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대체 나는 ‘왜’ 면접에서 떨어졌을까?
면접 후에는 늘 후회와 아쉬움이 남는다. 불합격 후 ‘왜 떨어졌을까’ 나름대로 분석도 해보지만 해답을 찾기란 쉽지 않다. 면접 불합격에 답답해하며 괴로워하는 수많은 취업 준비생들이여! 아무리 읽어봐도 합격과는 가까워지지 않는 '면접 합격의 법칙'에 배신감을 느꼈다면 이제 '면접 불합격의 법칙'을 눈여겨보자. 하지 말아야 할 행동만 피해 가도 면접의 절반은 성공한 것이니!
(※ 이 기사는 대학생 기자가 면접 전문가와 진행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글입니다.)
착수: 떨어지기 위한 면접?
안그래는 힐끗 천장의 에어컨을 쳐다본다. 에어컨이 켜진 것도 아닌데, 왜 한기가 느껴지는지 의아하다. 긴장할 이유가 전혀 없는 안그래조차 긴장하게 만드는 이곳, 면접 대기실이다.
안그래는 어머니 등쌀에 떠밀려 면접장까지 오게 됐다. 어머니는 프로 바둑 기사가 되기 위해 몇 년째 입단 준비를 하는 그를 한심하게 여겼다. 안그래도 그런 어머니를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취직자리를 수소문하고 다니던 어머니가 갑자기 면접을 보러 가라고 통보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황당한 일이었다. 평생 바둑만 해온 그가 자신도 모르는 새 서류 전형을 통과하고 면접 대상자가 되었으니, 말로만 듣던 ‘낙하산 입사’의 주인공이 된 셈이다.
어머니의 성화에 일단 면접을 보러 오기는 했지만, 안그래는 정정당당하지 않은 입사 방법이 마음이 들지 않았다. 어떻게 해서든 면접을 망쳐 불합격 통보를 받아야 한다! 왕년에 여자친구 아버지에게 티 나지 않게 바둑을 져드리려 머리를 굴렸던 것처럼, 안그래는 면접관과의 대국에서 패배하기 위해 묘수를 짠다.
1수: 포석(布石)을 깔다
면접 시간이 다가오자, 대기실 안에 있던 진행 요원이 면접자들의 이름을 부르며 명찰을 나눠준다.
“안그래 씨?”
대기실 안을 두리번거리는 진행 요원의 눈살이 찌푸려진다.
“안그래 씨, 아직 안 오셨습니까?”
“여기 있습니다. 잠시 넋 놓고 있느라고요. 하하하.”
안그래는 껄렁껄렁한 말투로 대답하면서 한 손으로 명찰을 건네받는다. 진행요원의 날카로운 눈빛이 그의 명찰로 향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안그래는 테이블에 마련된 쿠키를 집어 드는데, 아뿔싸! 커다란 과자 하나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떨어진 과자를 주우려 손을 뻗던 안그래는 잠시 멈칫하더니, 바닥에 떨어진 과자 대신 새로운 과자를 집어 들어 입에 넣는다. 와그작. 조용한 대기실에는 안그래의 과자 씹는 소리가 유난히 요란하게 울려 퍼진다.
면접 불합격의 정석 1
면접 당일, 공지 받은 집합 시간보다 일찍 도착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 그리고 또 하나, 잊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사실은 면접 대기실도 면접장의 연장이라는 것이다. 간혹 방심한 지원자들은 면접 대기실에서 불필요하고 부적절한 말과 행동을 한다. 면접 진행 요원들도 회사의 직원이며, 이들도 면접자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안그래와 함께 면접장으로 들어선 지원자 임백기. 안그래와 달리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그는 안경테를 만지작거리며 준비해온 답변을 주문처럼 되뇌고 있다. 면접장에는 면접관 다섯 명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선 안그래 씨부터 자기소개 간단히 해주시죠.”
“안녕하십니까. 지원자 안그래입니다. 저는 성실한 사람입니다. 회사에는 성실한 인재가 필요하지 않습니까? 저는 충실하게 시키는 일을 열심히 할 수 있습니다. 저는 대학도 안 나오고, 토익 점수 같은 기본적인 스펙도 없습니다. 하지만 부족한 만큼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다음은 임백기 차례. 그는 기다렸다는 듯 크게 심호흡을 하고 속사포처럼 자기소개를 시작한다.
