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과 밤
글 / 은율 장기주
햇살 아래선 단단한 가면을 쓰고
아무렇지 않은 듯 소리 내어 웃었습니다.
세상이 바라는 덤덤한 어른이 되어
오늘 하루도 잘 버텨냈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사방이 고요해지는 밤이 오면
가면 뒤에 숨겨둔 내가 고개를 듭니다.
억누를수록 더 거세게 출렁이는
주체할 수 없는 그리움의 몸부림.
참아내던 기억들이 방 안을 채울 때
쓸쓸히 잔을 채워 홀로 마십니다.
이 한 잔이 목을 타고 넘어가면
그리운 마음도 조금은 흐려질까.
독한 술기운에 기댈 수밖에 없는
지독히도 외롭고 조용한 나의 밤입니다.
□새벽이 오는 길목에서
글 / 은율 장기주
깊은 밤 홀로 삼키던 쓰라린 잔 뒤로
어김없이 차오르는 푸르스름한 새벽빛.
방 안을 가득 채웠던 그리움의 안개도
낮게 흐르는 바람을 따라 조금씩 흩어집니다.
아프게 번지던 눈물 얼룩 위로
위로처럼 따스한 온기가 내려앉을 때,
비로소 소리 없이 속삭여 봅니다.
모진 밤을 버텨낸 나에게, 참 고생 많았다고.
마음의 파도가 거세게 출렁인 것은
그만큼 깊은 사랑을 품었기 때문이기에,
흔들리며 지나온 그 서툰 시간마저도
결국 나를 채우는 단단한 거름이 됩니다.
기어이 어둠을 밀어내고 아침이 오듯
그대의 얼어붙은 마음 틈새 사이로
새로운 봄날의 햇살이 다정하게 스며들기를.
이제는 아픔 대신, 평온이 머물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