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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구두] 40 - 먼 길 (下)
1. S# 차 안.
선우 : 어? 아저씬.. 누구세요?
사내1 : 오늘 아가씨 차를 운전할 운전기삽니다. (고개 돌려 보면)
놀라는 선우, 재빨리 얼른 차 문을 열려고 돌아서는데 벌컥! 차 문이 열리면서 올라타는 사내2.
선우, 놀라서 본다. 얼른 반대편으로 내리려고 돌아서는데 그 반대편으로 올라타는 사내3.
선우 : 이봐요! 당신들 지금 뭐하는 거야! 뭐하는 거냐구!
그대로 요란한 바퀴소리를 내며 출발한다.
선우, 얼른 홱 돌아본다. 뒷유리창을 두드리며 승희를 부른다. “승희야! 승희야아!!!”
창밖으로 서서 선우를 쳐다보고 있는 승희. 표정의 변화 없이 그저 보다가 돌아서는 승희 얼굴에서.
선우 : 승희야아아아!!!!
2. S# 헤어샵 안.
프레임-인 되는 연웅.
연웅 : 어? 우리 선우언니 어디 갔어요?
점원1 : 좀 전에 친구분하구 같이 나가셨어요. 차에 먼저 타 계시겠다구.
연웅 : 네에? 친구가 왔다 구요? (이상하다 얼른 돌아서면)
3. S# 식장.
다들 자리 잡고 앉은 하객들. 하나 둘 시계를 보면서 기다리기 시작한다.
인수과 깡통, 수탁 쪽을 돌아보면 사회 준비를 하던 수탁, 입구 쪽에 서 있는 철웅한테 다가선다.
수탁 : 연웅 양 하구 형수님이 많이 늦는데요?
철웅 : (시계 보더니) 아무래두 여자들 꽃단장하는데 시간 좀 걸리잖냐.
그러면서도 왠지 영 기분이 이상하다. 이상한 울렁거림으로 돌아보는데서.
4. S# 헤어샵 앞.
밖으로 나와 보는 연웅.
연웅 : 어어? 이상하네? 차가 어디루 간 거지? (돌아본다. 이상하네 정말.. 시선에서)
왔다 갔다 하는 연웅, 뭔가 안 좋은 예감으로 여기저기 돌아보는데 울리는 전화벨.
연웅 : (받아들며) 여보세요? 어.. 수탁오빠.
수탁F : (insert> 얼굴) 아직 출발 안 한 거예요 연웅 씨? 지금 다들 기다리고 있는데.
연웅 : 아니 글쎄 그게.. 선우 언니가 없어졌어. 스타킹에 구멍이 나서 갈아 신으러 잠깐 자릴 비웠는데..
(계속 두리번거리다 멈칫..)
그 때 건너편으로 보이는 차 뒷유리창으로 겨우 일어나 앉은, 입에 청테잎이 붙여진 운전기사의 얼굴이 보인다.
연웅, 놀라서 건너편 차로 다가가 차 문을 연다. 온통 땀 범벅이에 손발이 꽁꽁 묶힌 채로 있는 운전사.
수탁F : 연웅 씨! 왜 그러십니까? 연웅 씨!
연웅 : 어머나.. 어떡해.. (멍하니 쳐다보는 시선에서)
5. S# 성당 앞.
철웅 : (놀라서 돌아본다) 뭐? 선우가 없어져? 그게 무슨 소리야!
수탁 : 글쎄 그게.. 운전하는 사람이 손발 꽁꽁 묶여, 입에 테잎까지 붙여진 채로 다른 차에서 발견됐답니다, 철웅이 형.
철웅 : (잠시 머릿속에서 수습이 안 된 듯 멍하니 보는데)
그 때 울리는 수탁의 전화벨.
수탁 : (얼른 받아들며) 여보세요?
철웅 : (그 옆에서 어떻게 된 건가 머릿속을 정리하는데)
수탁 : (멈칫.. 하는 표정) 형.. 받아보세요.
철웅 : (? 본다)
수탁 : 큰손.. 이랍니다.
철웅 : ! (본다. 보면)
6. S# 어두운 실내.
큰손 : 안녕하신가, 박철웅 씨. 하하.. 나야 뭐 그럭저럭.. 그나저나 오늘이 결혼식이라는데 이거 어쩌지?
내가 신부한테 볼일이 좀 있어서 말이야. (하면서 앞쪽 보면)
사내1과 2에 의해 강제로 자리에 앉혀지는 선우.
선우, 뿌리치려고 애쓰며.
선우 : 철웅아! 빨리 경찰에 신고해!! 빨리!!
철웅 : (insert> 놀라는 얼굴) 선우야!
선우 : 빨리 경찰에 신고해!! 어? (하는데)
사내1 : (얼른 선우의 입을 틀어막는다)
선우 : (음음.. 거리며 뿌리치려고 하지만 잘 안 된다)
철웅 : (insert>) 너 이 자식들! 지금 선우 데려다 뭐하는 거야! 어!!
큰손 : 자네 신부를 보고 싶으면 자네가 데릴러 오면 되는 거야. 단.. 혼자 와야 해.
철웅 : (insert>) 뭐라구?
큰손 : 쓸데없이 경찰이나 다른 사람들을 붙이고 오면.. 니 여잔 다시는 살아서 널 못 보게 될 거다 박철웅.
철웅 : (insert> 하얗게 얼굴이 질린다. 숨이 막힐 것 같다)
큰손 : 혼자서, 조용히.. 우리끼리 해결하자구. 무슨 말인지 알겠지? (그러면서 씩 웃음 선우를 본다)
선우 : (사내1에 의해 입이 틀어 막힌 채 노려보면)
큰손 : (고개를 끄떡한다)
사내1 : (손을 풀어주면)
선우 : 철웅아! 안 돼! 경찰 불러! 절대루 혼자 오지 마!! 안 돼!!! (하는데)
큰손 : (탁! 핸드폰을 접어버린다)
선우 : !! (보면)
7. S# 성당 앞.
철웅, 핸드폰을 귀에 댄 채 멍하니 서 있는다.
수탁 : 형.. 괜찮으십니까? 대체 무슨 일입니까? 네?
철웅 : (천천히 핸드폰을 내려 수탁에게 돌려준다)
수탁 : (받으며) 형..
