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2권 1-151 영사詠史 15 류후인留侯引 유후의 노래
인지자방모人知子房謀 사람들은 자방의 죄를 모두 알지만
미식자방지未識子房志 자방의 뜻만을 알지 못하였네.
모한보한구謀漢報韓仇 한漢을 꾀어 한韓의 원수 갚아냈지만
상한증무의相漢曾無意 한漢을 도울 뜻이 전부터 없었네.
사람들이 자방의 꾀는 알아도
자방의 뜻은 아직 모르네
한나라의 원수를 갚고자 한을 위해 꾀 내였으니
한을 도움이 원래 본뜻이 아니라
►유후留侯 유留 땅의 사또 곧 한漢의 개국공신 장량張良.
한漢 고조高祖 유방劉邦이 나라를 세운 뒤 장량에게
제齊 나라 땅 3만 戶 되는 지방을 마음대로 선택하게 하니 장량은
‘제가 폐하를 처음 만난 곳이 유留 땅이니 유후로 봉해 주시면 족합니다.’
하여 유후가 되었음.<사기史記 유후세가留侯世家>
표박증동일소주漂泊曾同一小舟 떠돌아다님은 한 조각배와 같은 것
공명노거족봉류功名老去足封留 공명은 늘그막에 유후로 봉해 줌에 만족일세.
/<박원형朴元亨 의주동헌용전운義州東軒用前韻>
►인引 문장의 서序와 같음.
공성용퇴후功成勇退後 공 이루고 용감하게 물러간 뒤엔
세루여기사世累如棄屣 세상에 누累를 헌 신짝 버리듯 했네.
원종적송유願從赤松遊 적송자赤松子 따라 놀기 원한 것이란
보전시능사保全是能事 이 몸 보전하는 그것이 능사라네.
공 이루자 용퇴한 뒤에
세속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적송자 따라 놀기를 원하였으니
몸을 보전함이 그의 능사였네
►적송자赤松子 신선神仙을 말한다.
►‘신 사(시)屣’ 신, 짚신. (짚신으로)여기다
인지자방지人知子房志 사람들은 자방의 뜻은 알아도
미식자방지未識子房智 자방의 지혜는 알지 못했네.
택제삼만호擇齊三萬戶 제齊나라에서 三萬戶를 고르라 하였지만
유여초개시猶如草芥視 풀이나 쓰레기 같이 보았네.
사람들이 자방의 뜻을 알아도
자방의 지혜는 아직 모르네
제 나라의 3만 호를 택하라 해도
그것을 초개처럼 보았거든
►삼만호三萬戶
한고조가 천하를 평정한 후에 장량張良에게
제齊나라 땅에서 마음대로 삼만호를 고르면 그것을 모두 주겠다고 하였다.
►►초개시草芥視 지푸라기. 보잘 것 없고 하찮은 것의 비유.
초개草芥 ‘풀과 티끌’이라는 뜻으로 하찮은 事物을 이르는 말/<맹자孟子>
봉류역가족封留亦可足 유후留侯에 봉한 것도 또한 족한 것인데
하용공명리何用功名利 공功이고 名이고 利를 무엇에 쓰랴?
한팽수저해韓彭受菹醢 한씨韓氏와 팽씨彭氏가 젓 담그게 되었던 것은
총록조물기寵祿造物忌 은총과 복록을 조물주가 꺼려함일세.
유후에 봉해짐이 또 만족한 일
그 밖의 무슨 공명 다시 바라리
한신ㆍ팽월도 저해됐거니
총록은 조물이 시기하는 법
►한팽韓彭 한신韓信과 팽월彭越.
두 사람 모두 한漢 고조高祖 휘하의 名將으로 수훈을 세웠으나 뒤에 의심을 사서 잡혀 죽었음.
한팽견지소유집韓彭見躓蕭猶縶 한신과 팽월은 넘어지고 소하蕭何도 묶였으니
수신초종계자기須信初終計自奇 장량의 智가 시종 기묘한 줄 알리라.
/<박항朴恒 여제교관분영서한명현득장량與諸敎官分詠西漢名賢得張良>
여산대하자미건礪山帶河字未乾 여산대하 맹세의 글자 마르기도 전에
한팽저혜원수설韓彭葅醯寃誰雪 한팽이 주륙誅戮되니 그 원한 누가 씻으리.
/<이색李穡 치이자가鴟夷子歌>
누피한군신陋彼漢君臣 비루하여라 저 한 나라 군신들
도연맹대려徒然盟帶礪 부질없이 산하여대山河礪帶 맹세했어도
한팽경저염韓彭竟葅鹽 한신과 팽월은 드디어 소금에 절여졌고
소주역계계蕭周亦械繫 소하蕭何와 주발周勃 또한 형틀에 매이고 말았네.
