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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봉의무자조금은 한국양봉협회가 혼자 해서 될 일이 아니다 !
(사진 설명 : 양봉자조금으로 전철 전량에 부착된 천연벌꿀 광고판)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농산분야 의무자조금을 설치한 품목은 2015년 5월 인삼이었다. 그 후 농산분야에서는 친환경농산물, 백합, 키위, 배, 파프리카, 사과, 감귤, 콩나물, 참외, 절화, 포도, 양파, 마늘, 떫은감, 복숭아, 차, 자생란 순으로 의무자조금을 시작했다.
축산농가들도 시장 개방에 대응해 1992년 양돈과 양계 임의자조금을 조성해 운영한 지가 벌써 32년이 됐고, 2004년에 국내 처음으로 축산의무자조금으로 전환된 한돈은 올해로 20년째를 맞고 있다.
그 후 한우, 우유, 계란, 닭고기, 오리, 육우 순으로 전환된 축산의무자조금은 현재 모두 7개가 운영되고 있다.
■ 축산임의자조금 설치연도와 의무자조금 개시연도표
구분 | 임의자조금 설치연도 | 의무자조금 징수개시 |
한돈자조금 | 1992 | 2004 |
한우자조금 | - | 2005 |
우유자조금 | 1998 | 2006 |
닭고기자조금 | - | 2006 |
계란자조금 | 1992 | 2009 |
오리자조금 | 2008 | 2015 |
육우자조금 | 2009 | 2014 |
임의자조금은 양봉자조금과 사슴자조금 두 곳뿐이다. 그런데 2009년에 시작된 양봉자조금은 올해로 16년째 임의자조금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물론 축산분야 계란자조금도 1992년에 임의자조금을 시작해 2009년 의무자조금이 되기까지 18년동안 임의자조금 신세였다.
한국양봉협회는 몇 년전부터 ‘양봉 의무자조금 확대개편안’을 이사회에서 의결해서, 양봉의무자조금이 곧 실시될 것이라는 언론보도를 쏟아냈지만 수 년째 지켜지지 않고 있다.
다행히 2022년 7월에 우리벌꿀자조금관리위원회(가칭)가 설립돼 제1차 공동 공동의무자조금준비위원회를 열고, 한국양봉협회 3명, 한국한봉협회 2명, 한국종봉협회 2명, 한국꿀벌산업유통협회 2명, 한국양봉농협 3명, 소비자·유통·학계 1명씩 총 15명으로 위원회를 구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각 협회의 자조금 갹출방식이 제각기라 모든 농가가 참여할 수 없다는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송미령, 이하 농식품부)의 불가 판단에 따라 다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그 후 올 5월 22일 한국양봉협회는 4개 단체로 구성된 공동의무자조금준비위원회로는 축산자조금 설립 취지에 맞는 통일된 갹출금 납부 방식을 도출해서 정부를 설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를 내세워 타 단체와의 협의를 전면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한국양봉협회 독단적으로 박근호 협회장을 양봉자조금위원회 위원장으로 추대하고, 부위원장에 윤효진(한국양봉농협 상임이사), 감사에 이승환 서울대학교 교수와 최 진 농협축산경제 축산지원부 특수가축 팀장, 당연직 위원으로 이연섭 농식품부 축산경영과장과 김귀만 한국양봉협회 감사, 이진웅 감사, 김철홍(울산광역시지회장) 이사, 정수길(충북도지회장) 이사 등 9명을 선임하여 자조금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문제는 농식품부는 축종당 전국적으로 농가를 대표하는 단체 한 곳만을 인정하고 있는데 현재 국내 양봉업계에는 한국양봉협회뿐 아니라 한국양봉농협, 양봉관리사협회, 한국꿀벌생태환경보호협회, 한국벌꿀산업유통협회, 한국종봉협회 등 여러 단체가 있고, 각 협회 회원간 중복 가입이 안 된 경우도 많고, 제명 당한 경우도 있다.
한국양봉협회가 지난 2023년 제1차 이사회에서 회원자격 상실 대상자로 ‘유사단체 직전 및 현직 임원’을 회칙 제명 조항에 넣어 타 협회와 배타적인 관계를 만든 것이 한 예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양봉업계의 하나된 목소리를 한국양봉협회가 대변한다고 할 수 없고, 그러면 의무자조금 전환의 승인권을 쥐고 있는 농식품부를 설득해 양봉의무자조금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
설사 농식품부 승인이 천신만고(千辛萬苦)* 끝에 통과된다 해도 정부가 보조해 주는 매칭자조금은 기대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일례로 닭고기와 계란 자조금은 다른 축산자조금과 달리 최근 2~3년 동안 정부 매칭보조금을 지급받지 못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축산자조금 사업시행지침에 의거해 정부보조금의 매칭기준을 의무거출금 거출률 50% 이상으로 정한 기준에 미달했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는 두 자조금은 모두 상황이 많이 좋아졌다.
한국양봉협회가 양봉임의자조금을 의무자조금으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타 협회와 머리를 맞대야 한다. 국내 양봉업계가 하나된 목소리를 가지고 정부에 요구해야 의무자조금 전환이 현실화 될 수 있다.
여기에는 2029년 1월 1일부터 베트남산 수입꿀이 무관세로 수입돼 국내 농축산 자조금의 첫번째 목표인 국내 수급 안정면에서 국내산 벌꿀 시장이 붕괴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에 양봉의무자조금 전환을 충분한 논리로 정부를 상대로 설득할 수 있기도 하다.
그러나 자조금을 낸 양봉농가만 정부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제재(制裁) 일변도의 불이익을 주는 방식이나 한국양봉협회가 주도적으로 양봉의무자조금을 운용하겠다는 생각으로는 양봉의무자조금 전환은 앞으로도 오랜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타 축종의 의무자조금이 어려움을 겪게 된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한국양봉협회 회원들간의 공감을 이끌어 내고, 다른 양봉관련 협회를 설득해 양봉업계가 한 목소리를 내면서 다각도로 대정부 설득 통로를 함께 뚫고 나가야만 양봉의무자조금 전환의 문은 열린다.
농식품부에서 양봉의무자조금 전환 결정을 얻어내려면 주무 부서의 결정이 아니라 더 높은 곳을 향하여 양봉업계가 한 목소리를 내는 것만이 핵심적인 성공전략이라는 사실을 한국양봉협회는 꼭 명심해야 할 것이다. 또한 ‘대표없이 과세없다’라는 현대 조세의 대원칙이 지켜지길 기대해 본다. ■
* 천신만고(千辛萬苦) : 천 가지 매운 것과 만 가지 쓴 것이라는 뜻으로, 온갖 어려운 고비를 다 겪으며 심하게 고생함을 이르는 말.
* 타산지석(他山之石) : 다른 산의 나쁜 돌이라도 자신의 산의 옥돌을 가는 데에 쓸 수 있다는 뜻으로, 본이 되지 않은 남의 말이나 행동도 자신의 지식과 인격을 수양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유성근기자 beekeepingtime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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