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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三國志) (169) 당양현(當陽縣)의 영웅
한편, 조조의 대군을 맞아 분전을 펼치던 유비는 죽은 유경승의 맏아들 유기가 태수로 있는 강하로 군사는 물론, 18만에 이르는 신야성 백성들까지 거느리고 피신길에 올랐다.
갈 길은 멀고 행군 속도는 더디고, 유비는 공명, 관우와 함께, 강하에 이르는 당양현(當陽縣)까지 간 뒤, 그들을 따라 피난하는 신야성 백성들의 행렬을 살펴보며 근심하였다.
"내죄야! 내 죄가 크도다!..."
유비가 자조섞인 독백을 중얼거렸다. 그러면서 뒤따라 오는 지친 백성들을 바라보며,
"백성들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백성들을 해치는 꼴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하고, 자학(自虐)하였다.
공명이 그 소리를 듣고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하!.. 주공, 어제는 이십리를 행군했지만, 오늘은 십 리에 그쳤습니다. 이대로는 보름이 지나도 강하에 도착하기 어렵습니다. 지금쯤은 조조의 추격군이 쫒아오고 있을 텐데, 큰일 입니다. 이틀 후에는 그들에게 따라 잡힐 것 같습니다."
그 말을 듣고, 유비가 공명에게 묻는다.
"그러면 어찌하면 좋겠소?"
그러자 공명은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고 낙담한 표정으로 말한다.
"백성들을 포기하고, 군사들 만이라도 속히 전진해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습니다."
하고, 말한다.
그러자 잠시 생각에 잠겼던 유비는,
"내게 버려진 백성들은 어디서 새 삶을 찾으리오. 이토록 나와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하겠다고 따라오는 백성을 두고는 차마..."
유비는 자신을 의지하고 따라오는 백성들을 차마 버리고 떠나자는 소리를 할 수 없었다. 공명이 유비의 심중을 알고 말한다.
"주공, 성군은 백성에 의지하되 얶매이지는 않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소를 위해 대를 잃고, 백성도 주공도 망치게 됩니다."
그러자 유비가 공명을 향해 돌아서며 말한다.
"사람은 어려울 때 가족에게 의지하는 거요. 백성들이 어려울 줄 알고도 우리를 따라 온 것은, 바로 우리를 가족으로 여기기 때문이오. 역대 제왕들은 하나같이 백성을 자신의 도구로 삼았지만 나는 다르오. 나는 민심을 얻는 것이 천하를 얻는 것 보다 더욱 힘들다고 생각하오. 군사! 비록 우리가 몰려오는 조조에게 화를 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것이 두려워 백성을 먼저 버리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오. 그리하면 지위와 명예는 물론,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오. "
하고, 말을 하고 , 분연히 그 자리를 떠나는 것이었다.
공명은 그 말을 듣고,
"신이 정말 어리석었습니다. 다시 대책을 강구해 보겠습니다."
하고, 자리를 떠나가는 유비의 의지에 경의를 표해 보였다.
유비가 자리를 떠나자, 지금까지 옆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관우가 공명에게 말한다.
"군사, 내가 존경하는 세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하늘, 둘째는, 땅, 셋째는 큰형님 유현덕이오. 현덕 형님의 어진 마음은 하늘보다도 높고, 땅보다도 넓소."
그러자 공명이 말을 받는데,
"이제야 알겠습니다. 세 분 형제께서 어려운 가운데서도 넘어지지 않는 이유를 ... 존경합니다."
하고, 말하며 관우에게 경의를 표하였다.
관우가 다시 말한다.
"어서 다시 길을 떠납시다."
그러나 공명은 고개를 흔들며,
"이대로 가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입니다. "
하고, 말을 하자 관우가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무슨 대책이라도 있는 거요?"
하고, 물었다.
그러자 공명이 고개를 끄덕이며,
"네!"
하고, 대답을 하고 나서, 고개를 쳐들고 관우를 향하여 군사로서의 명령을 하달한다.
"관 장군!? 장군은 지금 곧바로 강하로 달려가서, 유기 공자에게 지원군을 요청하시오. 조조의 대군은 주공뿐만 아니라 강하도 노리고 있습니다. 강하가 곧 위기에 휩싸일 것입니다. 유기 공자는 주공의 조카가 되시니, 분명히 주공을 도와 조조의 대군에 대적해 올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허나, 곧 조조가 올 텐데 어찌 제가 형님 곁을 떠나겠습니까?"
