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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렛미인]은 신시컴퍼니의 라이센스 전통을 잇는 레플리카 프러덕션 작품이다. 국내 연극 사상 처음으로 레플리카 프러덕션을 도입한 공연이라고 하지만 신시컴퍼니의 역대 라이센스 작품 흐름을 봤을 때 예사로운 경우도 아니다. 국내 연극사를 놓고 봤을 때는 최초의 레플리카 프러덕션 라이센스 연극이란 기록을 작성할 수 있겠지만 신시컴퍼니의 라이센스 행보에 놓고 봤을 때는 전혀 새로울게 없다. 이미 신시뮤지컬컴퍼니 시절부터 신시컴퍼니는 레플리카 프러덕션을 선호했고 가급적이면 레플리카 프러덕션에 최대한 가깝게 다가서려고 노력했던 곳이다. 신시컴퍼니는 원본 재현에 충실한것을 라이센스의 기준으로 두는 곳이다. 보통 제작비 절감의 이유로 대본이나 음악만 빌려와 리메이크 식으로 재창조하는 타 기획사의 일반적인 라이센스 흐름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국내엔 신시컴퍼니 말고도 설앤컴퍼니 같은 곳도 레플리카 프러덕션에 충실한 곳이고 이 두곳에서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뮤지컬 히트작들을 통해 레플리카 프러덕션은 국내에서도 익숙한 기획 체계이다. [렛미인]이 연극임에도 레플리카 프러덕션으로 기획되었기 때문에 레플리카 프러덕션이 새삼 주목을 받게 된것같다. 뮤지컬보다 수요층이 얇은 연극은 뮤지컬처럼 대작 규모로 부풀려 고액 제작비를 쏟아붓는게 어려운 현실이다. 그래서 해외에서 화제를 모은 연극의 라이센스는 대게 대본만 사온 경우가 많다. 로열티를 아끼기 위해 무대는 개별적으로 만드는 경우가 다반사다.
김수로가 그렇게 욕심을 냈던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도 라이센스로 올려졌음에도 정작 현지에서 찬사를 받은 뛰어난 무대 효과는 국내에선 볼 수 없었다. 수지타산을 맞추는것에 대한 부담감에 대본만 사와 관객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이 작품이 해외에서 화제를 모으며 호평을 받은 이유는 무대효과에 기반한것인데 가장 중요한것을 빼먹은것이다. 다행이 국내의 무대 기획이 참신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못했다면 라이센스의 필요성을 전혀 느낄 수 없었을것이다.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과 같은 경우처럼 현지에서 화제를 모은 최신작일수록 고가의 로열티 요구로 레플리카 프러덕션의 기획을 선뜻 시도하기는 힘든 일이다. [렛미인]의 레플리카 프러덕션은 원본에 충실한 라이센스 공연을 미덕으로 삼고 있는 신시컴퍼니니까 가능했던 기획이다. 이 작품이 현지에서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최신작이고 세계 연극계의 중심인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에 뿌리를 두지 않고 있기 때문에 비교적 여유를 가지고 레플리카 프러덕션까지 도입하며 공연될 수 있었던것같다.
