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곳의 국립공원 중 마지막으로 천년고찰 해인사를 품고 있는 합천 가야산을 다녀왔다.

[雲峰]

<2019년 9월 14일>

'백운동 → 만물상 → 서성재 → 칠불봉 → 상왕봉(정상) → 해인사 → 치인 주차장'의 10km 코스를 탐방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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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산[伽倻山]

높이: 상왕봉 1,430m, 칠불봉 1,432m

위치: 경남 합천군 가야면, 경북 성주군 수륜면/가천면

국립공원 가야산은 조선 8경의 하나로 주봉인 상왕봉(1,430m)을 중심으로 톱날 같은 암봉인 두리봉, 남산, 비계산, 북두산 등 해발 1,000m가 넘는 고봉이 마치 병풍을 친 듯 이어져 있다. 주봉은 상왕봉(1,430m), 최고봉은 칠불봉(1,432m)이다.

상왕봉은 소의 머리처럼 생겼고 오랜 옛날부터 산정에서 행해졌던 산신제의 공물을 소에 바치고 신성시 해왔다고 하여 우두봉이라 불리며, 상왕봉의‘상왕’은 [열반경]에서 모든 부처를 말하는 것으로 불교에서 유래한 것이라 한다.

가야산은 동서로 줄기를 뻗고 있으며 남북으로 경상북도 성주군과 경상남도 합천군의 경계를 이룬다. 합천 쪽으로 드리운 산자락은 부드러운 육산을 이루고 성주군 쪽은 가파르고 험하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가을 단풍은 자연의 신비로움을 느끼게 하고, 눈 덮인 가야산 설경은 한 폭의 풍경화를 보는 듯하다.

가야산은 오묘하고 빼어난 산세를 지니고 있어 사시사철 많은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매표소에서 해인사까지 이어지는 홍류동계곡 주변에는 소나무뿐만 아니라 활엽수가 우거져 있어 그 아름다움이 해인사와 함께 가야산의 백미로 손꼽힌다.

해인사 초입의 갱맥원에서부터 정상의 우비정까지 19개의 명소가 있다. 가야산 골짜기에서 발원한 홍류동계곡은 계절마다 경관을 달리하여 주위의 천년 노송과 함께 제3경 무릉교로부터 제17경 학사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절경이 10리 길에 널려있다.

가을의 단풍이 너무 붉어서 계곡의 물이 붉게 보인다고 하여 홍류동이라 불리었고 여름에는 금강산의 옥류천을 닮았다 해서 옥류동으로도 불린다. 이 계곡의 아름다움은 봄이나 가을에 으뜸을 이룬다. 그 밖에도 가야산에는 무릉교, 홍필암, 음풍뢰, 공재암, 광풍뢰, 제월담, 낙화담, 첩석대 등의 명소가 있다.

가야산 남쪽 자락에 자리 잡은 해인사는 14개의 암자와 75개의 말사를 거느리고 있다. 특히 해인사는 국내 3보 사찰 중 법보사찰로 유명하다. 우리나라 3보 사찰 중 하나인 가야산 해인사는 불교의 성지이다. 조선 시대 강화도에서 팔만대장경을 옮겨온 후 불보사찰 통도사, 승보사찰 송광사와 함께 법보종찰로서의 명성을 얻게 된 것이다.

현대에 들어와서 가야산은 백련암에서 수도했던 성철스님으로 말미암아 더욱 유명하게 됐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법어는 홍류동계곡의 맑은 물과 더불어 가야산을 찾는 이들의 마음에 항상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킨다.

가야산 높이에 대하여…

가야산은 가야산국립공원과 합천군에서는 상왕봉을 주봉으로, 성주군에서는 칠불봉을 주봉으로 표기하고 있다. 주봉은 상왕봉(1,430m), 최고봉은 칠불봉(1,432m)이다. 성주군에서는 칠불봉 높이를 1,433m로 표기하고 있으나 지형도에는 1,432m로 표기되어 있다.