철웅 : 너 차 키 있지? 그것 좀 줘봐.
수탁 : 갑자기 차키는 왜요 형.
철웅 : 어서 내놔.
수탁 : (얼떨결에 내주긴 하면서도) 무슨 일입니까 예?
철웅 : (차키를 받아들더니) 수탁아. 가서 사람들한테 전해라. 내가 가서 선우 데려올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달라구.
수탁 : 네?
철웅 : 그렇게 전해. 금방 돌아올 테니까. (그러더니 돌아서서 성큼성큼 걸어 나간다)
수탁 : 혀엉! (본다. 시선에서)
철웅, 가슴에 꽂은 꽃을 한쪽에 내려놓더니 그대로 걸어 나간다.
수탁, 놀라서 쳐다본다. 남겨진 신랑의 꽃에서.
8. S# 창고 안.
바닥에 내팽개치는 선우, 얼른 일어나 문 쪽으로 돌아서면 철컹! 문이 닫힌다.
숨을 몰아쉬며 닫힌 문을 바라보는 선우, 보더니 얼른 웨딩원피스에 묻은 흙을 툭툭 털어낸다.
선우 : 나쁜 자식들.. 어떡해. 다 버렸네.. (하면서 계속 툭툭 털어내며 속상한 듯 돌아보는 시선에서)
9. S# 성당 안.
웅성웅성하는 소리.. 왜 식을 시작안하냐는 둥.
박귀중과 길여옥, 진상만. 서준과 현자, 태희도 조금은 초조한 표정으로 본다.
그러다 태희, 수탁이 인수 깡통 쪽으로 급하게 다가가는 모습을 본다. 이상한 낌새를 느끼는 태희의 표정에서.
일각.
인수 : (자리에서 일어나 수탁을 본다) 그게 무슨 소리야. 꼬마가 어딜 갔다구?
수탁 : 아무래도 큰손 쪽에서 일을 저지른 것 같습니다. 형수님 운전기사가 손발이 꽁꽁 묶인 채 다른 차에서 발견됐구
형수님은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졌구요. 그런 다음 큰손한테서 연락이 왔습니다.
철웅이 형 그 연락 받고 형수님 데려온다면서 혼자 가 버리셨구요.
깡통 : 큰손 그 노무 자슥! 겔혼식 망칠라꼬 작정을 한 거 아이가! 어이?
태희 : 지금 그게 다 무슨 말이예요?
태희의 목소리에 일순 돌아보는 인수와 깡통, 그리고 수탁.
그 앞으로 다가서는 태희.
태희 : 내 동생이 어떻게 됐다구요?
수탁 : 저기.. 그게요.. (하는데)
인수 : 오늘 결혼식은 아무래도 미뤄야 할 거 같습니다.
태희 : (인수를 본다)
인수 : 철웅이하고 동생 분은 우리가 가서 데려오겠습니다. 뒷수습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가려는데)
태희 : (인수를 붙잡아 세운다) 똑바로 말해! 뭐가 어떻게 됐다는 얘기야 대체! 내 동생.. 지금 어딨냐구! 말해!
인수 : (담담하고 조용하게) 철웅이를 노리던 녀석들이 있었어요.
아무래도 그 녀석들이 결혼식을 방해할려고 장난을 치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김태희 씨 동생을 데려간 거 같아요.
태희 : 뭐어? (놀라서 보면)
인수 : 목소리 낮춰요. 사람들이 알아서 좋을 거 없으니까.
태희 : (본다. 보면)
인수 : 수탁이 너는 경찰에 연락해라.
깡통 : 겡찰은 뭐할라꼬.. 그냥 우리 손으로 해결해도 되는데..
인수 : 잔말 말고 시키는 대로 해. 분명히 그 녀석들 아지트 창고로 데려갔을 거야. 경찰들한테도 장소 알려주도록 해.
수탁 : 알겠습니다.
태희 : 나두 같이요. 같이 가야겠어요.
인수 : (그 말에 태희를 보더니) 걱정할 거 없습니다. 두 사람 다 무사할겁니다.
태희 : (보면)
인수 : 십육 년 전.. 당신한테 진 빚이라 생각하구..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동생 무사히 찾아서 돌려보내 드리죠.
그러니까 기다리고 있어요. (그러더니 절뚝절뚝.. 지나쳐 간다)
깡통과 패거리들 뒤를 따른다.
그 자리에 서 있는 태희, 그 앞으로 다가서는 서준.
서준 : 누나.. 대체 무슨일이예요.
태희 : ...
서준 : 누나아.
태희 : 서준아.. 아무래도 오늘 결혼식.. 못할 거 같애.
서준 : ! (본다)
태희 : (시선 돌려 인수가 나간 쪽 돌아보면)
10. S# 도로.
달려가는 철웅의 차. 거칠게 운전하며 최대 속력을 내고 있다. 표정 없이 앞만 응시하는 모습에서.
11. S# 창고 안.
빛도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창고 안에 혼자 갇혀있는 선우.. 한숨.. 내쉬며 어두운 창고 안을 돌아보는 시선에서.
12. S# 오산댁네 방.
안절부절 왔다 갔다 하고 있는 승희, 손톱 끝을 깨물며 불안해한다.
그 때 바깥에서 오산댁과 황국도 들어오는 소리.
승희 얼른 드러누워 이불을 뒤집어쓴다.
방문이 열리면서 들어오는 오산댁과 황국도.
오산댁 : 참나, 별일이네, 별일이야. 결혼식한다구 손님들까지 불러다 놓구 갑자기 결혼식 취소라니.
애들 장난두 아니구 오라 가라.. (자리에 앉아 양말을 벗으며) 아이구구.. 괜한 다리품만 팔았네.
황국도 : 뭔가 쉬쉬하는 분위기가 쪼까 심상찮턴디.
오산댁 : 암만 해두 선우한테 뭔 일이 생긴 게 틀림 읎어. 그러니까 신랑까지 같이 없어진 거 아냐. 안 그래?
승희 : ? (이불을 뒤집어쓰고 돌아누운 채 눈만 내놓고 듣다가 멈칫)
황국도 : 뭔 일이랴 대체.. 궁금해죽겄네. (하는데)
승희 : (순간 이불 걷어 치고 일어나 앉는다) 그게 무슨 소리야? 신랑까지 같이 없어지다니?
