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도(牛島)가 낳은 시인,
김미희 시인의『예의 바른 딸기』출간에 부쳐
◇시인 김미희 어제와 오늘
2004년 1월 울산작가회의에서 떠난 제천 문학기행에서 김미희 시인을 처음 만났다. 당시 그녀는 ‘동화’와의 짝사랑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아동문학을 해 보고 싶단 내 말을 시작으로 우리의 대화 물꼬는 터졌다. 김이삭 시인과도 이즈음에 만났던 것 같다. 열차 기행이 있은 1년 뒤쯤인가? 우린 ‘실바람 동인’으로 뭉쳐 울산 아동문학의 새 지평을 열어보자는 데 뜻을 모았다. 김미희 시인은 이미 2002년 한국일보 동시 당선(「달리기 시합」)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시인이었다. 그러기에 더 멈출 수 없었던 그녀의 문학에의 열망은 ‘제7회 푸른문학상’ 수상으로 새 교두보를 세우기에 이른다. 첫 동시집 『달님도 인터넷해요?』(2007년 5월, 아이들판)에 이어 『네 잎 클로버 찾기』(2010년 10월, 푸른책들) 『동시는 똑똑해』(2012년 2월, 뜨인돌어린이)가 나온다. 동시와 동화 쓰는 시간을 쪼개 쓴 청소년 시집 『외계인에게 로션을 발라주다』(2013년 3월, 휴머니스트) 『소크라테스가 가르쳐준 프러포즈』(2015년 10월, 휴머니스트)를 연속으로 내며 청소년 작가로서도 이름을 낸다. 글쓰기 지도를 하며 만난 63명의 어린이들의 시, 『나는 CCTV다』(2016년 3월, 학이사)도 엮었다. 올해 네 번째 동시집 『예의 바른 딸기』(2017년 4월, 휴먼어린이)를 내는 데는 5년이 걸렸다. 5년 동안 무위도식 탱자탱자 놀았냐? 노오! 아래의 사진 책들이 그 답이다. 우도 깡순이가 깡으로 깡깡 버티며 피의 창작을 해낸 증거들이 여기 있다.
△ 촬영, 은우, 2017. 6. 28, 0시
시인 김미희는 두 편(추적하면 더 있을 수도 있겠다)의 ‘牛’ 시를 썼다. 고향 牛島의 갯냄새는 나지 않지만, 풀냄새에 흠씬 취하는 「풀」과 길 위에서 마지막을 맞는 소들의 눈물이 보이는 「마지막 여행」이 그것이다.
예전에는 너른 풀밭에/아침에 풀어 놓았다가/저녁에 사람들이 데리러 올 때까지/
소들은 풀을 뜯으며/놀다가 자다가 주인을 기다렸습니다//이제/풀이 소들을 기다 립니다/오늘은 오겠지?/내일은 꼭 올거야!//풀은 소를 기다리며 키를 키우다가/
자꾸 자꾸 자라서/내 허리께까지 자랐습니다/기다려도 오지 않을/소들을 하염없 이 기다리며
- 김미희, 「풀」 전문
「풀」은 첫 동시집 『달님도 인터넷해요?』에 실려 있다. 우도 깡순이 미희네 집에도 소를 키웠는지 모르겠다. 꼬마 미희도 나처럼 소뿔을 잡아당기고, 소 눈을 들여다보며 얘기를 하고, 소똥이 늘린 마당에서 죽을 똥 살 똥 고무줄뛰기를 했을지도. ‘기다려도 오지 않을 소’여서, 풀의 가슴, 아니 시인의 가슴은 미어진다.
『예의 바른 딸기』에 실린 ‘牛’시 「마지막 여행」에서는 시인은 멀찌감치 물러서 있고, ‘우리 소’라고 하는 숨은 아이 화자가 마지막 여행길에 오르는 소를 배웅한다. “리얼리즘 시 한 수 보여줄까요?”라고 작정하고 쓴 듯하다. 애독자인 시인의 딸은 이 시를 마주하곤 눈물을 펑펑 쏟았다고 한다. 팔려가고 죽어가고 구덩이에 던져지고 이 땅의 소들이 겪는 비극을 ‘새 자동차-트럭’으로 환치시켜 독자들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톱질-감다2」도 잔잔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우리 집 소가 팔려 갈 때/트럭 타고 갔습니다//새 자동차도 팔려 올 때/트럭 타 고 옵니다//소 눈망울이 슬퍼 보였습니다/자동차는 슬픈지 기쁜지/알 수 없었습니 다//자동차는/우리 소처럼/슬프진 않을 것입니다/곧 네 바퀴로/달릴 수 있을 테니 까요//더 걷고 싶은 우리 소가/팔려 갑니다/트럭을 타고 마지막 여행을/떠납니다//
마지막 여행은 절대로/기억에 남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김미희,「마지막 여행-가다 1」 전문
「구멍 난 양말」, 「운동화 끈」, 「의자의 발 냄새」, 「아기 캥거루는 삐칠 수도 없어」같은 시들 앞에서 “역시, 김미희구나!”하는 탄성이 터진다. 프로필 후미에 밝힌 “동시집 《예의 바른 딸기》를 쓸 때에는 스스로 귀여워서 거울을 들여다보곤 했습니다.” 라는 게 빈 말이 아니라는 것도 「눈」, 「자갈」, 「가방」, 「상자 뚜껑이 하는 일」을 읽으면 알 수 있다.
쉘 실버스타인의 냄새를 샐샐 풍기는 「모자를 먹는 사람-먹다8」 「끊어진 그네-숨다4」 두 편의 시에서는 김미희 시가 또 다른 진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걸 엿볼 수 있다.
재치&재미, 의미까지 부여한 김미희 시를 읽으면 행복해진다. 시인이라는 생래적 외로움에 항거하며 써 낸 그녀의 61편 동시들에게 부라보를 외친다. 「예의 바른 딸기」를 마주한 독자들은 큰일 났다. 딸기 한 분마다 깍듯이 모자를 벗겨 드려야하니 말이다. 자칭, ‘달님과 채팅하는 꼬마’시인 김미희에게 행운과 신의 가호(^^)가 언제까지나 함께 하길 빈다. 똑 소리 나는 삶처럼 똑 소리 나는 시를 쓰는 김미희 시인. 건강한 동심과 참신한 비유들로 빚어낼 그녀의 재치 만점 다음 동시들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2017년 6월을 이틀 남긴 아침
글벗, 남은우
첫댓글 글벗이 전해주는 행복한 선물이네요. 미희 샘 얼굴에 웃음 가득하것네! 정이 듬뿍 담긴 글 쓰느라 은우 샘 살 좀 빠졌것네. ㅎㅎ 잘 읽었습니다
안그래도 좀전에 만났는데 홀쪽 하더라고요ㅎ
우도가 낳은 시인이군요!^^
실바람 동인이라니 넘넘 멋집니당!♥
저도 섬에서 태어날 걸...ㅎㅎㅎ
바닷가에서라도 태어날 걸...ㅋㅋㅋ
집에 붉은 다라이에 바닷물이라도 담아놓으시는 건 안 될까요? ㅎㅎ
우도가 낳은 시인! 이토록 알아주는 글벗이 있어서 김 작가는 행복하시겠습니다 어제 남은우 시인이 홀쪽해진 이유가 바로 이것? ㅎ
다이어트하려면 인물론 뭐그런거 써야게쎄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