해인사

해인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12교구 본사이다. 국보 32호인 팔만대장경 경판을 소장하고 있으며, 국보 52호인 장경판전을 비롯한 15점의 보물과 200여 점의 사보 등 수많은 문화재와 고적이 있다. 1995년 12월 9일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청량사, 백련암, 원당암 등 75개의 부속 말사와 15개의 부속 암자가 있다.

접속통계 5위

산세가 수려하고 해인사를 품고 있는 국립공원 가야산은 단풍이 아름다운 단풍 명산으로 10월에 가장 많이 찾지만, 사계절 두루 인기가 있다.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

예로부터 우리나라의 12대 명산 또는 8경에 속하는 산으로서 '72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특히 '95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국보 팔만대장경과 해인사가 있는 등 역사·문화적 가치가 높은 점을 고려하여 선정되었다.

`가야국'이 있었던 곳으로 전해지며, `택리지'에서는 가야산의 기암괴봉을 불꽃에 비유하여 석화성(石火星)이라 부르기도 하였다. 산 위에서의 조망이 좋고, 특히 용문폭포와 홍류동 계곡 등이 유명하다. - 한국의 산하

22개의 국립공원 중 어떤 형식이든 가보지 않은, 아니 가지 않은 곳은 합천의 가야산이 유일하다. 가야산은 대중교통으로 당일 산행이 불가능해 안내 산악회를 이용하거나 주변 지역에서 숙박하는 산행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왕 산악회나 숙박을 한다면 수도산과 연계한 산행을 할 생각이었다. 2017년 가을 황매산 억새 산행이 계획되어, 먼저 수도산은 뺀 가야산만 종주 후 1박하고 황매산으로 이동하는 계획을 봉 감독과 세웠었다. 그런데 황매산 억새 산행이 사정이 있어 취소되는 바람에 가야산행도 취소되었다(황매산이 취소되어 덕항, 두타, 청옥을 했었나?[산행기]). 황매산은 2018년 철쭉 산행으로 다녀왔지만[산행기], 가야산과 연계한 산행이 아니라 가야산은 가지 못했다. 고로 남은 방법은 안내 산악회를 이용해 가야산행을 하는 거다.

실제 안내 산악회를 이용해 산행해 본 일이 없었음에도, 자주 산악회 카페에 들러 수도산과 가야산을 연계하는 산행이 있는지 확인했다. 그런데 내가 아는 모든 안내 산악회의 가야산행 계획은 수도산이 빠진 가야산 단독 산행이었다. 과거 산행기를 보면 산악회에서 추진한 산행이 있던데. 내가 산악회를 찾기 시작한 이후에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 산악회가 공개된 안내 산악회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게 2018년 가을부터다. 그럼 선택의 여지 없이 수도산을 뺀 가야산 단독 산행을 해야 한다. 희망은 같은 가야산인 남산제일봉을 묶어서 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산행 계획도 본 일이 없기 때문에 기대를 버렸다. 그러다 보니 백운동에서 시작해 해인사로 하산하거나 그 역인 산행 계획이면 만족하는 상태까지 기대가 하락했다. 백운동에서 시작해 백운동으로 돌아오는 산행이 대부분이라.