오산댁 : 아이구 깜짝이야, 간 떨어지는 줄 알았네. 야, 너 안 자구 있었냐?
승희 : 철웅 오빠가 어디루 없어졌다는 거야 대체? 어?
오산댁 : 그게.. 신부가 하두 안 와서 다들 기다리구 있는데.. 전화 받구 신랑두 갑자기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 졌댄다.
승희 : 전화...?
황국도 : 근디 넌 워찌 그러냐? 이?
승희 : 이게 아닌데.. 이렇게 되면 안 되는 건데..
오산댁 : 뭐가아. 응?
승희 : (순간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뛰어나간다)
오산댁 : 야! 어디가아! 야! 승희야아!!
황국도 : (꿈뻑 거리며 쳐다보는 시선에서)
13. S# 창고 근처. (D)
그 앞으로 다가와 멈춰서는 차.
사내1, 한쪽에 숨어서 철웅이 혼자인지 아닌지 살피고 있다.
차에서 내려서는 철웅,
철웅 : 선우야! 선우 어딨냐! 선우야아!!
14. S# 창고안. D
쭈그리고 앉아 있던 선우, 번쩍 고개를 든다.
선우 : 철웅아..
철웅E : 선우야! 나 왔어! 어딨냐구우! 어?
선우 : (울컥 눈물이 날 것 같다. 벌떡 일어나 문 쪽으로 다가가더니) 철웅아! 여기야!! 나 여깄어!! 철웅아 나 여깄어!!
15. S# 창고 앞. D
창고 쪽을 돌아보는 철웅, 곧장 그 쪽으로 다가간다. 다가가는데
바로 그 때 그 앞을 가로막는 사내1과 부하들.. 철웅의 뒷쪽으로도 사내1의 부하들이 가로막는다.
철웅, 그들을 돌아본다.
사내1의 뒷쪽으로 천천히 나타나는 큰손.
철웅 : (큰손을 노려본다) 약속대로 혼자 왔다. 그러니까 이제 선우는 풀어줘.
큰손 : 무슨 소리. 풀어주다니.
철웅 : 뭐?
큰손 : 약속대로 혼자 온건 맞지만..그런다고 이선우를 풀어준다는 약속까지 한 기억은 없는데.
철웅 : 니들 목적은 나잖아. 나 혼내주고 싶어 선우 납치한 거잖아! 내가 왔다구! 그러니까 선우 풀어 달란 말야 자식들아!
큰손 : 미안하지만 따로 부탁을 받은 게 있어서 말야.
철웅 : (? 본다)
큰손 : 물론 우리 목적은 너지만.. 이선우 역시 없애달라고 부탁을 받았거든.
철웅 : 뭐야? (보면)
선우 : (insert> 창고 안에서 다 들은 듯 놀라는 얼굴로 문 쪽을 본다)
철웅 : 누구야! 대체 어떤 시건방진 놈이 그런 부탁을 해!
큰손 : 고객의 이름을 밝히지 않는 게 또 우리 룰이라서 말이야. 어차피 결혼식까지 치룰려고 했던 모양인데
황천길에 두 사람이 나란히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선우 : (insert> 헉! 놀라는 얼굴)
철웅 : (순간 불끈) 이.. 나쁜 자식들!! (하더니 그대로 큰손 쪽으로 달려든다)
동시에 사내1과 부하들이 가로막으며 철웅에게 덤빈다. 벌어지는 주먹질! 퍽퍽퍽!
16. S# 달리는 인수의 차안. D
인수 : 좀 더 밟아. 좀 더!
깡통 : 밟고 있다. 대장아.
인수 : 경찰은 어떻게 된 거야? 오고 있는 거야? 어?
깡통 : 수탁이 자슥이 알렸다 카니까네 경찰 쪽에서도 이미 그 쪽으로 가고 있을 기다.
인수 : (초조하다) 방심하고 있었어. 내 실수야.
깡통 : (흘끔 보면)
인수 : 너무 느리잖아! 빨리 가자구! 좀 더 빨리.
깡통 : 간다! (밟으면)
어두운 도로를 달려가는 인수의 차와 그 뒤를 따르는 봉고차에서.
17. S# 창고 앞. D
퍽! 퍽! 상당히 지친 철웅과 사내1, 그리고 부하들.. 중과부적.
철웅, 점점 힘이 떨어져가고 있다. 한쪽 손에 들고 있는 각목으로 달려드는 사내1과 그의 부하들을 향해 휘두르고 또 휘두르고.
그러면서 계속해서 창고쪽으로 접근한다.
이제 창고를 등지고 선 철웅.
철웅 : 선우야! 걱정 마! 거의 다 됐다! 금방 처리하구 너 꺼내줄게! 겁먹지 마 선우야!
18. S# 창고 안. (D)
선우, 바로 문앞에 서서 철웅이 바로 문앞에 있음을 느낀다. 뭐라고 말도 못한채 덜덜 떨고 있는 선우.
선우 : 철웅아.. 안되겠음 도망쳐. 응? 제발 바보같이 혼자 싸우지 말구 도망치란 말야! 어?
19. S# 창고 앞.(D)
그 말에 불끈 의기가 충천되는 철웅, 쓱 턱을 문지른다. 그러더니.
철웅 : (각목을 잡은 채 사내1과 부하들을 노려보며) 너희들.. 나 화나게 했어.
이 박철웅이 열 받으면 얼마나 무서운지..똑똑히 보여주지. 아오오오!!!!
일성과 함께 달려드는 사내들을 닥치는 대로 패고 차고, 갈기고.
지친 사내1의 부하들, 하나씩 나가 떠러진다.
뒷쪽에서 지켜보는 큰손, 담배를 피워물며 경이로운 표정으로 철웅을 본다.
아깝다. 내 편이었음 좋았을 녀석인데.. 바라보는 시선에서.
20. S# 창고 안. (D)
밖에서 들리는 싸움소리.
선우 : 철웅아.. (힘없이 문에 이마를 댄다. 기도하는 심정..)
계속 싸우는 소리가 들리더니 어느 순간 잠잠해지기 시작한다.
일순 멈칫하는 선우, 긴장해서 고개 들어 쳐다보면.
21. S# 창고 앞. (D)
신음소리와 함께 데굴데굴 구르고 있는 부하들.. 사내1도 쓰러져 있고 철웅도 쓰러져 있다.