또한 라이센스 판권이 치열했던 [원스]의 라이센스 공연과 내한공연의 끈이 있었기 때문에 [렛미인]의 한국 공연도 수월하게 안착시킬 수 있었던것같다. 연극 [렛미인]은 신시컴퍼니와 뮤지컬 [원스]의 연출로 영미권 시장에서 스타 연출가로 떠오른 존 티파니의 두번째 협력 라이센스 작품이다. [원스]의 라이센스가 2014년 12월에 개막했으니 그 연장선격으로 [렛미인]의 기획도 바로 이어진것같다. 두 작품 다 신시컴퍼니 기획으로 원본을 연출한 존 티파니가 국내 공연 연출까지 맡아 토월극장에서 올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러한 흐름에서 빚어지는 견고한 라이센스의 연계성을 접하는 느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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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에서 만든 동명의 영화 원작 이전에 동명의 소설 원작이 먼저 있었다. 연극 [렛미인]은 스웨덴 작가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가 쓴 동명의 베스트셀러 원작을 각색한 동명의 스웨덴 영화를 바탕으로 각색된 작품이다. 스웨덴에서 만든 영화는 2008년에 나왔고 헐리우드에서는 2010년에 만들어졌다. 스웨덴 영화와 헐리우드 영화의 제작 간극이 짧기 때문에 이 정도 제작 텀이라면 헐리우드 영화가 스웨덴 영화를 리메이크 했다기 보단 원작의 성공에 힘입어 비슷한 시기에 기획되어 각기 다른 개성을 띄고 개봉했다고 보는게 맞다. 영화의 평균 제작기간이 1년 정도 소요되는 헐리우드의 제작 형태를 고려해 봤을 때 스웨덴 영화가 나온지 2년도 안 돼 영어 버전의 헐리우드 영화가 나왔으니 이걸 두고 스웨덴 영화를 리메이크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스코틀랜드 국립극단에서 존 티파니가 마지막으로 연출하여 2013년에 스코틀랜드에서 초연된 연극 [렛미인]은 스웨덴 버전의 영화를 원작으로 삼고 있다. 존 티파니가 스코틀랜드 국립극단의 제안으로 연출한 작품이다. 성공한 영화의 인지도에 기대려는 졸속 제작의 게으른 무대 각색물이 너무 많아서 만약 국내에서 창작 연극 개념으로 [렛미인]을 무대극으로 만들었다면 관심도 안뒀을것이다. 영화의 무대 각색물은 식상하다. 너무 흔한데다 해마다 숱하게 쏟아져 나오는 영화 원작의 창작 무대극들 중 제대로 된 작품을 보기가 너무 어려운 현실이라서 대중적으로 성공한 최신 영화의 최신 무대 각색물일수록 기대는 커녕 반감만 생긴다.
[렛미인]의 연극 무대화도 그 자체로는 기대가 전혀 안 됐다. '[원스]의 연출가가 스코틀랜드 국립극단에서 만든 작품을 레플리카 프러덕션으로 신시컴퍼니에 의해 토월극장에서 올려졌기' 때문에 서양물 먹은 후광효과로 주목을 하게 된것이다. 작품 자체로는 관심이 안 갔다. 난 유명한 원작 영화도 이번 라이센스 공연 때문에 이제서야 챙겨 봤다. 호들갑스럽게 선전하고 있는 레플리카 프러덕션이 연극으로는 국내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형태라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고 해외 최신작에 해외에서 뜨고 있는 실력파 연출가가 한국 공연 연출까지 더한다고 하니 식상한 영화 각색물인건 쉽게 가려졌다.
연극에 대한 예습 차원이 아니었다면 2008년도에 나온 구작 영화를 과연 언제 봤을까 싶다. 스칸디나비아반도에서 나온 영화들을 선호해서 챙겨 보는 편인데도 [렛미인]은 정이 안 갔다. 헐리우드 영화보다 훨씬 후한 평을 받은 스웨덴 버전의 [렛미인]보단 클로이 모레츠에 대한 관심으로 헐리우드 영화 쪽이 더 끌렸지만 작품으로는 흥미가 동하지 않았었다. 국내에 두권짜리로 출간된 원작소설까지 예습하기엔 여유가 없었고 2시간이면 해결되는 영화라도 미리 봐서 작품에 대한 이해나 돕자고 생각하며 영화를 접했다. 마침 라이센스 연극의 개막을 앞두고 스웨덴 버전의 영화가 국내에서 재개봉을 했기 때문에 영화나 연극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다. 또한 연극으로는 이례적으로 두자릿수의 억대 제작비가 소요됐음에도 정직한 정가 개념에 넉넉한 할인률이 더해지다 보니 부담이 없었다. 토월극장에서 이 정도 가격을 지불하고 스코틀랜드 국립극단 기획의 레플리카 라이센스 프러덕션 상업 연극을 볼 수 있다면 최소한의 만족감은 느낄 수 있을거라고 봤다. 