이번 추석 연휴에 노추산을 갈 예정이었지만, 성원 미달로 산행이 취소될 확률이 높아 Plan B로 어디를 갈까 고민 중에 같은 산악회에서 준비 중인 가야산행 계획을 보게 되었다. 내가 원하는 백운동 해인사 코스로. 그리고 이미 성원을 넘어 출발이 확정된 상태였다. 해서 노추산행이 취소되면 바로 가야산을 신청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가야산행 버스의 좌석이 몇 개 남지 않아 늦으면 가야산도 갈 수 없는 상황이라 예의 주시해야 했다. 노추산행은 주행과 나 둘이 갈 예정이었지만, 갈수록 가야산행 버스 좌석이 줄어드는 걸 보고 더 늦으면 가야산은 자리가 없어 못 갈 수도 있는 상황으로 변했다. 해서 노추산행 취소 공지가 올라오기 전(그때는 가야산 자리가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산악회 운영자에게 문자를 보내 노추산이 취소될 거 같은데 언제쯤 확정될 건지 물어보았다. 그리고 취소가 된다면 가야산으로 옮겨달라는 부탁도. 그러자 운영자가 노추산은 불가피하게 취소한다고 연락이 왔다. 그럼 가야산 버스에 주행이와 나, 그리고 늦게 합류하기로 한 지리 조를 포함한 3자리를 부탁했다. 차액은 바로 입금해 주기로 하고. 그렇게 가야산행이 결정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셋이 가야산을 가기로 확정하고, 산에서 필요한 것들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사진을 찍었지만, 그 과정에서 가져가야 할 목록을 점검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고로 실수로 빠트리고 가는 물건이 없어졌다. 화력 좋은 버너, 오빠 밥통, 라면 3개, 햇반 1개, 얼린 물 1ℓ, 라면용 물 1ℓ, 시바스 200mL(주행이 준), 운봉표 안주, 고들빼기김치, 사과, 비상용 슬링 2개, 랜턴, 비상식, 멀티툴과 칼, 보조배터리, 테이블, 삼각대 등. 이러니 배낭이 무겁지. 주행은 라면용 물 500mL를 동숙은 김치를 가져오기로 했다. 당연 기본 준비물품은 각자 알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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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당일 새벽에 일어나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먹고, 냉장고에 넣어뒀던 음식이 든 디팩을 꺼내 배낭에 넣고 집을 나선 시각이 6시 10분경이다. 불광역에서 전철을 타자마자 패드를 꺼내 책을 보기 시작해 산행 출발지인 신사역에서 내렸다. 그 시각이 6시 55분경. 그런데 전철에서 내려 출구로 가는 사람 중 뒷모습이 익숙한 사람이 보였다. 불러보니 동숙이 맞았다. 어디서 탔는지 물어보니 종로 3가에서 갈아탔다고. 역 밖으로 나가니 아직 버스는 도착하지 않았다. 명동에서 신사를 향해 오고 있는. 그리고 주변에서 주행을 찾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7시 5분경 버스가 도착해 짐칸에 배낭을 넣고 주행이 오기를 기다렸다. 출발 예정 시각인 7시 10분이 되었지만, 주행이 보이지 않아 전화해보니, 받지 않았다. 혹시 내가 못 보는 사이에 버스에 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버스를 확인해봐야지 하는 순간 주행이 전화했다. ‘왜, 버스 타지 않냐?’ 고. 나중에 확인해보니 신사역에 너무 일찍 도착해 편의점에서 시간을 보내고 버스가 도착하는 순간 탔다고. 배낭을 짐칸에 넣지 않아, 내가 배낭을 짐칸에 넣는 순간 탔으니, 주행이 타는 걸 못 본 거다.

7시 11분경 신사역을 출발한 버스는 죽전과 신갈에서 등산객을 마저 태우고 한가하기 그지없는 고속도로를 달렸다. 난 버스가 출발하자마자 패드로 읽고 있던 책을 읽기 시작했다. 버스가 실내등을 켜고 휴게소를 들어가는 순간 시계를 보니 9시 3분이었다. 상주의 화서 휴게소였다. 당연히 처음 와 보는 휴게소다. 그리고 휴게소에는 산악회 버스는 우리가 타고 온 걸 포함해 두 대가 있었다. 이렇게 산악회 버스가 없는 건 처음이다. 물론 추석 연휴니, 산에 가는 등산객이 많지는 않을 거라는 예상은 했지만. 다른 한 대의 버스는 속리산행이었다. 볼일을 보고 스트레칭을 한 후 버스에 타니, 인솔자가 산행 지도와 산악회 명패를 나눠줬다. 그리고 이번 산행의 코스와 주의사항에 관해 설명을 시작했다. 일종의 가야산 종주를 하는 A 팀에게는 생각보다 만물상 코스가 시간이 오래 걸리니 조심하라는 얘기를 반복했다. 산행 마감 시각은 들머리 도착 시각을 보고 결정한다고.