철웅, 천천히 한쪽 손에 각목을 든 채 자리에서 일어난다.
뒷쪽에 서 있던 큰 손.. 두려운 시선으로 보면
큰손 쪽으로 다가서는 철웅, 그대로 발로 퍽! 큰손의 복부를 가격한다.
그대로 욱! 하면서 무릎을 꿇는 큰손. 그대로 몇대 더 발로 큰손을 걷어찬다. 퍽! 퍽!
사내1, 쓰러진 채 돌아본다. 순간 다리 쪽에서 꺼내는 잭나이프.
철웅, 못 본 채 큰 손에게 마지막 일격을 가하려는 순간.
큰손 : (두 손을 들어올리며) 그만! 그만해!
철웅 : (멈칫.. 본다. 보면)
큰손 : 내가 잘못했어.. 내가 잘못했다. 그러니까 그만해.
철웅 : (멱살을 잡아 일으키며) 왜 하필이면 결혼식이냐구! 다른 날 다 냅두구 왜 하필 결혼식이야! 이 자식아!
내가..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려왔는지 알기나 해? 어?
큰손 : (덜덜 떨면서 올려다본다)
철웅 : 나쁜 자식.. (보더니 그대로 퍽! 밀어버린다)
그 바람에 바닥에 나뒹구는 큰손. 덜덜 떨며 철웅의 눈치를 본다.
그 때 사내1, 손에 잭나이프를 든 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철웅, 숨을 몰아쉬며 턱을 쓱 문지른다. 그러면서 천천히 돌아선다.
동시에 철웅의 배를 주먹으로 가격하듯 달려들어 치는 사내1.
순간 헉! 하는 철웅의 표정.. -slow.
일순 철웅.. 자기에게 일어난 일을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천천히 사내1을 본다.
사내1도 지친 표정으로 철웅을 본다.
철웅, 아픈 표정으로 본다. 보다가 있는 힘껏 사내1의 턱을 날린다. 그대로 나가떨어지는 사내1.
동시에 철웅도 땅에 무릎을 꿇는다. 배를 움켜쥐며 숨을 몰아쉬는 철웅..
22. S# 창고 안. (D)
너무너 조용한 바깥.. 덜컥 겁이 나는 선우.
선우 : 철웅아.. 철웅아! 어떻게 된 거야 대답 좀 해봐! 철웅아아!!! (문을 두드리고 소리를 치는데)
그 때 밖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
멈칫 놀라는 선우, 두려운 시선으로 문을 본다. 천천히 뒷걸음질 치며 문을 쳐다보면
순간 문이 열리면서 온통 땀과 얼룩으로 범벅이 된 철웅이 나타난다.
선우 : 철웅아!
철웅 : (비틀.. 맞은 얼굴로 씩 웃는다. 그러더니)... 선우야.. 괜찮냐?
선우 : (본다. 보더니 그대로 달려가 끌어안는다) 바보야! 너 혼자 싸우겠다고 달려오면 어떡해.
그러다 잘못됐음 어쩔 뻔했어. 어?
철웅 내 마누나.. 내가 구하러 오지 않음 누가 구하러 오겠냐.
선우 : (꼭 안아준다. 걱정과 안도로 흘러내리는 눈물..)
그 순간 그대로 스르르 주저앉는 철웅.
놀라서 내려다보는 선우. 순간 웨딩드레스에 붉게 핏물이 베어 있는 걸 본다.
숨이 막히는 느낌으로 쳐다보던 선우, 철웅을 본다. 보더니 재빨리 주저앉아 철웅을 안아 일으킨다.
선우 : 철웅아! 철웅아아아!!! 어떻게 된거야 너? 어?
철웅 : (숨을 쉬기 괴로운 듯.. 천천히 선우를 본다) 미안해.. 나 때문에.. 결혼식을.. 망쳐버려서..
선우 : (철웅이 움켜쥔 상처를 본다. 얼른 손으로 막아주며) 너... 잠깐만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내가 빨리 가서 사람들 불러올게. 응? (일어서려는데)
철웅 : (얼른 선우를 잡는다)
선우 : (멈칫..보면)
철웅 : 그냥.. 옆에 있어줘.. 조금만 쉬면.. 괜찮을 거야. 지금 좀 피곤해서 그러니까.. 조금만 쉬면..
선우 : 철웅아..
철웅, 덜덜덜.. 떨려오는 몸.. 죽음의 경계를 넘는 눈빛.. 점점 숨이 가빠진다. 입이 마른다.
철웅 : 이상해.. 왜 자꾸 눈앞이 어두워지지..? 선우야 가까이 와봐.. 니 얼굴이 안보여.. 너무 어두워서.. 니가.. 잘 안보여..
선우 : 나 여깄어. 나 여깄어 철웅아.. (철웅을 끌어안는다)
철웅 : (필사적으로 눈을 뜨고 선우를 보려고 한다)
선우 : 괜찮아. 괜찮아질 거야.. 그러니까 정신 차려. 우리 아직 할게 많잖아. 결혼식두 해야 하구 신혼 여행두 가야하구..
아이들두 많이 낳기로 했잖아. 그러니까 정신 차려 철웅아. 응?
철웅 : (두 눈에 고이는 눈물.. 희미한 미소) 널 닮으면 이쁠 거야.. 우리 아이..
선우 : 그래.. 그래애..
철웅 : (주머니에서 반지를 꺼낸다) 이거.. 받아.. 줄래?
선우 : (본다. 반지를 잡는다. 철웅을 보면)
철웅 : 너한테서.. 오늘은.. 꼭 들을려구 했는데.. 사랑한다는 말.. 꼭 듣고 싶었는데..
선우 : (눈물을 흘리면서 바라보면)
철웅 : (희미하게 웃더니.. 그대로 조용히 숨을 멈춘다)
일순 숨이 턱! 멎는 느낌으로 철웅을 보는 선우. 어떤 미동도..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소리를 낼 수가 없다.
그저 어쩔 줄 몰라 철웅을 꼭 끌어안은 선우..
선우 : 철웅아.. 철웅아.. (순간 목을 타고 넘어오는 뜨거운 설움에 꼭 부둥켜안으며) 철웅아아...
소리 없이 오열하는 선우.. 힘없이 선우에 품에 안긴 철웅의 주검..