한예리, 김고은에 이어 충무로의 한예종 출신 연기 총아로 떠오른 박소담의 연기도 기대가 돼서 예매를 쉽게 결정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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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언론의 호평에 비하면 썩 만족스럽진 못하다. 언론 공개 시연회 사진만 봐서는 무대효과에 대한 기대가 안 됐는데 무대 효과를 중심으로 하도 칭찬을 많이 받길래 반신반의한 상태로 공연을 접했다. 관람일 직전에 개인적인 일정이 너무 몰려 있어서 피곤했고 문화생활 하느라 툭하면 서울을 왕복해야 하는것도 고단해서 [렛미인]의 관람유무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었다. 나는 원작영화에 그닥 매료되질 못해서 [렛미인]의 잔혹동화 정서에 호감이 없었다. 영화가 그저 그랬기 때문에 그래봤자 원작 영화의 줄기에서 파생될 무대의 극 구성에 과연 내가 얼만큼이나 흡수될 수 있을지 확신이 안 섰다. 그럼에도 결국 관람을 결정한건 하도 평이 좋아서였다. 할인률도 높았고 정가도 높게 책정되지 않았으니 일단 보고 판단하는게 안보고 추측하는것보단 여러모로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봤을 때 연극 [렛미인]에 내려진 호평일색의 국내 언론 평가는 거품이 있다고 본다. 존 티파니가 라이센스까지 연출한 레플리카 프러덕션에 스코틀랜드 국립극단 기획물에서 풍기는, 뭔가 있어 보이는 서양물 때깔에 홀랑 넘어간게 아닐까 싶다. 몇몇 인상적인 장면과 뛰어난 무대효과에 주목할 수는 있는 작품이지만 부분부분의 강렬한 효과와 정서 표출이 전체를 받쳐주진 못하고 있다. 전체적인 흐름이 고르지 못하고 무대극의 한계가 너무 뚜렷하게 드러나 연극으로써 조화롭게 진행되는 작품은 아니다. 영화의 무대용 각색물로써는 낙오한 결과물이 존 티파니의 [렛미인]이었다.
연극 [렛미인]은 무대극으로써의 대처 방식이 서툴러서 스웨덴 국립극단이라면 모를까 스코틀랜드 국립극단에서 굳이 무대극으로써 가능성도 별로 없어 보이는 스웨덴 영화를 연극으로 기획한 이유가 궁금할 지경이다. 영미권 시장에서 각광 받고 있는 연출가인 존 티파니나 국내 연극으로는 이례적으로 10억이나 들인 해외 최신작(종전에 신시컴퍼니가 이 정도 큰 예산을 들여 제작한 연극은 2011년에 8억을 투자해 만든 [산불])의 레플리카 프러덕션에 대한 기대심리를 놓고 봤을 때 [렛미인]은 실망스럽기 보다는 당황스러운 작품이다. 장면구성은 좋다. 그러나 수시로 바뀌는 장면전환이 심각한 수준으로 들떠있고 어수선해서 무대극만의 실용성이나 차별화, 경쟁력이 살지 않는다. 원작 영화를 무대극으로 이식시켰을 때 할 수 있는 최선의 모습과 차선의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는데 최선의 효과에서 기인하는 라이브 극의 만족감보단 한계에서 느껴지는 무모함이 걸린다. 무대극으로 변환시켰을 때 표현의 한계가 자명하고 바닥이 보인다면 불필요한 기획낭비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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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의 제약으로 영화보다도 더 인물중심의 극으로 바뀌었지만 그렇다고 인물의 심리묘사나 유대감이 더 섬세하게 형성된것도 아니다. 원작 영화의 구성을 편의상 축약한 상태에서 화려한 무대 매커니즘을 의도하다 보니 영화를 본 입장에선 연극 [렛미인]이 참신한 무대 효과를 끊임없이 발산함에도 불구하고 감질난다. 영화의 배경과 사건을 제한된 무대 공간에 옮겨낸것치곤 나쁘지 않은 수준이고 제법 성의도 느낄 수 있으니 인상에 남는것이지 이런걸 어느 정도 감안하지 않은 상태에서 판단한다면 무대극으로 옮겼을 때의 단점만 더 부각되는 영화 각색물이다.
[원스]에서도 그랬지만 존 티파니는 암전에 대한 강박증이 있는것같다. 필요에 따라 암전으로 장면전환을 꾀하는것도 효과적인 무대연출의 방법인데 의식적으로 암전만은 피하려 하다 보니 장면 전환이 어색해진다. [렛미인]은 장면전환이 많고 이야기가 축약됐을 뿐 전체 줄기는 영화의 구성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조명을 잘 쓴 작품이긴 하지만 장면전환이 이루어질 때는 아무리 부드러운 조명의 변화로 분위기를 전환시키려 해도 한계가 따른다.