9시 15분 휴게소를 떠난 버스는 10시 10분경 가야산으로 진입했다. 그러자 인솔자가 다시 주의사항에 관해 강조하고 들머리 도착 예정 시각이 10시 30분이니, 산행 마감은 5시 30분에 한다고 했다. 10시 30분에 시작해 5시 30분에 종료한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7시간이다. 11km, 7시간이라면 너무 시간을 많이 준 게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11km에 불과한 거리를 7시간이나 책정한 이유가 있을 거다. 그리고 다시 A 코스의 만물상길이 시간이 오래 걸리니 조심하라고 강조했다. 인솔자의 말을 듣고 지도를 확인하니 만물상 코스가 3km, 휴식을 포함해 시간당 1km를 간다고 하면, 3시간, 그래도 남은 시간이 4시간이니 크게 서두를 건 없었다. 물론 코스에 관해 내 예상이 맞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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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28분 이번 가야산행의 들머리인 백운동 주차장에 도착했다. 주차장에는 산악회 버스는 우리가 타고 온 게 유일했지만, 가족 단위로 놀러 온 차량은 많이 있었다. 역시 추석이라 가족과 함께. 사실 내가 이번 가야산행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가 다른 산악회는 가야산행 계획조차 없었다는 것도 있다. 인파에 시달리지 않는 여유로운 가야산을 즐길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버스에서 내린 종주팀은 산행 준비를 마치자마자 속속 만물상을 향해 출발했다. 우리도 준비를 마치고 후미에서 실제 들머리인 탐방센터를 향해 갔다.

10시 37분에 주차장에서 400여 미터 떨어진 탐방센터에 도착해 요원의 산행 주의사항에 관해 얘기를 들었다. 내용은 먼저 봉우리 곳곳에 공사를 위한 자재가 있으니 조심해서 다니라는 거고, 둘째는 곰이 있으니 주의하라는 얘기였다. 내가 놀라서 "아니, 지리산 곰이 여기까지 왔냐?"고 묻자 옆에서 같이 듣던 한 등산객이 김천까지 갔다고 얘기했다. 물론 나도 김천 '반달곰 KM53'에 대해서는 다큐나 기사를 봐서 알고 있었다. 다만, 김천이 가야산 위에 있다는 걸 몰랐을 뿐이지. 혹시 오늘 가야산 순찰 계획이 있는지 묻고 싶었지만, 꾹 참고 계단을 오르는 것으로 가야산 종주산행을 시작했다. 그 시각이 10시 41분이다.

첫 계단을 오르기 전 등산앱으로 그 자리의 해발을 확인하니(언제부터인가 습관이 되었다) 580여 미터였다. 정상이 1,430여 미터, 고로 850여 미터를 올라가야 한다. 북한산 백운대가 해발 836m니, 백운대보다 높이 올라야 한다. 처음부터 계단인 코스는 서상재까지 계단으로 올라야 했다. 천고마비의 가을답게 하늘은 높고 시야는 넓었다. 아래로는 논과 마을, 심원사가 보이고 저 멀리 동해도 보이는 거 같았다. 주변 경치를 감상하며 암릉 사이로 난 나무계단과 돌계단 600m를 올라 만물상 코스에 총 5개가 있다는 첫 번째 이정표에 도착한 시각이 11시 7분이다. 차가운 물을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600m, 26분 올라오는 동안 이미 온몸은 땀으로 목욕 중이었다.

다시 길을 가 11시 30분에 휴식을 취하며 주행이 비상식으로 가져온 소시지와 동숙이 가져온 오이를 간식으로 먹었다. 동행이 지쳐 보여 평소에 내가 비상식으로 들고 다니던 초쿄바를 하나씩 나눠줬다. 그런 식으로 서성재까지 대략 15분에서 20분 간격으로 휴식을 취했다. 만물상 코스에서 서두르면 몸에 이상이 생길 수 있으니, 공단에서도 계단 정상에 "슬로우 탐방 구간'이라는 푯말을 설치했다. 그 푯말에는 "여기는 00지점입니다. 산행 중 충분한 휴식으로 당신의 심장과 무릎을 지켜주세요!"라고 쓰여있었다. 10분을 쉬라고 쓴 푯말도 있었다.