선우, 철웅의 얼굴을 보듬고 끌어안고 어쩌 줄 모르며 오열하는 모습에서 길게 fade-out.
23. S# 철웅이 회상 몽타쥬. (4부 마지막씬)
선우한테 쟁반으로 얻어맞는 철웅, 홱 돌아본다. /
철웅 : 수탁아. 나 말야. 드디어 내 인생의 목표를 정했다.
수탁 : 인생의 목표요? 그게 뭔데요?
철웅 : 이선우. (6부 10씬)/
(32부 39씬) 철웅에게 기대는 선우 /
(10부 57씬) 버스 안 철웅에게 기대어 잠이 든 선우/
선우 : (철웅에게 기대며) 나.. 지금 그 사람 보내고 오는 길이야.
철웅 : (멈칫.. 보면)
선우 : 나.. 지금 가슴이 너무 아파.. 숨이 막혀 죽을 것처럼 아파..
철웅 : 이젠 됐어.. 괜찮아.. (천천히 팔을 들어 선우의 어깨를 꼭 안아준다) - (26부 47씬)/
철웅 : 사랑한다, 이선우! 정말, 정말 사랑해!
선우 : 웃겨어. 지가 사랑이 뭔지 알어? (14부 48씬) /
선우한테 뽀뽀 쪽! 하는 철웅, 선우 콱! 발을 밟아 버린다. 윽! 하는 철웅에게 “까불구 있어” (10부 15씬)/
선우의 목에 반지 목걸이를 걸어주는 철웅, 빙긋 웃는다. (15부 60씬)/
일어서는 선우의 손목을 잡는 철웅, “가지마..” 돌아보는 선우. (11부 50씬)/
철웅E : 야! 이선우우우!!!! 가지 마아!! 가지말란 말야!
선우 : (멈칫.. 떨어지는 눈물)
철웅 : (울음이 폭발하며) 나두 너 사랑한다구우..!!! (24부 20씬)/
철웅 : (꼭 안으며) 사랑해. 널.. 너무너무 사랑해.
선우 : ... (36부 53씬) /
철웅 : (쪼끼 안쪽을 들추더니 안에서 장미 한 송이를 쓱 꺼내더니) 이제껏 너만큼 누굴 좋아하고 사랑해본 적 없어.
평생 지켜 주구 행복하게 해줄게. 나하고 결혼해줘 선우야.
선우, 감동해서 보더니 천천히 장미를 받아든다. 툭.. 눈물을 흘리면.
철웅, 천천히 선우의 입술에 키스한다. 드디어 선우와 철웅의 긴 입맞춤.. (38부 29씬)/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철웅의 얼굴에서..dis.
24. S# 강.
선우의 무릎위에 올려져 있는 조그만 유골함.
배 위에 앉아 있는 선우, 그 유골함을 꼭 부둥켜안은 채 고개를 숙여 눈물을 흘린다.
선우 : 사랑해 철웅아. 내 말 듣고 있니? 사랑해..
가슴 아프게 흐느끼는 그 모습에서 길게 fade-out.
25. S# 면회실.
문이 열리고 죄수복을 입은 승희, 수갑까지 찬 채 면호실로 들어온다. 많이 초췌하고 상한 얼굴.
고개 들어 보면 유리창 너머로 앉아 있는 검은 옷차림의 선우.
승희, 멈칫.. 본다. 보더니 천천히 앞으로 다가가 의자에 앉는다. 시선을 피한다.
선우 : 니 소식 진작 들었는데.. 철웅이 장례식에 경찰조사다 뭐다.. 계속 왔다갔다 하느라고 일이 많았어.
(보며) 솔직히.. 널 용서할 수 있을지 자신도 없었구..
승희 : (그 말에 본다)
선우 : 그래두 한번은 널 만나야 할 거 같아서.. 그래서 왔어.
승희 : 너한테 용서 같은 거.. 구하고 싶지 않아.
선우 : (본다. 보며) 내가.. 그렇게 미웠니?
승희 : (본다)
선우 : 그렇게.. 그런 짓까지 할 만큼.. 내가 미웠어?
승희 : 그래. 그랬어.. (끝까지 꼿꼿히 고개를 든 채)
선우 : 왜?
승희 : 그냥.
선우 : (본다)
승희 : 그냥 니가 싫었어. 내 행복을 니가 다 가로 채가는 거 같아서.. 그래서 니가 죽도록 미웠다구.
선우 : 내가 너한테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너한테서 뭘 그렇게 뺏어갔는데?
승희 : 전부 다.
선우 : (보면)
승희 : 내 인생, 내 미래, 내 남자, 내 행운까지.. 전부 다..
선우 : (어이없이 보면)
승희 : 넌.. 죽어도 나, 이해 못해. 한 번도 넌 내 입장이 되 본적이 없으니까.
평생을 너란 애한테 비교당하면서.. 어떻게든 지지 않으려구 발버둥 치며 살아왔어.
근데 넌.. 내가 가질 수 없는 모든 걸 전부다 가지고 태어났어. 거기다.. 철웅 오빠까지 니가 뺏어갔어.
선우 : (보면)
승희 : 그거 알아? 너만 없었으면.. 나두 여기까지 오진 않았어.
선우 : 그래.. 그럴 수도 있겠지. 근데 승희야.. 정말로 중요한건 누가 더 가졌느냐 못 가졌느냐가 아니야.
누가 더 만족하느냐 못 하느냐지. 아무리 많은걸 가졌어도 만족 못하면.. 그 사람은 불행한 거야.
승희 : (그 말에 선우를 보면)
선우 : 그만 일어나야겠다. 잘 지내. 아마.. 다시는 널 볼일 없을 거야. (그러더니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승희 : 철웅 오빠..
선우 : (멈칫.. 승희를 돌아보면)
승희 : 철웅 오빠... 갈 때 많이 고통스러워했니? 많이.. 아파했었어?
선우 : (본다. 보더니 겨우) 아니. 편하게.. 갔어..
승희, 고개를 끄덕인다. 다행이다..
얼른 흘러내린 눈물을 닦아내더니 다시 꼿꼿하게 고개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선우를 보며.
승희 : 잘 가라. (그러더니 돌아서서 들어간다)
선우 : (본다. 바라보는 시선에서)
26. S# 감방 안.
끼-익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온 승희. 그 두로 철컹! 쇠문이 닫히고 교도관 멀어지는 발자국 소리.