관우는 유비와의 피난 행렬을 떠나 있는 것에 대한 염려를 드러내었다.
그러자 공명은 냉철한 어조로,
"위기를 넘기려면 다른 수가 없습니다. 관장군의 적토마는 그 어떤 전마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르니, 반 나절 안에 강하에 당도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반드시 장군께서 가셔야 합니다."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관우는 현실을 직시하고,
"그러면 형님께 여쭤보겠습니다."
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공명은 그 말을 듣고, 즉시 관우를 말린다.
"아! 괜찮을 테니 그냥 가시죠."
"알겠습니다."
관우는 그 즉시 적토마를 달려 강하로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
한편, 조자룡은 유비의 감 부인, 미 부인을 비롯해 아들 아두(阿斗)일행의 수레를 호위하고 강하로 가던 중에, 조조군의 기습을 당하여 수레가 뒤집어 지고 싸우는 통에, 그들을 잃어 버리고 말았다.
(만약 주공의 가족들을 찾지 못하면 무슨 낯으로 주공을 뵈오랴!)
조자룡은 그렇게 생각하고 피난 백성들 틈을 비집고 다니면서 유비의 가족을 찾아 헤매었다.
그렇게 다니길 얼마 후, 군사 몇 명이 달려오며 외친다.
"장군님! 장군님!"
돌아보니, 가족들이 탄 수레를 몰고 가던 군사들이었다.
"주모님들과 도련님은 어디 가시고 너희들만 남았느냐? "
"두 분께서는 적의 눈을 피하기 위해 수레를 버리시고 피난하는 백성들 틈에 끼어 남쪽으로 내려가셨습니다."
조자룡은 그 말을 듣기가 무섭게 말머리를 남쪽으로 돌렸다.
그리하여 얼마를 달려가도 피난 백성들의 행렬은 끝없이 계속되는 것이 아닌가.
조자룡은 거의 울상이 되어,
"주모님!? 주모님은 어디 계십니까? 도련님은 어디 계십니까?"
하고, 피난 백성들 틈을 비집고 달리면서 소리쳤다.
그때, 일단의 조조군에게 쫒기는 피난민 속에서,
"조 장군! 여기요!.. 장군?!"
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그 소리는 감 부인의 목소리가 틀림없었다.
조자룡은 급히 소리가 나는 곳으로 말머리를 돌렸다.
과연 그곳에는 감부인과 그녀를 부축하고 있는 시종이 보였다.
그들은 조자룡을 향해 급히 달려오다가 그대로 땅바닥에 넘어져 버렸다.
그 순간 뒤쫒던 조조의 병사가 감부인을 창으로 찌르려는 위급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조자룡은 들고 있던 창을 그대로 집어 던져, 감부인을 찌르려던 조조의 병사를 마상에서 거꾸러뜨렸다.
그리고 이어서 덤벼오는 조조의 병사와 무기 없이 마주했다.
그리하여 놈들이 찌르는 창을 피하며, 그자가 타고 있던 말고삐를 들어올려 놈을 말위에서 거꾸려뜨렸다.
"으악! "
조자룡은 말 위에서 떨어지는 놈의 창을 움켜잡았다.
그리고 그 창으로 나머지 놈들을 순식간에 베어버렸다.
그러고 난 뒤, 조자룡은 감부인 앞으로 달려갔다.
"부인! "
조자룡은 말에서 뛰어내려 감 부인 앞에 부복하였다.
감부인은 얼굴에 안도의 미소를 지으며,
"장군 덕분에 무사했습니다."
하고, 고마운 말을 하였다.
그러자 조자룡은,
"공자와 작은 주모님은요?"
하고, 급히 물었다.
그러자 감부인은,
"조금전 헤어졌어요..."
하고, 대답한다.
그러자 조자룡은 공자와 미 부인이 근처에 있을 것으로 판단되어 급히 일어섰다.
그러면서, 시종 두 사람에게 명한다.
"너희들은 속히 부인을 모시고 가거라!"
하고, 미 부인과 아두 공자를 찾기 위해서 말에 올랐다.
그러나 조자룡을 발견한 조조의 병사들은,
"저기, 유비의 장수가 있다! 죽여라!"
하고, 소리치며 달려드는 것이었다.
조자룡은 이들을 차례로 모두 베어버렸다.
그리고 아두 공자와 미 부인을 찾으러 조조군이 몰려오고 있는 한 복판으로 뛰어들었다.