우리가 오르는 길이 만물상 코스라 곳곳의 기암괴석이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와중에는 남근석도 있었고, 난 "송이버섯"이라 불렀지만.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만물상 코스의 정상이 '상아덤'이다. 난 '상아덤'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코끼리 어금니 상아의 무덤처럼 보여 그렇게 부르는 거로 알았다. 어쨌든 온갖 상상을 자극하는 암릉을 따라 오르다 의외의 걸 발견했다. 누군가 돌을 모아 쌓은 산성의 흔적이 보였다. 아무리 봐도 산성이라고 우리끼리 얘기하며 계속 오르니 산성의 흔적도 이어졌다. 나중에 확인하니 가야 시절 쌓은 산성이라고. 북한산 원효에서 염초, 의상에서 문수에 이르는 산성에 인간이 대단하다고 느꼈지만, 이 산성은 북한산을 뛰어넘는 끈기와 노력이다.

가다 쉬기를 반복하며 상아덤을 오르다 상아덤 직전에서 주행이 지쳐, 쉬어가기로 했다. 쉬는 동안 주행이 비상식으로 들고 온 고구마로 허기를 채웠다. 그리고 내가 들고 다니던 비상식 마지막 초쿄바도 두 친구에게 나눠줬다.  이미 12시 46분?으로 평소 기준 점심시간이 지났다. 이 만물상 코스가 많은 체력을 요구해 우리도 많이 쉬었지만, 다른 등산객도 다르지 않았다. 해서 주차장에선 후미 그룹 후미로 시작했지만, 상아덤을 오를 즈음에선 선두 그룹 후미에 있었다. 우리에 앞서갔던 등산객은 11시 30분이 넘으니 만물상 암릉 곳곳 쉴만한 장소에 앉아 휴식을 취하며 간식? 점심을 먹고 있었다. 우리야 올라오며 간간히 간식을 먹어, 당장 점심을 먹어야 할 만큼 배가 고프지 않아 계속 전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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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겹게 올라 12시 56분에 해발 1,140여 미터의 만물상 정상 상아덤에 도착했다. 주차장에서 산행 시작이 10시 30분이니 상아덤까지 대략 2시간 26분이 걸렸다. 내 계획에 맞게 움직이고 있었다. 30분간 점심을 먹는 시간을 포함해 상아덤까지 3시간을 잡았었다. 상아덤에 도착해 정상을 보니 나 못지않은 등산객이 상아덤을 기어오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도? 했다가 바쁘게 다음 목적지로 가야 해 포기하고 옆에 있는 상아덤 소개문을 봤다. 내가 생각했던 코끼리의 상아가 아니다. 달에 산다는 상아(嫦娥) 그 상아였다[전설]. 상아덤에서 주변 경치만 구경하고, 우리의 다음 목적지인 서성재를 향해 길을 재촉했다. 그 와중에 상아덤을 오르는 바위 코스가 보여 나만 살짝 올라갔다 내려왔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등산객이 내가 내려오자마자 줄줄이 올라갔다.

가야산에서 가장 힘들다는 백운동, 서성재 코스의 서성재에 도착한 시각이 1시 2분이다. 과거 가야 산성의 서문이 있었다고 해 서쪽에 있는 성문이 있는 고개라 西城재! 서성재는 성문이 있었던 만큼 생각보다 넓은 평지였다. 그곳에는 만물상, 용기골 그리고 정성에서 내려온 많은 등산객이 점심을 먹거나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우리는 계속 다음 목적지이자 가야산 최고봉인 칠불봉을 향해 올라갔다. 백운동에서 서성재까지 휴식 시간 빼고 시속 1.3km 정도로 올라왔다면, 서성재부터는 시속 3km가 넘었다. 서성재를 지나자 길은 거의 북한산 둘레길 수준이라 걸음이 빨라졌다. 물론 그렇다고 힘들지 않은 건 아니다. 해발 1,010m인 서성재에서 해발 1,433m인 칠불봉까지 1.2km를 가는 동안 해발 423m를 올라가야 한다. 만물상 대비 길의 상태가 좋다는 거지.