그제 서야 두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승희, 그대로 쿵.. 무릎을 꿇으며 엎드린다.
오열하는 승희의 모습에서.. 길게.. fade-out.
27. S# 제하그룹 전경.
하늘에서 부터 틸-다운 하면 보이는 제하그룹 전경.
자막. <두 달 후>
28. S# 회장실.
똑똑똑 노크소리.
태희 : (서류를 들춰보며) 네 들어와요.
문이 열리면서 안으로 들어오는 선우.
선우 : 언니!
태희 : (돌아본다) 어! 윤희야! 어서 와. 바이어 미팅 벌써 끝났니?
선우 : 어. 중국진출 건이 성사되면서 우리 모바일컴퓨팅 기술과 제휴하고 싶어 하는 회사들이 점점 늘어나구 있어.
태희 : 바빠지겠구나. (하다가) 참.. 재혁이 내일 미국으로 떠나는 건 알구 있지?
선우 : (멈칫.. 본다)
태희 : 벌써부터 떠난다, 그런 걸.. 중국진출 건이다 뭐다 내가 계속 핑계대면서 붙잡아두고 있었는데..
중국진출 건까지 성사 되구 나니까 이젠 더 이상 붙잡고 있을 구실두 없어졌다.
선우 : 많이 섭섭하지?
태희 : 그래. 좀 섭섭해. 참 많이 의지하구 기댔었는데. 그래두 서로 친구로 남기로 했으니까. 언제든 다시 만날 수 있겠지.
선우 : (짐짓 웃으며 보면)
태희 : (보며) 너.. 그래두 재혁이한테 마지막 인사는 해야지.
선우 : (본다. 대답없이 시선 돌리는데서)
29. S# 회사 일각. (재혁과 선우가 자주 마주치던 장소)
프레임-인 되는 선우, 물끄러미 창밖을 바라본다. 보다가 돌아서는데 멈칫..
조금 떨어진 저쪽으로 생각에 잠긴 채 창밖을 보고 있는 재혁.
재혁, 역시 나즉히 한숨을 내쉬며 돌아서다가 멈칫.. 선우를 본다.
재혁 : (본다)
선우 : (본다. 보다가 빙긋 웃음. 목례한다)
재혁 : 얼마 전에 회사로 돌아왔다는 얘긴 들었어요. 그 동안 내가 중국에 출장 가 있느라 서로 바빠서 통 얼굴을 못 봤군요.
선우 : 네.
재혁 : 다시 밝아진 거 같아서 다행 이예요.
선우 : 언제까지 슬퍼할 수만은 없으니까요. 제가 그럼.. 철웅이도 하늘에서 맘 편하지 못할 거예요.
재혁 : (그 말에 본다. 보다가 씁쓸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참 이상해요. 지금까지 있어온 모든 일들이..
다 꿈처럼 느껴지니 말이 예요.
선우 : 그럴지도 모르죠. 살아간다는 거 자체가 어쩌면 꿈같은 일일지도 몰라요.
재혁 : (본다. 보더니) 선우 씨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선우 : 가슴에 안고 살아갈 추억이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래요. 그러니까 전 이미 행복한 사람이죠.
재혁 : 그 추억 속에.. 조금은 내 자리도 있는 건가요?
선우 : (대답 대신 뜻을 알 수 없는 옅은 웃음을 짓는다. 그러더니) 내일.. 떠나신 다구요.
재혁 : 그러기로 했어요.
선우 : 전 아직 작별인사엔 서툴러서 배웅은 못 나갈 거 같아요.
재혁 : 그렇군요.
선우 : 조심해 가세요.
재혁 : (본다. 보며) 선우 씨도.. 잘 있어요.
선우 : (본다. 보더니 조용히 목례.. 그리고 천천히 지나쳐온다)
재혁 : (말없이 그 뒷모습을 돌아본다. 시선에서)
30. S# 철웅의 집 거실.
조용히 앉아 콩나물을 다듬고 있는 길여옥.
한쪽에 윌체어에 앉아 있는 박귀중, 말없이 책을 들여다본다.
길여옥 : 콩나물밥을 해먹을까.. 아니면 콩나물 넣구 된장찌개를 끓일까..
박귀중 : 좋도록 하세요, 어머니.
길여옥 : 입맛도 없는데.. 콩나물 밥이나 해먹어야겠네..
박귀중 : 그러세요, 어머니.
길여옥 : 이번 여름은 참 덥구 길었어. 내 평생에 이번처럼 길었던 여름은 없었을 거야 아마.
박귀중 : ...
길여옥 : 가을되면.. 금방 철웅이 생일도 돌아오겠구먼. 우리 철웅이 태나던 해엔 감이 풍년이었어.
나무마다 빨간 감이 어찌나 주렁주렁 매달렸는지..그래서 그런가 철웅이 그 녀석.. 감을 참 많이 좋아했는데..
(일순 목이 멘다..)
박귀중 : ...
길여옥 : 아이고.. 늙은이가 또 주책을 떨었구만. (소매 끝으로 눈물 찍어내며) 어서 밥이나 해야겠네.
(콩나물 다듬던 걸 들고 주방으로 들어간다)
박귀중 : ... (뭐라 말도 못한 채 시선 돌리면)
31. S# 철웅의 집 앞.
연웅 : (돌아본다) 네에? 뭐라 구요?
서준 : 뭘 그렇게 놀래요? 들어가서 아저씨하구 할머님한테 인사드린다니까.
연웅 : 사장님. 왜 이러세요. 우리 오빠 사십 구제 엊그저께 지났어요.
아직 오빠 잃은 슬픔에 잠겨 계시는데 거기다 대구 뭐요? 결혼 승낙을 받겠다 구요?
서준 : 슬픈 일이 생길수록 기쁜 일로 잊게 해드려야 하는 거예요.
연웅 : 안돼요. 나 그렇게 못해요. 적어두 일 년이 지나기 전엔 어림두 없어요.
서준 : 당장 결혼하자 그랬어요? 허락부터 받자는 얘기지.
연웅 : 글쎄 허락이든 결혼이든 지금은 안 된다 구요.
