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 여행-41
여름 늦은 오후의 시골 풍경은 평화스러웠다. 늘 생각했듯이 바람이 불지 않는 날은 무조건 좋은 날이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강변이라서 바람이 늘 불텐데 윤주가 오니 자연도 편히 쉬라고 도와주는구나. 아주 평화로운 저녁이다. 자~ 가자. 조금만 더 가면 우리가 묵을 호텔이 나올거다."
"오빠는 말도 소설 같이 잘해요. 저는 바람에 대해서는 많이 생각을 못했어요. 참 그동안 살면서 너무 자연을 접하지 못했어요. 오빠를 만나 며칠되지 않았지만 저에게는 너무나도 중요한 삶의 변화가 생겼어요."
오딧시는 천천히 조용히 국도를 달리고 있었다. 간간히 앞지르는 차와 마주와서 지나가는 차들이 있었지만 그들이 이야기하는데는 방해가 되지 않았다.
"어떤 변화?"
윤주는 앞을 보며 잠깐 생각에 잠겼다.
"첫째는 절묘하게 당신을 만나 이렇게 새롭고 아름답기까지 한 마지막 삶을 산다는, 전혀 생길 수 없을 것 같았던 꿈꾸지도 못했던 삶을 살기 시작했어요. 그 속에는 사랑의 대화 장이 언제나 열려있다는 것이고요, 몸도 마음도 살아야 할 이유가 생겼다는 것이고요, 전혀 잊어 버렸던 섹스에 대한 관심도 가지고 그 행위도 해 볼 수 있다는 것이고요 마지막으로 당신을 사랑하며 남은 생을 마감할 수 있다는 것이예요."
윤주는 말을 마치고 운전하고 있는 그의 옆얼굴을 보고있었다. 그는 서서히 속력을 줄여 길가에 차를 세우고 윤주에게 고개를 돌리면서 윤주의 어깨를 잡고 당겼다. 기다렸던 것 같이 윤주도 그에게로 얼굴을 가까이 했다.
"박윤주. 사랑한다."
그 말과 함께 그는 윤주의 머리를 잡고 키스를 하였다. 젊은 사람들의 키스와 같을 수 있겠는가 마는 그들은 진심어린 키스를 하였다.
"여보 그리고 오빠. 사는 동안 오빠의 건강은 제가 책임질테니 저의 말을 따르셔야 해요. 아셨죠?"
"고맙다. 윤주야. 집안 일이든 뭐든 힘든 것들은 다 나에게 맞겨. 내가 다 처리할거야. 알았지?"
"ㅎㅎㅎ. 예. 알았어요. 든든한 보디가드가 있어서 저는 행복해요. 오빠~"
그들이 강변을 볼 수 있는 일층 12칸이 있는 모텔의 주차장에 도착하여 첵크인을 하고 다시 12번째 방 앞에 차를 뒤로 세워 주차하였다. 오딧시 트렁크를 열면 바로 방안에서 차로 들어 갈 수 있었다. 주변에 8대의 차가 이미 주차하고 있었다.
날은 어두워지기 시작하였다. 다행히 바람은 없었다.
"오빠. 방이 생각보다 깨끗해서 좋아요."
차에서 트렁크 정리를 하고 나오는 강석에게 이미 방 문을 열고 들어갔던 윤주가 나오며 미소띄며 말했다.
"화장실은 어때? 내가 좀 봐야겠다."
"오빠. 제가 이미 봤어요. 쓸만해요. 좋아요. 우리 저녁 뭐 먹어요?"
황혼 여행-42
"오케이. 그러면 윤주 먹고 싶은 것 말해봐. 그것 먹자."
사용할 화장실이 좋다면 좋은 거다. 여러 종류의 많은 사람들이 사용했던 것이기에 이왕이면 문제없는 화장실과 욕실들이 중요하다. 물론 침대와 시트도 첵크해야 되고 심지어는 방 냄새도 첵크해서 공기 환기를 해야한다. 우리는 저녁 식사 전에 창문을 열고 환기겸 맑은 공기가 순환하게 하였다.