크루의 역할을 대신하는 배우들이 수시로 소품을 움직이는 모습이 노골적으로 보이고 죽은 시체가 장면 전환이 일어날 때는 벌떡벌떡 잘도 일어나 퇴장한다. 정글짐 세트 뒤로 대기하고 있던 크루들이 정글짐 위에서 역동적으로 뒤로 넘어지는 여주인공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모습도 그대로 드러난다. 아무리 흡사 무용극 수준으로 안무를 분배하여 소품을 움직이는 크루 역할의 배우들 움직임과 동선을 제시하여도 그것이 장면 전환을 위해 편의상 짜여진 전환방식의 도구로써 머물러 있다는것도 이 작품의 취약점이다. 너무 대놓고 크루들이 무대 위에 난입하여 소품과 장면 전환을 도와주다 보니 어이없고 극의 집중력도 흐려놓는다. 보다보면 무대극으로 만들기에 적합하지 않은 원작을 가지고 딱하게도 애를 쓴다는 느낌이 든다. 영화 [렛미인]이 무대극으로 옮겨 심기에 한계가 있거나 연출 혹은 프러덕션의 실패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전체보단 부분부분의 구성이 인상에 남는다. 정글짐이 회전하더니 순식간에 물이 채워져 수영장이 표현되고 그 안에 배우가 직접 빠져 2분여간 잠수를 하는 아찔한 장면묘사나 뱀파이어 여주인공이 분노할 때 흐르는 피의 표현이나 와이어 장비를 이용하여 사람을 죽이는 도입부 장면 등 철저하게 계산된 무대 특수효과가 인상적이다. 영화에서처럼 스웨덴의 눈덮인 차가운 숲의 풍경도 서늘한 아름다움으로 잔혹동화 정서의 분위기를 띄워주고 있다. 이 작품에서 뇌리를 남기는 무대효과 대부분은 뮤지컬 공연에서나 투자되는 줄 알았던 10억대 예산의 제작규모에서 기인하는 풍성한 자본의 힘이다. 그러나 부분부분의 뛰어난 무대효과를 연결시키는 어설픈 장면전환 방식 때문에 작품의 구멍을 돈으로 채우려는 안일함도 동시에 느껴진다.
6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주인공으로 선정된 오승훈과 현재 김고은에 이어 충무로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1990년대 태생 여배우인 박소담은 이 작품이 프로무대 데뷔작인데 기대이상으로 안정적인 연기와 배역 매치를 보여주어서 만족스러웠다. 허약하고 왜소한 체격의 남자주인공을 체대 출신의 튼튼하고 단단한 육체를 가진 오승훈이 수영복이나 팬티 한장만 걸친 채 수시로 신체 노출을 하면서 연기하다 보니 건강한 육체가 보기는 좋아도 배역과는 부자연스러운 면이 있었다. 그러나 몸을 많이 써야 하는 배역인만큼 체대 출신 배우의 민첩한 움직임이 안무 활용에 능동적인 극의 리드미컬한 호흡을 잘 이행했다.
뱀파이어의 초인적인 힘, 재빠른 움직임을 극 내내 표현해야 하는 박소담은 까다로운 무대 동선을 잘 이해했고 오승훈보다 신체의 활용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배역의 신체 연구에도 섬세하게 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박소담은 영화 [검은 사제들]에 이어 광기 어린 소녀의 연기를 풍부하고 매력적으로 살려내 연극에서도 신인 여배우의 잠재력을 확인시켜 주었다. 프로무대가 처음인 두 어린 남녀배우가 안정적인 연기와 울림 좋은 발성, 자연스러운 배역 매치를 통해 기대이상의 모습을 보여준 반면에 무대에서 잔뼈 굵은 중견 배우인 주진모는 영화에서와 마찬가지로 모든게 어색했다. 변화없는 표정 연기에 발성에 지나치게 신경쓴 바람에 대사도 뭉개지고 감정전달에도 실패했다. 하칸은 무대극으로 옮겨지면서 영화보다 배역의 비중이 커져서 거의 주연급으로 비중이 늘어났음에도 배우가 제대로 표현을 못해서 인물간의 관계 중심으로 극의 분위기를 모색한 연출가의 의도를 살려내지 못했다.
- 작품이 신체의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고 안무의 분배가 커서 현재의 상태를 더욱 발전시켜 무용극으로 확장시켜도 좋을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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