생활을 시작했고, 올해는 50년차가 되는 해였다. 숱한 드라마에서 어머니로 등장했던 고인은, 긴 세월 동안 부모님의 병 수발과 봉양을 하며 결혼 시기를 놓쳐, 70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