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스토리] 장량 편: 제3회 유방을 도와 천하를 통일하다
(사진설명: 장량묘의 일각)
제3회 유방을 도와 천하를 통일하다
한 왕 유방은 한신의 군사실력으로 관중(關中)과 연(燕), 대(代), 제(齊), 조(趙) 등 많은 땅을 탈취했다.
그 날 장량이 유방을 만나러 오니 유방은 마침 식사 중이었다. 유방이 먼저 말했다.
“어서 오시요. 선생과 상의할 큰 일이 있소.”
장량은 유방이 무슨 말을 할지 벌써부터 다 알면서도 내색을 내지 않고 다가서며 대답했다.
“대왕께서는 지시만 하십시오.”
“역이기는 육국(六國)을 회복하고 육국 왕의 자손을 다시 옹립하면 여러 제후국의 군신과 백성들이 모두 감지덕지할 것이라고 여기고 있소. 그 때 내가 남쪽의 땅을 제패하면 초(楚) 왕이 반드시 나에게 항복하지 않겠소? 선생 생각은 어떻소?”
“그렇게 하신다면 대왕께 더는 기회가 없을 것입니다!”
장량의 말에 유방은 놀라서 되물었다.
“무슨 말이오?”
장량은 젓가락을 한 줌 잡더니 말을 이었다.
“젓가락으로 계산하지요. 옛날 상(商)의 탕(湯) 왕이 하(夏)의 걸(桀) 왕의 자손을 기국(杞國) 왕으로 책봉했습니다. 그것은 자신이 걸왕을 제압할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지금 대왕께서는 항왕을 제압할 수 있으십니까?”
유방이 대답했다.
“그건 불가능하오.”
그러자 장량은 젓가락 한 대를 뽑아 탁자 위에 올려 놓으며 말했다.
“이것이 첫 번째 불가(不可)입니다.”
그리고 나서 장량은 말을 이었다.
“주무왕(周武王)이 상(商)의 주(纣)왕의 자손을 송국(宋國) 왕으로 책봉한 것은 주왕의 목을 벨 수 있다고 생각해서입니다. 지금 대왕께서는 항우의 목을 벨 수 있으십니까?”
유방이 머리를 저었다.
“그것도 불가능하오.”
장량은 또 젓가락 한 대를 뽑아 탁자 위에 올려 놓으며 말했다.
“이것은 두 번째 불가입니다.”
그리고 말을 계속했다.
“주무왕은 상용(商容)을 찬양하고 기자(箕子)를 석방했으며 비간(比干)의 무덤을 높이 쌓았습니다. 지금 대왕께서는 성인(聖人)의 무덤을 높이 쌓고 현자(賢者)를 찬양하고 지자(智者)를 석방할 수 있으십니까?”
유방이 이마를 찌푸렸다.
“불가능하오.”
장량은 또 젓가락 한 대를 뽑아 탁자 위에 올려 놓으며 말했다.
“이것이 세 번째 불가입니다.”
장량이 또 말을 이었다.
“주무왕은 거교(巨橋)의 식량창고를 열고 녹대(鹿臺)의 재물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하사했습니다. 지금 대왕께서는 곳간의 쌀과 돈을 내서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할 수 있으십니까? ”
“불가능하오.”
“이것이 네 번째 불가입니다. 주무왕은 주왕을 토벌한 후 전시 수레를 일반 수레로 고치고 호랑이 가죽으로 쌓아둔 무기를 덮어 세상에 더는 전쟁이 없을 것임을 보여주었습니다. 지금 대왕께서는 전쟁을 그만 두고 더는 군사를 부리지 않을 수 있으십니까?”
“불가능하오.”
“이것이 다섯 번째 불가입니다. 군마를 남산에 풀어 놓는다는 것은 더는 전쟁을 하지 않음을 말합니다. 지금 대왕께서는 군마를 남산에 풀어 놓을 수 있으십니까?”
“그럴 수 없소.”
“이것이 여섯 번째 불가입니다. 소를 복숭아 나무 밭에 풀어 놓는다는 것은 더는 군량을 수송하지 않음을 말합니다. 지금 대왕께서는 소를 복숭아 나무 밭에 풀어 놓을 수 있으십니까?”
“그럴 수 없소.”
"이것이 일곱 번째 불가입니다. 하물며 대왕을 추종하는 유세객들은 마음 속으로 모두 땅을 받기를 원합니다. 만약 육국을 회복하고 육국 왕의 자손을 왕으로 옹립하면 천하의 유세객들은 모두 다시 옛날의 주인을 찾아갈 것인데 그러면 누가 대왕을 따라 천하를 통일하겠습니까? 이것이 여덟 번째 불가입니다. 또 초 왕만이 국토의 경계가 없어 육국의 제후들은 모두 초 왕을 찾아갈 것인데 대왕께서 어떻게 천하를 통일할 수 있으시겠습니까? 역이기 빈객의 말을 따르면 대왕께 더는 기회가 없을 것입니다.”
유방은 입안의 밥을 뱉어내며 욕했다.