한편, 강하로 도피중인 유비에게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된 미방이 급히 달려오며 소리친다.
"주공, 주공! 조조의 철기군이 바짝 쫓아오고 있습니다!"
유비가 그 소리를 듣고,
"빨리도 쫓아왔군!"
하고,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자, 공명은,
"어서 말에 오르시죠."
하고, 유비에게 우선 피할 것을 권하였다. 그러나 유비는,
"가자! 조조군과 맞서 싸우자!"
하고, 도망은 커녕 따르는 군사들에게 맞서 싸울 것을 소리쳐 명하였다.
"네!"
병사들이 대답을 하고, 유비는 말에 오르려 하면서 미방에게 물었다.
"자룡은?"
"부인들과 공자를 호위중입니다."
공명이 손을 들어 먼저 대답하였다.
그러자 미방이,
"아닙니다, 수레가 뒤집히고 모두 뿔불히 흩어져, 생사를 알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자룡은 단신으로 조조에게 달려간 것으로 보아, 투항하는 것 같습니다."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럴 리가 없어! "
유비가 이를 악물고 말했지만, 미방은,
"틀림없습니다, 주공! 서북쪽으로 달려가는 것을 제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습니다."
하고, 대답한다.
그러자 어느새 가까이 왔던 장비가 화를 내며,
"사람은 위기가 닥쳐봐야 안다더니, 저 혼자 살겠다고 조조에게 투항해? "
하고, 말을 내뱉자, 유비가 화를 발칵내면서 장비를 꾸짖는다.
"닥치거라! "
그리고 장비를 쏘아 보며 스스로 다짐하 듯이 소리친다.
"자룡과 나는 어려울 때 만난 사이야! 절대 우리를 배반할 리 없어! "
장비는 그 말을 듣고, 대꾸하지 아니하고 유비의 앞으로 다가간다. 그리고,
"에잇, 형님, 알겠으니 어서 길을 떠나시오. 조조는 내가 맡으리다! 어서 가시오, 어서!"
하고, 말하면서 유비의 말고삐를 쥐어준다.
그와 동시에 공명도 유비에게,
"가시죠."
하고, 어서 이곳을 떠나도록 종용하였다.
한편, 아두 공자와 미 부인을 찾아 헤매던 조자룡은 피난민이 떠난 초가의 한 곳에서 아두를 안고 있는 부인을 발견하였다.
미 부인도 조자룡을 보자, 위급한 소리를 질러대며 절뚝 거리며 다가왔다.
"조장군!..."
조자룡은 발을 다쳐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미 부인에게 다가가 무릅을 꿇었다.
"부인! 어서 제 말을 타시고 피신하십시오!"
그러자 미부인은,
"제가 장군의 말을 타면 장군은 어쩌시려구요? "
하고, 묻는다.
그러자 조자룡은,
"부인과 아두 공자가 더 중요합니다. 저는 여기서 적과 싸워 길을 막을 것이니 어서 말을 타시고 공자님과 함께 몸을 피하십시오."
하고, 말하자, 미부인은 고개를 흔들며,
"그러면 우리 모두 위험해집니다. 조장군, 아두를 주공께 데려다 주십시오."
하고, 말하는 순간, 조조의 군사들 한떼가 몰려왔다. 자룡이 미부인에게,
"어서 말에 오르십시오!"
하고, 소리치며, 말도 타지 아니하고 단신으로, 말을 타고 공격해 오는 적들을 향하여 달려 나가는 것이었다.
일촉즉발의 위기였다.
그러나 자룡은 요도(腰刀)로써 공격해 오는 적이 탄 말의 다리를 베어버려 일단의 위기를 모면하였다.
그러나 뒤이어 공격해 오는 적의 숫자는 새카만 것이 아닌가?
이런 황당한 모습을 지켜보던 미부인은 자룡을 두고 갈 수도 없는 형편에 세 사람이 모두 무사하기는 애초에 틀렸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러다가 문득 우물 하나가 눈에 띠는 것이 아닌가?
미부인은 강보에 싸인 아두 공자를 땅바닥에 내려 놓고, 그대로 우물로 달려가 몸을 던졌다.
적들과 분전을 하던 자룡이 미부인의 행동을 보고 크게 놀라며 시선이 멈칫 하는 순간, 자룡은 적이 휘두르는 창끝에 그만 찔리고 말았다.
"윽?"
