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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간 도로에서 내려 영천사로 걸어간다.
중산간도로에서 거꾸로 영천사를 찾아 들어가는 길이 다소 헷갈린다.
태고종의 영천사에는 스님과 경내를 찾은 불자들도 안 보인다.대웅전도 잠겨있어 인증샷만 하고 발길을 되돌린다.
영천사에서 중산간도로까지 30분정도 걸어 나온다.
귤농장 비닐하우스 길가에 수도가 있어 더울때는 목물이나 얼굴을 한번 적시고 스카프나 수건에도 물을 적셔 가기 좋다.
해안일주도로를 만날때까지 올레길은 전부 귤농장들이다.
신흥천을 건너는 삼석교다.4코스 23km 중 16.4km를 통과하는 지점이다.
언제부터 가물어서 물길이 끊긴지는 몰라도 아마도 오래된듯 하다.
지열이 심한 도로를 한낮에 걷는다는건 정말 힘든다.
요즘, 농장직거래가 인터넷으로 인해 참 편리해졌다.
다시 1132번 해안일주도로를 건넌다.
바다로 걸어 간다는 생각에 해풍까지 불어주니 힘든 올레길도 견딜만 하다.
태흥2리 포구의 방파제 등대가 반갑게 느껴진다.
옥돔은 언제 잡으러 가는걸까?...
너무나 한적하다.
인적은 드물고 햇살만 따갑다.
할망의 인생은 옥돔잡는 바늘만큼 끼고 돈 세월이었으리라.
100여개의 낚시줄이 엉키지 않게 정리해서 미기를 꽁치나 고등어같은 등푸른 생선으로 하고 한낮에 주낙을 부표에 매달아 띄우고
다음날 아침 6시경에 걷으러 나간다. 하루종일 바다와 버티며 고기를 낚는 것과는 달리 편한 낚시법이긴 한데,
한틀에 100여개의 낚시줄을 엉키지 않게 정리해서 미끼를 꿰고 던져넣는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태흥2리의 천연잔디 축구장이 이채롭다.아마도 프로축구단이나 클럽의 겨울철 훈련캠프 같다.
너무 더워서 조망이 멋지고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주는 소나무정자에서 쉬어간다.
뒤돌아 본 태흥2 리 포구...이제 4km정도 남았다.한시간만 가면 남원포구다.
우리님들 이것저것 신기해서 가던 발걸음 멈추고 차안에 기웃거리며 신기한듯 눈길을 멈춘다.
제주도 해녀들이 잡은 `바다고디` 종류인 `보말`이다.삶아서 이쑤시개로 빼먹는 맛이 환상적인데...
바다도 푸르고 하늘도 푸르다.바람을 적신 마음마저 푸르다.
보말과 소라를 채취하나 보다.
의귀천이 흐르는 태흥1리로 접어들고...
회사 정문에 방사탑으로 대문을 만들어 둔게 이채롭다.
멀리 5코스를 걸으면서 보게 될 섶섬이 아득히 보인다.
의귀천 위로 태흥교를 건너 가야 할 것이고...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안쪽의 너른 곳에 작은 포구를 만들어 두었다.
잔디공원에 소나무들과 정자가 올레꾼들을 쉬어가라 한다. 편안히 바람 맞으며 바라보는 바다가 마음을 차분하게 한다.
태흥2리어촌종합센터다.어촌계인가 보다.
봉수대인 벌포연대다.
제주석이 아닌 조형석으로 담장을 둘리고 징크보드로 심플하게 지은 집에 눈길이 간다.
남원포구에 도착해서 걸어온 길을 뒤돌아 본다.먼 길 잘 마무리함을 자축한다.
5코스 시작점인 남원포구에있는 제주올레 사무소에 들러서 생수도 마시고 제주올레축제 이야기도 미리 듣는다.
제주올레 기념품도 판매하고 제주올레길 카다록과 축제관련 안내 카다록도 챙겨본다.
포구옆에는 해수풀장이 있어 아이들이 신난다.
힘들었지만 한가로운 남원포구가 너무 반갑고 정겹다.
내일 올레길5코스는 아치형 남룡교에서 시작을 할 것이다.
더워서더 멀어 보인 올레길4코스를 지치고 힘들어도 끝까지 완주하여 보람을 느끼는우리님들.파이팅!~
가지 않을 수 없는 길
- 도종환-
가지 않을 수 없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 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한번쯤은 꼭 다시 걸어 보고픈 길도 있고
아직도 해거름마다 따라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길도 있다
그 길 때문에 눈시울 젖을 때 많으면서도
내가 걷는 이 길 나서는 새벽이면
남 모르게 외롭고 돌아오는 길마다
말하지 않은 쓸쓸한 그늘 짙게 있지만
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 어떤 쓰라린 길도
내게 물어오지 않고 같이 온 길은 없었다
그 길이 내 앞에 운명처럼
파여 있는 길 이라면 더욱 가슴 아리고
그것이 내 발길이 데려온 것이라면
발등을 찍고 싶을때 있지만
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를 지나
지금 내 속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오늘 아침엔 안개 무더기로 내려 길을
뭉텅 자르더니 저녁엔 헤쳐온 길 가득
나를 혼자 버려둔다.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는 길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이튿날의 올레길은 마지막 날을 위해 일찌감치 갈무리한다.
정성이 가득한 밥상은 보약이라 해야겠지.오늘은 무엇보다 맛있게 먹는게 행복이다.ㅎㅎㅎ
제주의 이튿날 밤도 여전히 열정으로 올레길 걸음만큼 뜨겁다.
찰스 랜드보로(Charlie Landsborough) - If On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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