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10일 동화 합평-박경선
회원 동화를 중심으로
발표자: 박경선
1. 맞춤옷 가게: 김일광
작가 정신이 깨어있는 70쪽 청소년 단편소설 한 편을 읽었다. 가난한 동네 사람들을 위해 그들의 특별한 날에 맞춰 미리 지어두었다가 빌려주는 옷을 ‘맞춤옷 가게’로 표현하였다. 또한, 삶의 현장 옷을 그대로 무대에 올리는 고등학교 졸업 패션쇼로, 우리가 옷과 패션쇼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을 감동적인 구성으로 풀어내어 쓴 동화였다.
2. 앵두나무 우물가에: 김영길
식이 할배 구순 날 할배는 초등 3학년 철이를 데리고 자며 “앵두나무 우물가가 뮈에요?”하는 질문을 받는다. 앵두나무 우물가에 얽힌 옛 우물가 두레박 이야기에서부터 ⇢삼짇날 우물 대청소 풍경⇢새마을 운동으로 농촌에 상수도시설이 들어오기까지의 이야기를 정겹게 들려주는 풍경이 새록새록 살아나는 동화다.
3. 호랑이 잡은 머슴: 서정오
기: 평소에 큰소리치며 사는 머슴이 하루는 건너 산이 궁금해서 찾아갔다가 만난 사냥꾼에게 왜 산속에 사느냐 물으니 부모 원수를 갚기 위해 천 년 묵은 호랑이를 잡으러 왔다며 같이 가서 ‘네 이놈, 호랑아!’ 하고 한마디만 해 달라고 해서 따라갔다.
승: 첫날도 둘째 날도 벌벌 떨다가 셋째 날 겨우 모기소리만 하게 꺼이꺼이 하는데, 호랑이가 탁 돌아보는 순간, 그 틈에 사냥꾼이 용케 호랑이를 잡았다.
전: 사냥꾼이 호랑이 가죽을 벗겨서는 그 안에 머슴을 집어넣어 꿰매서 그 머슴이 살던 집 안마당에 던졌다.
결: 안마당에 퍼질러 앉은 호랑이 가죽 속에서 “영감님, 영감님. 나 좀 꺼내 주세요.” 해서 작대기로 후려쳤더니 실밥이 우두둑 터지면서 머슴이 탁 튀어나왔다는 이야기
평: 전래동화는 어수룩하고 힘없는 민생들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 힘이 있다.
4. 돼지감자가 본 아름다운 세상: 윤태규
기: 민지 할머니가 병원에 가기 전에 불편한 무릎으로 돼지감자가 있는 텃밭을 알뜰히 보살폈다. 민지도 할머니를 도와 일을 곧잘 했다.(이 이야기가 처음에 올 이야기지만, 작가는 일률적이거나 순차적인 시간 구성을 벗어난 재미를 가져오고 싶어서 일부러 뒤쪽에 둔 것 같다) 애기돼지 감자는 멧돼지가 파헤친 흙속에 들어가 잠자다가 봄을 맞아 나와 민지를 다시 만난다.
승: 민지는 할머니가 무릎 수술을 하려고 가고 나서 돌아오기를 돼지감자랑 같이 기다린다. (여기에서 돼지 감자랑 민지가 교감하는 이야기가 들어갔으면 좋겠다.)
전: 할머니가 병원에서 돌아와서 민지랑 돼지감자가 반갑게 할머니를 맞는다.
결: 웃는 민지의 얼굴이 돼지감자 꽃을 닮았고, 세상은 그지없이 아름다웠다.
5. 털보 아저씨가 마음 따뜻해진 날: 이호철(독자의 집중 조명 작품임)
가. 이야기 줄거리와 구성: 털보 아저씨가 볼일 보러 고속버스정류장에 나갔다가 보따리를 들고 오는 할머니를 유심히 본다. 그 할머니가 아들을 만나러 온 것 같은데 혼자 기다리게 하자니 마음이 쓰여 옆에 나타난 사람에게 그 할머니를 부탁하고 간다. 부탁 받은 사람은 그 다음 나타난 사람에게 할머니를 부탁, 인계하며 보살펴 달라는 식의 이야기로 끝에는 아들을 만나게 되는 단순하지만, 따스한 세상사는 이야기다.