칠불봉을 오르는 등산로에서 10여 미터 벗어난 좌우에는 곳곳에 너덜이 있어 짱박혀 점심 먹기 좋은 자리가 있었다. 내가 점심 먹고 가자는 말을 하기도 전에 주행이 점심 먹고 가자고 했지만, 동숙이 점심을 먹고 나면 오르기가 힘드니 정상에서 먹자고 해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그렇게 칠불봉을 향해 나무 계단을 오르다 작은 샘을 발견해 그 물을 받아 마시기도 했다. 정상 주변 곳곳에 샘이 있어 생각보다 가야산도 물이 풍부했다. 칠불봉 막바지 계단에 이르니 요원이 등산객과 얘기하고 있었다. 내가 알기로 요원은 남녀 한 쌍이 팀을 이뤄 다니는데 여성 요원은 보이지 않았다.

1시 58분에 칠봉암능에 도착해 배낭을 벗어 두고 카메라와 삼각대만 들고 칠불봉 정상석이 있는 곳으로 가 인증을 찍었다. 가야산에는 상왕봉과 칠불봉에 정상석이 있는데, 두 봉우리에 각각 정상석이 있는 산이 다 그렇듯이 가야산도 행정구역에 따라 각각의 지자체가 자기 지역의 봉우리에 정상석을 세운 거다. 칠불봉 경북 상주, 상왕봉 경남 합천! 까만 소 인증은 상왕봉이라 칠불봉은 인증꾼에게 대접받지 못하는 비련의 암봉이다. 칠불봉에서 인증을 찍고 건너편에 있는 상왕봉을 가기 위해 칠불봉을 내려가니 데크에 한 쌍의 요원이 쉬면서 간식을 먹고 있었다. 역시 한 쌍이 같이 다니는 게 정책인가 보다. 동숙이 여성 요원에게 이것저것 질문을 한 후 상왕봉 아래로 내려가니 거기에 또 한 쌍의 요원이 있었다. 내가 정상에서 본 가장 많은 수의 요원이다. 한 팀은 백운동에서 올라오고 다른 팀은 해인사에서 올라와 정상에서 크로스하는 게 아닌가 추측했다. 그렇다면 어느 팀인가는 우리와 함께 계속 같이 다녀야 한다는 얘긴데. 물론 아직 점심 전인 내가 생각이 많았음은 더 말해 뭐하랴.

상왕봉 아래에 배낭을 벗어 두고 삼각대와 카메라만 들고 상왕봉에 올라 인증을 찍었다. 예상대로 까만 소의 성지라 혼자 인증을 찍는 까만 소 신자가 몇 보였다. 정상석 주변에는 칠불봉 정상보다는 적었지만, 엄청난 수의 수개미 떼가 몰려있었다. 와중에 한 마리에게 물리기도. 인증을 찍고 상왕봉에서 내려오니 요원 한 팀은 보이지 않고 남은 팀은 백운동으로 가기 위해 준비 중인 거 같았다. 그들을 뒤로하고 봉천대를 거쳐 해인사 쪽으로 하산하기 시작했다. 나무계단으로 50여 미터 앞서가던 주행이 숲으로 들어가 따라오라고 해 가보니 공사를 위한 자재를 보관한 곳이 나왔고 거기서 점심을 먹자고 했다. 그런데 위치상 점심 먹기에는 좋지 않아 동숙이 가져온 컵라면을 먹을까 물어보니 라면을 먹어야겠다고. 해서 10분 정도만 더 내려가 적당한 장소를 찾아 먹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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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석 위험 지역을 지나니 등산로 좌우에 너덜이 보이기 시작하고 점심 먹기에 적당한 장소도 있을 거 같았다. 그중에 숲으로 난 소로를 발견해 그 길을 따라 들어가 물기 가득한 낙엽에 자리를 펴고 점심 준비를 했다. 그 시각이 2시 57분이었다. 시바스와 안주와 반찬을 꺼내 배부르게 점심을 먹고 늘 그렇듯이 돼지죽으로 마무리했다. 그 점심에 모두 대단히 만족해했다. 우리가 있었다는 모든 흔적을 말끔히 인멸하고 3시 38분에 식당을 떠났다. 마감이 5시 30분 남은 시간은 1시간 50분가량, 주차장까지 남은 거리 대략 5km, 길 상태는 양호했다. 다만, 30분가량 일찍 내려가 지역 경제를 위해 막걸리 한잔하자는 게 내 생각이었다.

