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품삯
레지오 회합을 마치고 나오는데 유스티나 형님이 웃으며 말씀하셨다. 자기 밭에 보리똥이 한창 익었는데 그냥 두자니 아깝다며, 시간이 되는 사람은 따서 가져가라고 하신다.
승용차를 나눠 타고 밭으로 갔다. 네 사람이 비닐봉투를 하나씩 들었다. 처음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붉게 익은 열매를 따며 아이들처럼 즐거워했다. 그러나 해가 중천에 오르자 두 사람은 힘들다며 그늘로 물러났다. 엘리사벳 형님과 나는 높은 가지를 끌어당기며 끝까지 보리똥을 땄다. 손에 땀이 차고 허리가 굽었지만 봉투는 어느새 묵직해졌다.
모두 제 몫을 챙겨 집으로 가려는데, 엘리사벳 형님은 집에 가져가 봐야 먹을 사람이 없다며 끝내 사양하셨다. 팔순의 형님이 땀을 흘리며 따 놓고도 빈손으로 돌아가겠다니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노력한 만큼 가져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배워 온 나로서는 괜히 마음이 불편했다.
“형님, 기관지에 좋다잖아요, 약이라 생각하시고 조금이라도 가져가세요.”
아무리 권해도 고개를 저으셨다. 결국 많이 딴 사람도, 적게 딴 사람도, 따지 않은 사람도 똑같이 나누어 가졌다.
그날 나는 계산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마음을 보았다. 많이 수고한 사람이 더 가지는 것이 세상의 이치라면, 같이 기뻐한 사람이 함께 나누는 것은 하느님의 이치일지도 모른다.
엘리사벳 형님은 늘 그렇게 살아오셨다.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더 어려운 이웃을 먼저 챙기고, 모임에는 음식을 푸짐히 싸 와 아낌없이 나눈다. 받은 것은 곧 내어놓고, 가진 것은 기꺼이 덜어낸다.
가난하지만 부자이고, 부족하지만 만족한 사람. 조용히 피어 있어도 향기로 먼저 알아보게 되는 풀꽃 같은 사람.
그날 밭에서 우리는 같은 품삯을 받았다. 그리고 나는 사랑의 질서가 따로 있음을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