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노인 인구 1000만 명, 고령화율 20%인 새로운 시대, 초고령사회가 다가온다. 고령화 이슈에 대해 국가 차원의 책임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대원칙을 전제로 지금은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국가뿐 아니라 지자체·지역사회·기업·개인 모두가 지속가능한 고령친화산업 생태계를 만들어가야 하는 중요한 변곡점이라 할 수 있다. 고령친화산업과 고령친화기술이 새로운 시대의 성장 엔진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우리 사회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가?
고령친화산업의 국내외 동향
‘고령친화산업진흥법’에서는 고령친화 산업을 ‘노인을 주요 수요자로 하는 제품·서비스를 연구·개발·제조·건축·제공·유통·판매하는 사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고령친화산업은 용품, 의약품·화장품, 요양, 금융·자산관리서비스, 문화·여가·운동서비스, 주거서비스 등에서 식품산업, 스마트케어기기, 디지털 헬스케어서비스 등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를 반영하며 점차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고령친화산업의 발전은 신산업 수익창출, 일자리 창출, 돌봄인력 부족 문제 대응 등 측면에서 경제·사회적으로 큰 효과를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경희대학교 고령친화융합연구센터는 2020년 72조 원에서 2030년 168조 원까지 고령친화산업 시장 규모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일자리 창출효과도 커서 투자 10억 원당 고용창출 인원은 11.4명으로 전 산업 평균인 8명을 웃돈다. 고령친화산업의 직접적 수혜자는 고령자이지만 기술을 개발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은 청년이라는 점에서 청년 일자리의 확충을 통해 세대 간 통합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이러한 이유로 대기업, 스타트업 등의 고령친화산업 생태계 진입도 활발해지고 있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고령화율 22%에 달하는 유럽연합(EU)은 ‘실버이코노미(silver economy)’라는 생태계를 구축해 이는 전체 산업 중 세 번째로 큰 경제규모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에서도 고령친화산업이 역내 산업 중 세 번째로 큰 산업으로 성장할 것이며, 미국의 경우에는 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계 각국은 고령화문제에 대해 국가차원의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Horizon Europe, AAL(Active Assisted Living)’, 일본은 국가개호보험계획과 과학기술기본계획을 수립해 돌봄로봇 개발과 활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은 백악관보고서 ‘노령인구 지원을 위한 기술(Technology to support aging population)’, 중국은 ‘신시대 고령화작업강화의견’을 발표하면서 전자상거래업체의 투자가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무디스(Moody’s), 피치(Fitch) 등 투자자문기관들도 고령친화산업이 ESG경영의 새로운 솔루션이라며 이에 대한 투자를 강조하고 있으며, 아마존, 구글, 파나소닉, 필립스 등 글로벌 기업들은 고령친화산업 관련 기업 생태계를 이미 구축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고령친화산업의 성장 엔진, 기술과 서비스의 융합
최근 국내외 고령친화산업은 노인을 위한 기술(AgeTech, 이하 고령친화기술)과 서비스를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고령친화기술이란 고령자를 위한 제품과 서비스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 최근에는 고령의 범주를 기존 노인세대뿐 아니라 베이비붐 세대 등 젊은 고령층인 신소비 계층까지 확장하고 있다. 필자가 이끌고 있는 AgeTech교육 연구단에서는 고령친화기술의 핵심 분야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첫째, 고령자가 자신이 살던 곳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자립적으로 생활(Aging In Place)할 수 있도록 돕는 ‘자립생활 기술’ 분야로 스마트홈, 고령친화식품, 디지털 헬스케어, 운동·재활서비스, 소셜로봇, 노인성질환 측정기기 및 통합중재서비스 등이 여기 해당한다. 둘째는 돌봄인력을 위한 ‘돌봄 기술’ 분야로 돌봄인력의 신체적 부담을 경감하고, 미래 돌봄인력 부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돌봄로봇, 관리시스템·플랫폼 등이 포함된다.
셋째는 고령자들이 그들을 위한 기술임에도 디지털 격차로 인해 활용하는데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고, 보다 잘 이용할 수 있도록 기술과 서비스를 원활히 연계하는 ‘기술수용 서비스’ 분야다.
