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우울할 때면 쇼핑을 하지 않아도 홈쇼핑 채널을 부러 틀어 놓고 일반 방송을 보듯이 쇼핑 프로그램을 즐기곤 한다. 그 속에는 언제나 에너지가 넘치는 쇼핑 호스트들이 있고 항상 행복한 미소를 짓는 모델들이 나를 위로해 주는 것 같기 때문이다. 마치 남대문시장에서 활기차게 일하는 이들의 에너지를 받는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단지 여성들이 주방 용품이나 기능성 속옷을 싸게 사기 위한 곳이라고 홈쇼핑을 생각하는 이는 이제 아무도 없다. 명품 백도 살 수 있고 유명인이 협업한 홈쇼핑 자체 브랜드의 제품도 살 수 있는 곳이 바로 요즘의 홈쇼핑이다. 이제 홈쇼핑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가 주목해야 할 가장 안전하고 핫한 쇼핑 채널일지도 모른다.
남성들이 요즘 홈쇼핑을 주목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쇼핑이라는 수고에 대한 간편함 때문이다. 전화 한 통으로 혹은 클릭 한 방으로 물건을 주문할 때 언제나 불안하지 않은가. 메이저 홈쇼핑에서는 무료 체험분이나 1주일 무료 사용 기간 등 ‘조건’을 잘 이행하기만 하면 반품하기도 쉽다.
또 요즘 무엇이 대세인지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쇼핑 호스트들이 아주 쉽고 재미있게 추천하지 않는가. 가만히 듣고만 있어도 영양가 있는 제품 관련 지식과 가십 등이 저절로 입력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CJ오쇼핑의 ‘디지털 온 에어’ 같은 특이한 방송 포맷을 추구하고 있는 몇몇 프로그램에서는 유명 전문가들이 게스트로 출연, 소중한 제품 정보를 비교하며 설명해 이를 앉아서 들을 수도 있어 매우 유익하기만 하다.
쇼핑의 간편함, 트렌드 정보까지 제공
홈쇼핑을 접하는 이들이 많아진 만큼 아이템들의 카테고리 또한 상당히 넓어졌다. 우리가 흔히 홈쇼핑에서 접했던 먹거리나 생활 소비재를 파는 것에서 시작한 홈쇼핑은 어느새 서비스 상품을 팔기 시작했다. 보험, 여행, 자동차 리스 등 그 품목 또한 매우 다양하다.
상담 찬스, 무료 시승 등 추가 비용을 내지 않고도 부담 없이 서비스 상담을 예약하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개별 상담을 통한 후 구입을 결정하는 시스템이어서 호기심이 발동해 충동적으로 선택했더라도 낭패를 볼 일은 전혀 없다.
그 결과 쇼핑 호스트들의 전달 방식에도 조금씩 변화가 엿보인다. 주로 여성 시청자들을 염두에 두고 소통해 오던 그들이 최근에는 젊은 남성들을 배려하고 다가가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보인다. 머천다이저(MD) 구성 또한 혼자 사는 독신남들에게 필요한 제품과 편리한 구성을 예전에 비해 더 많이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김치 이름이 아예 ‘남자 김치’라든가, 요리 연구가 이혜정 씨가 판매하는 ‘빅마마 햄버그’, 코미디언 정형돈 씨가 직접 개발에 참여했다는 ‘도니도니 돈가스’ 등이 성공한 이유는 어쩌면 방송 중 요리하기 귀찮아 하는 남성들의 마음을 잘 헤아리며 소통한 덕일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엄마의 마음으로, 요리가 어려운 남자들을 마음으로 배려해 기획된 제품’이 바로 세일즈 포인트가 된 셈이다.
접이식 자전거만 하더라도 최근 불어 닥친 ‘짐승돌’, ‘중년 식스팩’ 등 남성들의 관심이 근육에 있는 사회적인 열풍을 반영해 기획한 제품이어서 그런지 남성 고객들이 40%나 차지할 정도로 기존 홈쇼핑 고객의 주 고객에 변화가 보인다.
이제 홈쇼핑은 무엇을 사야 할지 잘 모르는 남성들에게, 사 놓고도 잘 산 것인지 확신이 안 서는 남성들에게 이제 ‘애정남(애매한 것을 정해 주는 남성)’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