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어떤 단어 앞에 “인생”이란 말을 놓는 게 유행입니다. 아마도 여기서 “인생”이란
“인생을 통틀어 만날 수 있는 최고의”라는 의미를 짧게 줄여 만든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인생 맛집, 인생 영화, 인생 샷 등등.
추석 전 날 오후 6시 30분경. 그야말로 인생 풍경, 인생 일몰을 맞이한 순간이었어요.
충주 시내에 있는 대형 마트에 갔다 귀가하는 길. 시내에서 탄금대 입구를 지나 탄금대교에
진입하던 바로 그 순간. 그야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황홀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눈 앞에서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해질녘 어둑한 먼산 실루엣 위로 붉은 계열의 모든 색을 동원하여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 모양의 구름을 물들인 듯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장엄한 저녁 노을을 배경삼아,
남한강과 단월강 합수 머리 잔잔하고 드넓은 탄금호 강줄기에 마치 솟아오른 듯 좌우로
가로 지른 우륵대교의 현수교 형 철골 구조에 은은하게 빛을 내기 시작하는 푸른색 조명
그리고 이들을 정면으로 교차하는 탄금대교 위의 행렬들… 찰나에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과 현실 여건상 그럴 수 없다는 절박함이 동시에 스치는 깊은 한탄 속, 이 절정의
순간에 바로 그 “인생”하는 단어가 떠오른 것입니다.
아~ 이게, 이런 풍경이, 이런 환상적인 일몰을… 요즘 즐겨 보는 뉴질랜드시골가족(
뉴시가)의 채널에서만 볼 수 있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되더라는.
당연하게도 해당 사진은 없습니다.
드디어 때 늦은 폭염도 물러가고 가을하늘 뭉게구름을 마음껏 볼 수 있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만 가을 한 모금 후 곧바로 겨울로 접어드는 건 아니겠죠? ㅎ