나. 작가의 문장 표현력이 ①자연스럽고 ②묘사가 섬세하고 ③친근감을 준다
① 날이 조금 쌀쌀해졌습니다. 나무에 몇 개씩 달랑달랑하던 잎도 이제 막 다 떨어졌습니다. 음식 가게를 하는 털보 아저씨는 좀 쉬고 싶어 모처럼 가게 문을 하루 닫았습니다. 피로가 겹쳐 쌓였거든요.
② 턱의 털은 말할 것 없고 구레나룻까지 텁수룩하게 많이 나 있어 사람들은 아저씨를 털보라고 부른답니다.
-대합실의 사람들이 어느 정도 빠져나가자 조금은 덜 붐볐습니다.
-하얀 한복을 입었는데 치마 옆 자락을 당겨 치마와 싸잡아 허리춤을 한껏 올려 끈으로 꼭 매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치마 아래쪽에는 속 바짓단이 살짝 나와 있습니다. 저고리 위에 낡은 회색 스웨터를 걸치긴 했지만, 움츠린 모습을 보니 추운듯해 보입니다. 할머니는 끙 소리를 내며 양손에 든 짐보따리를 의자에 놓았습니다.
③ 털보 아저씨는 가게에 손님도 없고 할 일도 없을 때는 좁은 유리문 밖 앞길에 오가는 사람들 보는 걸 즐기기도 한답니다.
다. 자연스러운 사투리 대화체 입말로 말 표현이 정겨워 이야기의 재미 속에 푹 빠져든다. (이 부분을 나를 위시한 독자들이 가장 부러워할 것 같다.)
“엄마, 조심히 가요. 도착하면 연락하고요.”
“그래그래. 어여 가거라. 내 걱정 말고.”
“할머니, 저 이제 가볼게요.”
“아이고, 젊으이한테 폐를 끼쳐서 우째노.”
“할머니, 아드님이 어디에 살아요? 아드님 댁으로 가시면 되잖아요.”
“여게 있으마 아들이 온다꼬 캤으니께 여기서 기다리야제.”
“여보세요? 응. 그런데 야야. 내가 오다 보이 쪼깨 일찍 왔네. 그래도 내 걱정은 말고 니 일 다 끝내거덩 천천히 오니라. 천처이 와도 개안타.”
“아고, 미안쿠만 요.”
“안죽 일이 안 끝났는 갑네예.”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묵을만큼 묵었제.”
“나는 개안소.”
“아이고, 안 묵어도 된다 캐도…….”
라. 시대상에 비추어 당위성이 적은 표현 하나
“할머니, 혹시 아드님 전화번호 갖고 있어요?”
할머니는 치마를 걷어 올리더니 속바지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구겨진 종이쪽지를 꺼내어 아가씨에게 (아들의 전화번호를) 건네주었습니다.
할머니가 가방을 들고 있었다는데 아들 전화번호 쪽지 정도는 가방 속에 넣어두는 것이 보편적이지 않을까? 돈도 아닌데, 굳이 속바지 주머니에 넣어둘 필요가 있을까?
마. 독자의 욕심과 궁금증
털보 아저씨가 미루었던 볼일이 뭘까? “일 보려는 곳이 고속버스 정류소 바로 옆이라는데.
털보아 저씨는 세 시간쯤 지나서 다시 자판기 커피가 생각나 정류소에 왔다.“
여기까지 읽으며 독자는 이제나저제나 아저씨의 볼일이 뭐였는지가 밝혀지지 않을까 하고 기다렸는데 “털보 아저씨는 나머지 볼일을 다 본 뒤 집에 가기 위해 다시 대합실로 왔다. 버스 떠날 시간이 급하지는 않았다.” 로 끝내면서 털보 아저씨의 볼일이 끝내 밝혀지지 않아서 아쉬웠다.
바. 띄어쓰기 하나
-털보 아저씨도, 떠나려고 엔진 시동을 걸고 있는 버스 쪽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
하면, 떠나려는 것은 버스가 된다.
-털보 아저씨도 떠나려고, 엔진 시동을 걸고 있는 버스 쪽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
하면 떠나려는 것은 털보 아저씨가 된다.
시에서도 “찬 눈을 여린 꽃잎이/어떻게 참을까?” 보다
“여린 꽃잎이/어떻게 참을까? 찬 눈을” 하면 더 강조되지 않을까?(이건 어디까지나 독자의 취향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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