서준 : (본다. 보더니 그대로 연웅을 밀치고 안으로 들어간다)
연웅 : 사장님! 사장니임!! (발을 동동 구르더니 따라 들어간다)
32. S# 철웅의 집 거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서준.
박귀중, 돌아본다.
서준 : 안녕하세요, 아저씨.
박귀중 : 아니.. 서준 군이 어쩐 일루다 우리 집에.
서준 :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박귀중 : 인사요?
길여옥 : (주방에서 나와 ?해서 보는데)
연웅 : (따라 들어와) 나가요! 당장 나가지 못해요?
서준 : (신발 벗고 안으로 들어온다)
연웅 : 사장님! (하는데)
서준 : 절 받으십쇼. (하더니 넙죽 박귀중한테 절한다)
박귀중 : (보면)
서준 : 절 받으십쇼, 할머니. (길여옥한테도 절한다)
길여옥 : 아니 갑자기 무슨 절인가?
서준 : (절을 한 뒤 다시 일어서더니) 연웅 씨를 저한테 주십사 두 분 어르신께 허락을 받을려고 왔습니다.
박귀중 : (놀라서 본다)
길여옥 : (역시 놀라서 보면)
연웅 : 사장님 대체 왜 이러세요? 우리 집 아직 그럴 분위기 그런 사정 아니라 그랬잖아요.
대체 경우 없이 이게 무슨 짓 이예요. 네?
서준 : 알고 있습니다. 연웅 씨 오빠 일로 두 분 어르신 많이 상심하신 거.. 연웅 씨도 아직까지 많이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계획을 앞당기자 마음 먹었습니다.
박귀중, 길여옥, 보는 위로.
서준 : 사람으로 빈자리는 사람으로 채우는 수밖에 없잖습니까.
제가 두 분 어르신한테 아들이 되 드리고 손자가 되 드리겠습니다. 꼭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허락해주세요.
연웅 : (본다. 일순 글썽.. 눈물로 보면)
길여옥 : (박귀중을 본다)
박귀중 : (보는데서)
33. S# 평창동 거실.
현자 : 안 돼! 너 지금 그걸 말이라구 하는 거야?
서준 : 허락하세요. 허락 안 하셔두 할거예요.
현자 : 뭐야?
서준 : 이미 마음에 결정 내린 일이니까 엄마가 뭐라 그러든 연웅 씨랑 결혼할 거라 구요.
현자 : (기막혀 보면)
태희 : 서준아. 너무 급한 거 아니니?
서준 : 알아. 윤희 너한테 미안한 일이라는 것두 알구.
선우 : 난 괜찮아 서준 오빠.
그 말에 태희와 현자, 서준 선우를 본다.
선우 : 어차피 떠난 사람은.. 떠난 사람인 거야. 철웅이 떠나구 그 집두 많이 쓸쓸해졌는데..
서준 오빠가 철웅이 대신 아들노릇 사위노릇 해주면 오히려 내가 고맙지 뭐.
서준 : 이해해줘서 고맙다 윤희야.
현자 : 놀구들 있네. 대체 니가 뭐가 부족해서 그런 집 딸한테 목을 메는 거야 등신같이.
서준 : 부족한 거 많아요, 저. 그리구 그 부족한 걸 연웅 씨만 채워줄 수 있어요. 허락해주세요.
(태희 보며) 태희 누나두 허락해줘요.
태희 : (현자를 보면)
현자 : 말두 안 되는 소리야! 절대 허락 못해! 너어.. 만에 하나 엄마 무시하구 그 집으루 장가갈 거면..
그 땐 너하구 나 끝이야! 알어? (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간다)
서준 : (한숨 내쉬면)
태희 : 급하게 서둘지 말고 좀 더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자 서준아.
서준 : 누나는 내 편인 거죠?
태희 : 나보다두 고모가 마음이 풀리실지 모르겠다.
선우 : (본다. 시선에서)
34. S# 윤희의 방.
안으로 들어오는 선우, 책상 앞으로 와서 앉는다. 가족사진 옆으로 선우와 철웅의 웨딩 사진이 보인다.
선우, 가만히 철웅의 웨딩사진을 들어서 본다. 보면서.
선우 : 살아간다는 건.. 참 대단한 거야. 너는 가고 없는데.. 이렇게 또 산 사람들은.. 어느새 살아가는 얘길 하고, 결혼도 하게 돼.
나는.. 아직두 이렇게 널 보낸 자리가 크기만 한데.. 사람들은 벌써 너의 빈자리를 잊어가나 봐.
(사진속의 철웅 얼굴위로) 언젠가 시간이 흐르면.. 나두 너의 빈자리를 다른 사람으로 채우게 될까..?
(보며) 너보다 더 날 사랑해 줄 사람이.. 이 세상에 또 있을까..?
사진속의 철웅과 선우는 행복하게 웃고 있는데 선우는 슬픈 눈으로 사진을 본다.
보며 그러면서 반지 낀 손으로 철웅의 얼굴을 만져본다. 선우의 모습에서.
35. S# 공항 전경.
비행기 굉음이 지나가면서 틸-다운 하면.차에서 짐을 내리는 오한영과 재혁.
그 앞으로 다가와 멈춰서는 차. 재혁, 보면.
운전사 얼른 차에서 내려 뒷좌석 문을 열어준다. 내려서는 태희, 재혁을 본다. 시선에서.
36. S# 공항 라운지.
나란히 앉아 공항 전경을 내려다보며 커피를 마시는 태희와 재혁.
태희 : 이번이 두 번 째구나. 너하구 공항에서 이별하는 게.
재혁 : (짐짓 웃음 커피를 마시더니) 너하구 앉아 커필 마시는 것두.. 이게 마지막이겠지?
태희 : (그 말에 보더니) 마지막이라는 말은 하지 말자. 사람일이라는 건.. 알 수 없으니까.
내일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잖아.
재혁 : 그렇지. 사람일이란..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지.
어렸을 적부터 내 인생을 계획하고 설계했지만.. 결국 뜻했던 대로 된 건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태희 : 그래서 산다는 건 또 다른 의미를 갖는 거겠지.
재혁 : (본다. 보며) 좋은 사람 만나.. 결혼해.
태희 : (그 말에 재혁을 본다)
재혁 : 넌 좋은 여자니까. 틀림없이 널 알아주고 널 사랑해주는 남잘 만날 수 있을 거야.