“안녕하십니까. 제가 가진 100개의 기술로 회사에 없어서는 안 되는 인재가 될 지원자 임백기입니다. 우선 저는 뛰어난 외국어 능⋯.“
“잠시만요.”
맨 왼쪽에 앉아있던 면접관이 잔뜩 굳은 표정으로 백기의 자기소개를 중단시켰다.
“임백기 씨가 외워온 것 말고 진짜 자기소개를 하세요. 이번에도 외운 게 티가 나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갈 겁니다.”
단호한 면접관의 지시에 임백기의 머릿속은 창백해진 얼굴만큼 하얘진다.
면접 불합격의 정석 2
왜 면접에서는 1분 자기소개를 요청할까? 지원 동기, 성격의 장단점, 대인관계, 조직생활에 대한 적합성 등을 짧은 시간에 파악하기 위해서다. 임백기처럼 자기소개서에 적혀져 있는 내용을 그대로 외워 이야기하는 것은 합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기소개서에 쓰여 있는 내용을 면접관들이 몰라서 묻는 게 아니니 말이다. 효과적인 자기소개를 위해서는 자기소개서의 내용 중 자신을 부각할 수 있는 핵심적인 경험 및 경력만 강조해 짧게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안그래처럼 ‘무조건 열심히 하겠다’, ‘회사에 충성을 다하겠다’ 등의 추상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면접관의 감정에만 호소할 뿐, 구체성과 현실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그 사람의 진정성도 의심받는 역효과까지 생길 수 있다.
2수: 신의 한 수
임백기는 아직 자기소개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는지 자꾸만 입술을 깨문다. 무릎 위에 얹어놓은 두 주먹에 힘이 들어간다.
“임백기 씨한테 질문 드리겠습니다. 수많은 지원자 중 왜 임백기 씨를 뽑아야 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주시죠.”
임백기는 이번 질문만큼은 자신 있다는 듯 당당한 목소리로 답했다.
“저는 창의적인 인재입니다. 2012년에는 A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았고, 2014년에는 B 청년 사업 공모전에서 입상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이러한 저의 재능을 살려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C 단체에서 정기적인 재능 기부 봉사도 하고 있습니다.”
‘임백기 씨가 저런 경력을 쌓을 동안 나는 무엇을 했나’를 생각하니 안그래는 절로 한숨이 나왔다. 하지만 부러움의 눈빛으로 백기를 바라보는 안그래와 달리 면접관의 반응은 영 시큰둥하다.
면접 불합격의 정석 3
안그래처럼 다른 지원자의 화려한 스펙에 기가 죽은 경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지원자들은 취업하려면 봉사 활동, 아르바이트, 인턴 등과 같은 경험을 많이 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양한 사회 활동이나 봉사 활동의 경험 자체가 회사 생활에 필수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때문에 임백기처럼 면접에서 봉사 활동 등의 횟수나 다양성만을 강조하는 것은 특별한 인상을 줄 수 없다. 그보다는 경험했던 봉사 활동이나 인턴 생활 등이 자신의 가치관과 역량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고, 앞으로의 회사생활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강조하는 것이 필요하다. 면접관들은 ‘지원자가 무엇을 했느냐’보다 ‘지원자가 회사의 가치를 어떻게, 얼마나 높일 수 있느냐’에 관심이 더 크다.
“안그래 씨, 학력 사항을 보니 고등학교를 검정고시로 졸업한 게 끝이네요. 지원한 직무와 관련된 경력도 전혀 없고요. 이렇다 할 것은 바둑밖에 없는데, 바둑도 프로 기사는 아니니 실력이 검증이 안 되네요. 다른 지원자들과 구별되는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에게 전부인 바둑을 의심한다? 자존심을 건드리는 질문에 안그래는 침착함을 잃고 만다.
“명문대생 중 저처럼 평생을 하나에 몰입할 수 있는 집중력과 인내심을 가진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프로 기사요? 대기업 들어가는 것보다 어려워요. 다른 잡다한 경력을 쌓지 않은 것은 맹목적인 무한 경쟁주의에 빠져있는 사회에 순응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나서야 정신이 돌아온 안그래. 어차피 떨어지러 온 면접이니, 후회는 없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다. 모든 것이 그의 계획대로 흘러가는데, 마음 한 편에서는 씁쓸함이 느껴진다.