/<어세겸魚世謙 화어제시공신시대인작和御製示功臣詩代人作>
►저해菹醢 김치와 젓갈.
옛날에 一部 나라에서 뭇 사람에게 보이려고 罪 지은 사람의 시체屍體를 젓 담그던 일.
‘김치 저/늪 저菹’ 김치( 풀이 무성한)늪
‘육장 해醢’ 육장肉醬(쇠고기를 잘게 썰어서 간장에 넣고 조린 반찬) 젓갈(젓으로 담근 음식)
유공부자벌有功不自伐 공功이 있어도 스스로 자랑하지 않음은
처신심청비處身甚清閟 처신함에 매우 맑게 조심함이로다.
공 있고도 스스로 자랑하지 않으니
그 처신 맑고 종용한지고
►청비清閟 맑고 깨끗하다
‘문 닫을 비閟’ 문門을 닫다, 닫히다
인지자방지人知子房智 사람들은 자방의 지혜는 알았어도
미식자방의未識子房義 자방의 의리는 알지 못했네.
이몽한가은已蒙漢家恩 한나라의 은혜를 이미 입어서
벽아중심에擘我中心恚 나의 마음속에 분함을 다 풀었네.
사람들이 자방의 지혜를 아나
자방의 의리를 아직 모르네
이미 한나라의 은혜를 입어
내 마음 속 분풀이 다하였거니
►‘엄지손가락 벽擘’ 나누다. 쪼개다
종기희가방終企呬呵方 조용히 숨 쉬고 웃는 방도만을 끝내 바랐을 뿐
불모장상지不慕將相地 대장과 정승의 지위 생각지도 않았네.
경초상령호竟招商嶺皓 마침내 상산商山의 늙은이들 불러서
이고저부위以固儲副位 황태자의 자리를 견고하게 하였네.
마침내 선방이나 수양하면서
장상을 사모하지 않았네
끝내 상산의 사호를 불러
태자의 위를 굳히었으니
►희가呬呵 흐흐
‘쉴 희呬’ 쉬다. 휴식休息하다. 숨 쉬다
‘呵 꾸짖을 가, 꾸짖을 하, 어조사 아’ 꾸짖다. 헐뜯다
►고저固儲 고정. 저장하다
‘쌓을 저儲’ 쌓다. 저축貯蓄하다. 마련해두다
부독위한충不獨爲韓忠 한韓나라만을 위하여 충성한 것 아니고
계한역불이計漢亦不二 한漢을 위한 계획도 두 마음이 아니었네.
다만 한을 위한 충성 뿐 아니라
한 위해도 또한 두 마음이 없었네
자방일생업子房一生業 자방이 한평생을 해온 일에는
기래필유자其來必有自 그 유래가 반드시 있을 것이니.
일권소서중一卷素書中 한 권의 황석공黃石公 소서素書 가운데
자방행사비子房行事備 자방의 행해온 일 갖추었다네.
자방의 일생 일을 따져보건댄
그 유래가 반드시 까닭 있으니
저 한권 황석공의 소서 가운데
자방의 행한 일이 가추 적혔네
►소서素書
황석공黃石公이 장량張良에게 주었다는 비결秘訣과 병서兵書.
당시장량미부인當時張良美婦人 그 당시 장량은 아름다운 부인 같은 용모인데
소서일편삼촌설素書一篇三寸舌 가진 것은 소서 한 권과 한고조 유방劉邦의 스승이 되게 한 세 치 혀였네.
/<이색李穡 치이자가鴟夷子歌>
무사시일람無事試一覽 일 없을 때 시험 삼아 한번 보고
불과정기의不過正其誼 그 옳은 일 바로 한 데 불과하였네.
지족우지치知足又知恥 만족할 줄 알고 또 부끄러움을 알면
영영무전지永永無顚躓 영원히 실패할 일 없으리라.
한가한 때 시험하여 한 번 읽고서
그 의를 밝혔음에 불과하지만
욕심이 적어 족한 줄을 알고 또 욕심 많음의 부끄러움을 아니
엎어지고 미끄러짐이 없으리로다
►‘정 의/옳을 의誼’
►전지顚躓 무엇에 걸리거나 헛디디거나 하여 굴러 넘어짐.
‘엎드러질 전/이마 전顚’ 엎드러지다. 뒤집히다. 거꾸로 하다
넘어질지(질)躓 넘어지다. 밟다, 디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