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남강댐 수몰로 보금자리 또 잃고 싶지 않다"

[양문석(한평17회)]

"남강댐 수몰로 보금자리 또 잃고 싶지 않다"

[현장을 가다]상류 진주시 대평, 수몰 대체농지 3년만에 위기
주민 "수위 높이면 농지가 1~2m 낮아져"

2009년 02월 06일 (금)

김종현 기자 kimjh@idomin.com

"남강댐의 운영수위를 45m로 높이면 농지보다 댐수위가 높아져 네덜란드 꼴이 된다. 말도 안 되는 계획으로 더는 주민들을 울리지 마라."

최근 남강댐 물을 부산에 공급하려고 국토해양부와 수자원공사가 남강댐 운영수위(상시 만수위)를 현재 41m에서 45m로 높인다는 계획이 알려지자 남강댐 상류의 진주시 대평면 대평리 주민들이 분통을 터트렸다.

	진주시 대평면 대평리 주민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시설하우스를 가리키고 있다. /김종현 기자

대평면의 주민들은 지난 1968년 남강댐 건설과 지난 94년 보강공사를 하면서 고향땅이 수몰, 일부 주민은 보상을 받고 정든 고향을 떠났고 오도 가도 못하는 280여 가구는 대평리에 정을 나누고 모여 살고 있다.

특히 대평리 주민들은 108㏊가량의 대체농지를 조성하는 사업이 늦어지면서 10년 이상을 4개 시·군에 흩어져 농사를 짓는 불편함을 감수했다. 애초 3, 4년만 있으면 농사를 지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10년 이상이나 걸리면서 농민들은 보상받은 돈을 날리고 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기도 했다.

농민들은 새로운 농사를 위해 농토를 구입하고 시설하우스를 건립하면서 대부분 1억 이상의 빚을 안고 있다.

이런 어려움을 딛고 130여 농가에서 딸기 농사를 시작했다. 경남도로부터 딸기 특화단지로 지정되면서 브랜드 가치도 높이고 있다. 3년 동안의 농사도 쉽지 않았다. 땅심이 약해 3년 내내 고생한 끝에 겨우 올해부터 본격적인 수확에 들어가면서 주민들도 웃음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부가 남강댐의 수위를 올린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불안한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주민들은 "이제야 다리 뻗고 자는데 웬 날벼락이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수자원공사 계획대로 운영수위를 45m로 높이게 되면 농지보다 1~2m 정도 물 높이가 높아지게 된다. 주민들은 이런 계획을 두고 "우리를 네덜란드 국민으로 만드느냐"고 정부 정책을 조롱했다.

수자원공사에서 차수막(물막이벽)을 설치하고 배수 펌프를 설치한다는 계획에 대해서도 주민들은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다. 차수막은 댐으로부터 물이 농토로 스며드는 것을 막는 시설이고, 펌프장을 만들어 농토의 물을 댐으로 퍼낸다는 계획이다.

대평리에서 딸기농사를 짓는 정연조(60) 씨는 "지금까지 2번이나 제방이 터지면서 죽을 고비를 넘기는 등 엄청난 피해를 경험했다"며 "수백억 원을 들여서 농지를 조성했는데 3년도 안 돼 스스로 농토를 망치겠다고 발표하는 행정을 어떻게 믿어달라는 것이냐"고 주장했다.

정 씨는 또 "댐수위를 올리게 되면 댐의 물이 농지로 스며들면서 농지가 온통 물바다가 될 것"이라며 "지금의 대평리는 비닐하우스가 80%가 넘어 땅으로 흡수되는 빗물이 거의 없다. 만약 기습폭우가 온다면 펌프장도 감당을 하지 못할 것이다. 차수막이 기술상으로 볼 때 100% 스며드는 물을 막을 수 있다고 밝히지만 100% 막는 곳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농민 한명기(50) 씨는 "수자원공사 남강댐 관리단에 항의하러 갔더니 용역결과가 8월에 나오면 주민설명회를 하겠다고 하더니 두 번째 항의 때 4월에 용역결과가 나온다고 했고, 3번째 항의방문에서는 3월에 용역결과가 나온다 말했다"며 "갈 때마다 계획이 달라지는 이런 행정을 어떻게 믿겠느냐"고 말했다.

한 씨는 또 "수위를 높이게 되면 몇 년 전 태풍 때 남강댐의 물 빠짐이 늦어지면서 대평과 비슷한 높이로 복토한 인근의 묵곡과 완사, 소남, 금성, 본촌마을 등이 침수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씨는 "기온이 비교적 높다는 진주지역 온도가 최근 서울보다 낮은 경우가 많아졌다. 아마 잦은 안개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남강물이 얼게 되면 수증기가 줄어들면서 주변 온도가 급격히 내려간다. 댐으로 말미암은 환경변화가 심각해짐을 보여주고 있다. 지리산에 댐을 만드는 것도 비슷한 이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남강댐의 계획홍수위가 46m인데 운영수위를 45m까지 높이면 여유가 불과 1m밖에 되지 않는데 어떻게 홍수 조절을 하겠는가. 신이 아니면 안 될 것이다. 지금까지 왜 수위를 높이지 못하고 운영했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 말도 안 되는 계획으로 제발 대평 주민들을 다시 울게 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