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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풍경/야생화 스크랩 마지막 남대문 재래시장을 지켜보는 베짱이 농부의 부끄러움.
당선생 추천 0 조회 41 10.07.19 11:51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토요일 웹서핑을 하다가, 머리에 망치로 두드리는 듯한 글을 보았다. 게으름이 몸과 마음을 지배하기 시작한

요즈음 지켜보다 참지 못한 神이 이것 좀 봐라고 보여주신 글인 것으로 보인다. <남대문시장의 마지막 재래상인 http://blog.daum.net/ramirezzim/425> 원문은 http://blog.daum.net/kby5984/17445401에 있습니다.

좋은 글을 올려서 가르침을 주신, 다음 블로그 청정남님에게 감사드립니다.

 

 이제는 60줄을 넘긴 듯한 후배 상인이 88세를 마지막으로 지난 7월 14일 은퇴하신 남일식품 최명진 사장님에

대한 헌정판 블로그 글을 읽고, 한참이나 아무 일을 하지 못했다. 전날의 숙취도 있었지만, 아침 운동도 나가지

않았다. 참으로 게으른 일에 종사하면서도, 규칙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는 자신에 비해, 최명진 사장님의 일생은

충격적이었다. 61년간 한 직업에 종사하시면서, 27세에 독립하셔서 자영사업으로 43년간, 한 일에 일을 하셨다.

그래서 봉투까지 인쇄해 두셨다. 이런 봉투는 가끔 본 적이 있다. 재래시장 상인이나, 경조사에 빠짐없이 참석하시는

분들이 인쇄해 둔 봉투, 그건, 나의 자리는 변함없이 이 곳이니 나를 찾으려면, 이 곳으로 연락하시오. 라는 뜻,

 

                          

도시락을 싸들고와 같이 식사를 하시던 부인이 몇해 전에 돌아 가셨는데, 아무런 내색을 않고, 출근을 해서

납품하고 영업을 하셨다고, '돈에 환장한 노친네' 소리를 하는 이도 있겠지만, 수십년을 거래한 단골 손님들에게

내가 불행한 일을 당했다고, 불편을 끼칠 수 없다는 마음으로 속으로 피눈물을 머금고, 출근하셔서 아무런 말도

않으셨다는 최사장님. 몇 명의 직원을 독립시켜, 그들도 성실히 인정받으며 자영사업을 하신다고.

아들은 의류업체에서 단단히 사업을 잘 하고 있으니 남일식품은 다른 직원에게 물려주실 것이라고.

 

 다음 날, 마음에는 있었지만, 게으름으로 묵혀 두었던 주말 농장을 새벽같이 찾았다.

휴일 아침, 가족들에게 아침을 대접하는 날, 풋고추나 야채가 필요했으나 살 곳도 없고, 그 핑계로 달포 가량이나

묵혀 두었던 주말농장을 가보았다. 그 기록은 블로그에 주말농장 - 개미농부의 밭농사  vs 베짱이 농부의 잡초농사http://blog.daum.net/ramirezzim/427 로 올려 놓았다.

 

 부끄러웠다. 내 마음을 보는 것 같아, 창피했다. 아무렇게나 무슨 채소인지도 모르고, 그 일대 밭 중에서는 가장

자유분방한 밭, 고추가 시들시들, 잡초들 사이에서 나 좀 살려줘요. 하고 소리지르고 있었는데, 정작 그 밭의 주인

은 뭘 하고 있었는 지, 씨를 뿌릴 때는 상상도 못했는데, 무성하게 자란 식물들은 저마다 건강한 모습을 뽐내고 있는데,

욕심만 많아 촘촘히 심어둔, 우리 밭은 서로의 경쟁에 압도적으로 생존 본능이 강한 잡초에 억눌린채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누가 볼세라 수확을 하니, 한 자루, 길로 나오니, 어떤 부부가 얼마냐고 묻길래 파는 게 아니고.......우물쭈물

답하니, 그게 아니라 주말농장을 빌리는데 얼마냐고, 물으신다. 그렇지 않아도 일대에 깔끔하게 농사지어진 곳을

산책하신 분들이라 방금 나온 밭의 꼬라지가 부끄러 우물쭈물 답을 했으나, 부끄러워 재빨리 도망쳤다.

 

     

 

 집에 와서, 가족들과 아침을 먹고, 스스로 씨를 뿌린 밭의 몰골이 어떠한 지, 100m도 안 떨어진 곳에 있는 초등학교에

사서교사와 학생으로 다니는 가족들은 보았으리라. 딸에게 얘기하니 "뭐 쫌 그렇지 뭐" 어깨를 으슥하고 마는 쿨한

딸내미의 이해심에도 부끄럽기만 하다. 괜히 시작해서 남들이 하면 더 재미 있고, 더 잘 할 좋은 땅을 묵혀서 잡초 밭을

만든 게으른 농부, 때려 치워야 할 지 말지 고민이다.

 

 특히, 88세에 은퇴를 하시면서, 인생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신 남대문 마지막 재래상인 최명진 사장님의 글을 

읽고난 뒤에는 더더욱이 그러하다. 

 

 

O.S.T - 알 수 없는 인생 | 음악을 들으려면 원본보기를 클릭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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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0.07.22 20:27

    첫댓글 여름풀.. 저기 보이는 바랭이하며 그 생명력이 실로 엄청나지요. 뽑고 돌아서면 또 무성하고...우기철엔 밭이 질퍽거려 그 풀 뽑으러 들어 갈 수도 없고요. 농사꾼의 심정도 좀 더 헤아리게 되고... 허름한 상점의 허름한 주인장도 속에 부처님 모셔져 있고 ...그러면서 삶을 배워나가는거 아니겠어요. 실로 '처처불상'인거지요. ㅎㅎ

  • 작성자 10.07.22 20:55

    그런 줄도 모르고, 어릴 때 아버님이 텃밭농사를 지으면, 그렇게 도망다니곤 했는데........아직, 농사꾼이 되기에는 게으릅니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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