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진술 서울행정법원 제13부 귀중
저는 25년 노동운동을 하며 전국노동조합협의회, 민주노총 결성을 도왔습니다. 1997년 노동운동을 그만두고 당면한 노동조합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대만국립사범대학 역사연구소 박사 출신인 아내 김동애 선생의 지도 아래 『한국노동사와 미래』(선인 2005)를 8년 4개월 걸려 썼습니다. 이를 계기로 강수돌 교수의 추천으로 고대의 초청을 받아 <노동의 역사> <노동의 미래> 과목을 15학기 동안 강의했습니다.
저는 이 강사 생활을 강의 연구 사회봉사의 세 측면에서 평가합니다.
먼저, 강의의 측면입니다.
저는 강의실에 질문 대답이 없는 침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고 4년쯤 지나 학생주도 토론수업을 했고 이 문제를 극복했습니다. 학생이 실라버스에 따라 토론주제를 정하고 5명 단위의 학생이 토론-발표하고, 다시 전체토론-발표하고, 강사가 평가하는 방식입니다. 이 과정을 거치며 학생은 자신이 누구이며 사회에서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를 알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직업을 찾는데 도움을 받았습니다.
둘째, 연구의 측면입니다.
강의를 시작한 학기에 인사-조직행동팀의 좌장인 고인이 된 김문석 부총장이 강수돌 교수 그리고 저와 식사하며 저에게 대학에서 전임교수가 되는 최소한의 요건이 석사다, 돈이 들어가지 않는 해외대학의 석사과정을 소개 할테니 이수하는 것이 어떠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일이지만 학문문야에 정통한 박사 교수와 현실을 더 아는 제가 협력하여 어떤 문제를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연구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사양했습니다.
그리고 이후 저는 임노동이 아닌 노동, 일에 관한 기본서로 <노동의 역사 노동의 미래>(선인 2006)를 냈습니다. 그리고 협동조합에 관한 이론서인 <한국의 공동체 자기고용>(선인 2009)를 냈습니다. 이 책은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을 제정하며 협동조합에 관한 기본서로 읽히고 있습니다. 이 책의 이름을 <한국의 협동조합>로 바꾸는 수정증보판을 준비 중입니다. 그리고 5년째 중국사 전공인 아내와 함께 <동아시아노동사>를 집필중입니다. 한·중·일은 물론 미국의 서부, 러시아의 동부, 인도 파키스탄, 호주를 포함하여 하나의 생활권인 동아시아에서 노동 생태 민주주의 평화를 아우르는 동아시아공동체의 상을 정립하는 작업입니다.
셋째, 사회봉사의 측면입니다.
강의를 하며 강사가 고등교육법에서 교원이 아니며 이 때문에 비판적인 연구 강의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2007년 9월 7일부터 만7년 넘게 국회 앞 농성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도 있었지만 한경선 서정민 박사의 제도개선을 요구하며 자신을 희생시킨데 힘입어 2011년 강사가 교원이나 교육공무원법 사립학교법 사립학교연금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고등교육법을 개정해 두 차례 유보 되어 이 일명 강사법은 2016년 1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현재 대교협은 무늬만인 교원지위를 폐기하려 하고 강사들은 위의 세 가지에서 ‘아니한다’는 단서를 삭제하는 일이 과제입니다. 동시에 현재 61%(겸임교원등 20% 포함)인 법정정규교수 권장 충원률을 100%로 올릴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고대 내부로 돌아와 강사와 학생이 관련된 일 가운데 중요한 일이 강사료 인상과 학생 상대평가의 절대평가 전환입니다. 2011년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을 결성해 고대에게 강사료를 국립대수준으로 인상하고 상대평가를 절대평가를 전환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고대는 이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2013년 김한용 수학과 강사가 강의실에서 쓰러져 사망했는데 이것은 노조가 요구하는 강사의 건강진단만 했더라도 막을 수 있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단체교섭을 처음 시작할 때 명순구 교무처장은 “강사료 인상은 나는 물론 총장이나 이사장도 결정 못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이 말이 사립대학들이 강사료 인상은 국고로 하자고 묵계된 데서 오는 것으로 이해합니다. 당시 명순구 교무처장은 전국교무처장협의회 부회장(회장은 목포대 교무처장)으로 전국 대학의 입장을 대변하는 위치에 있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고대에서 2012년 2월 15일 농성을 시작해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대학에 대한 비판적인 태도와 활동이 대학에 널리 퍼진 비판을 억제하는 학문 풍토, 상대평가의 주입식 교육, 대기업이나 사(士)자 직업을 선호하는 대학교육의 목적, 학벌주의, 상업주의에 배치된다고 보아 인사-조직행동 분야 전공교수들도 학생도 본인도 계속하기를 원하는 강의를 자른 것으로 봅니다. 제가 다른 강사처럼 자기 검열했다면 해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것은 2005년 고대가 저를 강사로 초청한 취지에 어긋납니다.
저는 고등교육법 개정 요구 농성이나 노동조합 활동이 제 연구시간을 줄이는 문제가 있지만 이런 활동 역시 학문의 인프라를 개선하는 학문 활동의 하나로 봅니다.
본인이 다시 강의실로 돌아가 학생들과 토론하며 강의하고 연구하는 기회가 돌아오도록 판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2014년 10월 23일
김영곤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