식당에서 3분가량 내려가자 석조여래입상 갈림길이 나왔다.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이걸 지나치는 건 예의가 아니다. 그리고 갈림길에서 50m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석조여래입상이 있는 곳으로 가 사진도 찍고 기도도 한 이후 다시 길을 재촉했다. 그렇게 5분여를 가다 가슴을 보니 옷에 걸어두었던 선글라스가 보이지 않았다. 어딘가에서 떨어진 거다. 해서 앞서가는 두 친구에게 "잠깐"이라고 소리쳤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선글라스를 찾기 위해 길을 더듬어 식당까지 갔다 오고 하는 시간이 여의치 않아 선글라스는 가야산 산신령에게 헌납하기로. 해서 "됐다."하고 계속 길을 가자고 했다. 이렇게 산신령에게 헌납하는 게 한 해에 선글라스, 모자, 물통 등 5~6개 된다.

해인사로 향하는 길 4km 중 초반 1km는 해발 1,400m가 넘는 상왕봉에서 해발 500여 미터에 불과한 해인사로 내려가기 위한 급경사였지만, 나머지 3km는 완만한 경사에 길 상태도 좋아 거의 달리다시피 내려갈 수 있었다. 그 3km는 시속 4km가 넘어 점심을 먹느라 식었던 땀이 다시 머리 위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물론 그렇게 빠른 속도로 하산하는 중에 몇몇 등산객도 추월했다. 와중에 한 쌍의 요원도. 해인사로 향하는 길옆으로는 토신골의 계곡물이 요란한 소리를 내고 흘렀다. 해인사 구경과 막걸리 마시는 걸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땀은 씻고 가야 한다. 해서 앞서가던 동숙을 불러 뒤에서 따라 오게 한 후 내가 앞장서 계곡으로 내려갈 만한 장소 찾았다. 그리고 해인사 직전에서 계곡으로 내려가 탁족을 했다. 지난 구봉산 등산 시 산악회 인솔자가 막걸리 마실 시간에 탁족하라는 얘기가 맞다. 물론 나야 그 둘을 다 하지만.

시원하게 탁족 후 길을 재촉해 4시 55분에 해인사 일주문에 도착했다. 일주문 도착 기념사진을 찍고 1.5km 떨어진 치인 주차장을 향해 달렸다. 성보박물관을 지나 우리 버스가 주차 중인 치인 주차장을 향하는 길은 홍류동골을 따라 난 길로 그 계곡을 보며 연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역시 가야산 최고의 계곡으로 홍류동을 꼽는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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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 중인 산악회 버스 앞에 도착한 시각이 5시 16분이었다. 거하게 한잔할 시간은 없지만, 간단하게 막걸리 한잔할 시간은 충분했다. 해서 주차장 옆에 있는 편의점으로 달려가 합천 생막걸리를 하나 들고 옆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 주인이 준 잔에 김치를 안주로 막걸리를 마셨다. 원래 조리된 안주도 팔지만, 지금은 귀찮아서 안 하니 안주하라고 김치를 준 거. 물론 조리되는 안주가 있다고 해도 그걸 먹을 시간도 없지만. 그렇게 막걸리를 마시고 있는데 동숙이 선글라스를 꺼내 내게 주었다. 여래입상 갈림길에서 주웠다고. 아마 내가 찾으러 가겠다고 설쳤으면 그 자리에서 줬을 테지만, 깔끔히 포기하니 나중에 막걸리나 사라고 하며 줄 예정이었다고 했다. 선글라스를 받아 배낭에 잘 갈무리하고 막걸리를 한 병 더 사 왔다. 그렇게 막걸리 두 병을 비우고, 각자 아이스크림 하나씩 챙긴 후 5시 27분에 산악회 버스로 갔다.