면접 불합격의 정석 4
사람들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자신의 본성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면접관들은 지원자에게 당황스러운 질문을 던짐으로써 지원자의 진짜 모습을 파악하려 한다. 인내력이 어느 정도인지, 상황 대처능력은 어떤지,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는지 등을 주로 살펴본다. 때문에 당황스러운 질문을 받았다고 해서 안그래처럼 흥분해 말실수를 하거나 애써 정답을 말하려 과장 또는 거짓말을 섞는 것은 좋지 않다.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질문 내용을 파악하고, 자신감 있게 답변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플러스 요인! 안그래의 답변에서 면접관들은 그가 팀워크에 해를 주거나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인상을 받았을 수도 있다.
면접관의 질문이 임백기에게로 향하자 안그래는 잠시 마음을 놓는다. 어머니 소원대로 면접까지 갔지만 불합격한다면, 이제 어머니도 자신을 조금 포기하지 않을까? '결과가 사흘 후 나오니 그날이 지나면 더는 신경 쓰지 않겠지⋯.'
"안그래 씨?"
갑자기 면접관이 그의 이름을 부른다. 다른 생각을 하던 안그래는 깜짝 놀란 눈으로 면접관을 바라본다.
"방금 임백기 씨가 뭐라고 답했는지 요약해주시죠."
면접관의 허를 찌르는 기습 질문에 안그래는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면접 불합격의 정석 5
면접관이나 다른 지원자의 말을 경청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는 지원자들이 가끔 있다. 이러한 태도는 면접관에게 매우 불성실하고 배려가 부족한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 게다가 동일한 질문이 모든 지원자에게 던져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원자가 자신의 답변을 준비하는 데도 불리하다.
면접이 시작된 지 30분쯤 지났을까. 면접관이 시계를 슬쩍 보더니 ‘마지막 질문’이라며 말을 꺼냈다.
"우리 회사의 현재 슬로건이 무엇인지 아나요?"
쉬운 질문이다. 슬로건은 광고에서 익히 봐온 것이기 때문이다. 안그래는 한 문제 정도는 맞혀도 상관없을 것이라 생각하며 자신 있게 대답한다.
"네, '아름다운 삶을 위하여'입니다."
면접관의 낯빛이 순간 어두워진다. 가만히 듣고 있던 임백기도 당황한다.
"안그래 씨, 그건 다른 회사 슬로건인데요? "
면접 불합격의 정석 6
취업 준비생들은 보통 동일한 업종에 있는 몇 개의 회사에 지원서를 접수하기 때문에, 간혹 면접장에서 다른 회사와 혼동해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이 같은 실수는 불합격으로 가는 지름길!
3수: 복기(復棋)
안그래는 아무 말없이 임백기를 따라 면접장을 나왔다. 백기는 “그 질문에서는 이렇게 답할걸”, ”이 말을 깜박했네”라며 중얼거린다. 백기는 오늘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작은 수첩에 면접 후기를 빠르게 적는다. 후회와 아쉬움이 담긴 한숨을 내쉬던 임백기는 안그래에게 인사를 건네고는 계단 쪽으로 사라졌다.
안그래의 불합격 면접은 ‘성공적’이었지만 그의 마음은 어쩐지 편치 않다. ‘미생’인 취업 준비생들의 치열함을 목격했기 때문일까.
바둑에는 ‘복기’라는 것이 있다. 한 번 두고 난 바둑의 판국을 비평하기 위해, 두었던 대로 다시 바둑알을 처음부터 놓아 보는 것이다. 바둑을 둘 때 무엇을, 어떻게, 왜 잘못했는지 알기 위해서 꼭 필요한 과정이다. 면접 후에도 이러한 '복기'의 단계가 있어야 같은 실수로 면접에서 떨어지는 일을 피할 수 있다.
계가: '미생'에서 '완생'으로
(사진 출처: Pixabay)
수많은 취업 준비생들과 직장인들에게 사랑을 받은 드라마 <미생>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기억하는 것은 훌륭한 일이다. 그러나 진정 위대한 것은 잊는 데 있다.'
아무리 잊고 싶은 속상한 기억이라도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 되새기는 것은 바람직한 행동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다시 면접장에 들어서는 순간, 실수투성이 과거를 잊어버리는 것이다. 예전의 나를 잊고 새로워진 현재의 나를 믿으며 당당하게 면접에 임하는 것, 이것이 진정한 면접 합격의 정석이 아닐까.
연세대학교언더우드국제대 경제학
불가능한 꿈을 꾼다면 불가능한 노력을 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