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양천허가인데 파평윤씨족보 4간보를 가지고 계시는 경북 예천이 고향인 윤동혁 선생님(75세)을 알게 되었다. 얼마전 양천허씨의 10세조인 문경공 허공(許珙) 선조의 일화가 적힌 조그마한 메모지를 전달하면서 문경공의 배위는 파평윤씨인데 참고하시기 바란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고 어제 만나서 저에게 파평윤씨족보 속에 나오는 문경공과 파평윤씨 부인과 그 후손이 나오는 기록를 복사하셔서 전달하셨다. 그 파평윤씨세보 4간보인 임술보(1682)에는 양천허씨족보(1750)에는 나오지 않는 양천허씨 후손들의 기록이 있었다.우리 족보에는 철원최씨 부인의 소생으로 두 형제만 나오는데 파평윤씨족보에는 첫째 아드님인 허평(許評)이 나온다. 허평이 나오지 않는 우리 양천허씨족보는 왜 그렇게 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아마 일찍 돌아가시고 무후하니 그렇게 했는지도 모르고 만약에 휘를 올려 놓으면 나중에 그 후대를 위조할 가능성이 있어서였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파평윤씨 부인 소생 중 장남인 동주사공 허정(許程)의 아드님인 허선(許瑄)이 나오지 않는다. 오늘 양천허씨대종회 사무실에 가서 복사본을 대종회장과 직원들에게 나누어 주었더니 많은 참고가 되는 자료라고 칭찬이 자자하다. 그래서 우리 족보를 위해서는 남의 족보도 관련성을 맺어보면 참고할 사항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인천이씨세보 속에는 공도공 이문화 선생의 배위는 충주최씨(崔濂의 따님) 한 분만 나온다. 그런데 청주양씨족보에는 이문화의 배위 중에는 청주양씨(2세 楊之壽의 따님)도 나온다. 아드님 중 李孝禮(3자)만 나온다.그리고 이효례는 무후하여 宋啓後라는 진천인 좌랑이 잇는다.한편 장수황씨의 황희 정승도 둘째 배위가 청주양씨인데 같은 쪽에 나온다.
그래서 보학을 하는 사람들은 거시적 구조 속에서 공부를 해야한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자기 족보에 나오지 않으면 없는 것으로 착각하는 그런 오류는 이제 그만일 때가 되었다. 그래서 학문과 지식의 폭이 넓은 사람이 보학을 해야 한다는 원칙이 수립된다. 자기 계보만 따지는 소심한 공부는 보학 공부와는 거리가 멀다고 본다. 그래서 인간관계가 얽혀있는 것이 족보인데 상호배타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인간관계의 그물을 흩으려 놓는 경우가 많다. 인간관계를 복원하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족보를 살피면 인간에 대한 뜨거운 사랑이 펼쳐질 수 있는 것이 보학이다. 보학을 하는 사람들은 따뜻한 심성을 가지고 인간관계를 조심성있게 살피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권이나 챙기려고 족보를 살피는 그런 소인배적 사고 방식은 금물이다. 그래서 족보에는 휴머니즘이 살아있다. 그것을 최고의 가치로 삼아 살피는 자세가 꼭 필요하다. 나는 양천허가이지만 파평윤씨도 단군의 후손으로 포용하고 허공의 배위가 파평윤씨이므로 남이 아니고, 인천이씨도 허씨에서 파생되어 나갔으니 포용성으로 감싸고, 김해김씨도 같은 가락의 후손이고 혈족이니 포용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성씨에 대한 배타적인 감정은 아무 쓸데없는 짓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성씨를 중심으로 공부하면서도 항상 열린 시각으로 다른 성씨를 포용력 있게 감쌀 수 있는 마음과 아량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곧 보학은 아무나 하는 공부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잔잔하면서도 뜨거운 휴머니즘이 충만한 사람만이 제격이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