버스 짐칸에 배낭을 넣고 버스를 타자 정확히 예정된 시각인 5시 30분에 해인사 치인 주차장을 출발해 서울로 향했다. 서울로 향하는 중에 오늘 산행의 들머리인 백운동에 들려 아침에 같이 온 여섯 명을 태웠다. 이들은 종주가 무리라 백운동, 서성재 환종주를 한 거로 보였다. 그들을 태우는 걸 보고 잠이 들어 정신을 차리니 7시 38분으로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지도를 보니 상주를 지나고 있었다. 고속도로는 내 예상을 벗어나 귀성 차량으로 꽉 막혀 있었다. 애초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이 막힐 거로 생각해 하루 전날 산행을 계획한 건데. 길은 서다 가기를 반복하다 경부고속도로에 접에 들자 그나마 속도를 낼 수 있었다. 나야 속도가 날 때 계속 달려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기사나 인솔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는지 8시 12분경 충주 휴게소로 들어갔다. 그리고 다시 서울을 향해 출발지인 신사역에 도착한 시각이 10시 25분이다. 인솔자 말에 의하면 평소보다 2시간이 더 걸렸다고.

산악회 계획대로 '백운동 주차장 → 만물상 → 서성재 → 칠불봉 → 상왕봉(정상) → 해인사 → 치인 주차장'의 12.3km(트랭글 기준), 6시간 58분의 산행이었다. 이동 5시간 44분, 휴식 1시간 14분. 평균 속도 2.1km라면 양호한 속도다! 

내가 늘 떠드는 소리지만, 역시 국립공원은 배신하지 않는다.

다음은 가야산 전경을 보기 위해 산악회 기준 B 코스인 남산제일봉을 오를 예정이다.

앞으로 국립공원은 기억이 희미한 변산과 경주를 우선으로 배신하지 않을 산이 필요할 때 탐방할 생각이다.

[자작나무]

우리가 갔던 길이 눈에 선하네

[동서울_주행]

엠티산악회에서 같이 출발한 모든 사람들이 해인사로 내려와야 했으나 여섯명(?) 정도가 원점회귀를 해서 귀경길에 다시 그분들 태우러 들렀지.
피곤해서 자느라 잘 몰랐지만.
생각해보니 그 분들은 오르다 너무 힘들어 중도포기하고 내려오신 분들이더라.

[雲峰]

산행기에도 있지만 안내 산악회의 일반적인 가야산 코스가
백운동을 기점으로 만물상으로 올라 상아덤을 찍고 서성재에서 계곡을 타고 다시 백운동으로 하산하는 거.
인증꾼은 서성재에서 상왕봉을 갔다 오는 거고
고로 그 6명은 정상적인 코스를 따르다 서성재에서 계곡으로 하산한 게 아닌가 생각
그 대장이 코스를 알고 있었다는 전제.
물론 만물상을 오르다 포기했었을 수도.

[동서울_주행]

우리가 올랐던 코스는 국립공원 관리공단에서도 매우 어려우니 추천하지 않는 코스 같더라.

[동서울_주행]

해인사에서 상왕봉, 칠불봉으로 올라 만물상 쪽으로 하산한다면 무난할텐데.

[雲峰]

그 코스도 쉽지 않다.
정상 직전 급경사 1km는 더 지옥일 수도

[동서울_주행]

10시 40분부터 2시까지 줄기차게 급경사로만 1430m고지까지 올라가야만 하다보니 종아리에 쥐가날 정도로 힘들더라.

[雲峰]

[雲峰]

[雲峰]

[雲峰]

[이명신우하맘]

김천이 가야산 위인 걸 몰랐을 뿐.... ㅋㅋㅋㅋㅋㅋ 주행이가 엄청 귀염상이네. 얼굴 표정 변화 보면 산행의 흐름이 보일 정도 ㅋㅋ

[이명신우하맘]

주행이 손주 얼굴

[동서울_주행]

동숙이 씩씩하게 선두에서 잘 올라가더라

[雲峰]

산행기에 깜빡하고 빠트린 얘기가 있어 댓글에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았는데 우리 10여 미터 전방에서 현재 남한 최고의 포식자라는 담비 무리가 정상 쪽을 향해 달리는 모습을 구경.

[雲峰]

https://www.yna.co.kr/view/AKR20190916005600053

[雲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