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우리말의 유래
◇ 암죽
'낟알 가루나 밤으로 묽게 쑨 죽'을 가리키는 말이다.
암죽은 '밤죽'이 변한 말이다. 밤죽의 '밤'이 '밤→밤(순경음 ㅂ)→왐→암'의 변화 과정을 거쳐 지금의 암죽으로 된 것이다. 따라서 처음에는 밤으로 쑨 죽을 암죽이라고 하였으나, 지금은 쌀이나 다른 낟알을 가지고 쑤는 것까지 두루 일컫는 말이 되었다.
산모가 젖이 부족하거나 혹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아기에게 젖을 먹일 형편이 되지 않을 때 주로 암죽을 먹여 키운다.
◇ 압구정동
한강변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 있는 압구정동(狎鷗亭洞)은 바로 그 강변에 있었던 세조(世祖) 때 권신(權臣) 한명회(韓明澮)의 정자 이름이 그대로 동명이 된 것이다.
두 임금을 받들어 세움으로써 네 개의 공신(功臣)을 겸하고, 두 임금의 장인이었으며 최고의 벼슬인 영의정을 수삼년 동안 거치므로서 도합 73년간이나 벼슬밭에서 영화를 누렸던 한명회(韓明澮)는 벼슬밭에 뜻이 없었다는 세평을 듣고 싶어 짐 짓 이곳에 정자를 짓고 갈매기와 친하다(狎)는 뜻으로 압구정이라 이름지었던 것이다.
하지만 민심(民心)은 그의 위선에 우둔하진 않았던 것이다. 그 정자의 벽에 낙서(落書)가 끊이질 않았다. [정자는 있으나 그곳에 돌아가 쉬는 자 없으니 누구라 갓 쓴 원승이라 일러 예이지 않으리요] 하는 낙서며, 정자 현판 아래 친할 [압(狎)]자를 억누를 [압(押)]자로 바꿔 압구정(押鷗亭)이라 쓴 낙서며.... 우리 나라 낙서는 이같이 비판적인 전통이 있었던 것이다.
*출처:조선일보, 이규태 코너
◇ 애매모호
'희미하여 분명하지 않음'이라는 뜻이다.
우리말의 '애매하다'는 벌은 받았으나 실은 죄없음을 뜻하는 말로, '애꿎다', '억울하다'와 같은 뜻을 지닌 말이다.
그런데 일본말에 한자어로 '애매'가 있는데, 이 말은 우리가 쓰는 한자어인 '모호'와 같은 뜻을 지닌 말이다. 그러다 보니 일본식 한자투에 익숙한 일부 지식층이 두 말을 잘못 결합하여 쓰던 것이 오늘날까지 그대로 굳어지고 말았다. 따라서 '불분명하다'는 뜻을 나타내고자 할 때 '애매하다' 또는 '애매모호'라는 말은 사용하지 말아야 하며, 그냥 '모호하다'라고 해야 용법에 맞는다.
◇ 야단법석
'여러 사람이 한 데 모여서 서로 다투고 떠들고 하는 시끄러운 판'을 뜻하는 말이다.
'법석(法席)'은 원래 불교 용어로 '법회석중(法會席中)'이 줄어서 된 말이다. 대사의 설법을 듣는 법회에 회중(會衆)이 둘러 앉아서 불경을 읽는 법연을 일컫는 말로서 매우 엄숙한 자리를 뜻하던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엄숙한 자리에서 무슨 괴이한 일의 단서(端緖)가 야기(惹起)되어 매우 소란한 형국이 되었다는 의미로 '야단 법석'이라는 말을 사용하게 되었다.
◇ 약오르다
'화가 나다'의 뜻이다.
원래 고추, 담배 등의 자극성 약초가 잘 성숙하여 독특한 자극성 성분이 생기는 것을 '약이 오르다'고 하던 것이 점차 그 뜻이 확대되어 사람의 성질을 나타내게끔 되었다. 식물이나 사람이나 독한 기운이 뻗친다는 면에서는 서로 통하는 표현이다.
◇ 양말
여러분이 신고 다니는 `양말`이 한자에서 온 말이라고 하면 깜짝 놀라시겠지요.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한자어입니다. 원래 버선을 한자로 `말`이라고 했습니다. `버선 말`자이지요. 그런데 서양에서 이 버선과 비슷한 것이 들어오니까 버선을 뜻하는 `말`에 `양` 자를 붙여서 `양말`이라고 했습니다. 버선하고 양말이 이렇게 해서 달라졌던 것입니다.
이렇게 서양에서 들어 왔다고 해서 `양` 자를 붙이거나 `서양`을 붙여 만든 단어들이 꽤나 있습니다. 그 예가 무척 많음에 놀라실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그 뜻도 잘 모르게 변한 것들도 많습니다. 몇 가지를 예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양철`(또는 `생철`)
양철도 `철`에 `양` 자가 붙어서 된 말입니다. 쇠는 쇠인데, 원래 우리가 쓰던 쇠와는 다른 것이 들어 오니까 `철`에 `양`자만 붙인 것이지요. 더 재미있는 것은 이 `철`에 `서양`이 붙어서 `서양철`이 되고, 이것이 다시 변화되어서 오늘날에는 그냥 `생철`이라고도 하는 것입니다.
◇ 양동이
국어에 `동이`라고 하는 것은 물긷는 데 쓰이는 질그릇의 하나인데, 서양에서 비슷한 것이 들어오니까 여기에 `양`자를 붙여 `양동이`라는 단어를 만든 것입니다.
◇ 양순대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는 말인데, 서양에서 `소시지`가 들어 오니까 `순대`에다가 `양`자를 붙여 `양순대`라고 했는데, 이것을 쓰지 않고 `소시지`라고 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되살려 쓰고 싶은 단어입니다. 중국의 우리 동포는 이 `소시지`를 `고기순대`라고 하더군요. 너무 잘 지은 이름이 아닌가요?
◇ 양은
양은은 `구리, 아연, 니켈을 합금하여 만든 쇠`인데, 그 색깔이 `은`과 유사하니까 `은`에 `양`자를 붙여 `양은`이라고 한 것입니다.
◇ 양재기
`양재기`는 원래 `서양 도자기`라는 뜻입니다. 즉 `자기`에 `양`자가 붙어서 `양자기`가 된 것인데, 여기에 `아비`를 `애비`라고 하듯 `이` 모음 역행동화가 이루어져 `양재기`가 된 것입니다.
◇ 양회
이 말도 앞의 `양순대`와 같이 거의 쓰이지 않는 말입니다만,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세멘트`를 `양회`라고 했습니다. `회`는 회인데 서양에서 들여 온 회라는 뜻이지요. 이 말도 다시 썼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양행
이 말도 오늘날에는 쓰이지 않는 말이지요. 서양에 다닌다는 뜻으로 `다닐 행`자를 붙인 것인데, 이것이 무역회사를 말하는 것입니다. 오늘날 `유한양행`이라는 회사가 그렇게 해서 생긴 것이지요.
이 이외에 `양`자가 붙어서 만든 단어들을 몇 가지 들어 보겠습니다. 양복, 양장, 양궁, 양단, 양담배, 양란, 양배추, 양버들, 양식, 양옥, 양장, 양잿물, 양주, 양초, 양코, 양파, 양화점 등.
*출처:<우리말 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