고령친화기술의 중요성은 크게 두 가지로 나타난다. 고령사회가 된다는 것은 고령자들이 수동적 돌봄의 대상이 아닌 능동적 핵심 소비계층으로서 관련 시장을 주도적으로 형성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이자 산업적 측면에서 수요층이 확보된다는 의미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만 65세가 되기 시작한 베이비붐 세대는 높은 구매력을 갖고 있어 이들의 수요는 헬스케어, 주거, 식품, 여가·문화 등 생활 전반에 관련된 고령친화기술이 지속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둘째, 고령친화기술이 노인 돌봄인력 부족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데 필요하다는 점이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2040년이 되면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요양서비스 인력이 가장 부족한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근골격계 질환 등 신체적 부담이 큰 돌봄인력의 소진, 이직, 고령화 등으로 이탈이 가속화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측면에서도 고령친화기술에 대한 수요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최근 정부에서도 고령친화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고,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에도 △4차 산업혁명 기반의 다양한 기술을 활용한 생활밀착형 돌봄 기반 조성 △활동감지 센서 등을 활용한 응급안전안심서비스와 보건소 대상 AI, IoT기반 건강관리사업 확대 등 스마트기술을 활용한 돌봄 확산 △고령친화산업과 연계하여 돌봄로봇 등 복지기술 R&D를 강화하고, 노인복지관·요양시설 등을 리빙랩으로 지정하는 등 돌봄기술 개발 지원 등 내용이 포함됐다.
특히 돌봄로봇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기술개발 연구와 실증이 최초로 이루어진 점은 높이 평가한다. 돌봄로봇은 ‘로봇기술이 응용되어 이용자의 자립지원, 돌봄인력 부담 경감에 도움이 되는 돌봄 관련 기기’로 정의되며, 유럽에서는 Care Robot, 일본에서는 개호로봇으로 불린다. 우리나라에서는 2019년부터 이승보조로봇, 욕창예방로봇, 배설보조로봇, 식사보조로봇 4종에 대해 기술개발과 실증 및 서비스 모델을 개발하는 연구가 이루어졌다.
이 중 필자가 연구를 수행한 이승보조로봇에 대해 요양보호사를 대상으로 사용성 평가 및 실증연구를 수행한 결과, 조작이 편리하고, 근골격계 질환을 유발하는 신체적 부담을 경감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이승보조로봇을 이용하고 싶다고 한 요양보호사가 84%에 달할 만큼 이용 의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일본, 호주 등에서 적용하는 No Lift Policy(노인·환자 이송과정 중에 돌봄인력이 직접 들지 않고 장비를 사용하는 것)를 우리나라에 도입하려면, 기술 상용화, 돌봄인력에 대한 교육훈련, 제도 정비 등 다각적인 준비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고령친화산업 발전, 지속적 투자 통한 생태계 조성 중요
고령친화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첫째, 고령친화산업과 고령친화기술 국가로드맵을 수립해 지속적으로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 우리나라 고령자에게 적합한 기술 개발부터 사용자 관점에서의 실생활 기반 대규모 실증, 서비스 모델, 지원금 등 공적 연계, 사업화 및 글로벌 시장 진출에 이르기까지 전 주기적 관점에서 연계가 중요하다.
둘째, 관련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기존 산업과 첨단기술 간의 융합, 제품과 서비스 간 융합 촉진과 같은 직접적 지원뿐 아니라 고령친화산업 기업의 금융 접근성 제고, 해외시장 진출 지원체계 마련 등 성장환경 조성에도 노력해야 한다. 특히 노인장기요양보험 복지용구 급여제도 및 관련된 공공 사회서비스의 수혜대상을 노인뿐 아니라 돌봄인력까지 포괄할 수 있도록 확대 개편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해 보아야 한다.
셋째, 고령친화기술 개발·연구와 서비스 분야의 문제해결형 융합 전문인력 양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아울러 돌봄인력과 고령자 모두를 대상으로 기술 활용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개발·제공해야 한다. 특히 날로 디지털화되는 근무환경에 놓인 돌봄인력을 위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교육훈련이 중요하다. 2020년 기준 전체 돌봄인력의 88%를 차지하는 50대 이상의 돌봄인력들이 점차 고령화되어가면서 고도화되는 돌봄기술 제품을 유용하게 사용하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고령친화산업의 범위를 고령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위한 산업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현재 노인장기요양보험에 기반한 돌봄 서비스뿐 아니라 마이데이터 기반 헬스케어서비스, 이동서비스, 실버 투어리즘 등으로 넓혀 나가야 한다.
다섯째, 고령친화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특히 연계·협력이 중요하다. 해외 각국은 디지털대전환 시대를 맞이해 대학을 가교로 삼아 고령친화산업 업종 간 연계와 협력, 자율성을 강조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경희대학교가 운영하는 ‘고령친화산업 네트워킹 플랫폼(New Aging Platform)’에 연계된 약 200개 기업이 욕구에 따라 서로 협력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국내 고령친화산업 생태계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모든 사람은 나이 들어간다. 모두가 존중받으며 나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한 방법이 고령친화산업을 육성하는 것이다. 고령친화산업은 고령자에게 품질 좋은 제품·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삶의 질을 높이고, 청장년층에게는 개발자·서비스전문가 등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줌으로써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새로운 성장 엔진이 될 것이다. 고령친화산업이 꽃 피울 수 있는 생태계 마련이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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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복지타임즈(http://www.bokji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