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타악연구소(단장 방승환), 안성남사당바우덕이풍물단, 의정부시립무용단이 어우러진 무대는 4계(春, 夏, 秋, 冬)를 하나의 장(場)으로 삼고 계절에 걸맞은 놀이와 춤을 선보였다. 타악은 흥과 신명을 북돋우었고, 풍물단은 익살과 해학으로 관객과의 소통을 불러왔다. 이번 공연에서 무용단은 춤 자체의 기교 보다는 놀이패의 일원처럼 보이는 장기(長技)를 보여주었다.
1장: 춘(春), 봄기운이 완연한 가운데 '앉은반 장고놀이'는 전통기본장단을 한지의 창틈으로 들어오는 햇살처럼 조용하게 시작하여 개구리들의 울음처럼 요란함을 앉아서 연주한다. 집단 장고 연주는 빨간 색조가 두드러진 장고를 앉히고, 심박(心搏)을 연상시키는 다스름 장단을 시작으로 굿거리, 자진모리, 휘모리장단 등으로 완급을 조절하며 만춘(晩春)의 기쁨을 표현한다.
2장: 하(夏), 여름의 대표 '풍장놀이', 풍물소리에 맞추어 줄타기, 소고춤, 채상놀이, 열두발놀이 등이 흥겹게 펼쳐진다. 안무보다는 연출에 무게를 둔 놀이는 주제의 성격을 살리며 춤이 놀이와 유관함을 알린다. 춤사위는 풍년을 기원하고 붉게 타오르는 여름빛은 들판을 물들인다. 줄광대 김민중의 재치있는 입담은 관객과 널브러지게 소통하고 열광적 환호를 불러온다.
3장: 추(秋), 가을을 표현하는 가면놀이와 북놀이는 어깨춤과 발놀임이 돋보이는 덧배기춤과 익살스러운 탈춤의 조화로 신명나는 춤판과 경고와 작은 북을 이용해 재빠른 동작과 경쾌한 몸놀림으로 풍요로운 들판을 상징하는 화합과 조화의 무대를 펼친다. 가을들판을 일렁이며 춤추는 갈대처럼 덧배기춤과 탈놀음은 어깨에 흐르는 풍류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4장: 동(冬), 심장을 울리는 뜨거운 북소리, 새하얀 만년설을 물들이듯 녹여준다. 의상과 영상의 도움을 받은 의정부시립무용단의 피날레의 핵심 브랜드가 된 북의 대합주는 겨울 무대를 구성한다. 대고, 중고, 오고무, 절고, 모듬북 등 크고 작은 전통 타악기의 하모니를 통해 한 해를 마무리하고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자는 다짐의 무대가 장엄하게 펼쳐진다.
이미숙 의정부시립무용단장은 "스물여덟 번째 정기무대를 통해 2015년 한해를 신명을 다해 달려온 43만 의정부시민의 가슴에 아름답고 흥겨운 우리나라 풍류를 물들여 대망의 새해를 설계하는 다짐의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힌다. 그녀의 무용 편성 구조는 늘 기대감을 불러 왔으며, 공연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낳았다.
이미숙이 꾸린 '풍류'의 모습은 어울림이었다. 열광하는 관객들은 춤으로 '구원을 받은 의정부'를 보여주는 듯 했다. 오만과 편견, 예술을 위한 예술을 버리고 관객과 소통하며 풍류에 물든 공연은 의정부시립무용단의 이미숙 만이 해낼 수 있는 자연스런 모습이다. 낮은 곳으로 내려와 존중과 배려로 난해함을 우회하여, 관객에 눈높이에 맞춘 공연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이미숙 연출의 '풍류에 물들다'는 이미숙의 예(藝)에 정진하는 정신적 태도를 보여준다. 감각적 기교로 착시적 효과를 불러오거나, 전통의 지나친 압박과 애매모호한 자기 과시적 연희 상태를 과감히 배제하고 열린 가슴으로 관객을 껴안은 작품이다. 악기 연주와 놀이 보다는 춤 기교를 보고 싶었던 사람들에게는 약간의 실망감이 있었지만 연출의 마음을 투사해보면 해답은 쉽게 나온다. 흠잡을 수 없는 명랑 공연에 찬사를 보내며 차기 공연을 기다려본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