그러나 자룡은 몸을 돌려 적의 창끝을 스스로 빠져 나온 뒤에 눈앞에 적들을 닥치는 대로 베고 쓰러뜨렸다.
그리고 미부인이 몸을 던진 우물로 황급히 달려갔다.
"부인! 부인! "
우물은 매우 어둡고 깊었다. 자룡이 아무리 불렀지만 미부인의 대답은 없었다.
그 순간, 우물 앞에선 어린애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자룡은 얼른 돌아다 보았다.
그것은 강보에 쌓인 아두 공자의 울음소리였다.
자룡은 강보를 들어 아두 공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 앞에는 공자의 털모자도 떨어져 있었다.
자룡은 공자의 모자를 강보 안으로 찔러 넣고, 근처에 걸려있는 천으로 강보를 싸매어 자기의 앞 가슴속으로 묶었다.
그리고 미부인이 몸을 던진 우물에 두 번 절을 하며,
"공자를 잘 모시고 가겠습니다."
하고, 살아있는 사람에게 다짐을 하듯이 말을 하고, 말을 타고 강하 방향으로 달려가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유비를 비롯한 공명과 그를 뒤따르는 신야성 백성들이 떠나버린 당양현(當陽縣) 벌판에 이르자 그들을 뒤쫓는 조조의 철기병 오천이 진형을 갖추고 자룡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 아닌가?
조조의 진형은 방패부대가 앞을 막고 있었고, 그 뒤로는 궁수들과 창검을 든 철기병들이 빽빽하게 포진하고 있었다.
한편, 유비와 공명 등을 조조의 추격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조조군이 몰려오고 있는 일선으로 달려온 장비는 장판교(長板橋)에 이르러, 그 앞에 펼쳐진 조조군의 대형을 보고 놀랐다.
그런데 그 속에는 장군 조자룡이 홀로 싸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장비가 데리고 온 소수의 군사로는 감당할 수 없는 대군이었다.
그리하여 장비는 장판교위에서 조조의 대군을 막아낼 궁리를 하였다.
장비는 휘하 장수를 불러,
"너희들은 이 뒷 산으로 돌아가서 나뭇가지를 꺾어 말 뒤에 달고 , 먼지를 일으켜 복병이 있는 것 처럼 보여라, 나는 이곳에서 혼자 있겠다."
하고, 명하였다.
그리고 자신은 홀로 장판교 위에서 장팔사모를 꼬나 쥔 채로, 전방을 뚫어져라 주시하였다.
한편, 그 시각 조자룡은 조조의 대군 앞에서 잠시 멈칫거렸다.
뒤에서는 적이 추격해 오고, 앞은 조조의 대군이 가로 막고, 그야말로 빠져나갈 틈이 없었다.
그러자 자룡은 지체없이 적의 대군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
그리하여 1 대 5천으로 싸우기 시작하였는데, 자룡의 창검은 바람개비 돌듯이 , 풍차가 돌듯이, 거침없이 적을 베고 쓰러뜨렸다.
적들이 쏘아 갈기는 화살이 자룡을 향해 날아왔다.
자룡은 창과 검을 들어 화살을 막아내었다. 그리고 주저없이 최일선의 방패부대를 향하여 돌진하였다.
창검으로 방패를 가르고 적의 창검을 피하여 뛰어넘고, 닥치는대로 적을 베어 넘겼다.
그러나 워낙 많은 적들로 인하여 길을 뚫고 지나기가 어려웠다.
적을 베어 쓰러뜨리면 또 다른 적이 달려들었다.
이렇게 하기를 오십여 합, 대군의 한 가운데서 좌충우돌 분전하는 자룡을 멀리서 지켜보던 조조가 손을 들어 자룡을 가리키며 물었다.
"저 장수가 누군가?"
그러자 조홍이 조자룡을 손으로 가르키며,
"유비의 장수인 상산 조자룡(常山 趙子龍) 입니다!"
하고, 아뢰었다.
그러자 조조는,
"보기드문 맹장이로다! 여포가 죽은 후, 저런 장수는 본 바가 없다. 내가, 저런 장수를 휘하에 거느려 보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 저 장수를 죽이지 말고 반드시 사로잡아야 하겠으니, 조자룡을 화살로 쏘지 말고 꼭 사로잡게 하라!"
조조의 명령은 즉각 수십 기의 군사들이 진지마다 급파되어 하달되었다.
자룡은 그런 줄도 모르고 아두 공자를 가슴에 품은 채 이르는 곳 마다 적의 포위를 뚫고 앞으로 내달렸다.