태희 : 글쎄.. 너 말구..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재혁 : 사람일이란.. 알 수 없는 거니까. 그러니까 희망을 걸어봐.
태희 : (짐짓 웃음. 본다. 시선에서)
37. S# 에스칼레이터가 있는 일각.
프레임-인 되는 재혁과 태희, 그리고 오한영.
재혁 : (태희를 본다) 됐어. 그만 들어가.
태희 : (본다)
재혁 : 잘 있어. 잘 지내구. (오한영 보며) 신사업 팀 잘 부탁한다, 오한영.
오한영 : (두 눈이 시큰해져 온다) 걱정 마십쇼.
재혁 : (고개를 끄덕인 뒤 돌아서는데)
태희 : (순간) 장재혁..!
재혁 : (돌아보면)
태희 : (본다. 보더니 그대로 다가가 목을 꼭 끌어안는다)
재혁 : (멈칫..)
태희 : 언제든 돌아오고 싶으면 돌아와. 니 자린 언제든지 비워둘 테니까. 알았지?
재혁 : ...
태희 : (천천히 떨어져서 재혁을 본다. 보며) 니가 돌아오길 기다려도 되는 거지? 친구로서.. 그래두 되는 거지?
재혁 : (짐짓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하면)
태희 : (본다. 보더니) 잘 가.. 잘 갔다 와.
재혁 : (보면)
태희 : (옛날의 그 때처럼 그대로 돌아서서 에스컬레이터를 내려간다)
재혁 : (멀어지는 태희의 모습을 본다. 시선에서)
38. S# 출국게이트 앞.
직원에게 표를 보여주고 들어서는 재혁, 오한영, 서서 재혁을 배웅하고 있다.
재혁, 문득 생각난 듯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을 꺼낸다.
재혁 : 이제 이건 나한테 필요 없는 물건이군. 자네가 알아서 처리해.
오한영 : 알겠습니다. (받는다)
재혁 : (돌아서는데)
오한영의 손에 들린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한다. 재혁 ?해서 돌아본다.
오한영 : (보더니) 이선우 씬데요 팀장님.
재혁 : (멈칫.. 얼른 다가가 핸드폰을 받는다) 여보세요? 선우 씨?
선우F : 마지막으로 인사 드릴려구 전화했어요.
재혁 : (순간 울컥..)
선우F : 건강하세요.
재혁 : 그래요. 선우 씨두.. 건강해요.
선우F : 참.. 팀장님 왼쪽구두끈이 풀렸어요.
재혁 : (순간 멈칫.. 내려다보면 진짜로 왼쪽 구두끈이 풀려있다)
순간 고개 들어 돌아보는 재혁.. 재혁의 시선으로 수없이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보다가 멈칫.. 저 끝으로 서 있는 선우의 모습이 보인다.
계속해서 지나가는 사람들 사이로 핸드폰을 귀에 댄 채 이쪽을 보고 서 있는 선우.
재혁, 본다. 순간 시큰해져서 본다. 보면..
선우F : 안녕히.. 가세요.
재혁 : (수화기에 댄 채) 잘 있어요, 선우 씨.. (두 눈에 눈물이 고인다)
그러면서 핸드폰을 손에 꼭 쥐는 재혁의 모습에서. 그 위로 길게 비행기 굉음. (O.L)
39. S# 공항 일각.
떠나가는 비행기의 모습.
한쪽에 서서 비행기를 지켜보는 선우의 얼굴위로.
선우Na :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많은 사람들이 떠나갔다. 그리고 아직 많은 사람들이 내 곁에 남아있다.
선우Na : 우리는 모두가 다 같이 아주 먼 길을 향해 가는 사람들이기에..
떠난 사람은 떠난 사람대로 추억하며 남은 사람은 또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
40. S# 강 전경. (아버지를 뿌렸던 그 장소)
한쪽에 차를 세워둔 채 그 앞으로 다가서는 태희와 선우. 나란히 서서 흐르는 강을 본다.
태희 : 아빠.. 저희 왔어요. 윤희하고 태희가 돌아왔어요, 아빠.
선우 : (흐르는 강을 본다. 시선에서)
dis. 과거 회상>
강에서 아버지를 뿌리는 어린 태희의 모습.. 그 옆에 서 있는 윤희..
41. S# 집 앞. 과거회상> 2부 19씬.
집밖으로 나와 계단을 내려오는 어린 태희와 윤희, 정든 집을 한번 돌아보는 태희.
윤희 : 언니. 할아버지 찾으면 우리 이 집에 다시 올 수 있는 거지? 응?
태희 : (순간 눈물이 나올 것 같다. 윤희를 보는 시선에서)
dis. 현재>
그 집 계단위로 올라서는 태희와 윤희.
선우 : 여전히.. 그대루네?
태희 : 널 잃어버리고 나서 한 번도 찾아오진 않았지만 가끔 사람을 보내서 부서진데 수리도 하고 그랬었어..
선우 : 우리.. 이 집에서 참 행복했었는데.. 그치?
태희 : 그래. 그랬었지. 이 집을 떠난 뒤로 참 많은 시간이 흘렀구.. 많은 일들이 일어났어.
그래도 다행이야. 그렇게 수많은 일을 겪으면서두 이렇게 다시 너하구 돌아오게 되서.
선우 : (본다. 보더니) 우리 다시 시작해 언니.
태희 : (? 본다)
선우 : 옛날 이 집을 나설 때처럼. 물론 그 때하고는 많은 게 달라졌지만.. 그래두 우리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해.
이번엔 엇갈리지두 말구 내 손 놓치지도 말구. 그렇게. 응?
태희 : (짐짓 웃더니 윤희의 손을 꼭 잡는다)
선우 : (본다. 미소)
손을 꼭 잡은 채 천천히 계단을 내려오는 태희와 선우.
42. S# 다리.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태희와 선우 그 위로.
선우Na : 우리는 또 다시 먼 길을 떠난다. 그 길이 언제 끝날지, 또 어떤 일들이 우릴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지만..
그렇게 또 한걸음씩 가다보면 언젠간 그 길 위에서 또 다른 행복을 만날 수도 있겠지.
천천히 걸어가는 태희와 선우의 모습에서 dis.
어린 태희와 윤희가 손을 잡고 그 긴 다리를 건너는 모습에서.. 천천히 fade-out.
<유리구두 40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