"오빠. 저 강가에 테이블과 의자가 있는데 그곳에가서 라면이나 뭐든 우리가 직접 해 먹어요."
해가 금방 지고난 후 라서 여명이 남아 아직 훤하다. 적어도 1시간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서둘면 될 것이다.
"오케이. 나는 저곳 테이블에 식사 준비를 할테니 윤주는 라비에 가서 마실 것 좀 사와. You got it?"
"Yes. I got it."
강석은 차에서 일회용 버너와 냄비 그리고 한국산 라면 2개와 계란 2개 나무 젓가락 2개 핫소스 그리고 마실 물 2병과 실버칼라가 코팅된 테이블 덮개를 챙겨 강이 보이는 잔디 공원의 가장자리에 있는 나무 테이블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강석에게 라면 끓이는 것은 쉬웠다. 늘 하던 일에 젓가락 하나 더 놓는 것이다. 버너를 켜고 냄비에 물 담아 올리고 테이블 위에 커버를 하고 식사 셋팅을 하였다. 그때 윤주가 음료수 3병을 들고 헐레벌떡 달려왔다.
"할매요. 천천히 조심해서 오소."
완전 경상도 사투리였다. 그가 몇 발자국 마중가서 음료수를 받았다.
"오빠~ 나 라비에서 연애할 뻔 했어요."
"으하하하. 뭐! 누구하고?"
"그 동네 아저씨들하고."
"그런데?"
황혼 여행-43
"왜요?"
"연애하고 싶을 정도로 섹시하고 매력적인 여성을 그냥 보내다니 ㅎㅎㅎ."
"맞아요. 그건 그래요. 여보~ 아니다. 오빠. 지금 이런 분위기에 있으니 정말 20대 처녀 같은 기분이들어요. 남들은 그렇게 보지 않겠지만, 저는 스스로 뭐든 잘 할수 있을 것 같고요. 정말 활기가 넘치는 것 같아요."
박윤주는 그 말을 하고 활짝 웃었다.
"윤주야. 같아요 가 아니야. 몸과 마음이 지금 그런 상태인거야. 나도 너가 옆에서 그렇게 웃고 재미나게 행동하고 잘 움직이니 동화되어 젊어진 것 같다. 나이 든 사람일수록 자주 웃는게 주변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돈도 안드는데 뭐."
강석은 말을 마치자 어색한듯 커피를 한모금 마시고 담배를 입에 물었다.
"오빠~ 식사하고 담배피셔요."
강석은 놀랐다. 그는 실수한거다. 잊은거다. 라면이 다 끓은채 먹어주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오빠. 어서 먹고 보고 피우고 들어가서 우리 사랑 놀이해요."
그들은 라면을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맛있게 먹었다. 윤주가 주변을 정리하는 동안 강석은 두 개피의 담배를 더 피며 어스름한 강변의 낭만을 만끽하였다. 이렇게 만족스러운 풍경에서 마음놓고 담배를 즐기는 것도 참 오랫만이라 생각하도 있는데 윤주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마앗. 오빠!"
잔디 공원과 주차장 경계 턱에서 윤주가 넘어지며 지른 비명 소리였다. 놀라 달려가니 윤주가 옆으로 쓰러져 있었다.
"왜 이렇게 된거냐?"
강석이 윤주를 일으켜 앉게하고 다리를 먼저 살펴보았다.
"오빠. 나 다친 건 아닌데 발을 잘못 디뎌 넘어졌어요. 일으켜 주세요."
"정말! 자 보자~"
그가 겨드랑이에 팔을 넣어 일으켰다. 그리고 몸 전체를 살펴보았다.
특히 다리와 팔을 살펴보았다. 얇은 면바지 무릎이 찢어졌고 왼쪽 팔꿈치에 작은 상처가 났다.
"발을 들어 움직여 봐. 그리고 팔도 움직여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