그리하여 화살의 염려없이 눈앞에 몰려오는 적들만 상대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조조의 바램은 정말 꿈같은 일이었다.
조조의 명령으로 화살로 공격을 하지 않게 되자, 자룡은 펄펄 날았다.
장수 서황이 자룡에게 덤벼들었으나 자룡을 위협하기는 커녕, 서황이 수세에 몰렸다.
이같은 광경을 지켜보던 조인이 조조에게 다가가서,
"승상! 아무래도 조자룡을 사로 잡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또 사로 잡더라도 ...관우의 일을 벌써 잊으셨습니까?"
하고, 말하면서 조조의 아픈 기억을 상기시켰다.
그러자 조조는 조인을 향해 돌아서며,
"흐흐흐흐!... 그렇군! 잊을뻔 했어! "
하고 말하고 나서 자리에 앉으며 명한다.
"장요, 조인! 조자룡을 죽여없애라!"
"넷!"
명을 받은 장요와 조인을 비롯해 조홍까지 합세하여 조자룡을 공격하기 위해 말을 타고 달려나갔다.
이리하여 조자룡은 조조의 막강한 맹장들과 싸우게 되었다.
그러나 그게 조자룡에게는 기회가 되었다.
조조의 세 장군이 조자룡에게 접근할 길을 터 준 것이 자룡은 빠져나갈 탈출구가 되었던 것이다.
자룡은 앞서 달려오는 조홍이 타고 있는 말의 다리를 창으로 잘라버렸다.
그리하여 조홍의 말이 앞으로 고꾸라져 버리자, 뒤이어 달려오던 조인과 장요가 눈 앞에 벌어진 장애물로 인하여 옆으로 피하는 순간, 조자룡은 역으로 그들을 피해 열린 접근로로 적들의 포위망을 벗어나기에 안간힘을 다하였다.
그 순간, 자룡은 장요가 휘두른 창검에 투구가 떨어져 나갔다.
그러나 자룡은 계속 앞으로만 달려 나갔다.
그리고 드디어 자신을 겹겹히 에워 싼 포위망을 벗어났다.
자룡은 뒤를 돌아 볼 사이도 없이 말을 달렸다.
그리하여 장판교 앞으로 달려오는 데, 조자룡의 분투 모습을 장판교 위에서 보고있던 장비가 달려오는 자룡을 보고 소리친다.
"조운! 어서와라!? 빨리!"
조자룡이 장비의 앞을 스쳐 지나가자 장비가 그의 뒤에 소리친다.
"어서가! 여긴 내게 맡기고!"
자룡은 숨을 헐떡이며 장판교를 건너 본진으로 달렸다.
그리하여 본진으로 돌아오자 그대로 땅에 쓰러져 버렸다.
그에 몸에서는 피가 무수히 흐르고 있었다.
유비가 황급히 달려나와 자룡을 부축해 일으켰다.
"자룡! 무사해서 다행이다!"
유비는 조자룡이 살아 돌아온 것에 대해 너무도 기쁜나머지 이렇게 말하였다.
"주공! 소장을 용서하소서, 아두 공자님은 지금 제 품안에 계십니다."
"뭐? 아두가 살아있다고?"
자룡이 몸에 묶은 천을 끌러 그 안에 싸고 있던 강보를 들춰, 아두 공자의 얼굴을 보았다.
그러더니 두 눈이 휘둥그래지며 유비와 주변 사람들을 놀란 눈으로 쳐다 보며,
"주공! 공자님이 방금 전까지 울고계셨는데 , 이제 막 잠에서 깨신 것 같습니다."
조자룡은 환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강보의 아두의 얼굴이 보이도록 유비에게 건네보였다.
그리고 유비의 앞에 무릎을 꿇어 공자의 강보를 들어 보이며,
"공자님을 무사히 모시고 돌아왔습니다."
하고, 말하니, 유비가 감격해 마지 않으며 공자를 받아들며 말한다.
"아두 때문에 하마터면 천하의 맹장인 조자룡 장군을 일을 뻔 했으니 큰 일 날 뻔 하였네!"
하면서 아두를 땅바닥에 던지듯이 내려놓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룡의 두 손을 잡으며 눈물지으며,
"저 놈 때문에 ...하마터면 조자룡 장군을 잃을 뻔 하였네!"
"저 놈 때문에..."
하고, 조자룡의 등을 두드리며 눈물을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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