“역이기 이 선비 놈이 큰 일을 망칠 뻔 했네!”
그리고 나서 수종자들에게 시켰다.
“얼른 가서 만들어 놓은 육국의 옥새를 전부 폐기 처분하라!”
유방은 궁극적으로 장량의 계책에 따라 한신을 제(齊) 왕으로, 경포(黥布)를 회남(淮南) 왕으로, 팽월(彭越)을 양(梁) 왕으로 책봉했다. 그리고 유방은 이 세 사람에 의지해 고릉(固陵)의 포위를 뚫고 나왔으며 역전승을 거두어 궁극적으로 항우를 죽음으로 몰아 넣고 천하를 얻었다.
유방이 천하를 얻고 나니 장수와 신하들은 다수가 효산(崤山) 동쪽 출신이라 모두 한나라의 국도를 낙양(洛陽)에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독 장량만이 그들과 생각이 달랐다.
“관중의 왼쪽에는 효산의 함곡관이 있고 오른쪽에는 롱서(隴西)의 살찐 벌판이 펼쳐져 있습니다. 또 남쪽에는 부요한 파촉의 곡창이 있고 북쪽에는 넓은 초원이 펼쳐져 있습니다. 이 곳은 삼면이 험준한 지세이기 때문에 동쪽의 제후들만 통제하면 됩니다. 제후들이 말썽을 부리지 않을 때면 위수(渭水)를 이용해 배로 물자를 국도로 운송하고 제후들이 난을 일으키면 역시 이 수로를 통해 군사의 이동도 가능합니다. 이곳이 바로 옛 사람들이 말하는 ‘사색지지(四塞之地), 금성천리(金城千里), 천부지국(天府之國)’입니다.”
장량의 말에 유방은 당장에서 관중에 국도를 두기로 결정하고 소하(蕭何)에게 국도 건설을 일임하고 장안(長安)이라 이름했다.
유방이 나라 건국에서 공신들이 세운 공에 근거해 땅을 떼어주며 보상을 하는데 장량은 세운 무공이 없었다.
유방이 신하들에게 말했다.
“장량은 장막 안에서 전략을 세우고 천리 밖에서 승부를 결정지으며 큰 공을 세웠소. 제(齊)의 땅에서 3만 세대를 선택하게 합시다.”
장량이 유방의 말을 받았다.
“소신은 유(留)의 땅에서 우연하게 폐하를 만났습니다. 이는 하늘이 소신을 폐하께 보내 드린 것입니다. 폐하께서 선택하신 소신의 계략이 다행히 정세에 맞아 승리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폐하께서 유의 땅을 소신에게 주시면 소신으로는 아주 만족합니다. 3만 세대는 감히 바라지 않습니다.”
유방은 장량을 유후(留侯)에 봉했다.
유방이 일단 20여 명의 개국공신을 봉했는데 나머지 공신들은 공을 다투느라 아직 책봉을 받지 못했다. 하루는 유방이 남궁(南宮)의 통로를 거닐다가 여러 장수들이 모래 밭에 모여 앉아 무언가를 논의하는 것을 보았다. 유방이 장량에게 물었다.
“저 사람들이 뭘 하고 있소?”
“폐하께서는 정말 모르십니까? 저 사람들은 역모를 꾀하고 있습니다.”
장량의 말에 유방은 심히 놀랐다.
“역모라니? 천하가 평정됐는데 왜 역모를 꾀한다는 말이오?”
“폐하께서는 포의(布衣)의 신분으로 천하를 얻으셨습니다. 지금 폐하께서는 천자이신데 소하나 조참(曺參)과 같이 옛날부터 알고 지낸 사람들, 그리고 폐하께서 좋아하시는 사람들만 책봉하고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다 죽음을 내리십니다. 천하의 땅은 제한되어 있고 공신은 많아서 여러 장수들은 자신이 폐하의 책봉을 받지 못할 까봐, 또 폐하께서 과거의 잘못으로 자신을 죽일 까봐 두려워 모여서 역모를 꾀하고 있습니다.”
유방이 걱정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겠소?”
“폐하께서는 평생 누구를 가장 싫어하십니까?”
“옹치(雍齒)는 나와 오래 전부터 사귀어 오지만 늘 사람들 앞에서 나를 난처하게 하오. 그래서 죽도록 싫지만 그가 세운 공이 커서 참고 있소.”
“그럼 빨리 옹치를 책봉하십시오. 여러 장수들은 폐하께서 가장 싫어하는 사람도 땅을 받으면 마음을 놓을 것입니다.”
장량의 말에 유방은 큰 잔치를 베풀고 옹치를 십방후(什方侯)에 봉하고 승상과 어사(御使)에게 빨리 각자 공에 따라 다른 장수들에게 땅을 나누어 주라고 재촉했다. 여러 장수들은 잔치가 파하자 사석에서 이렇게 말했다.
“옹치마저 상을 받았으니 우리는 걱정할 필요가 없겠네.”
장량은 또 한 번 유방의 위기를 해결해주었다.
(다음 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